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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거꾸로 걸린 태극기, 지도에 없는 한국, 가장 외진 한국 공동관

차이나조이 2015, 처음으로 겪은 굴욕적인 한국의 위상

임상훈(시몬) 2015-08-29 17:04:24

요즘 차이나조이에서 한국의 위상은 어떨까요?

 

온라인게임 종주국, 또는 중국 메이저 업체의 은인으로 어느 정도 대우를 받고 있을까요? 아니라고 생각하니까, 제가 이런 질문을 하고 있겠죠?

 

한국 게임이 차이나조이의 주인공이던 때도 있었습니다. 샨다, 더나인 등 중국 메이저 업체 부스마다 커다란 한국 게임 캐릭터가 걸려 있던 시절. 기자나 업체 관계자나 그걸 너무나 당연하게 여기며 행사장을 돌았더랬습니다.

 

그 시절 주인공은 따로 있었다는 뻘소리 주장도 있긴 해요. 한국 기자들 손에 들린 카메라 메모리의 대부분을 차지했던 이들이 주인공이 아니겠냐는. ^^;;

 

[관련 기사 보기] 

 

2003년 한국 게임의 중국 시장 점유율은 70%였습니다. 중국 정부는 화가 났죠. 판호 정책과 자국 게임 지원책 등을 과감하게 폈습니다. 중국 게임 점유율은 오르고, 한국은 내려갔죠. 2004년 50% 이후 매년 10%씩 떨어져 2007년에는 20%까지. T_T 

 

그래도 한국 게임의 차이나조이 위상은 그 때까지만 해도 그럭저럭 괜찮았습니다. 유저의 기대작 순위에는 늘 한국 게임이 상위권을 차지하곤 했으니까요.

 

하지만, 그 후 불어닥친 웹게임과 모바일게임 열풍. 한국 게임의 존재감은 점점 옅어져 가고 있죠. 

 

그리고 저는 2015년 차이나조이 B2B관과 WMGC관에서 몇 가지 우울한 장면을 보며, 격세지감을 확실히 느꼈습니다. 씁쓸했습니다. 굴욕적이었습니다.

 

1. 거꾸로 걸린 태극기

 


 중국 모바일게임 회사 레쿠(Rekoo) 부스가 보였습니다. 5개의 국기가 게양돼 있고, 태극기도 있더군요. 오성홍기(중국 국기)를 중심으로 좌우에 일장기(일본)와 태극기가 있고, 좌우 양쪽에는 성조기(미국)와 유니언잭(영국)이 있었습니다. 

 

지사를 두고 있는 각 지역을 알리기 위해 주요 진출국의 국기를 게양한 것이었습니다. 부스 안내 데스크 뒤에 지사 위치가 찍힌 세계지도를 둔 것도 같은 이유였겠죠. 글로벌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는 폼이 좀 나도록요. 

 


 

반가운 마음에 국기가 게양된 곳으로 갔습니다. 어, 그런데, 태극기가 이상했습니다. 4궤 중 하나인, 하늘을 상징하는 건궤(///)가 바닥에 있었거든요. 거꾸로 된 게 틀림없었습니다.

 

레쿠는 2013년 한국에 지사를 냈습니다. 레쿠코리아는 2014년부터 <맹장>, <어니스트>, <월드오브다크니스>, <왓쳐> 등을 서비스하며 나름 괜찮은 성과를 내고 있죠. 한국에 꽤 신경을 썼던 것 같은데, 이런 장면을 보니 더 아쉬웠습니다.

 

안내 데스크에서 급히 한국 담당자를 찾았습니다. 미팅 나가고 없었습니다. 영어가 되는 사람이라도 알려달라고 했습니다. 그들에게 '태극기가 업사이드 다운이고, 매우 심각한 이슈'라고 알렸죠. 그들은 한국 담당자가 오면 이야기하겠다고 하더군요.

 

이튿날 갔습니다. 태극기는 여전히 거꾸로 걸려 있었습니다. 

 

 


하늘(건)과 땅(곤)이 뒤집힌 태극기가 왠지 풀죽어 있는 듯 보였습니다.

 

 

2. 지도에 없는 한국

 


터벅터벅 돌아다니다가, 황당한 지도를 발견했습니다. '치앤카'(钱咖, Coffee Money)라고 워터마크가 찍힌 대형 모니터였죠. 한반도가 통째로 사라져버린 지도였습니다. 한국에서 서비스하지 않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좀더 들여다 봤습니다. 러시아, 몽고, 인도, 동남아 등도 다 나와있었습니다. 한국만 없었습니다.

