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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회 게임문화컨퍼런스, 3개의 연구와 6개의 비평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동영상으로도 공개될 예정

남혁우(석모도) 2012-05-21 23:12:05

지난 19일 디스이즈게임과 게임문화연구회가 주최하고 NHN, 연세디지털게임교육원과 한빛미디어가 후원한 ‘제 2회 게임문화컨퍼런스’가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공학원 대강당에서 열렸다.

 

이번 게임문화컨퍼런스는 <리그오브레전드>, <디아블로3>, <포탈>, <브레이드>, <어이쿠왕자님> 등의 게임 비평 6개와 게임업계와 학계 관계자들이 자신의 연구결과 3개 총 9개의 세션으로 나눠졌다.

 

세션은 각각 15분 내외로 구성됐으며 게임문화컨퍼런스의 강연 자료집은 향후 e북으로 공개되며, 디스이즈게임을 통해 영상으로도 소개될 예정이다.

 

LOL:완벽한 게임으로 만들어 보자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는 <리그오브레전드>(이하 LOL)의 단점을 모두 수정했을 때의 부작용에 대해 발표했다.

 

<LOL>은 한국 게임시장에서 8 PC방 점유율 연속 1위를 차지했을 뿐만 아니라 <피파온라인>이후 5년 만에 MMORPG가 아닌 게임이 동시 접속자 수 20만 명을 기록한 게임이기도 하다.

 

그만큼 <LOL>은 많은 유저들이 플레이 하면서 장점과 함께 단점도 명확하게 드러났다. 긴 플레이시간, 높은 접근성 등이 그 예다. 게임성이 인증되고 단점이 명확한 만큼 수 많은 개발사들이 <LOL>에서 단점만 수정하면 완벽한 게임이 될 것이라고 꿈꾼다.

 

하지만 단점을 없앤다고 해서 완벽한 게임이 되지 않는다는 것이 현남일 기자의 말이다. 예를 들어 <LOL> 1판 당 플레이 타임이 약 30여분 이며 20분 이전에는 항복을 하는 것도 불가능 하다. 그만큼 게임에 집중해야 하기 때문에 가볍게 한판이라는 것이 쉽지 않다.

 

그렇다고 해서 플레이 타임을 20분 이하로 낮추고 항복을 언제든지 할 수 있다고 한다면 게임의 부담을 줄어들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렇게 될 경우 <LOL> 특유의 초중반 전략과 라인전의 묘미가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LOL>은 후반 한타의 비중이 높아 초반에 밀리더라도 전투를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역전이 가능한데 아무 때나 항복이 가능하면 제대로 싸워보기도 전인 초반에 한두 번 죽은 것으로 게임을 포기하기 십상이다.

 

 

이 외에도 초보 유저를 위해 아이템빌드, 각종전략을 체계화 하거나 고정시키는 것 역시 <LOL>의 묘미인 수많은 변수를 없애버리는 행위이기 때문에 위험한 일이다.

 

마지막으로 현남일 기자는 많은 사람이 <LOL>의 단점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사실은 단점이 아니다. <LOL>을 가장 재미있게 즐기기 위한 장치다. 라이엇게임즈 역시 게임의 단점을 알고 있지만 게임성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에 섣불리 수정하지 않는 것이다. 물론 <사이퍼즈>처럼 초기부터 설계가 달랐다면 구조가 바뀔 수도 있을 것이다라고 발표를 마쳤다.

 

■  LOL:우리는 왜 욕을 하는가?

 

선우엽(동양온라인 개발자)

 

동양온라인 개발자인 선우엽은 <LOL>에서 게임을 플레이하며 욕을 하는 이유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LOL>이 국내 서비스를 시작하면서 지인들에게 게임을 권유해본 결과 예상보다 게임에 쉽게 익숙해졌고 곧 빠져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하나의 이유가 가장 큰 불만이었는데 바로 유저들의 욕이었다.

 

유저는 비단 <LOL>뿐만 아니라 기존 PC 또는 콘솔게임을 할 때에는 마우스나 컨트롤러를 던지는 식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곤 했다. 자신의 실수가 아닌 기기의 탓으로 돌리듯이 회피하려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대신 <LOL>은 자기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라 5명이 팀을 이루고 게임을 플레이 하는 만큼 게임을 플레이하면서 오는 스트레스를 다른 누군가에게 넘길 수 있는 여지가 크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스스로 자책하거나 또는 습관적으로 욕을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전적 통계를 살펴본 결과 욕이 나오기 시작한 경기는 80%이상이 패배로 끝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팀웍이 중요한 <LOL>에서 팀원간의 의사소통이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쓸데 없이 타이핑 하는 시간이 길어지면서 컨트롤이 불가능해지기 때문이다.

