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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게임은 박근혜 게이트를 어떻게 다루는가

임상훈(시몬) 2016-11-22 16:36:17
시국(時局). '현재 당면한 국내 정세나 대세'를 뜻하는 한자. 

우리의 일상이 그렇듯, 게임도 시국과 무관할 수 없습니다. 게임생태계는 현 시국에 대한 분노를 어떻게 표현하고 있을까요? 영화나 TV 쪽과 비교해 봤습니다.

# 수상 소감

10월 27일 배우 조진웅은 '2016년 대한민국 대중문화예술상'에서 국무총리 표창을 받았습니다.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나온 조진웅은 "이 상을 주셔서 감사하다. 모든 대중문화예술인들이 힘겹지만, 작업을 해나가고 있는데 상을 받아서 기분이 좋다. 우리 대중문화예술인들은 어떤 시국이 됐든 대중 여러분께 희망을 드리겠다"고 말했습니다.

11월 16일 로이게임즈 대표 이원술은 <화이트데이>로 '2016 대한민국 게임대상'에서 모바일게임 부문 우수상을 받았습니다.


이원술은 "사실 더 좋은 상에 대한 욕심도 있었다. 그런데 마침 대상이 대통령상이더라. 그 상을 받지 않고 이 상에도 충분히 만족하게 해주신 현재의 대통령께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두 사람 모두 시상식에서 큰 호응을 얻었습니다. 대중적 인지도, 노란색 추모 리본의 이미지, 포털의 연예 뉴스 덕분에 조진웅의 메시지가 더 많이 알려지긴 했지만, 지스타 기간 동안 부산 해운대 술자리에서는 이원술 대표의 시원한 수상소감에 후련해하는 이들이 많았습니다.

내심 게임대상에서 더 많은 풍자를 기대했던 저는 조금 아쉬웠습니다.


# 풍자 코멘트

10월 29~30일 공중파 TV에서는 오랜 만, 아니 유사 이래 처음으로 시국에 대한 풍자 자막이 3사 예능 프로그램에 모두 등장했습니다. <무한도전>(MBC)은 물론 <슈퍼맨이 돌아왔다>(KBS2)와 <런닝맨>(SBS)​까지 동참했죠.




11월 17~20일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지스타에 나온 게임 중에도 시국에 대한 풍자를 담은 타이틀이 있었다. 넥슨 부스에 있던 <페리아연대기>와 <건파이 어드벤처>가 그랬었죠.


<페리아연대기>

 

​<건파이 어드벤처>

예능 프로그램의 풍자는 공중파를 통해 전달됐고, 연예 뉴스를 통해 다시 화제가 됐습니다. 두 게임의 풍자는 대중은 물론 게이머들에게도 아직 많이 안 닿았죠. 정식 출시되기 전이고, 직접 플레이해야만 알 수 있을 테니까요. (더 많이 알리려고, 제가 대신 이 글을 쓰는 거고요.)

현재 서비스 중인 게임은 이런 시국에 발빠르게 대처하기 어려울 겁니다. 매주 다른 포맷으로 새로운 에피소드를 만드는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게임은 일단 출시되면 '서비스' 운영 상태가 되니까요. 

위에 나온 두 게임 모두 아직 출시 전, 지스타 버전을 들고 나왔기 때문에 저런 코멘트를 넣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래도 발빠르게 대처한다면, 일부 버즈(잡음)이 있겠지만, 이슈가 되지 않을까요?


# 비판 콘텐츠

11월 19일 SBS <그것이 알고싶다>는 90분 특별 편성으로 '대통령의 시크릿'을 방영했습니다. 세간의 관심을 반영하듯, 19%의 엄청난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지스타 뒷풀이 회식을 하던 부산의 TIG 멤버들도 숙소로 돌아와 이 프로그램을 봤을 정도니까요.

 

비록 7시간의 시크릿을 풀지는 못했지만, 시국을 잘 이해하지 못했던 이들에게 정리를 해준 점, 공중파 중 유일하게 과거 자사의 보도 행태를 반성하는 점은 높게 살 만했습니다. 


서비스 중인 게임 또는 대형 게임은 시국에 발빠르게 대처하지 못하는 단점이 있지만, 인디 게임은 다릅니다. 이런 이슈에 쉽게 대응할 수 있거든요.

지난 한 달 간 현재의 시국을 다룬 모바일게임이 무척 많이 나왔습니다.

구글플레이에서 '순실'로 검색하면 나오는 애플리케이션​들.

<순실이 빨리와>, <쇼핑왕 순실이 - 무한쇼핑>, <순실런>, <채순실 탈출기 - 보석금을 모아라!>, <청와대 출입하기>, <[근혜친구]순실이 체포하기>, <촛불런 - 순실의 시대>, <근혜와 순실한 우주의 기운>, <최순실의 말키우기>, <최순실 puppet hit>, <최순실 삥뜯기> 등등. 다양한 장르의 캐주얼 게임들입니다.

쉽게 만들고, 쉽게 유통망에 올릴 수 있는 모바일게임 생태계의 특징이 잘 발휘된 사례 같습니다. 

2000년 6월 아직은 꼬꼬마 회사였던 게임빌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죠. 남북정상회담을 다룬 자바 게임 <백두에서 한라까지>을 발빠르게 선보여 KBS 9시 뉴스까지 나왔습니다.​ 그때 저도 기사를 썼었죠.


 
개인적으로 얼마 전 끝난 미국 대선 레이스 당시 트럼프가 주인공인 다양한 게임을 보며 부러웠습니다.​ 구글플레이를 보며 위안을 얻었습니다. 


# 게이머들의 동참

게이머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게임 행사장과 게임 속, 그리고 인터넷 상에서 현 시국에 대한 분노를 표현하고 있죠.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4차 촛불집회와 관련한 유인물을 들고 지스타를 찾은 학생들도 있었습니다.​ 


게임 스크린샷을 합성한 이미지를 통해 현 시국을 꼬집기도 합니다. 이런 이미지들은 많은 이들의 호응을 얻고 공유되고 있죠.



많은 게이머의 바람처럼 좀더 상식적인 대한민국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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