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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허접칼럼] 게임과 미쓰에이의 궁합

게임회사와 엔터회사의 장기적 협력에 대해

임상훈(시몬) 2013-12-04 00:06:32

지스타 출장을 다녀온 다음날(11월 18일) 아침, 만사 제치고 미쓰에이를 보러 갔다가, (제대로 보지 못한 탓에) 또 쓸데없이 허접한 생각만 잔뜩 했습니다. 게임회사와 엔터회사(‘엔터테인먼트 업체’를 업계에서 부르는 용어)의 만남에 대해 돌아봤습니다. 소싯적 1년 남짓 엔터 쪽에 발을 살짝 담갔던 게임 기자의 어설픈 생각입니다. /시몬


관련 기사: (영상) ‘SG-JYP 공동작전’ 수지, 크로스파이어 참전!


 

두 가지 기억

 

미쓰에이와 2PM 앞에 선 두 명의 CEO. 백스크린에서 겹쳐지는 두 사람의 사인. 쏟아지는 카메라 플래시. 뒤편에서 가만히 이 장면들을 보다 보니, 2~3년 전 이미지가 ‘플래시백’처럼 떠올랐습니다.


# 2010년 8월 19일 엔씨소프트와 JYP엔터테인먼트 [관련기사]

 

서울 삼성동 엔씨소프트 본사. 두 회사는 '글로벌 크리에이티브 제휴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게임회사와 엔터회사가 전사적인 제휴 협약을 맺는, 국내 최초의 사례였죠. 주목을 받았습니다. 당시는 엔씨소프트의 <아이온>과 JYP의 원더걸스가 각각 승승장구하던 시절이기도 했으니까요.


그해 5월 <아이온> 개발팀은 원더걸스의 캐리커처를 만들어줬습니다. 원더걸스는 <아이온>을 통해 컴백 발표를 함으로써 이에 화답했죠. 이후 <아이온>에는 원더걸스와 미쓰에이의 춤동작이 포함된 소셜액션이 나옵니다. 신선했습니다. 보기 좋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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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회사의 협업은 2010년 5월과 10월 사이 활발했습니다. 하지만, 이후 최소한 공식적으로는 뜸해집니다. 양사가 제휴 협약 당시 내세웠던 ‘글로벌 협력’이 흐지부지되는 모양새였습니다.

 


# 2011년 3월 10일 엔씨소프트와 iHQ [관련기사]

 

엔씨소프트는 ‘Debut on Next Cinema’라는 주제로 국내 최대 연예 매니지먼트 업체 iHQ와 제휴 협약식을 가졌습니다. 대단한 규모였죠. 장혁, 한예슬, 박재범 등 30여 명의 iHQ 소속 스타들이 대거 출동했으니까요. iHQ 소속 스타 중 맏형 격인 김수로가 iHQ 소속 연예인들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것은 정말 드문 일”이라고 말할 정도였죠.


이후 장혁, 김수로, 박재범 등 iHQ 소속 스타 5명이 <리니지2>의 플레이어 동반자 캐릭터로 등장했습니다. 지속적인 협력사업이 기대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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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두 회사의 협업은 2012년 상반기 이후 별다른 움직임 없습니다.


코어 게이머를 넘어서 대중에게 접근하고 싶었던 엔씨소프트와, IR(투자자 대상 홍보) 관점에서 게임회사와 제휴를 통해 사업 및 마케팅 효과를 노렸던 엔터회사. 앞으로 어떤 일이 있을지 모르지만, 현재로서는 기대만큼 큰 성과를 이루지 못한 것으로 판단됩니다. 협력 활동이 거창한 포부와 달리 지속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면요.


왜 그렇게 됐을까요?

 

 

Top-Down과 Bottom-Up의 차이


스마일게이트와 JYP의 협약도 겉모습은 기존 협약과 다르지는 않습니다. 협약식은 급하게 준비됐고, 구체적인 향후 계획도 발표되지 않았죠. 이전 협약과 비슷한 전철을 밟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들립니다.