 

선우엽은 게임을 하며 욕을 하는 것을 결국 게임을 패배로 이끄는 지름길이다. 또한 익명성으로 가려진 상황에서의 욕은 언어폭력이다. 실수를 하더라도 대화를 통해 좋은 플레이를 이끌어 낼 수 있으므로 욕을 하기보다 포용하는 마음을 가지자며 발표를 정리했다.

 

 

 

■ 디아블로3:원시인 캐릭터 '부두술사'

 

정재호(스타트업 준비)

 

스타트업을 준비중인 정재호는 <디아블로3>의 캐릭터인 부두술사를 통해 새로운 문화를 어떻게 게임을 통해 오해를 해소 시키고 새로운 이미지로 바꾸는 지에 대해 발표했다.

 

그는 부두술사에 앞서 <디아블로2>에 등장한 바바리안에 대해 간략히 설명했다. 바바리안이라는 캐릭터는 주로 거칠고 야만스러운 이미지와 맞물려 악당으로 자주 등장했다. 

 

하지만 <디아블로2>에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 중 당당히 가운데위치를 차지한 바바리안은 게임을 플레이 하며 세계석을 지키는 고결할 용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악당으로 그려지던 그들의 이미지는 휠윈드로 대변되는 그들 거칠지만  늠름한 아군으로 변하게 된다.

 

 

바바리안이 힘으로 대변된다면 부두술사는 영적인 힘을 다루는 캐릭터로 차별화를 뒀다. 또한 <디아블로2>에서 비슷한 이미지였던 네크로멘서가 이성적이고 냉철한 마법사라면 부두술사는 감성적이고 주술을 사용한다는 점에서 차이를 가지고 있다.

 

또한 부두술사는 <디아블로2>에서 가장 짜증나는 스테이지로 악명 높았던 액트3의 느낌을 많이 차용했다. 독침을 쏘고 두꺼비와 벌레를 소환하면서 자신이 짜증을 내던 기술로 오히려 적을 무찌르면서 역설의 쾌감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또한 이를 통해 단순히 악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그들을 사용함으로써 문명의 선입견을 넘어서게 되고 친숙해지게 되는 것이다 

 

 

■ 모바일시대 UX/UI:패러다임 레이어의 변화

 

홍성민(스타트업 준비)

 

스타트업을 준비중인 홍성민은 모바일시대 UI의 사용성에 발표했다.

 

그는 모바일의 UI의 사용성을 설명하며 커터칼을 예로 들었다. 커터칼을 처음 본 사람이라도 누구나 어디를 잡아야 하고 어떻게 칼날을 꺼내내고 어떤 방향으로 사용해야 하는지 알아차리는데 오래 걸리지 않는다.

 

모바일에서도 한눈에 어떤 것을 눌러야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할 수 있는지 파악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그런 부분에서 부족한 것 같다.

 

예를 들면 티맵에서 길을 찾고 싶을 때 출발지와 목적지를 전부 채워두고 검색버튼을 누르면 내용이 모두 지워진다. 검색버튼은 길을 찾겠다는 상위 탭이기 때문에 실제로 길을 찾기 위해서는 작게 표시된 파란색 돋보기 버튼을 눌러야한다.

 

 

또한 슬레이트PC의 경우 화면이 가로로만 긴데 화상키보드가 PC키보드와 동일하게 버튼을 배치해 놨다. 이로 인해 버튼하나하나가 너무 가늘어서 손으로 누를 수 없어서 어쩔 수 없이 펜으로 눌러야 한다. 반면에 IOS는 주로 사용하는 키만 배치해서 상대적으로 화면이 작아도 손으로 키보드를 눌러도 불편함이 덜하다.

 

중요한 건 가독성, 직관성이 아니라 중요한 기능을 명확하게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모바일은 대부분 하나의 버튼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소셜게임의 '소셜'과 게임'의 가능성

 

 

오영욱(바닐라브리즈 개발자)

 

바닐라브리즈의 오영욱 개발자는 소셜게임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 게임의 가능성에 대해 발표했다.

