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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프로야구선수 초상권 2배 인상, 타당할까?

해설: 다시 불붙은 선수 초상권 논란의 핵심

현남일(깨쓰통) 2012-03-19 11:30:00

프로야구선수협의회(이하 선수협)는 손민한 회장-권시형 사무총장 시절이던 지난 2011 1, NHN과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퍼블리시티권(초상권) 사용 5년 독점 계약을 맺었다.


NHN은 이후 퍼블리시티권을 CJ E&M 넷마블과 엔트리브소프트 등 다른 게임사들에 재판매했고, 이로써 당시 온라인게임계와 프로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이른바 ‘프로야구 라이선스 대란’은 일단락됐다.

 

하지만 끝난 줄 알았던 라이선스 논란이 최근 다시 불거졌다. 박재홍 회장-박충식 사무총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한 선수협이 최근 NHN과의 기존 계약은 무효라며 계약 해지를 일방적으로 선언하고 나섰다.

 

선수협은 2011년 계약이 당시 사무총장 권 씨가 NHN의 자회사 와이즈캣으로부터 약 26억 원의 뇌물을 받은 데서 시작돼 체결된 부정하고 불공정한 거래이기 때문에 계약해지가 정당하다는 입장이다.


반면 NHN은 2011년 퍼블리시티권 독점계약은 뇌물 수수 건과 무관한 별개의 거래이며, 뇌물과 관련없이 투명하게 진행됐기 때문에 해지는 인정할 수 없다며 맞서고 있다.

 

그런데, 겉으로 드러난 ‘계약의 유효성’ 논란 뒤에 선수협과 NHN의 사정을 살펴보면, 결국 이번 분쟁은 로열티. 즉 프로야구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이 어느 정도의 가치가 있느냐에 대한 양측 입장이 충돌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디스이즈게임 현남일 기자


 

■ 5% → 10% 인상, 과연 정당할까?

 

선수협과 NHN이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는 부분은 바로 퍼블리시티권 사용료(로열티) 인상 여부다. 선수협은 큰 폭의 인상을 원하는 반면, NHN은 기존 수준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현재 NHN은 선수협 소속 전·현직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다른 게임사들에게 판매하면서 로열티로 해당 게임 매출의 5% 수준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협은 기존 계약을 해지하고, 선수협 소속 선수와 함께 일구회 소속 은퇴선수 퍼블리시티권까지 모두 묶어서 총 매출의 10% 수준을 게임업체에 요구한 것으로 확인됐다.

 

만약 선수협의 입장이 그대로 관철된다면 <마구마구> <슬러거> <프로야구 매니저>처럼 전·현직 선수들이 실명으로 등장하는 온라인 야구게임들은 로열티 부담이 이전 대비 큰 폭으로 뛰게 된다.

 

현재 <마구마구> 같은 게임은 선수협 소속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실명을 사용하는 조건으로 총 매출의 약 5%를 로열티로 지급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협은 여기에 일구회 소속 은퇴선수까지 묶어서 총 매출의 10%를 로열티로 요구할 계획이다. 

 

결국 문제의 핵심은 선수협이 요구하는 ‘총 매출의 10%’가 과연 정당한 수준이냐 하는 것이다.

 

선수협은 현재의 5%는 야구게임들의 매출, 그리고 뇌물사건 등에 의해 지나치게 저평가됐다는 입장이다. 선수협은 14일 협회 홈페이지를 통해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지난 2011 NHN으로부터 받은 퍼블리시티권 사용료는 모두 355,000만 원이었지만, 여기에 와이즈캣이 전임 사무총장에게 뇌물로 건낸 액수도 그 74%에 이르는 26억 원이었다며,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은 그보다 훨씬 높은 가치가 있다고 주장했다.

 

게다가 10%는 선수협 소속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만이 아니라 기존에 별도로 계약해야 했던 일구회 소속 은퇴선수들까지 포함된 통합 라이선스인 만큼 인상은 당연하다는 주장이다.

 

선수협은 와이즈캣의 주주들은 게임의 서비스로 26억 원의 3,000%에 달하는 800억 원의 이득을 얻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반론도 있다. 선수협이 요구하는 ‘총 매출의 10%’는 우리나라보다 훨씬 이른 시기에 야구게임이 자리를 잡았고, 선수들의 권익이 보장된 일본이나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면 지나치게 높다는 것이 게임업계의 지적이다.

 

현재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계는 구단명과 함께 현역선수의 퍼블리시티권 사용료를 합해 게임업체에 약 5%~6%의 로열티를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과 일본의 프로야구 시장 규모와 한국 프로야구 시장 규모를 비교해 보면 선수협의 요구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선수협의 요구인 ‘총 매출의 10%’는 어디까지나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에만 해당된다는 점도 생각해야 한다. 만약 게임업체가 여기에 추가로 8개 프로야구 구단의 구단명·엠블럼 등의 사용을 원할 경우 한국프로야구위원회(KBO)와 별도의 라이선스 계약을 맺어야 한다.

 

현재 KBO의 라이선스 판매를 대행하고 있는 CJ E&M 넷마블이 제시하는 로열티는 5% 수준으로, 선수협의 요구를 모두 수용할 경우 <마구마구>나 <슬러거> 같은 게임들의 로열티 부담은 총 매출의 최대 15%까지 올라간다. 또한 선수협의 로열티가 올라가면, KBO 로열티의 연쇄 상승도 예상해 볼 수 있다.

 

<슬러거>는 한때 KBO 라이선스를 획득하지 못해 모든 팀명이 가명인 상태에서 서비스를 진행한 적이 있었다.

 

 

■ 로열티 부담 증가, 신작 개발에 영향 없나?