하지만, 그간 두 회사의 사정을 살짝 봐왔던 저는 생각이 조금 다릅니다. 양쪽 관계자의 이야기를 통해 그런 생각이 더 굳어졌죠. 일단 협약이 성사되는 그림이 달랐습니다. ‘위에서 아래로’ 내려온 게 아니라, ‘아래에서 위로’ 올라갔으니까요. 대표들의 재가를 받기 위해 그들을 설득할 성과를 보여줘야 했고, 그런 성과를 내기 위해 양사 실무진들은 손발을 맞춰 일을 성사시켜 왔죠. 기존 협약의 체결 과정과 180도 달랐습니다.


요즘 우리 정치권이나 주요 언론사, 대기업과 달리 게임과 엔터 쪽의 젊은 회사는 상대적으로 보텀업을 중시합니다. 게다가 전략적 파트너십은 사내 매장에 친인척 꽂아주는 식으로 간단하게 처리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요.

 

지스타 기간 만난 스마일게이트 손세휘 실장의 이야기입니다. “톱다운과 보텀업의 차이다. 위에서 거창한 그림을 그려도, 실무진 사이에서 실제로 일을 진행해 성과 내는 게 쉽지 않다. 실무진 사이에 공감대가 있고, 손발이 맞아야 제대로 일을 할 수 있다. JYP 실무진과 계속 손발을 맞춰왔기 때문에 자신이 있다.”


협약식 현장에서 만난 JYP 변상봉 부사장의 이야기도 다르지 않습니다. “엔씨소프트와 협약은 임원들 사이에 친분 덕분에, IR 차원에서 진행된 면도 있었다. 하지만 이번 건은 본사와 전혀 관계 없이, 중국 (JYP)법인에서 먼저 본사에 요청해와 진행하게 됐다. 실무진이 스마일게이트와 일을 쭉 진행해 성과를 내왔고,향후 가능성이 확실하다고 해서 추진하게 됐다.”


저는 지난해 10월 중국 난징에서 스마일게이트가 개최한 CFCT(CrossFire City Tour)의 두 번째 투어를 방문한 적이 있습니다. 현장에서 처음 미쓰에이를 봤고, 인터뷰도 했고, 사진도 쉴 새 없이 찍었죠.

 

 

 

그보다 앞서 4월 중국 청두에서 있었던 첫 번째 CFCT에는 원더걸스가 공연을 했습니다. 행사 준비과정을 고려해 짐작하면, 스마일게이트와 JYP는 거의 2년 전부터 중국에서 함께 손발을 맞춰왔다는 거죠. 이런 시간들을 통해 두 회사의 실무진들은 ‘꽌시’를 맺었고, 사업적 시너지를 경험했다. 서로의 역량을 확인했고, 더 큰 그림을 구상해왔을 거고요.


JYP는 원더걸스와 2PM이 각각 중국 텐센트의 <QQ현무>와  <QQ현무 2> 모델활동을 하며 중국 게임시장의 크기와 잠재력을 익히 경험했죠. [관련기사]

 

 

게임회사와 엔터회사의 궁합


개인적으로 요즘 아이돌 가수들이 좀 딱합니다. 화려해 보이지만, MP3가 나오기 전 가수들이 누렸던 느긋한 풍요를 기대하기 어려우니까요. K-pop의 인기로 해외로부터 들어오는 수익이 생겼지만, 대개의 경우 규모가 크지 않고, 불안정합니다. 요즘 들어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자 활동이 는 것에는 그런 이유도 있죠.


그들에게 게임은 새로운 수익 채널입니다. 게임회사들은 계속 성장해 왔고, 엔터쪽과 유저층도 겹치죠. 다른 분야와 달리 캐릭터 모델이 될 경우, 수익 배분을 통한 쏠쏠한 수익도 기대할 수 있고요.


하지만, 게임은 연예인에게 까다로운 면도 있습니다. 모델 기간이 짧습니다. 다른 상품의 경우, 통상 6개월, 길게는 1년 단위인데 반해, 게임업체는 1~2달의 짧은 계약기간을 원하니까요. 일반적인 절충선은 3개월입니다. (수지의 <써든어택> 홍보모델 기간은 한참 전에 끝났죠.)