 

소셜게임은 페이스북 같은 소셜 네트워크 플랫폼 위에 올라가 있는 게임으로 소셜 그 자체와는 큰 상관은 없다. 물론 친구에게 선물을 주거나 농작물을 치워주는 식으로 소셜 기능은 한정적이다.

 

상위 5위 수준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텍사스 홀덤 포커> <비주얼드 블리츠>, <버블 위치 사가>는 친구가 개입할 여지가 거의 없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소셜게임은 라이트 유저가 즐긴다고 생각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만도 않다. <월드오브워크래프트>의 경우 1인 당 평균 플레이 시간은 주당 20시간이다. 팝캡이 조사한 소셜게임의 유저의 성향을 살펴보면 35%의 열정적인 유저는 하루 6시간 주당 30시간이상 플레이 한다고 발표했다. <비주얼드 블리츠>를 매일 하루 8시간씩 2,200시간을 플레이한 텍사스의 56세 남성이 있기도 하다.

 

 

소셜 게임의 유저는 평균 나이는 43세 중년이며 여성이 더 많이 하는 것으로 나와있다., 하지만 그들도 게임에 대한 지식이 충분히 높으며 쉽고 간단한 것보다는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을 선호한다. <드래곤베일>을 살펴봐도 유저들은 자신의 농장에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한 테크트리를 만들고 정보를 공유한다.

 

오영욱은 소셜게임은 페이스북이라는 5억 명 이상의 유저가 있는 전세계 최대 단일 시장이 존재한다. 오픈 플랫폼이라 개발자의 접근성도 낮다. 또한 워낙 대규모 유저의 이동이 있는 만큼 하루에도 수십억 건의 데이터 처리를 위한 기반이 마련돼 있다. 이를 통해 유저의 패턴을 찾고 새로운 실험을 할 수 있는 시대가 됐다고 생각하므로 뜻이 있다면 도전해 보는 것도 좋은 판단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 오래된 미래:과거에서 찾는 교육용게임

 

정희권(UBO CnC 대표)

 

교육을 위해서는 너무 재미있지 않은 게임을 만드는 게 관건이라 생각 합니다

 

정희권 대표가 최근 투자 심사 미팅에서 개발 책임자의 멘트다. 교육시장에는 교육용 게임이 교육과정을 잘 포장해서 학생들에게 이해시키는 당의정과 같다는 생각이 만연해 있다.

 

그렇다 보니 게임의 핵심인 재미와 교육과의 연결자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이다. 하지만 역사를 살펴보면 교육용으로 만들어진 게임이 교육과 재미를 동시에 얻고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수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모노폴리>.

 

1933년 출시 한 이후 수 억의 판매고를 올리고 단순히 보드게임 뿐만 아니라 Xbox, iOS, 등 다양한 플랫폼으로도 모습을 바꾸며 꾸준히 인기를 모으고 있다.

 

이 게임에서 유저들은 주사위를 굴려 지도에서 자신의 말을 이동시키며 빈 지역을 사거나 다른 유저의 소유의 땅에 들어갔을 경우 통행세를 내야 한다. 반대로 자신의 땅에 다른 유저가 들어왔을 경우 자신이 통행세를 받게 된다. 결국에는 단 한 명만이 지도의 모든 것을 소유하며 게임에서 이기게 된다.

 

<모노폴리> 1930년대 대공황을 겪으며 대두된 자본주의의 폐해를 알리기 위해 만들어진 게임이다. 건물이나 땅을 소유한 지주가 그 산하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돈을 착취하기 때문에 일하는 사람은 아무리 일해도 가난해지고 지주는 점점 부유해진다는 것이다. 

 

 

교육용 게임으로 시작한 <모노폴리>는 자신이 전하고자 한 교육의 내용을 숨기거나 다른 재미요소로 대체하려 하지 않았다. 오히려 내용자체에서 재미를 이끌어냄으로써 재미와 함께 교육이라는 목적을 달성 했다.

 

하지만 <모노폴리>는 게임이라는 매체가 가질 수 밖에 없는 한계도 명확히 보여줬다. 게임에 대한 설명이 없다면 전혀 다른 내용으로 해석될 수 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냉전시대에 들어서면서 자본주의와 공산주의가 대립할 때 소련 등 동구권 국가에서는 <모노폴리>가 자본주의를 알리는 해로운 게임이라며 판매를 금지시키는 일도 있었다.

