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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김두일 칼럼 (1)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의 우려 그 원인은?

한국 모바일게임의 위기와 극복 방안 1/6

모험왕 2017-01-30 11:52:25

어떤 산업이건 태동과 발전, 그리고 성숙기를 거쳐 마침내 쇠퇴하는 사이클이 있다. 태동은 했으나 제대로 발전하지 못하고 사라진 수많은 분야가 있었다. 하지만 그 경우 ‘산업’이란 표현을 쓰기에 적절치 않으니 논외로 치자. 

 

대체로 태동기와 발전기에 해당 산업에 뛰어든 선도자들은 모험을 무릅쓴 대가로 달콤한 성공의 열매를 누리는 경우가 많다. 반면 성숙기 이후 뛰어든 후발주자들은 노력과 비용에 비해 얻어가는 것이 적거나 혹은 실패할 확률이 더 높다. 이는 산업과, 그 산업을 만들어 가는 기업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다. 

 

현재 위기론이 대두되고 있는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경우 성숙기를 넘어 쇠퇴기에 접어들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일반적으로 카카오 게임센터의 오픈(2012년 8월)을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이 본격적으로 발전하기 시작한 시점으로 본다. 그로부터 아직 만 5년도 안 됐는데, 벌써 한국 모바일게임 산업의 위기와 쇠퇴를 걱정하는 상황이다. 

 

왜 그렇게 된 것일까? 지금부터 그 이유와 흐름을 분석해 보고자 한다. /퍼틸레인 고문 & 한중 게임 전문가 김두일(디스이즈게임 필자 모험왕)

 

※ 외부 필자의 칼럼은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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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낮은 개발과 유통 장벽의 부작용, 높은 마케팅 장벽

 

PC 온라인게임에 비해 모바일게임은 진입장벽이 낮다. 100억 원 이상의 개발비와 5년 이상의 개발 기간이 걸리는 온라인게임에 비해 모바일게임은 짧게는 3개월에서 1년 이내에, 소수의 개발팀으로도 완성할 수 있다.

 

유통구조도 매우 간단하다. 전 세계 양대 스마트폰 OS를 지배하는 애플과 안드로이드에는 플랫폼 생태계 구축을 위한 앱 마켓이 있다. 바로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인데, 개발자는 해당 마켓에 개발자 등록을 하고, 게임이 검수를 통과하면 유저는 자유롭게 그 게임을 다운로드 받아 즐길 수 있다. 개발자와 앱 마켓은 그를 통해 발생한 수익을 나눈다. 

 

초창기에는 재기발랄한 개발자들이 얼마든지 모험과 도전을 할 수 있었고, 그를 통한 성공의 신화도 만들어졌다. 폭발적인 스마트폰 보급과 개발자와 게임 사용자가 함께 만들어가는 플랫폼 생태계 구축이 산업의 진입장벽을 매우 낮추었고, 이는 폭발적인 성장세 즉 발전기를 이끌었다.

 

  

그런데 모바일게임이 속칭 ‘돈이 되는 산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보이자 거대 자본을 갖춘 메이저 퍼블리셔들이 대거 이 시장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대형 회사들은 그들만이 가지고 있는 장점을 십분 발휘했다. 제작 규모의 거대화, 화려한 마케팅, 운영 비중의 확산, 여기에 인 앱 결제 유도의 고도화 등이 진행되었다. 

 

그 결과 단기적으로는 기업 매출은 높아지고 산업 규모를 성장시키는 긍정적 효과를 가져왔다. 그러나 낮은 진입장벽에 뛰어드는 개발사들이 많아지자 도리어 경쟁이 격화되기 시작했다. 이 경쟁은 창의적인 콘텐츠의 개발, 기술적 완성도보다 자본과 물량 중심의 마케팅으로 집중되었다. 이는 모바일게임 산업의 가장 큰 장점이었던 낮은 진입장벽을 거꾸로 높아지게 만들었다.

 

과거 PC 온라인게임 시절에는 만드는 것 자체가 어려워 진입장벽이 높았다. 대신 완성이라는 힘든 진입장벽을 넘어서면 시장의 경쟁자가 적다 보니 매출 발생이 상대적으로 쉬웠다. '고생 끝에 낙이 있다'는 보람이 있었다. 

 

모바일게임 시대에는 개발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져서 개발의 완성 및 서비스의 시작은 쉬우나 대신 사용자(게임유저)에 비해 너무 많은 게임이 시장에 등장했다. 유저의 선택을 얻기 위해 큰 규모의 마케팅 비용이 필요하게 됐다. 이런 까닭에 잘 만들고도 실패하는 사례가 많아지게 됐다. 개발의 진입장벽은 낮아졌으나 선택의 진입장벽은 더 높아진 셈이다.

