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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칼럼] 엔씨의 넷마블 9.8% 취득을 보는 프레임 2가지

임상훈(시몬) 2015-02-16 21:50:07

최근 국내 한 정치인은 그리스 경제위기를 '복지 남발' 탓으로 돌렸습니다. 사실과 많이 다른 이야기였죠. 그가 왜 그런 이야기를 했을까요? 일종의 '프레이밍'(framing)이었습니다. 복지를 강화하려는 주장을 '경제 위기를 자초하는 무책임한 행태'로 보이게 하려는 거였죠.

 

'프레임 이론'(frame theory)에서는 사람들이 정치ㆍ사회적 의제를 인식하는 과정에서 본질과 의미, 사건과 사실 사이의 관계를 정하는 직관적 틀(frame)에 의존한다고 합니다. 정치권이나 언론에서는 특히 이런 프레임을 중시하고, 유리하게 짜려하죠. 

 

이론까지 갈 필요 없이, 우리는 어떤 현상을 대할 때 주로 접하는 정보나 경험에 따라 보는 경향이 있습니다. 2월 16일 '엔씨소프트의 넷마블게임즈 지분 9.8% 취득'도 이런 프레임에 따라 달리 보입니다.

 

첫 번째 프레임은 여전히 엔씨와 넥슨이 주인공입니다. 상당수 언론은 '넥슨의 주주제안서에 대한 엔씨의 반격'이라고 추정했습니다. 아래 기사 제목들을 보면 그럴 수 밖에 없죠.

 

[2014년 10월 14일] 넥슨 단순투자 목적 엔씨소프트 지분 추가 확보, 지분율 15.08% 보유 공시 

[2014년 10월 14일] 경영권 쟁탈전으로 불붙나? 넥슨-엔씨를 흔드는 묘한 기류

[2014년 10월 14일] 엔씨소프트 "공시 내용 지켜볼 것"

 

[2015년 1월 27일] 넥슨 지분 보유 목적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 공시

[2015년 1월 27일] 엔씨소프트 “넥슨의 투자목적 변경은 스스로 약속을 저버리는 일”

 

[2015년 2월 6일] 넥슨, 엔씨소프트에 보낸 주주제안서 공개

[2015년 2월 6일] 넥슨, 최대주주 권한 행사 시작... 엔씨 '일방적이고 과도한 간섭'

 

[2015년 2월 10일] 엔씨소프트 "넥슨 주주 제안에 답변 발송, 내용은 공개 계획 없다"

 

[2015년 2월 16일]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지분 9.8% 인수


디스이즈게임에 나왔던 주요 기사를 나열했고, 마지막에 넷마블 지분 9.8% 인수를 넣었습니다. '엔씨의 반격'이라는 그림이 그럴 듯합니다. 넥슨과 엔씨의 갈등은 올해 초 국내 게임계를 잡아먹은 이슈였으니까요. 

 

넥슨은 2월 6일 공개된 주주제안서에서 '당사(넥슨)를 포함한 외부업체와의 협업 강화를 통한 다양한 수익기회 창출'을 요구했습니다. 넷마블 투자는, 엔씨의 절묘한 반격이라는 설명도 설득력 있어 보입니다.

 

[관련기사] “말보다는 행동” 엔씨, 넥슨 제안에 넷마블 투자로 응답

 

 

다른 프레임으로 이 투자를 한번 들여다보죠.

 

[2014년 10월 1일] 넷마블게임즈 출범

 

[2014년 11월 10일] 4:33, 텐센트-라인서 1,300억 원 규모 투자 유치

 

[2014년 11월 20일] 엔씨소프트, 지스타에 모바일게임 6개 공개

 

[2014년 12월 23일]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사 노븐 5억 원 투자

 

[2015년 1월 14일] 엔씨소프트, 도톰치게임즈 3억 원 투자

 

[2015년 2월 5일] 엔씨소프트, 아라소판단 3억 투자

 

[2015년 2월 11일]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국내, 해외 금년 출시할 것"

 

[2015년 2월 11일] 넷마블게임즈, 기대작 RPG 레이븐, 크로노블레이드 네이버와 함께 간다

 

[2015년 2월 11일] 한식구 게임빌·컴투스 작년 사상 최대실적 

 

[2015년 2월 16일] 엔씨소프트, 모바일게임 개발사 바이너리 20억 투자

 

[2015년 2월 16일] 엔씨소프트 넷마블게임즈 지분 9.8% 취득 공시


개개의 기사는 넥슨-엔씨의 지분을 둘러싼 이슈보다는 눈에 덜 띕니다. 넥슨-엔씨는 티격태격 시나리오가 잘 연결돼 읽혔지만, 이 프레임 속 사건들은 띄엄띄엄 있습니다. 중간에 다른 큰 이슈들이 많았기 때문에 대충 넘기기 쉬었죠.

 

[관련기사] 총 4,284억 원! 엔씨소프트, 2개월간 모바일게임 관련사 6곳 투자

 

하지만, 이 그림에서는 몇 가지 주요한 사실이 읽힙니다. 

 

1) 엔씨소프트와 자회사 엔트리브는 모바일게임 6개가 있고, 그 중 일부를 올해 안에 국내와 해외에서 론칭할 예정이다.

 

2) 엔씨소프트는 2014년 말부터 두 달도 안 돼 모바일게임회사 4곳에 투자했다.

 

3) 넷마블 경쟁사 4:33(네시삼십삼분)은 텐센트와 라인으로부터 꽤 많은 투자를 받았고, 게임빌-컴투스는 사상 최대 매출을 올렸다.

 

4) 넷마블은 올해 상반기 최대 기대작 두 타이틀을 카카오가 아닌 다른 플랫폼에서 론칭한다.

 

이런 프레임에서는 이런 뻔한 추측이 가능해집니다.

 

- 엔씨는 향후 나올 모바일 게임을 띄우기 위해 넷마블과 크로스프로모션 등을 추진할 것이다.

 

- 넷마블은 카카오톡을 벗어나 21%의 수익이 늘겠지만, 마케팅에 좀더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엔씨로부터 투자받은 돈이 이런 곳에 쓰일 것이다.

 

- 투자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적극적인 시장 확대, IP 확보 등에 쓰일 가능성 높다.

 

 

어떤 프레임이냐에 따라 이번 투자 건은 많이 다르게 보입니다. 두 프레임 중 꼭 하나만 택할 필요도 없습니다. 엔씨의 넷마블 투자는 실리적인 측면과 함께 넥슨의 공세에 대한 반격 성격도 있을 테니까요.

 

그나저나, 이건 모두 다 제 허접한 추측입니다. 어떤 프레임이 그나마 더 맞는지는 가까운 미래에 판명나겠죠. 정말 박진감 넘치는 2015년 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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