 

참고로 <모노폴리>는 엘리자베스 리즈 메기라는 여성이 <랜드로드>라는 이름으로 만든 게임이다. 하지만 찰스 대로우라는 사람이 그 게임을 도용해 <모노폴리>라는 이름으로 특허를 출원하고 파커 브로스와 계약해 판매하면서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게 됐다.

 

이 외에도 오스트리아의 황태자에게 전술, 전략을 가르치기 위해 만든 <크리그스필>이라는 게임도 교육용 게임의 대표적인 예다.

 

워낙 심형을 기울여 만들다 보니 완성하고니 전쟁이 끝났다고 하는 이 게임은 이후 황태자가 식음을 전폐하고 즐겼으며 지금까지도 판매되고 있다. 또한 이 게임에서 사용한 룰은 현재 전략시뮬레이션의 근간이 되기도 했다.

 

정희권 대표는 무슨 게임이건 일단 게임이라면 재미가 있어야 한다. 교육용 게임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위해서는 배울 내용 자체에서 재미를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또한 <모노폴리>처럼 초기에는 교육용 게임으로 시작했지만 순수하게 게임이 재미있어서 널리 퍼지는 것도 얼마든지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다만 앞서 말한 것처럼 게임 만으로는 가르치는 것이 한계가 있으므로 플랫폼을 넘어 다양한 장르를 포함해야 더 교육용 게임의 잠재력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부모님들은 아무리 교육용 게임이라고 해도 너무 게임 같은 건 바라지 않는다는 걸 알 수 있으므로 이에 대한 고민과 교육학적인 기본이 충분히 갖춰져야 할 것이다라며 발표를 마쳤다 

 

 

■ 포탈:괴물 어머니와 딸

 

김수빈(게임비평대상 수상)

 

연세대학교 박사과정인 김수빈은 밸브에서 개발한 퍼즐 FPS <포탈>을 엄마와 딸이라는 관점으로 해석했다.

 

<포탈>을 처음 시작하면 유저는 작은 유리 방에서 빠져나오며 시작한다. 이는 주인공의 출생을 의미한다. 또한 처음 포탈건을 사용해 벽에 뚫린 구멍을 통해 자신의 모습을 확인하게 되는 데 이는 자신의 모습을 인지하게 되는 거울단계에 해당한다.

 

주인공 첼이 유리 방을 빠져 나온 것을 축하하고 나아갈 길을 인도하는 글라도스는 어머니에 해당한다.

 

하지만 글라도스는 일반적인 어머니의 이미지와는 조금 다르다. 일반적으로 어머니는 헌신적이고 자애로운 이미지로 그려진다. 하지만 이는 어머니가 아이를 양육해야 하는 가부장적인 사회에서 여성에게 강요된 이미지라는 것이다.

 

글라도스는 기존의 자애로운 어머니의 이미지가 아닌 공포스럽고 무서운 어머니의 이미지다. 모든 개인은 자신의 어머니로부터 벗어나 자유롭고 싶지만 어머니가 놓아주지 않는 과정을 통해 어머니를 두렵거나 더러운 것으로 인식하는 경험을 하게 된다.

 

<포탈>에서 글라도스는 초기에는 첼이 테스트를 통과할 때마다 격려하고 칭찬한다. 하지만 테스트가 일정 수준을 넘어서기 시작하면 글라도스는 유저를 못마땅하게 느끼고 비꼬기도 하고 잡음이 섞인 목소리로 혼란에 빠진 모습을 보여주기도 한다. 심지어 출구에 거의 도착했을 때 글라도스는 주인공을 빠져나가지 못하도록 죽음으로 이끌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글라도스가 볼 수 없는 숨겨진 장소에 들어서면 기존의 하얀고 깔끔한 벽면이 아닌 녹슬고 어두운 배경은 기존 글라도스의 이미지를 교란하는 비체로 어머니의 이면을 상징한다. 또한 글라도스는 주인공이 자신의 시야에서 보이지 않자 케이크로 유혹하며 공포감을 조성한다.

 

<포탈>에서 케이크는 어머니의 욕망을 상징한다. 아이는 성장해서 언젠가 어머니를 떠날 것이다. 어머니는 인지하고 있는 이별을 늦추고 부인하기 위해 이미 성장한 아이에게 옷을 입히고 끊임없이 먹이려 하거나 새로운 아이를 가짐으로써 소유하려 한다.