 

가만 있을 수 없죠. 안내 데스크에 가서 영어가 되는 사람을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상하이에 있는 Qianka Network Technology라는 회사의 사업 담당자가 나왔습니다. '치앤카'는 설문조사 등 유저들에게 매일 과제를 주고, 완수하면 돈을 주는 앱이었습니다. 1,000만 명 이상의 유저 사이에 도제 시스템도 있고, 네트워크를 활용해 공동작업을 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앱이라고 하더군요.

 

저는, 그건 됐고, 왜 한국이 없느냐고 물었죠.  담당자가 지도를 보더니, 한국에서는 서비스하지 않아서 그런 거라고 하더군요. 저는 일본, 러시아, 인도도 서비스하지 않는데, 지도에는 있지 않냐, 고 다시 물었죠. 당황스러워했습니다.

 

이 담당자는 자기도 왜 이렇게 됐는지 잘 모르겠다, 명백한 잘못이다, 다음부터 수정하겠다고 사과했습니다.

 

 

3. 가장 외진 한국 공동관

 

차이나조이에서 부스만큼이나 바쁜 곳이 있습니다. 북쪽 출입구와 바로 연결된 케리호텔이죠. 이 호텔에서는 각종 차이나조이 관련 행사도 많이 열립니다. 미팅도 무수히, 쉴새 없이 진행되죠. 저도 이 호텔에서부터 북쪽 출입구를 통해 차이나조이 B2B관으로 들어가곤 했습니다.

 

그런데, 

 


올해는 이 곳에서 바로 B2B 관으로 입장하는 문이 막혀 있었습니다. '금지출입(No Pass)'.

 

 


그런데, 사진을 자세히 보세요. 문 바로 뒤에 보이는 'KOREA'라는 글자. Korea Pavilion(한국 공동관)이 출입금지된 문 바로 뒤에 있었습니다.

 

만약 이 곳이 B2B관과 WMGC관의 출입구였다면, 엄청난 혜택을 볼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아쉬움을 느꼈습니다. 한데, 좀더 돌아다녀 보니 아쉬운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울화통 터질 일이었습니다.

 

출입구가 바뀌면서 한국 공동관은 B2B와 WMGC의 모든 부스 중에서 가장 외진 구석에 가게 돼버렸습니다. 지도를 봐보죠.  

 

 


맨 위가 케리호텔입니다. 빨간색 1번이 위의 사진 2장이 찍힌 곳입니다. 여기로 들어갔다면 바로 한국공동관이었죠. 그런데, 여기가 막히고 대신 빨간색 2번쪽으로 출입하게 됐습니다. W3관과 W4관 사이였죠. W5관의 제일 먼쪽에 있는 한국관은 가장 구석진 곳이 돼버렸습니다. 지도에는 별 차이 안 나지만, 실제로는 엄청 멉니다.

 

 

 

막혀버린 빨간색 1번 출입구 바로 안쪽입니다. 한국 공동관은 여기서 이런 공간을 설치하고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한국관의 게임들을 한꺼번에 소개해줄 예정이었습니다. 세팅의 질과는 별도로 안성맞춤인 위치였죠. 하지만, 문이 막히고, 가장 외진 곳으로 변하면서 애초의 기대는 물거품이 돼버렸습니다.

 

주최측이 WMGC를 강조하면서, 출입구의 위치를 갑자기 바꿔버렸다는 게 한국공동관을 운영했던 콘텐츠진흥원의 주장이었습니다. 차이나조이 주최측과의 더 밀접한 관계 등이 아쉬웠지만, 스마일게이트 등 다른 큰 업체도 이 '참사'를 피하지 못한 점을 볼 때 콘텐츠진흥원만 너무 탓할 일은 아닌 듯 싶었습니다.


마치며

차이나조이가 끝나고, 한국공동관에서 좋은 성과를 거뒀다는 기사들이 많이 나왔습니다. 콘텐츠진흥원에서 나온 보도자료를 그대로 받아쓴 꼭지들이죠. 제가 보기에는 전혀 아니었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다른 분들의 생각도 마찬가지였습니다. 헛점이 많았습니다.

 

그와 관련된 꼭지는 곧이어 다루겠습니다. simon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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