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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남자친구·아들·사위를 위해 밤을 새우다’

디아블로3 한정판 대형마트 판매 현장 이모저모

김진수(달식) 2012-05-15 11:50:05

국내에서 <디아블로 3> 한정판은 크게 세 가지 방법으로 판매됐습니다. 14일 오후에 열린 D-1 이벤트 사전판매에서 구입하거나, 대형 마트, 그리고 인터넷 쇼핑몰(11번가 독점)을 통해 구해야 합니다. 물론 <디아블로 3> 일반판도 판매하고, <디아블로 3> 다운로드 버전도 온라인에서 바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세 방법 모두 예약판매 없이 선착순으로 한정판을 판매했기에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선착순이라는 점 때문에 한정판을 구하려고 전날부터 밤을 새우는 사람들도 있었죠. 14일 밤과 15일 아침에 대형마트를 찾아 <디아블로 3> 한정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을 만나 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 사생활 보호 차원에서 얼굴 공개를 거부하신 분들은 모자이크 처리를 했습니다.

 

 

■ 끈끈한 동지애로 뭉친 대기자들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 위치한 홈플러스 일산점은 24시간 영업하는 매장입니다. 이 매장에 <디아블로 3> 한정판이 12장 배분됐습니다. 판매 시작 시각은 15일 오전 9시였지만, 14일 오후 7시에 12명의 대기자가 생겨 더 이상의 대기자를 받지 않았습니다.

 

아무래도 24시간 영업하는 매장이다 보니 실내에서 밤을 보낼 수 있다는 점 때문에 일찍부터 사람이 몰렸습니다. 1등으로 도착한 한 커플은 14일 오후 2시부터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15일 오전 9시까지 19시간을 매장에서 기다리기로 작정한 셈이죠.

 

홈플러스 일산점 측에서는 매장에서 서서 기다리는 사람이 늘어나자 고객센터 한쪽에 대기 장소를 만들어 고객들이 조금이라도 편하게 기다릴 수 있도록 배려하기도 했습니다.


홈플러스 측에서 고객센터에 마련한 대기 장소.

 

한정판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14일 오후 11쯤 되자 오랫동안 같은 장소에 있으면서 친해졌더군요. 서로 햄버거나 귤 등을 나눠 먹으며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밤을 새울 준비를 하는 모습이었습니다. 대기자들끼리 손수 번호표를 만들어 하나씩 손에 쥐고 있더군요.

 

그 와중에도 <디아블로 3> 한정판을 구매하기 위해 찾아왔다가 대기자가 가득 찼다는 말을 듣고 허탈하게 돌아가는 사람들이 있더군요. 새벽 1시가 넘은 시각에도 혹시나하는 마음에 찾아온 사람도 있었습니다.


함께 밤을 새운 동지와 함께 나누어 먹는 음식은 꿀맛이었겠죠.

 

홈플러스 일산점을 찾은 12명의 대기자들은 대부분 직접 <디아블로 3>를 즐기려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디아블로 3>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더군요. 월차를 내고 온 직장인부터 다음 날 지각을 감수하고서라도 한정판을 사서 돌아가겠다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그중 눈에 띄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나이가 지긋한 아주머니 한 분이 조용히 번호표를 꼭 쥐고 앉아 있더군요. 그래서 어떻게 오게 됐는지 묻자, 16살인 아들이 <디아블로 3> 한정판을 갖고 싶다고 해서 대신 나왔다고 대답했습니다.

 

아들이 <디아블로 3> 한정판을 사고 싶어 아르바이트를 구하다가 돈이 부족해서 어머니에게 부탁했다네요. 이 어머니는 14일 아침에 <디아블로 3> 한정판을 사주지 않겠다고 했는데, 풀이 죽어 시무룩해진 아들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더랍니다.