 

글라도스 역시 셸 이전의 테스터가 탈출하려 하자 모두 죽였고 케이크로 유혹하지만 이를 무시하는 셀 역시 죽이려 한다.

 

글라도스는 길쭉한 얼굴에 하나의 눈을 가지고 있다. 이는 자신에게 벗어나려는 아이를 구속시키려는 남근적 어머니를 상징한다.

 

반면 첼은 전혀 말을 못한다. 아이는 아기였을 때는 말을 못하지만 성장하며 말을 배우고 이를 통해 요구한다. 하지만 첼은 그런 부분이 제거돼 있다. 여전히 어머니에 묶여 있는 상태라는 것이다.

 

첼은 출구를 찾아 돌아다니지만 결국 글라도스와 만나게 되는 장면은 어머니에게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어머니와 마주하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표현한 것이다. 이후 주인공은 글라도스를 부수고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포탈2>는 어머니와 딸의 화해를 그리고 있다. 탈출에 성공한 듯 했지만 여전히 연구소에 갇혀있고 말을 못하는 첼은 아직 어머니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시작과 함께 등장하는 휘틀리는 초기에 첼을 구해 주는 자이자 남성으로 아버지라고 할 수 있다.

 

첼은 다시 한번 글라도스를 물리치지만 휘틀리가 그 힘을 차지하고 첼을 죽이려 한다. 모계 중심에서 부계 중심으로 힘의 균형이 넘어간 것을 의미한다.

 

휘틀리에게 힘을 뺏겨 에퍼쳐 사이언스 전체를 컨트롤 하던 거대한 기계에서 감자전지로 목슴을 부지하는 글라도스는 아이가 성장하면서 두려움의 대상이 아닌 어머니의 작아진 모습을 보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이후에는 글라도스가 캐롤라인이라는 여성의 정신이 이식됐다는 과거가 알려지게 되는 데 이는 주인공이 아닌 어머니의 과거가 밝혀지는 것으로 자신이 적대시 하던 어머니를 이해하게 된다는 의미다.

 

휘틀리라는 공통의 적이 생기면서 서로를 이해하게 된 첼과 글라도스는 휘틀리와의 마지막 전투를 펼치게 된다. 이 전투에서 첼은 달로 포탈을 쏴서 하늘로 날아가게 되는데 글라도스가 이를 구해주게 된다. 이는 땅에서 치열했던 어머니와 딸의 싸움은 하늘의 달로 승화되면서 완전한 화해를 이뤘다는 것이다.

 

첼을 이해한 글라도스는 그녀에게 자유를 허락하고 지상으로 올려 보낸다. 또한 글라도스는 <포탈>에서 숨겨둔 동행큐브를 선물로 주는데 어머니의 딸에 대한 서투른 애정표현이라고 할 수 있다.

 

김수빈은 게임시장은 주 구매자인 남성을 위주로 조성됐을 뿐만 아니라 여성을 위한 소매채널의 부족, 상대적으로 부족한 여성 개발자 등의 이유로 여성을 위한 게임이 많지 않다. 그런데 여성만이 등장하는 <포탈>은 신선하고 혁신적이었다. 또한 사용하는 총도 누구를 죽이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을 탈출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점에서 폭력적이지 않아서 좋았다. 앞으로도 이런 게임이 나오길 바란다며 발표를 마쳤다.

 

 

   어이쿠 왕자님:미소년을 기르는 여성들

 



장민지(연세대 박사과정)

 

연세대 박사과정인 장민지는 여성을 위해 만든 <어이쿠 왕자님>을 가지고 인디와 동인 문화에 대해 발표했다.

 

2007년 발표한 <어이쿠 왕자님>은 아버지가 딸을 키우는 <프린세스 메이커>를 패러디 한 게임으로 기존의 남성적인 기조에서 벗어나 어머니가 되어 아들을 키울 수 있는 게임이다. 여기에 동성애적인 요소를 추가해 어머니가 아닌 아버지가 되어 아들을 키우는 것도 가능하다.

 

인디게임은 이윤 극대화를 목적으로 한 시장의 주류에서 벗어나 창작의 자유와 다양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동인게임은 게임 제작이나 동성애 등 비슷한 코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창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어이쿠 왕자님>은 동성애(일명 야오이 코드)라고 불리는 코드가 비슷한 사람이 모여 만든 게임으로 젠더 트러블의 관점에서 기존 여성의 정체성을 허물고 패러디를 통해 창조성을 구체화 시키고 있다.

