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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샌드박스 MMORPG에 FPS를 붙이다, 이브+더스트

NDC 2012: 하나의 우주, 여러 가지 게임들

안정빈(한낮) 2012-04-23 21:48:46

공상과학(SF) MMORPG <이브(EVE) 온라인>의 시작은 단순했다. 우주를 떠돌며 자원을 채취한다. 만약 <이브 온라인>이 그대로 머물렀으면 굉장히 지루한 게임이 됐을 것이다. 그래서 CCP게임즈는 <이브 온라인>의 우주에 다양한 콘텐츠들을 집어넣기 시작했다.

 

 

경제와 산업이 생겼고, 협동이 태어났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쟁도 이어졌다. 굉장히 긴 시간이 흐르면서 유저들의 네트워크가 점점 넓어지고 우주 전역이 유기적으로 작용하기 시작했다. 만족할 법도 하지만 CCP게임즈는 여기서 한 가지 물음을 더 던졌다.

 

우주는 충분한데 이제 행성은 어떻게 하지?”

 


 

 

그렇게 <더스트 514>의 개발이 시작됐다. <이브 온라인>이 우주 규모에서 벌어지는 일을 다루고 있다면 <더스트 514>에서는 행성 단위에서 생기는 일들을 FPS게임으로 풀어내자는 생각이었다.

 

서로 다른 방식의 두 게임을 같은 세계로 묶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일반적으로 <이브 온라인> <더스트 514>를 세계관과 설정만 공유하는 별개의 게임으로 낼 수도 있었지만, 성에 차지 않았다. 두 게임의 연동을 통해 서로 다른 플랫폼, 서로 다른 장르, 서로 다른 과금모델의 게임이 어우러지는 복합적인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어렵지만 가치 있는 도전이라고 판단했다.” CCP게임즈의 싸르딴 피에르 에밀손 수석 디자이너의 이야기다. 이 어려운 과정에 도전하기 위해 CCP게임즈는 먼저 <이브 온라인>의 원리를 파악하기 시작했다.

 



■ <이브 온라인>의 원리는 샌드박스와 상호작용

 

<이브 온라인>의 원칙은 세 가지다. 샌드박스, 인간의 상호작용, 그리고 진짜 같은 일이다. <이브 온라인>에서 유저들은 언제 어디서든 자신의 흔적을 남길 수 있다. 자유로운 공간을 받은 유저들은 그곳에 무언가를 만든다. 현실에서 모래상자(샌드박스)를 받은 어린 아이가 거기에 구멍을 내거나 성을 짓듯이.

 

이렇게 무언가를 만들고 나면 이번에는 그 무언가를 지키기 위해 자연스럽게 경쟁과 싸움이 벌어진다. <이브 온라인>의 거대 함선인 타이탄이 대표적인 사례다. 2006 <이브 온라인>에 업데이트된 타이탄은 2,000 명의 유저가 8개월은 걸려야 만들 수 있는 귀한 함선이다.

 

하지만 첫 타이탄은 제조된 후 30초 만에 다른 세력에 의해 부숴졌다. 그 동안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간 유저들은 복수를 꿈꾼다. 거기서 자연스럽게 유저들의 이야기가 생겨난다. 유저 내러티브다.

 



두 번째는 인간의 상호작용이다. 대부분의 게임은 유저에게 독립된 자신만의 구역을 제공한다. 유저는 다른 유저의 공간에 극히 일부만접근할 수 있다. 혼자, 혹은 정해진 일부만 사용할 수 있는 모래상자다.

 

하지만 <이브 온라인>은 모든 유저들의 모래상자를 한곳에 모았다. 거대한 모래상자에서는 혼자서는 만들 수 없었던 거대한 성을 지을 수도, 다른 유저들과 직접 부딪히며 협동할 수도 경쟁할 수도 있다. <이브 온라인>의 우주도 마찬가지다.

 

<이브 온라인>의 세력도는 하루가 다르게 변한다. 거대한 연합이 하룻밤에 무너지거나 작은 세력이 뭉쳐 큰 세력으로 바뀌는 일도 빈번하다. 모두의 샌드박스를 한 곳에 모음으로써 하나의 생태계를 만들어 낸 것이다.

 


 

마지막은 진짜 같은 일이다. 게임을 하는 유저에게는 이게 진짜라고 믿는 일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신이 만든 무언가가 이유 없이 사라지거나 바뀌면 안 된다. 반대로 유저의 행동에는 반드시 결과가 있고, 그 결과가 크든 작든 세계에 영향을 미쳐야 한다.

 



■ 하나의 행동이 다른 게임에 영향을 준다

 

이제 <이브 온라인> <더스트 514>의 구조를 설명할 차례다. 다수의 게임이 하나의 우주를 사용한다. 우주가 모래상자라면 게임은 모래상자를 갖고 놀기 위한 도구다. 그럼 여기서 모래는 무엇일까?

 

모래는 바로 유저가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는 무언가. 물질이 될 수도 있고, 규칙이나 원칙이 될 수도 있다. 그리고 플레이어가 영향을 미친 모든 것들은 또 다른 사람들에게 모래가 된다. 사람들은 모래, 즉 다른 누군가가 영향을 미친 무언가를 가져가서 또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 낸다.

 

‘카오스’ 이론으로 설명하자면 굉장히 많은 나비(유저)가 ‘날갯짓’을 하고, 그 날갯짓에서 생겨난 폭풍이 흔적을 남긴다. 그리고 이 흔적들이 쌓여서 다시 모래를 이루는 방식이다. 결국 <더스트 514><이브 온라인>의 모래상자에 한층 더 많은 날갯짓을 가져다 줄 도구인 셈이다.

 


 

<이브 온라인> <더스트 514>는 독립적인 게임이다. 두 게임은 실시간으로 완전히 연동되지도 않는다. 하지만 <더스트 514>의 전투 결과는 <이브 온라인>에 영향을 미치고, 반대로 <이브 온라인>의 경제는 <더스트 514>의 세계를 바꾼다. 두 게임 유저들이 같은 모래를 갖고 놀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모든 건 누구나 흔적을 남길 수 있는 샌드박스 안에서 벌어져야 하며, 그 영향도 진짜 같아야 한다. 진짜 같은 영향력이 아니면 재미를 못 느끼기 때문이다.

 

모래상자도 단순히 쌓아 두기만 하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CCP게임즈는 <이브 온라인> <더스트 514>처럼 모래상자에 접근할 수 있는 다양한 도구들도 늘려 나갈 생각이다. 휴대폰을 이용해 마켓에 접근해서 장비를 구입하고 <이브 온라인>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다양한 기능들을 즐긴다.

 

모든 사람들이 미친 영향이 서로 얽히고 섥히면서 새로운 것들을 만들어 낸다. 아직은 멀게만 느껴지는 비전이지만 <더스트 514>를 기점으로 도전은 시작됐다.

 

<더스트 514>는 올해 여름 PS3 PS Vita로 발매될 예정이다. 싱글플레이 모드가 있지만 비중은 크지 않다. 게임의 주력 콘텐츠인 온라인 플레이는 부분유료화 방식으로 서비스된다. 다음은 올해 공개된 <더스트 514>의 최신 영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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