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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중국 게임의 표절 논란,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안정빈(한낮) 2017-01-06 22:03:17
지난해 말 <로스트테일>의 국내서비스가 논란이 됐다. 넥스트무브에서 서비스하는 <로스트테일>의 정체(?)가 <트리오브세이비어>와 유사한 게임인 <미성물어>였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다. 누군가는 단순히 '고치고 서비스하면 되는 가벼운 문제'로, 누군가는 이미 흔하디 흔한 '비슷한 게임' 중 하나로 보고 넘어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안을 조금 더 들여다 보면 상황은 다르다. 이미 '모바일게임의 표절' 문제는 어느 한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막기에는 불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특히 중국 모바일게임의 상황은 더 심하다. 지금이라도 막지 못한다면 더 큰 문제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는 상황이다.

모바일게임 표절과 관련해 국내 일부 개발사 역시 논란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다만 이번에는 주제가 <로스트테일> 논란인 만큼 중국 개발사의 상황에 먼저 집중했다. 국내 개발사의 이야기는 이후 별도로 다루겠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관련기사

[이슈분석 ①] 로스트테일, 트리오브세이비어 표절논란. 무엇이 문제길래?

[이슈분석 ②] 끊이지 않는 한-중 표절게임 논란, 어떤 이슈 있었나
[칼럼] 중국 게임의 표절 논란, 이제는 정부가 나서야 할 때다 (현재기사)​
 
<로스트테일>이라는 이름으로 국내 서비스를 준비해 논란이 된 게임 <미성물어>

# 온라인부터 시작된 짝퉁 게임의 역사

중국의 짝퉁 게임, 그러니까 산자이 게임은 과거부터 유명했다. 중국에서 유명세 좀 탄 게임이라면 짝퉁 게임이 없는 경우를 찾는 게 더 빠를 정도다. <던전앤파이터>는 과거 <귀취등>으로 논란이 됐고(심지어 국내 서비스도 추진했다), <뮤>는 아예 후속작의 이름을 내 건 게임이 출시됐을 정도다. 오죽하면 차이나조이를 찾은 기자들의 목적 중 하나가 '짝퉁찾기'였을까?

이 같은 짝퉁 게임의 범람에는 중국의 폐쇄적인 환경과 자국산업 육성책이 한 몫을 거들었다. 중국에서는 중국 퍼블리셔를 통하지 않고서는 게임을 서비스할 수 없다. 그리고 중국에서 게임을 서비스하기 위해서는 정부에서 내주는 판호를 받아야 한다. 이 두 가지 조항은 해외 개발사를 중국에서 한 없이 약자로 만들었다.

게다가 예전부터 중국은 자국산업보호를 명목으로 외국기업에 불리하게 법을 적용하기 일쑤였다. 꿋꿋이 소송을 진행하더라도 만약 괜한 싸움 휘말렸다가 정부에 찍혀 판호에 문제라도 생기면 곤란을 겪는 건 해외의 개발사였다.

다행히 중국 정부에서 오랜 시간에 걸쳐 저작권의 중요성에 대해 언급하고, 법원에서는 저작권 침해를 인정하는 판결까지 나오면서 중국 내에서도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2011년 국내 출시를 추진하며 논란이 됐던 게임 <고스트파이터>

# 중요해진 IP, 손 쉬운 개발. 더 달콤해진 '악마의 유혹'

하지만 모바일은 상황이 조금 달랐다. 저작권에 대한 인식은 달라졌을지 몰라도, 그보다는 유명 IP의 유혹이 더 컸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IP의 중요성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한 해 출시되는 모바일게임은 과거의 온라인게임과는 비교할 수도 없을 만큼 많고, 경쟁은 더 심하다. 그만큼 유저의 눈에 띄기도, 성공하기도 어렵다.

그때 유명한 IP는 문제를 해결해주는 '달콤한 유혹'과도 같다. '나루토'나 '루피'가 등장하는 게임은 그 자체만으로도 관심을 받을 수 있고, <뮤>나 <미르의 전설>을 이용해 만든 게임은 별도의 홍보가 필요 없을 만큼 쉽게 알려진다. 그래서 유명 IP는 더 중요해졌다.

중국에서 출시된 <슈퍼 스매시 브라더스 모바일>

문제는 모바일게임의 환경이다. 중국에서 앱스토어를 제외한 안드로이드 마켓은 지역별로, 통신사별로 조각조각 나뉘어 있고, 게임은 (과거에 비하면) 누구나 쉽게 만들어서 빠르게 올릴 수 있다. 그런데 게임의 흥행은 더 빠른 시기에 결정됐다.

온라인게임에 비해 규모는 작은데 경쟁은 심하다. 그래서 흥행은 보증하기 더 어렵지만 게임이 너무 많다 보니 하나하나가 눈에 띄지는 않는다.

설령 무단으로 IP를 이용해 짝퉁 게임을 만들더라도 쏟아지는 게임 속에서 이를 찾기가 쉽지 않다. 찾아내도 누가 만들었는지 알아내기가 쉽지 않고, 알아내더라도 소송을 진행할 때쯤은 이미 게임의 흥행이 결론 난 상황이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달콤한 유혹'이 '악마의 유혹'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표절을 택한 개발사들도 하루가 다르게 영악해지고 있다. 과거 표절이 단순하게 일러스트나 음악, 혹은 게임의 전반적인 콘텐츠를 그대로 베끼는 거였다면 최근에는 '분위기'만을 비슷하게 꾸리거나 유사한 콘텐츠 몇 가지를 섞는다.