 

게임업계 입장에서는 이번 분쟁의 당사자인 NHN이 아니라고 해도 이번 사태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무엇보다 선수협의 주장에 따라 로열티가 큰 폭으로 뛰게 된다면 당장 새로운 야구게임 개발에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고, 나아가 시장의 위축으로 연결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야구게임은 다른 캐주얼 장르에 비해 전문성과 게임업체의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기 때문에 신생 개발사가 섣부르게 도전하기 쉽지 않은 장르로 꼽힌다. 실제로 현재 국내에서 서비스를 준비 중인 야구게임 신작을 살펴보면, 이미 국내 시장에서 성공한 게임들의 후속작이나 <MLB 2K 온라인>(가칭), <MVP 베이스볼 온라인>(가칭) 등 해외에서 기반을 닦은 야구게임의 온라인 버전이 대부분이다.

 

이런 상황에서 로열티 부담까지 증가한다면 신생 개발사의 야구게임 개발은 더 위축될 우려가 있다. 신작 개발이 위축되면 시장에 결코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칠 것은 자명한 일이다.

 

현재 국내 온라인 야구게임 시장은 이미 자리를 잡은 게임들의 후속작이 아니면, 전혀 새로운 IP의 야구 게임 개발이 뜸해진 상태다.

 

게임업계는 전·현직 선수들이 퍼블리시티권 협상 창구가 ‘게임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선수협으로 돌아갈지도 모른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NHN은 만약 로열티 문제만 원활하게 해결된다면 협상 창구를 선수협에 돌려주는 것 자체는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 NHN이나 현재 KBO 라이선스 판매를 대행하는 CJ E&M 넷마블이나, 모두 같은 게임업계 사람들이다. 그렇기 때문에 야구게임을 개발하는 게임사 입장에서는 여러 가지 면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데 편한 점이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하지만 선수협이 향후 퍼블리시티권 협상권을 가져간다면 어디까지나 권리를 가진 단체로서 퍼블리시티권을 무기 삼아 게임업체를 압박할 가능성이 있지는 않을까 우려되는 게 사실이다. 아무래도 이야기를 나누는 데 불편한 점이 많이 생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선수협은 최근 NHN과의 협상에서 전임 사무총장에게 뇌물을 제공한 혐의가 있는 와이즈캣에 페널티로 선수협 퍼블리시티권 사용을 금지하겠다고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것이 관철된다면 향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또 벌어질 가능성 또한 충분히 예상해 볼 수 있다.

 

현재 와이즈캣은 <슬러거> 외에 후속작으로 <프로야구 더 팬>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선수협은 뇌물 사건에 대한 징벌적 의미로 와이즈캣의 모든 게임에 대해 전·현직 프로야구 선수 퍼블리시티권 사용을 모두 불허하겠다고 천명한 상태다.

 

이번 사태에 대해 게임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선수협은 온라인 야구게임이 이렇게 빠른 성장을 거둔 것은 전적으로 온라인 게임계가 프로야구의 인기에 편승한 결과, 또는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을 이용한 결과라는 식으로 여론을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온라인 야구게임이 성장한 것은 프로야구의 인기와 더불어 업계인들의 노력도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프로야구계도 최근 몇 년 동안 인기 상승과 인프라 향상에는 온라인 야구게임의 공도 있었다는 점을 이해해 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어서 관계자는 “물론 지금까지 게임업계가 프로야구 선수들의 퍼블리시티권 사용과 관련해서 많은 실수를 범했고, 지금까지 프로야구 선수들이 자신들의 권익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 것도 일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야구게임과 프로야구는 서로 협력할 것은 협력하고 양보할 것은 양보하면서 상생해야 시너지 효과를 내면서 더욱 더 발전할 수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 2009년, 타이틀 스폰서를 찾지 못해 위기에 봉착했던 한국 프로야구에 손을 뻗은 것은 다름 아닌 게임업체인 CJ인터넷이였다.(현 CJ E&M 넷마블) 최근 프로야구 제 9구단을 창단한 것 역시 게임업체인 엔씨소프트다.

 

[게임업계와 프로야구 선수 초상권 사용 일지]

2006

선수협 KBOP와 초상권 위임계약(~2010년 종료)

2009 3

삼성전자, 프로야구 타이틀 스폰서 포기

CJ인터넷( CJ E&M 넷마블) 타이틀 스폰서 후원 결정

2009년 하반기

이상훈 포함 은퇴선수, <마구마구> <슬러거> 초상권 문제 제기 (이후 일구회 및 선수협 은퇴선수들의 소송발생)

CJ인터넷, KBOP와 선수 초상권 및 팀명 엠블렘 3년 독점계약 발표

선수협 반발 및 계약 불인정 선언. KBOP와의 초상권 위임계약 해지 선언 및 가처분 신청, 독점계약 무효소송

이 시점에 와이즈캣이 선수협 사무총장에 뇌물제공한 혐의를 받고 잇음

2010 5

네오위즈게임즈와 <슬러거>, 선수협과 초상권 사용계약 체결

2011 1

선수협, NHN 5년간의 초상권 위임계약 체결

CJ인터넷, KBOP 라이선스 독점 해지 선언

<슬러거> <마구마구> <프로야구 매니저> 등 서비스중이던 야구 게임들이 NHN/CJ와 협의 후 선수 초상권과 KBO 팀명 라이선스 잇달아 획득. 이에 따라 라이선스 파문 1라운드 종료

2011 2

은퇴선수 초상권 인정 및 배상 판결

2011 3

CJ 인터넷 KBO의 스폰서 교체 요청에 후원 종료

2011 12

선수협, 전임 집행부 비리 문제로 임원진 교체

2012 3

선수협 NHN과 위임계약 무효화 선언 및 일구회와 은퇴선수 초상권 합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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