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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게임

[OOI 2019] '간접 조작'으로 만든 저 세상 플랫포머 'Ci-Simulator'

난해한 조작의 플랫포머, 어려움, 새로움, 그리고 재미는 어떻게 하나가 될까?

김재석(우티) 2019-10-24 10:58:19

대한민국에 단 하나 뿐인 실험 게임 페스티벌 '아웃 오브 인덱스'(Out Of Index​, OOI)가 오는 10월 26일 (토) 서울혁신파크 상상청 2층에서 열립니다.

 

올해는 <벡트로놈>, <인피니트 칠드런>을 비롯해 5종의 게임이 공식선정작으로 뽑혔는데요. 페스티벌 현장에서는 선정작의 오프라인 쇼케이스, 직접 플레이와 직접 교류 행사 등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이번 OOI에서는 ‘Out Of Arcade’ 라는 제목으로 대안 컨트롤러 게임들을 모은 초대 전시가 함께 열릴 예정이라고 하네요.

 

디스이즈게임에서 아웃 오브 인덱스의 오거나이저들이 공식선정작의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인터뷰를 공개합니다. 오늘은 '간접 조작'을 주제로 만든 실험적 플랫포머 <Ci-Simulator>의 R3C0D3r(이승현)입니다.

 

이 연재는 아웃 오브 인덱스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 편집자 주 

 


 

 

 

간단한 자기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이 작품을 함께 만든 분들이 있다면 그분들 소개도 해주세요.

 

안녕하세요, 취미로 게임을 만드는 (예비) 대학원생 R3C0D3r(이승현)입니다. 이번에 아웃 오브 인덱스에서 <Ci-Simulator>를 여러분들에게 보여드리게 되었습니다. 이 게임 대부분은 저 혼자서 만들었습니다. 게임 내 스프라이트 일부는 당시 게임 잼을 진행 할 때 옆에 있던 친구 ShaPal(김지승)이 도와 주었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처음이 궁금합니다. 이 작품의 아이디어를 어디서 얻었나요?

 

이 게임은 원래 "보드카 게임 잼"에 출품된 작품입니다. 이 게임 잼은 제가 속해 있는 디지스트의 게임 제작 동아리 보드카 게임즈에서 2017년부터 매 년 혹은 매 학기 개최하고 있는 게임 잼입니다. <Ci-Simulator>는 지난 겨울 게임 잼에 제출한 게임으로, 당시 주제는 "간접 조작"이었습니다.

 

이 기믹은 게임을 직접적으로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 무언가 다른 요소를 통해서 조작을 대신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처음에는 언제나 그랬듯이 자주 사용하는 "게임 메이커" 엔진을 키고 간단하게 스프라이트를 찍으면서 브레인 스토밍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던 중 나온 아이디어는, 캐릭터를 움직여서 특정 구역에 도달하면, 그 특정 구역에 배정된 움직임이 주인공 캐릭터를 움직여 목표 지점에 도달하게 만드는 게임이었습니다. 

 

그런데 구현을 하다 보니 어디선가 플레이한 적 있다는 느낌도 있었고, 근본적으로 재미가 부족해서 거기서 아예 시점을 바꾸어서 "다른 개체의 움직임을 복사하는 것은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기본 기믹을 정하고 테스트로 스테이지를 몇 개 만들어 보니, 상당히 괜찮은 아이디어 같아서 마저 만들게 되었습니다.

 

 

이 실험의 성공 여부를 스스로 평가해주실래요?.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시는 이유도 알려주세요.

 

주변 사람들에게 이 게임을 보여줬을 때, "새롭다"라는 의견을 많이 들었습니다. 제 주변에는 운 좋게도 게임을 만들었을 때, 이 게임을 기꺼이 테스트해 주고, 솔직한 평가를 내려 주며, 때로는 버그를 찾아주는 고마운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에는 저 만큼이나 인디게임을 좋아해 다양한 기믹을 많이 알고 있는 사람들도 있고, 다양한 게임을 많이 경험해보지는 않은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번 게임의 경우, 여러 사람들에게 보여 주었을 때, 게임 기믹이 상당히 새롭다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사람들에게서 들은 두 번째 의견이 "재밌다", 혹은 "어려운데 재밌다" 였습니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어떤 형태라도 재미를 느껴야 한다고 그게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가챠 게임(캐릭터 기반 뽑기 게임)을 안 좋아하지만, 만일 돈을 사용해서 캐릭터 뽑기를 하고, 희박한 확률을 뚫고 자신이 원하는 캐릭터를 뽑는 것에 "재미"를 느낀다면, 그거는 그 사람에게는 게임이 되겠지요. 