어차피 필요한 것은 유명 IP가 가진 '명성'이지 100% 똑같은 경험이 아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특정 게임이 연상되기만 하면 성공이다. 이 경우 법정으로 가더라도 저작권 침해를 입증하기는 더욱 어려워진다.

여기에 <미성물어>처럼 국가간의 문제로 넘어가면 상황은 더 복잡해진다. 국내 서비스 계획 없이 중국에서만 서비스 중인 게임이라면 어디부터 손을 봐야 할지조차 모를 정도다. 

분위기는 매우 유사하다. 다만 100% 같진 않다.

# 한동안 잠잠했던 중국 표절 논란. 방심할 때는 아니다

다행히(?) 최근 몇 년 간 중국 게임의 주요 표절 대상은 국산 게임이 아니다. 온라인게임보다 대중적인 유저층을 지닌 모바일게임의 특성상 <LOL>이나 <WOW>, 혹은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닌텐도의 유명 IP 등이 주로 표절 대상이다.

하지만 이번 <미성물어> 사건만 보더라도 국산 게임이 피해자가 되지 않는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미 <뮤 온라인>은 숱한 유사 게임으로 곤란을 겪었으며, <블레이드앤소울> 역시 게임은 아니더라도 관련된 일러스트나 이미지 등을 도용한 게임이 문제된 경우가 있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온라인게임과 달리 큰 어려움 없이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인 만큼 문제는 더 크다. <미성물어>처럼 유사한 게임이 국내로 역수입 되면서 원작 모바일 버전의 흥행을 방해할 수도 있다. 생각해보라. <로스트테일>이 흥행한 뒤에 <TOS 모바일>이 출시된다면? 

오히려 <TOS 모바일>이 후발주자가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특히 지금의 국내 시장처럼 기존 온라인게임 IP를 적극 활용한 모바일게임들이 출시되는 상황에서는 원작 개발사들의 피해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로열티를 받지 못하는 건 물론이고, 유사한 게임에 선점효과까지 빼앗기는 탓이다.

표절 게임과 경쟁해야 하는 다른 개발사도 문제다. 기존의 인기작을 연상시키는 표절 게임은 홍보와 경쟁에서 막강한 장점을 지닌다. 당장 <로스트테일>만 하더라도 포털 사이트에서 <트리오브세이비어>와 연관검색어로 등록됐을 정도다.

만약 지금 같은 상황이 몇 차례만 더 이어진다면? 그때도 많은 개발사가 '원리원칙을 내세우며 표절과 거리가 먼 게임만을 만들거라' 확신할 수 있을까? 당장 국내에서 제2, 제3의 <미성물어>가 나오지 말라는 법도 없다.

이번 표절 논란에 대해 하루라도 빨리 대책을 고민해봐야 하는 이유다.


<트리오브세이비어>를 검색한 화면. 어느쪽에서 검색해도 <로스트테일>이 함께 검색된다.


# 필요한 건 문화부의 역할. 개발사가 아닌 정부가 나서야 할 때

모바일게임 환경에서 표절은 각각의 개발사로 대응할 수 없는 상황까지 와있다. 개발사가 일일이 대응하기에는 오늘날의 표절은 너무 영악해졌고,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일이 됐다.

국민의당 이동섭 의원은 지난해 7월 '문화체육부장관이 게임IP의 지식재산권 보호 강화를 위해 관련 부처에 협조를 요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담은 게임법개정안을 발의했다. 해당 개정안은 오는 6월부터 효력을 발휘하지만 표절 게임의 정의부터 확실히 내려야 하는 상황에서 아직은 가야 할 길이 멀다. 하지만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당장 올해에도 IP를 가진 모바일게임들이 대거 출시된다. <엘소드 슬래시>가 이미 출시됐고, <RF온라인>을 비롯한 많은 게임들이 출시를 앞두고 있다. 그리고 그 중 상당수가 중국시장에서도 인기를 끌었거나, 중국시장까지 겨냥한 모바일게임들이다.


현재 개발 중인 <RF 온라인 M>

정부, 특히 게임 주관 부서인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화부)와 한국콘텐츠진흥원(KOCCA)의 역할이 절실히 필요한 시기다.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이 개별 업체의 소송을 대신할 수는 없겠지만, 중국 정부 기관에 지속적인 문제제기라도 해야 한다.

실제로 문화부는 과거 이런 활동을 추진했었다. 2008년부터 중국 문화부와 '게임분야 협력 MOU'를 체결하고 매년 '한중 게임산업 공동위윈회'를 개최했다. 위원회에서는 양국의 분쟁문제 해결을 위한 비상설 게임분쟁조정 시스템 수립을 언급됐다. 하지만, 결과로 이어지지는 않았다. 2012년 이후로는 공동위위회도 개최되고 있지 않다. 

그 사이 단기간의 수익을 노린 '치고 빠지는 표절'이나 특정 게임의 분위기만을 유도하는 '영악한 표절' 등이 늘어났지만, 이에 대해 마땅한 대책은커녕 조사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국정농단 사태로 문화체육관광부와 콘텐츠진흥원의 상황은 좋지 않다. 콘텐츠진흥원은 지난해 10월 말 이후 원장이 없는 상태다. 새로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드는 게 현실이다. 하지만 모바일게임 표절은 당장 해결하지 않으면 더 이상 돌이킬 수 없는 상황으로 치달을 수도 있는 문제다. 내부 사정이 어렵더라도 문화부와 콘텐츠진흥원이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악마의 유혹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을 보다 확실하게 고민할 시간이다. <로스트테일>의 국내 서비스가 단순한 '표절논란'으로만 끝나서는 안 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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