 

젠더 트러블이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과 수행해야 하는 성이 맞지 않아 일어나는 혼란을 말하는 것으로 기존 남성과 여성의 역할의 구분이 교란되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프린세스 메이커>를 여자가 한다고 했을 때, 유저는 실제로 여성임에도 게임상에서 아버지라고 불린다. 이런 상황에서 유저는 혼란을 일으키게 되는 것이다.

 

 

<프린세스 메이커>에서 유저의 시점은 철저하게 남성적이다. 딸은 아버지에게 무조건 복종하고 딸의 모습 역시 남성이 원하는 이미지로 남성 중심적 사회가 원하는 여성의 모습이다.

 

반면 <어이쿠 왕자님>은 아버지 되기를 아버지 또는 어머니로 바꾸면서 젠더 트러블적인 요소를 표면적으로 제거하고 여성게이머가 직접 선택할 수 있도록 주체성을 부각시켰다.

 

이를 통해 여성이면서도 남성의 몸을 통해 성적환상을 즐기고 싶다는 욕망을 표현하고 유저 스스로 자신의 성을 결정함으로써 기존의 젠더 체계를 탈피해서 성에 역할이 고정돼 있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기쁨을 느끼는 것이다.

 

그럼에도 여전히 폭력을 지양하고 사회적인 관계를 중시하고 캐릭터를 꾸미는 등 전통적인 여성성을 강조했다.

 

장민지는 “<어이쿠 왕자님>은 기존에 터부시 되면서 공공연히 말할 수 없었던 것을 꺼냈다는 의미가 크다. 이런 장르는 기성장르로는 절대로 나올 수 없다. 그런 면에서 앞으로도 인디/동인 게임은 소수를 대변하고 금기를 깨는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시장이 크진 않더라도 이런 소수의 게임을 돌아보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발표를 마쳤다.

 

 

  모험 끝에 기다리고 있는 절망

 

이정남(서울대 박사과정)

 

서울대학교 박사과정인 이정남은 <브레이드>를 통해 파국으로 치닫는 영웅의 모험에 대해 발표했다.

 

2008년 조나단 블로와 데이비드 헬맨이 만든 <브레이드>의 첫인상은 <슈퍼마리오>처럼 발판을 뛰어 넘고 적을 밟는 단순한 게임으로 보인다. 하지만 시간을 조절하는 기능으로 플레이는 완전히 바뀐다.

 

유저는 플레이 중 실패하면 시간을 되돌릴 수도 있고 스테이지에 따라서 속도를 빠르게 하거나 느리게 할 수도 있고 반지로 일정 구간만 느리게 할 수도 있다.

 

이런 시간을 조절하는 능력을 가지고 주인공은 험난한 길을 헤쳐나가지만 유저를 기다리고 있는 결말은 해피엔딩이 아니다. 갖은 고생 끝에 주인공은 공주를 구하지만 공주는 터져버리고 하늘의 별이 된다.

 

<브레이드>의 엔딩은 2가지로 해석이 된다. 하나는 주인공은 공주를 납치하려는 악당이라는 것이다. 공주를 구하기 위해 수많은 난관을 거쳐왔지만 실상은 자신이 악당이라는 역설이다.

 

다른 엔딩은 물리학자인 주인공이 진리를 탐구하며 공주로 표현된 핵폭탄을 잡게 되지만 그 결말은 파괴 뿐이라는 것이다.

 

두 엔딩 모두 결말은 비극으로 끝난다. 시간을 되돌려 지난 과거의 실패를 수정할 수 있음에도 유저는 불행한 숙명을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이다.

 

영화 <블라인드찬스>에서 주인공이 기차역에서 기차를 타거나 못 타거나 둘 다 비극적인 결말로 끝나듯이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에서 자주 볼 수 있는 플롯이다.

 

이정남은 “<브레이드>는 영화나 소설에서는 선보일 수 없는 시간을 조종하는 능력을 유저에게 경험 시켰다. 그럼에도 엔딩의 비극은 막을 수 없었기에 더욱 강하게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었다. 또한 <브레이드>는독특한 스토리텔링과 몽환적인 그래픽과 음악을 연출하며 인디게임의 희망으로 등장해 <림보>등 훌륭한 게임이 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발표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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