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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KGC]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오타쿠를 노려라”

NHN NEXT 박민근 교수의 ‘미소녀 게임의 비전과 개발 기술 소개’

권정훈(실리에) 2013-09-25 20:31:11

최근 대형 게임업체들이 앞다퉈 모바일게임을 선보이고, 카카오 게임하기를 통해 출시되는 게임 수도 늘어나면서 그야말로 봇물처럼 신작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지금도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게임이 개발되고 있는 모바일게임 시장은 이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물론 잘만 터트리면 ‘대박’이지만, 하루가 멀다하고 나오는 경쟁작들 사이에서 달콤한 성공을 맛보기는 쉽지 않은 일이다.

 

25일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KGC 2013에서 NHN NEXT 박민근 교수는 ‘블루오션! 이제는 미소녀 게임이다!!’라는 주제의 강연을 통해 ‘미소녀 게임’을 성공 가능성이 있는 소재로 내세웠다. 모든 사람을 노린 게임보다 소수지만 충성도가 높은 게이머를 대상으로 하는 미소녀 게임의 비전과 함께 눈여겨볼 만한 개발 기술 몇 가지를 소개한 강연 내용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권정훈 기자


 

NHN NEXT 박민근 교수



■ 미소녀 게임과 미연시는 다르다

 

박민근 교수는 강연을 시작하면서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이하 미연시)과 ‘미소녀 게임’은 다른 개념이라고 설명했다. 흔히 미소녀 게임이라고 하면 일본에서 ‘에로게’라고 부르는 미연시를 먼저 떠올리지만, 미소녀 게임은 미연시의 상위 카테고리에 해당한다.

 

박 교수는 미소녀 게임을 ‘미소녀를 메인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게임’이라고 정의했다. 엄밀하게 따지면 MMORPG인 <블레이드 & 소울>도 미소녀 게임이라고 부를 수 있으며, 런게임에 가까운 <슬라이더걸즈>도 미소녀 게임에 포함된다. 모든 밀리터리 게임이 FPS가 아니고 모든 공포 게임이 TPS가 아니듯, 모든 미소녀 게임이 미연시인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미소녀 게임은 ‘미소녀’를 세일즈 포인트로 삼는 게임.


그렇다면 어떤 것이 미소녀 게임일까? <확산성 밀리언아서>(이하 밀리언아서)나 <데빌메이커: 도쿄>는 널리 알려진 미소녀 게임이다. 멋진 남성 캐릭터 카드를 얻으려는 여성 유저도 있겠지만, 80% 이상은 예쁜 여성 캐릭터를 얻으려는 목적이다. 아무리 성능 좋은 6성 카드라도 남자면 안 쓰는 사람도 있다.

 

최근에 나온 <모리아 사가>는 대놓고 대부분 캐릭터가 여성이고, ‘신사들의 게임’이라는 타이틀을 내세운 <언리쉬드>도 미소녀 표현에 거침이 없다. 만약 이런 게임에 헐벗은 남자 캐릭터만 나온다면 플레이할 맛이 나겠는가? 이렇게 ‘미소녀’가 메인 콘텐츠고 세일즈 포인트라면 그것은 미소녀 게임이라고 볼 수 있다.

 

꼭 TCG가 아니라도 <틱택토>와 같은 비주얼 노벨도 미소녀가 플레이 목적이라면 그 범주에 들어간다. <신데렐라 나인>과 <신데렐라 일레븐>처럼 스포츠 매니지먼트 게임에도 미소녀의 손길이 닿고 있다. 액션이든 퍼즐이든 장르는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다.

 

성공한 미소녀 게임의 대표작은 <러브플러스>.



■ “지갑을 열 준비가 된 오타쿠를 노려라”

 

성공한 미소녀 게임에는 뭐가 있을까? 박 교수는 가장 대표적인 게임으로 <러브플러스>를 언급했다. ‘첫 키스는 액정 보호 필름 맛’이라는 당대의 유행어를 만들어 냈으며, 개발자가 ‘장인어른으로 불리기도 한다. 심지어 게임 등장 캐릭터와 결혼식을 올리거나, 반대로 이 게임 때문에 헤어진 커플도 있을 정도로 일본에서는 상당한 사회적 파급 효과를 불러온 게임이다.

 

이어서 박 교수가 강조한 게임은 <슈타인즈게이트>다. 일본의 인기 애니메이션이 모바일게임으로 개발된 것인데, 한글 버전으로도 발매됐다. 눈여겨볼 부분은 무려 34 달러인 유료게임이 당시 최전성기를 누리던 <드래곤 플라이트>를 누르고 애플 앱스토어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한 것이다.

 

약 4만 원에 가까운 34 달러는 일반 게이머에게 상당한 심리적 장벽이 느껴지는 금액이어서 구매를 망설이게 된다. 하지만 ‘오타쿠는 다르다. 본인이 원하는 게임을 즐기기 위해서 돈을 지불하는 것을 당연하게 여긴다. <슈타인즈게이트>는 바로 그런 오타쿠의 소비력을 보여준 예라고 할 수 있다.

 

10만 원? 오타쿠는 쓴다!


오타쿠는 잠재적 고액 결제자들이다. ‘for Kakao’를 붙이지 않고도 쟁쟁한 게임을 상대로 매출 상위권을 기록한 <밀리언아서>는 국내 개발자들을 상당히 고무시켰다. 한 사람이 하루에 300만 원을 쓴 사례도 있으며, 밝히지 않은 고액 결제자도 상당수다. <밀리언아서>의 회원수는 <애니팡>의 1/20이지만, 매출은 더 높다.