 

 

2. 한국형 플랫폼 구축의 실패

 

세계를 양분하는 모바일게임 플랫폼이 구글과 애플이라면 한국 모바일게임의 가장 영향력 있는 플랫폼은 카카오 게임센터다. 세계 최초로 모바일 메신저를 게임에 연동시켰던 카카오의 시도는 한국 모바일게임의 활화산 같은 발전을 이끌었다. 당시 수익모델이 빈약했던 카카오에 주력 캐시카우를 만들어 줬다. 

 

그뿐만 아니었다. 전 세계 3대 모바일 메신저에 해당하는 중국의 위챗과 일본의 라인도 비슷한 형식으로 모바일게임과 연동하도록 영향을 끼쳤다. 가히 세계 모바일게임 역사에 남을 만한 획기적인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이런 카카오 플랫폼의 수혜를 입은 성공신화가 대거 등장했다. 

 

<애니팡>의 신화를 만들었던 선데이토즈, <아이러브커피>의 파티게임즈 등이 단숨에 주식 시장에 상장했다. 오랜 침체기를 통해 회사의 미래가 불투명했던 넷마블은 PC에서 모바일로 완전한 전환에 성공했고 최고의 전성기에 들어서는 계기를 만들었다. 이를 통해 많은 투자가 모바일게임 산업에 몰리는 순 영향도 발생했다.

 

 

하지만 여기까지였다. 후발주자인 텐센트의 위챗이 안정적 모바일게임 플랫폼으로, 네이버의 라인이 소셜 퍼블리싱의 수단으로 발전해 가는 동안에 카카오 게임센터는 최초의 목적이었던 사용자 인프라를 통한 마케팅 수단의 역할 이상으로 발전하지 못했다. 오히려 시장에서 비판을 들었다. 과도한 수수료 때문이었다. 

 

구글이나 애플에 30%의 수수료를 지급하는 개발사 혹은 퍼블리셔 입장에서는 카카오 입점을 위한 21%의 수수료가 매우 부담스러웠다. 초기에는 21%를 지급하고도 매력적이었던 마케팅 플랫폼으로서의 카카오가 시간이 흐를수록 사용자들의 피로도를 증대시켜 마케팅 효과를 낼 수 없다는 문제점이 노출됐다. 

 

그 시점에 카카오는 수수료를 조정하거나 혹은 수수료에 걸맞은 적극적인 마케팅 지원을 했었어야 했다. 하지만 눈앞의 수익률을 포기할 수 없었고, 이는 한국형 플랫폼 구축의 성공이 생태계의 발전과 무관해지는 결과로 이어지게 됐다.

 

아이러니하게도 카카오 게임센터의 급성장 덕분에 구글 플레이스토어는 어부지리로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장악하게 됐다. 원래 한국의 모바일게임 시장은 통신사 주도였고 그중에서도 최대 통신사업자 SKT의 티스토어가 60% 이상을 점유하고 있었다.

 

통신사업자 고객 유치가 주목적이었던 SKT에게 게임(혹은 앱 마켓)은 부가적인 사업이었다. 유치한 고객의 SMS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이익을 거두던 SKT에게 카카오톡의 무료 모바일 메신저는 불쾌한 애플리케이션이었다. SKT와 카카오는 양립하기 힘든 대립 관계가 됐다. 이런 상황에서 카카오는 게임 플랫폼 사업의 파트너로 구글 플레이 스토어를 선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후 카카오 게임센터의 초기 폭발적인 성공은 단숨에 게임 사용자들을 구글로 옮겨가도록 만들었다. 그 결과 한국의 통신사 앱 마켓은 붕괴에 가까운 타격을 입었고 구글은 한국 시장의 80% 이상 점유하는 뜻밖에 수혜를 누리게 된다. 현재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전 세계 안드로이드 매출 규모에서 탑5 안에 들어가는 규모로 성장했으니 SKT 입장에서는 꽤 씁쓸한 상황일 것이다. 

 

역사에 가정은 없다지만 만약 당시에 카카오가 본인들의 게임 플랫폼 사업의 파트너로 한국의 통신사를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더라면 어떻게 됐을까? 한국 시장은 중국처럼 독자적인 표준의 3자 마켓들 같은 독특한 형태를 띠고 있었을 것 같다. 독자적인 표준의 마켓이 구성돼 있다면 시장의 주도권을 지금처럼 단기간에 몇몇 대형 회사 혹은 해외 기업(특히 중국게임들)에게 너무 쉽게 내주는 상황으로 몰리지는 않았으리라는 것이 필자의 판단이다. 

 

눈앞의 이익에서 눈을 돌리지 못한 여러 이해 관계자들의 행동은 독자적인 한국형 플랫폼의 구축 실패로 이어졌다. 이는 안방시장을 내주고, 이후의 해외진출도 어렵게 만드는 중요한 이유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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