왜 그럴까요? 게임은 다른 상품과 달리 론칭이나 대형 업데이트 같은 큰 이슈가 있는 중요한 시기에 마케팅에 집중합니다. 과자나 음료품, 화장품처럼 꾸준히 구매를 반복하는 상품이 아니라, 영화나 음반, 공연처럼 특정한 핵심 시기에 대규모 마케팅을 집중되는 성격을 갖기 때문이죠. 유저 유지를 위한 마케팅은 계속되겠지만, 이런 활동에 큰 비용을 들여 연예인을 활용하는 예는 드뭅니다.


이런 이유로 게임회사와 엔터회사의 장기적인 제휴 활동은 어렵습니다. 현재 엔씨소프트는 대형 타이틀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회사입니다. 그런 게임은 1년에 한 편 나오기도 힘들죠. 대중적인 브랜드 강화 효과는 모르겠지만, 10년 이상 된 타이틀의 대형 업데이트에 연예인을 쓴다고 해도 유의미한 효과를 거두기도 어렵고요.


만약 엔씨소프트가 1년에 3~4종의 캐주얼 게임이나 모바일게임을 출시한다면 이야기는 달라지겠지만, 지난 3년의 엔씨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아티스트가 많은 엔터회사와 제휴를 맺는다 해도 지속적인 성과를 얻기는 어렵습니다. 연예인을 활용해 효과를 볼 수 있는 꾸준한 ‘계기’가 없을 테니까요.


이런 관점에서도 보면 스마일게이트와 JYP의 궁합도 좋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스마일게이트와 JYP의 글로벌 궁합


글로벌이었습니다. 두 회사가 딱 눈이 맞은 지점은.


연예인을 활용할 계기는 ‘타이틀’ 단위에서도 있지만, ‘시장’ 단위에서도 생깁니다. 게임 수가 적더라도, 진출하는 시장이 많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연예인을 활용할 계기를 늘어나니까요.


<리니지2> <아이온> 등 엔씨소프트의 주요 타이틀은 해외 시장에서는 큰 재미를 보지 못했습니다. JYP와 함께 내세웠던 비전은 ‘글로벌’이었지만, 결국 협력은 국내를 벗어나기 힘들었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크로스파이어>는 정반대입니다. 매출액은 100%로 해외에서 들어옵니다. 중국, 베트남, 브라질 등이 대표적이죠. 이 곳은 모두 K-pop이 나름 호응을 얻고 있는 나라들입니다.


특히 인구 13억의 중국은 스마일게이트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시장입니다. 나라는 하나지만, 시장은 하나가 아닙니다. 땅 덩어리도 넓고, 인구도 많죠. 마케팅의 주요 채널인 공중파 방송국만 봐도 우리나라와 완전히 다릅니다. 국영방송인 CCTV는 현재 22개의 채널을 가지고 있습니다. 각 성의 인구가 한국 전체 인구와 맞먹다 보니, 베이징, 상하이, 광둥, 후난 등 각 지역마다 대형 방송국이 존재합니다. 300개 이상의 TV 방송국이 있죠. 우리나라 연예인이 주인공을 하는 중국 드라마 대부분은 이런 지역 방송국에서 제작되는 거고요.


중국 내에서 마케팅을 한다면, 각 성별로 신경 써가며 해야 합니다.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행사 한 번 했다고 되는 게 아닙니다. 중국 가수들은 각 성의 주요 도시를 돌며 콘서트를 해야 하고, 각 성의 주요 방송국에 얼굴을 비쳐야 합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최고 과제는 중국 시장에서 <크로스파이어>의 인기를 계속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 다음쯤 되는 과제는 차기작을 중국에서 성공시키는 것일 거고요. 그래서 게이머와 대중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아티스트 파트너가 필요했겠죠.

 


 

‘중국에서의 성공’에 대한 이해관계는 JYP도 일치합니다.


2007년 데뷔한 원더걸스는 데뷔 전부터 중국어 과외를 했고, 데뷔 1달 만에 베이징에서 쇼케이스를 가졌죠. <텔미>와 <노바디>의 국제적 화제와 미국의 러브콜 때문에 결국 방향을 틀긴 했지만, 원래는 중국이 1차 해외 시장이었습니다.