 

대부분 모바일게임을 즐기는 사람들은 지갑을 쉽게 열지 않는다. <애니팡>이나 <드래곤 플라이트>에 300만 원을 쓰는 사람을 찾기는 어렵다. 구매력을 예상하기 어려운 ‘에브리원’보다는 확실한 소수를 노리는 것도 좋은 전략이다. 게임은 하지만 게임에 돈을 쓰는 것은 망설이는 부모님의 지갑이 아니라, 확실히 열 준비가 된 사람의 지갑을 노리라는 것이다.

 

이것이 일반인과 오타쿠의 인식 차이다.

 

최근 캐주얼게임 시장은 오히려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특히 대형업체들이 내놓은 게임들은 매출을 올리기 위해 그만큼 더 광고를 해야 하고 비슷한 게임들과 경쟁해야 한다. 매출은 높더라도 오히려 실제 수익은 적을 수도 있다. 많은 개발자가 이미 만들어봐서 익숙한 게임을 다시 만드는 경우가 많은데, 캐주얼게임을 즐기는 유저는 비슷한 게임의 신작이 나오면 옮겨타기도 쉽다. 충성도가 낮기 때문에 게임이 장수하기 어렵다.

 

반면, 미소녀 게임을 플레이하는 오타쿠는 충성도가 높고 오래 가며, 꾸준히 투자도 한다. 앞서 말한 미소녀 게임들이 왜 좋은 성적을 거둘 수 있었냐고 하면, 그만큼 수요와 소비자가 있기 때문이다.

 




 

 

■ 최신 미소녀 게임의 놀라운 기술들

 

미소녀 게임에 대한 열정이 있다면 내 지갑을 노릴 수 있는 게임을 실제로 만들어 보자. 최근 미소녀 게임은 이미 옛날의 <동급생>과는 다르다. 일본에서는 미소녀 게임을 만들기 위한 다양한 기술이 발전했고 여러 곳에 응용하고 있다. 대표적인 기술 몇 가지를 소개한다.

 

- 모션 포트레이트/라이브 2D

 

모션 포트레이트는 소니에서 제작했고 자회사에서 솔루션을 판매하고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2D 이미지를 3D처럼 보이게 하는 기술이다. 대화하는 장면에서 단순히 일러스트만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입모양을 움직여서 실제 말하는 것처럼 보이게 하거나, 표정이나 몸짓 등 캐릭터를 더욱 생동감 있게 나타낼 수 있다.

 

라이브 2D는 모션 포트레이트와 같은 계열인데, 각각 특허권이 있어서 이름이 다르다. 일본에서 개발한 기술이며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개발 중인 모바일게임 <아이돌 파라다이스>에서 최초로 적용하고 있다. 이제는 모바일 기기도 이런 기술을 충분히 구현할 수 있는 스펙이 된다.

 

그 외에도 2D 이미지를 흔들리게 만드는 효과를 구현한 국내 게임도 있다. 기존의 2D 이미지보다는 훨씬 생동감을 부여할 수 있어서 색다른 느낌이 난다.

 

새로 그린 것이 아니다. 캐릭터가 웃는 표정이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다.


- AR 마커 활용

 

AR 마커가 있는 곳을 카메라로 찍으면 그 위치에 캐릭터가 나타나는 방식이다. 대표적으로 <러브플러스>에서 사용했는데, 실제 관광 명소에 있는 AR 마커 옆에 서서 사진을 찍으면 ‘여자 친구’와 함께 찍은 사진이 된다. 그대로 SNS에 올리면 여자 친구와 여행을 간 것이나 마찬가지.

 

2D 여자친구와 여행을 간 한 일본 게이머.


- 헤드 트래킹

 

머리의 움직임에 따라서 카메라의 구도가 바뀌는 기술이다. 이것을 활용하면 여러분이 상상하는 바로 ‘그것’도 가능하다.

 

<리얼카노죠>에 쓰인 기술. 마우스 포인터의 움직임에 반응하는 캐릭터.

 

박 교수는 마지막으로 본인이 구상하고 있는 미소녀 게임 기술을 소개했다. 바로 국내에서 동인 게임 제작에 많이 쓰고 있는 비주얼 노벨 개발툴에 멀티 플랫폼이 가능한 유니티의 플레이 메이커 플러그인을 활용해서 ‘유니티용 미연시 제작 툴킷을 만드는 것이다.

 

플레이 메이커를 쓰면 별도의 코딩 없이 비주얼 스크립팅이 가능하다. 여러 가지 분기를 설정하고 선을 연결하기만 하면 프로그램이 돌아간다. 캐릭터와 대사, 이벤트를 세팅하고 다른 요소를 넣기만 하면 된다. 슈팅 요소를 넣으면 미소녀 슈팅이 되는 것이고, 반대로 슈팅이나 퍼즐 게임에 시나리오 요소를 넣을 수도 있다. 

 

박 교수는 “이런 쉬운 방법도 있으니 관심과 열정이 있다면 다양한 기술을 활용해서 직접 개발에 도전할 수 있다. 아직 미소녀 게임 시장은 수요는 많지만 공급이 부족한 시장이니 도전해 보라”며 강연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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