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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한국 정부, 스마트한 게임 활용법 찾길 바란다”

美 백악관 과학기술국 게임 분야 수석정책특보 강연

전승목(아퀼리페르) 2012-08-31 19:47:43

미국의 아이들은 교과서 대신 게임으로 공부합니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국의 게임 분야 수석정책특보 콘스탄스 스텐퀼러(Constance Steinkuehler) 교수는 31일 경기 기능성게임 페스티벌에 참여해 게임의 긍정성을 활용하는 미국 정부의 현황을 발표했다. 그의 강연을 만나 보자. /디스이즈게임 전승목 기자


 

■ “게임은 21세기 미국시민을 육성하는 효율적인 매체”

 

콘스탄스 교수는 미국 사회가 게임의 긍정성을 높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미국 각 정부기관이 기능성게임 개발에 투자하고 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게임과 교육을 접목하는 연구를 하라고 직접 지시했다.

 

미국이 정부 차원에서 게임에 관심을 쏟는 이유는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다. 미국 정부는 ‘민주시민다운 의식과 과학, 기술, 사회에 대한 지식을 갖춘 미국 시민 양성’을 목적으로 교육제도를 개혁하고 있는데, 다음의 이유로 게임이 개혁 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보고 있다. 

 

첫째는 대중성이다. 게임을 즐기는 미국인이 전체 인구 중 72% 이상이기 때문에 교육용게임으로 수많은 사람들을 가르치기 좋다. 특히 학교를 안 다니는 계층도 게임을 즐긴다면 얼마든지 교육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둘째는 게임이 기술보급을 촉진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게임이 나올수록 사람들은 고성능 PC를 장만하게 되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진보된 기술을 이용할 기회를 얻는다.

 

더군다나 경제적이다. 책과 같은 기존 매체는 교육해야 하는 사람이 늘어날수록 추가 비용이 든다. 그러나 게임은 사람 수만큼 복사할 수 있으니 추가 비용이 덜 든다. 처음 개발할 때의 비용이 많이 들어서 그렇지, 수만 명에서 수십만 명을 대상으로 교육한다면 책보다 게임이 싸다는 논리다.

 

미국 백악관 과학기술국의 게임 분야 수석정책특보 콘스탄스 교수.

 

무엇보다 게임은 사람들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다. 현재까지의 연구를 통해 FPS게임은 시각능력과 집중력을 키워주고, 온라인게임은 문자보급과 의사소통 능력 향상에 도움이 되며, 기능성 건강게임과 캐주얼게임은 각각 육체적 건강과 스트레스 해소에 기여한다는 사실이 검증됐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미국은 게임을 교육 수단으로 활용할 방법을 모색하고, 정부 차원에서 게임을 개발해 교육기관에 배포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 “게임으로 성적 향상을 이루다

 

미국이 게임을 활용하는 대표적인 예는 <아이씨빅스(iCivics)>다. <아이씨빅스>는  민주시민이 기본적으로 알아야 할 법을 이해하기 쉽게 전달하는 기능성게임으로, 미국 최초의 여성 연방대법관 산드라 데이 오 코너와 미국 법무부의 도움을 받아 개발됐다. 현재는 수많은 학교에서 교육 수단으로 채택한 덕분에 총 플레이타임이 500만 시간이 넘을 정도로 많은 학생들이 경험하고 있다.

 

콘스탄스 교수는 <아이씨빅스>의 교육적 효과를 강조했다. 학교에서 게임을 해본 학생들 중 57%가 집에서도 <아이씨빅스>를 플레이하며 자율적으로 복습했고, 덕분에 학생들의 평균 사회 과목 시험 점수는 14%가 높아졌다.

 

하위 30%의 학생들에게도 도움이 됐다. 교과서로 공부할 때는 공부에 흥미를 못 느껴 낙제하던 학생들이 게임으로 공부를 하면서부터 학습진도를 따라오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효과를 거둔 미국 정부는 각종 사회제도를 가르치는 <아이씨빅스> 시리즈를 만들기 시작했고, <게임 스타 메카닉>이란 기능성게임도 개발해 교육 프로그램으로 도입했다. 이 게임들 또한 <아이씨빅스>처럼 학생들의 자율적인 복습 유도와 하위 30% 학생들의 수업 참여에 도움이 됐다.

 

<아이씨빅스>를 통해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는 법을 배우는 게임 화면.

게임을 체험한 학생들은 사회 과목에서 14%의 성적 향상 효과를 봤다.

 

 

■ 민간기업도 교육용게임을 개발하는 미국

 

현재 미국은 <아이씨빅스>를 개발한 법무부만이 아니라 다양한 단체들이 교육용게임 개발에 투자하고 있다. 미국 국방부는 숙련된 병사를 훈련하기 위한 시뮬레이션게임에 투자하고 있고, 보건후생성(DHHS)은 건강을 증진하는 게임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국무부 장관 힐러리 클린턴은 “복잡한 국가 관계를 가르치기 위해서는 게임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나타낸 적이 있다.

 

흥미로운 사실은 미국 정부만이 아니라 민간 기업도 교육용 게임 개발에 나서고 있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예로 <포털 2>를 개발한 밸브가 있다.

 

밸브는 올해부터 ‘스팀 포 스쿨’이란 프로젝트를 실시해 <포털 2>로 물리학을 배우는 교육용 프로그램을 배포했다. 이 <포털 2>를 이용하면 물리적인 변수를 바꿀 수 있고, 변수를 바꿔 가며 다양한 실험을 할 수 있다. 물리학을 단순암기가 아닌 경험 학습으로 배우는 셈이다.

 

<포털 2>로 물리법칙을 배우고 있는 미국 학생들.

 

미국 정부는 민간기업의 교육용게임 개발을 격려하고 있다. 실제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운동하도록 도와주는 게임  <댄스 센트럴> 시리즈와 닌텐도 Wii에는 대통령이 수여하는 ‘능동적인 라이프 스타일’ 상을 전달한 사례가 있다.

 

콘스탄스 교수는 “세금 혜택과 같은 실질적인 지원은 못 하더라도 미국 정부는 게임산업의 행동을 의미있게 평가하고 적극적으로 칭찬하고 있다”며 미국 정부가 게임에 보이는 관심이 얼마나 큰지를 설명했다.

 

 

■ “한국, 스마트한 게임 활용법을 논의해야 할 때”

 

강연이 끝날 무렵 콘스탄스 교수는 “게임을 중독적인 매체로 보고 규제의 장벽을 높이는 한국 사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그는 다음과 같은 견해를 밝히며 강의를 마쳤다. 그의 말을 그대로 들어보자.

 

“미국 사회도 게임이 전혀 중독성이 없거나 폭력적이지 않은 매체라고는 생각하지는 않는다. 오히려 게임의 부정적인 점을 파악하는 면에서는 한국이 미국보다 앞섰다고 생각한다. 미국에는 그런 논의가 아직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다만 미국 사회는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게임을 해보고 논의하는 노력을 기울였고, 게임이 무조건 반사회적이고 폭력적인 매체가 아니라는 결론을 얻었다. 덕분에 게임을 무조건 규제하기보다 어떻게 하면 긍정적으로 게임을 이용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아낼 수 있었다.

 

한국도 게임의 긍정성을 높이고 싶다면 다양한 사회구성원이 충분히 논의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정부도 스마트한 게임 활용법을 찾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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