미쓰에이는 더 전략적이었습니다. 4명의 멤버 중 두 명이 중국인이죠. 국내의 아이돌 그룹 중 이런 예는 없는 것으로 압니다. 중국 시장에 대한 JYP의 전망과 기대를 읽을 수 있는 대목이죠.


동방신기와 슈퍼주니어를 앞세운 SM은 이미 중국에서 엄청난 입지를 다졌습니다. 번거롭게 게임회사와 협업 할 필요 없이 단독 또는 합동 콘서트 등을 통해 충분히 성과를 만들어 낼 수 있죠. 싸이, 2NE1, 빅뱅 등 퍼포먼스에 강한 그룹을 내세운 YG도 JYP보다는 앞서 있는 모양새고요.


이런 상황에서 JYP에게 400만이 넘는 동접을 가진 <크로스파이어>는 매출 채널 이상의 든든한 원군일 겁니다. 베트남, 브라질 등의 해외 시장 진출에도 도움이 될 거고요.

 

 

풀어야 할 숙제들


그러나 향후 두 회사의 협력 업무가 잘 풀릴지는 좀 두고 봐야 할 듯합니다.


양사의 협약식에서 미쓰에이와 2PM의 멤버들이 출연한 근사한 게임 광고 영상이 틀어졌습니다. 미쓰에이 수지가 곧 중국 <크로스파이어>의 캐릭터로 등장할 것이라는 발표도 이어졌습니다. 거기까지였습니다. 현장에서 구체적으로 발표된 것은. 혹은 현재까지 확정된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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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단계로 두 회사는 콘텐츠 공동 개발을 내세웠습니다. 중국 시장을 겨냥한 드라마와 영화를 제작하고, 중화권 아티스트를 공동 제작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모두 지금까지 양사가 해왔던 협력사업보다 사이즈가 큰 이야기들입니다.


아직까지 구체적인 계획은 안 잡힌 것으로 보입니다. 드라마나 영화의 시놉시스나 출연자 등도 결정되지 않았습니다.


현장에서 만난 JYP 관계자는 “내년쯤 영화를 찍을 것이다. 스마일게이트가 창립되는 과정에서 시작해 <크로스파이어> 게임 속 장면으로 연결되는 식의 내용이 아이디어 차원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아직 정해진 것은 없다”고 밝혔습니다.


영화 시나리오보다 먼저 결정해야 하는 건이 있습니다. 비용과 수익을 양사가 어떻게 집행, 배분할 지에 관한 거죠.


광고나 행사 출연 등 단발적인 계약은 비교적 간단합니다. 게임 내 캐릭터 계약은 이보다 어렵지만, 계산할 내용이 많지 않습니다. 반면 영화를 찍는 것은 누가, 언제, 얼마나 출연하고, 마케팅에 참여할 것인지부터 시작해 그럴 경우 비용 규모, 비용 집행, 수익 배분 등에 관한 복잡하고 민감한 숙제들이 앞에 놓여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감정적인 트러블이 발생할 여지도 있고요.


손세휘 실장이 “합작법인을 만들어서 진행하는 것도 논의 중”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사정 때문일 겁니다.

 


 

두 회사 사이의 조율도 만만치 않지만, 또 다른 조율 대상이 남아있습니다. 중국 내의 퍼블리셔는 텐센트입니다. 해외 온라인게임의 마케팅은 해당 국가의 퍼블리셔가 기획하고, 책임지는 게 일반적입니다. 중국 게임 내 캐릭터부터 시작해, 영화까지 찍는다면 텐센트와 협의와 합의가 필요합니다. 이런 문제는 향후 다른 나라에서도 비슷하게 발생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 밖에도 풀어야 할 숙제들이 많을 겁니다. 그럼에도, 개인적으로 두 회사의 협업이 좋은 선례를 만들어주기를 기대하고, 응원합니다. K-pop과 K-game이 힘을 합쳐 전세계를 무대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면, 어느 나라도 이루지 못한 참 근사한 일을 이루는 것일 테니까요. 몰이해와 이해관계 속에서 난타당하고 있는 국내 게임업계에도 힘을 실어주는 일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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