 

제 게임에서는 지금까지 보지 못했던 새로운 기믹을 접하고, 그리고 이를 이용해서 퍼즐 플랫포머를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성취감을 넘어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디자인되었습니다. 최근의 <BABA IS YOU>의 경우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매번 게임을 만들 때마다 제 자신의 세계를 표현하는 실험을 한다고 생각하는 제 입장에서, 이번 실험은 상당히 성공적인 실험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추가로, 게임을 만들 당시에는 시간이 이틀밖에 없었기 때문에 스테이지 디자인을 다소 급히 했지만, 천천히 생각해 보면 이 기믹을 활용한다면, 상당히 여러 가지 재미있는 스테이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중에 여유가 있어 아이디어를 더 발전시킬 수 있는 상황이 온다면 게임 출시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다소 난해하다 생각될 수 있는 조작법이 요구됩니다. 조작이 어려운 게임과 조작이 실험적인 게임을 구분할만한 가장 큰 차이는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조작 법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매우 난해한 것 같지만요. (웃음) 사람들의 손이 이래저래 꼬이기 시작하는 것을 옆에서 보고 있으면 참 재밌습니다. 우선, 여기서는 조작이 어려운 게임을 플랫포머 자체의 난이도가 어려운 게임(메트로베니아 계열이나 <I wanna be the ...> 시리즈나 팬 게임 계열)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조작 방식이 어려운 게임이라고 하겠습니다. 

 

조작이 어려운 게임과 조작이 실험적인 게임은 사실 어느 정도 겹치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하고, 두 게임의 기준에 차이점이 있는가에 대해서는 생각을 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가장 먼저, 한 때 스트리머들 사이에서도 매우 유명했었던 일명 항아리 게임, <Getting Over It with Bennett Foddy>를 살펴 봅시다. 이 게임의 조작은 망치가 마우스를 따라간다는 점에서 직관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게 결코 쉬운 조작 방식은 아닙니다. 조작 방식이 난해하기 때문에 클리어까지 몇 시간씩 걸리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죠. 저는 이 게임이 "게임의 재미"에 대해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있다는 점에서 실험적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에서 이 조작 방식 자체 또한 어느 정도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지만, 이 게임을 굳이 분류하자면 조작 방식이 실험적인 게임이 아니라 게임 자체가 실험적으로 제작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동일 개발자의 또 다른 예시를 들면, <QWOP>가 있습니다. 이 경우, 조작 키는 qwop이고, 조작 방식은 이 키들이 캐릭터 의 관절을 움직이기 때문에, 기존 wasd 또는 방향키로 쉽게 좌우로 움직일 수 있었던 것을 상당히 난해하게 만들어 둔 게임입니다. 이 게임은 <Ci-Simulator>가 제시하는 포인트와 겹치는 점이 상당히 많다고 생각합니다. 이 게임은 어렵고, 어려우면서 재밌습니다. 그리고 조작 방식도 새롭습니다. 캐릭터를 움직이는 새로운 조작 방식을 익히는 과정에서 플레이어는 성취감과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되어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이 게임을 실험적으로 만들어 주는 요소가 조작 방식인 만큼, 조작 방식이 실험적인 게임이라고 할 수 있겠죠.

 

마지막으로, 테리 카바나그의 <VVVVVV>입니다. 이 게임에서는 점프가 없습니다. 플랫포머에서 점프 키에 배정되어 있는 키를 누르면, 이 게임에서는 중력 방향이 반전됩니다. 그러나, 이 점을 제외한 조작 키는 일반적인 플랫포머에서 택하는 방식과 동일합니다. 이럴 경우, 조작 방식이 어렵지는 않은 게임이겠죠. 그러나, 이 게임은 앞서 말한 점프가 중력 반전으로 대체되는 기믹 때문에, 스테이지를 넘어가는 데에 있어서 새로운 생각을 요구합니다. 대표적으로, 'Driller' 스테이지가 있습니다.

 


이 스테이지에서는 자신의 바로 앞에 가시가 있습니다. 일반적인 플랫포머라면 단순히 점프로 지나갈 수 있지만, 여기서는 그게 안 되기 때문에 아래의 구멍으로 내려가야 하는데요, 아래까지 내려갔다 오는 길에는 단순히 점프 한 번을 뛰는 것보다는 훨씬 어려운 스테이지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이 게임은 기믹이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이 기믹은 점프를 중력 반전으로 바꿔 조작 방식에서의 실험적인 아이디어가 있었기 때문에, 조작 방식이 실험적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 경우를 보았을 때, 조작 방식이 어려운 게임과 조작 방식이 실험적인 게임을 구분하는 것은 쉽지 않고, 각각의 경우를 모두 따져 봐야 하는 경우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두 조건이 어느 정도 서로 만족할 수도 있으며, 반대로 서로 불만족하는 경우가 있을 수도 있다는 점에서 딱 집어서 말하기는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조작 방식이 실험적인 게임인지 아닌지에 대해서 구분을 한다면, 이는 새로운 조작 방식을 플레이어가 경험했을 때, 여기에서 "새롭다", 와 "재밌다"를 느끼면 괜찮지 않나 생각합니다.

 

 

 

/ 인터뷰 진행: 루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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