 

16세인 아들이 보호자의 지도가 필요한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게임을 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는 어차피 하지 말라고 해도 아이들은 마음만 먹으면 어떻게든 청소년 이용불가 등급의 게임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차라리 아이가 게임 하는 모습을 지켜보고, 적절하게 시간을 통제해 주면 문제가 없을 것이다”고 대답하더군요.

 

이 어머니는 평소에도 아들과 딸이 게임을 할 때 뒤에서 지켜봐 주고, 아이가 착한 일을 하면 상을 주는 형식으로 게임 아이템을 사주기도 한답니다.

 

대기자들이 직접 만들어 손에 들고 있는 번호표 입니다.

 

 

■ 남자친구를 위해 노숙하며 한정판을 산 여자친구

 

15일 오전 7, 홈플러스 잠실점 앞에는 20여 명의 사람들이 이불을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밤을 새우며 기다린 흔적이 역력하더군요.

 

홈플러스 잠실점에도 <디아블로 3> 한정판이 12개 배분됐습니다. 하지만 14일 오후 6시에 12명의 대기자가 생겼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은 오전 8시부터 24시까지 영업을 하는 매장이라 대기자들은 밖에서 기다려야 했고요. 14일 오전에 비가 온 터라 쌀쌀한 날씨였지만 모두 꿋꿋하게 밤을 새우고 <디아블로 3> 한정판을 기다렸습니다.


밤을 새운 자리를 정리하는 대기행렬입니다.

 

한정판을 구매할 수 없음에도 일반판을 구매하기 위해 사람들이 늘어섰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영예의 1등은 고등학교 1학년 아들을 둔 어머니였습니다. 아들이 오후 4시부터 줄을 서서 자리를 맡고, 이후 교대해서 어머니가 밤을 새우며 1번 번호표를 받았습니다. 그런데, 그 뒤에는 손녀를 안고 있는 할머니도 있었습니다.

 

누구를 위해 줄을 서냐고 묻자 출장 간 사위를 대신해 한정판을 사려고 자리를 잡았답니다. 딸이 밤까지 줄을 서고 자신이 교대해서 계속 자리를 지켰다네요. 만약 한정판을 되판다면 얼마에 팔겠냐고 묻자 “안 된다! 사위를 줘야 하니 절대 팔 수 없다!”고 힘주어 답했습니다. 그리고 잊을 수 없는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손녀보다 들뜬 모습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장모님의 사위 사랑이 인상 깊었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대기열 중에는 미모의 여성이 다소곳이 자리를 지키고 있더군요. 직접 게임을 하기 위해 줄을 섰냐는 질문에 남자친구가 사오라고 해서 줄을 섰다고 하며 살포시 웃더군요. 이 여성은 14일 오후 6시에 도착해 밤을 새웠답니다.

 

(개인적으로) 천사 같은 여자친구를 고생시키는 남자친구가 얄밉더군요. 그래서 <디아블로 3>를 선물하면 남자친구가 게임을 하느라 데이트가 뜸해질 수도 있다고 귀띔하자 그래도 남자친구가 갖고 싶다는데 사줘야죠고 수줍게 웃으며 답하더군요.

 

이쯤 되자 오히려 함께 밤을 새운 주변 사람들이 울컥했습니다. 세상에 여자친구를 노숙시키고 자기는 자러 들어가는 남자가 어디 있냐고 말이죠. 하지만 당사자는 남자친구에게 잊지 못할 선물을 할 생각에 마냥 행복해 보이는 표정이었습니다.

 

이윽고 오전 8시가 되자 홈플러스 잠실점에서는 이미 줄을 선 고객들에게 1시간 일찍 한정판과 일반판을 판매하기 시작했습니다. 어차피 돌아가지도 않을 고객들이니 1시간이라도 빨리 제품을 구매할 수 있게 배려한 모양새였습니다. 그리고 <디아블로 3> 한정판 구매자들은 드디어 그토록 원하던 제품을 손에 넣고 행복해 하며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홈플러스 잠실점 <디아블로 3> 한정판 구매 인증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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