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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낮 (안정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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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아블로3 한 달, ‘소통의 불지옥’이 열리다

상업적 성공은 얻었지만 신뢰를 잃은 블리자드

 

PC방 점유율 30%가 넘는 고공행진, 40만 명이 넘는 국내 최고 동시접속자, 5,000 명이 넘는 사전 이벤트 참가 열기, 온라인 발매 1분 만에 동난 한정판. 출시 한 달 동안 <디아블로 3>가 세운 기록들입니다. 평소 게임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조차 <디아블로>라는 이름을 알고 있고, 웹툰과 방송, 광고에서 <디아블로>가 패러디의 소재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디아블로 3>의 성적이 고공행진을 거듭하는 사이, 블리자드의 평판은 수직으로 떨어져 내렸습니다. 서버는 미어터졌지만 증설은 뒤늦었고, 고객센터에 쏟아지는 문의에는 매크로 답변으로 일관했죠. 하루가 멀다고 쏟아지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기다려 달라’는 답변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장기로 내세우던 유저와의 소통도 빛을 잃었죠. 더 이상 유저들에게 블리자드는 친절함의 대명사가 아니고 ‘좋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장인정신 가득한 개발사도 아닙니다. 소통의 아이콘에서 불통의 상징이 된 블리자드, 그래서 더욱 씁쓸한 <디아블로 3>의 서비스 한 달을 돌아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 적극적인 소통으로 박수를 받았던 과거

 

블리자드 좀 본받아라.” 한때 고객대응으로 문제 좀 겪어 본 온라인게임 개발사라면 유저들로부터 들었을 법한 이야기입니다.

 

<디아블로 3>의 서비스 전, 유저들에게 블리자드는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개발사였습니다. 지난 2004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한국 서비스를 시작한 블리자드는 게임 내 GM 상담과 롤백을 이용한 현실적인 해킹 복구 서비스 등을 선보이며 유저들의 마음을 사로잡았죠.

 

곤란을 겪는 유저가 게임 내에서 GM을 직접 불러 문제를 해결하고, 해킹당한 유저는 이유를 막론하고 (심지어 실수로 캐릭터를 지워도) 복구해준다. 당시 국내 온라인게임에서는 생각하기조차 어려운 서비스입니다.

 

여기에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업데이트와 수석개발자나 대표이사 등이 직접 상황과 생각 등을 솔직히 전달해주는 블루포스트는 좋은 반응을 얻었습니다.

 

생각해 보세요. 잠수함 패치에 급급하고 고객센터에서는 매크로 답변을 보내기 일쑤이던 시절, 중요사안에 대해 대표이사가 직접 나서서 상황을 설명하고, GM이 나서서 문제를 해결해주며 이해를 구하는 블리자드가 어떻게 보였을지.

 

유저와의 소통을 강조하는 ‘블리자드식’ 고객 서비스. 그리고 개발사로부터 대우받고 있다는 만족감을 얻는 유저들. 이후 블리자드는 몇 년 동안 최고의 인기를 누리게 됩니다. 소위 말하는 블빠가 만들어지게 된 배경 중에 하나입니다.

 

‘개발자들의 생각을 알 수 있다.’ 이 하나만으로도 팬심을 자극하기엔 충분하다.

 

 

■ 전야제부터 삐걱댄 블리자드의 소통

 

그런데 <디아블로 3>가 출시된 후 상황은 180도 달라졌습니다. 블리자드와 유저의 소통이 삐걱대기 시작한 건 <디아블로 3> 국내 출시 전야제 때부터입니다.

 

블리자드는 <디아블로 3>가 발매되기 전날인 5 14일, 왕십리 비트플렉스 광장에서 D-1 행사를 열었습니다. 행사장에 모인 추정인원은 약 5,000. 대부분 전야제에서 먼저 판매하는 <디아블로 3> 한정판을 구입하기 위해 모인 유저들입니다. 행사는 주요 일간지에도 실릴 만큼 크게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현장에 모인 유저들의 반응은 달랐습니다. 블리자드가 한정판의 수량을 사전에 확실히 알려주지 않은 탓에 꼭두새벽부터 줄을 서서 기다려야 했고, 처음에는 번호표가 아닌 대기열을 세우는 방식으로 진행한 탓에 좁은 광장에서 꼬박 하루를 서서 버텨야 했습니다.

 

사람이 몰려서 한정판을 구매하지 못할 것을 우려한 유저들은 이전부터 행사에서 판매하는 한정판의 수량, 구입 가능한 시간 등 정확한 정보를 블리자드에 요청했지만 블리자드는 모호한 답변으로 일관했죠.

 

2,000명 이상이 기다린 광장. 비가 오는 와중에 12시간 넘게 한곳에 서 있어야 했다.

 

누구나 충분히 구입할 수 있는 양이다’, ‘시간이 넘어도 판매를 계속할 것이다등의 출처 없는 이야기가 이어졌고 추측성 게시물이 난무했습니다.

 

결국 대부분의 유저들이 현장에 도착해서야 자신이 한정판을 구입할 수 있는지 없는지를 가늠할 수 있게 됐고, 선택을 받은(?) 유저들도 최소 12시간이 넘는 긴 줄을 거쳐야 한정판을 구입할 수 있었습니다. 지방에서 올라와 허탕을 친 유저도 적지 않았죠.

 

한정판을 1인당 1개씩만 구입하게 만들자, 번호표를 줘서 오랫동안 기다리는 일이 없도록 하자, 행사장소가 붐빌 테니 신청은 온라인으로 받은 후 현장에서 한정판을 구입하게 하자. 행사 전부터 사람이 몰릴 것을 걱정했던 유저들의 의견은 결국 그 어느 것도 행사에 반영되지 않았습니다.

 

사람을 갖고 노는 것 같아 기분 나쁘다. 마케팅의 도구로 이용당한 것 같다.행사에 참가한 한 유저의 이야기입니다. 조금만 더 유저들의 우려를 귀담아 들었다면, 조금만 더 오랜 시간을 서서 기다리는 유저들의 편에서 생각했다면 훨씬 더 좋아졌을 상황들이죠.

 

전야제에 대한 우려는 행사 전부터 쏟아졌다.

 

 

첫날부터 쏟아진 오류, 먹통인 고객센터

 

<디아블로 3>가 출시된 이후에는 본격적으로 문제들이 터지기 시작했습니다.

 

<디아블로 3>는 첫날부터 지금까지 잇단 서버 문제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점검이나 로그인 장애 문제가 벌어지지 않은 날이 손에 꼽힐 정도죠. 오류도 심합니다. 지난 11일에는 게임 내에 풀린 모든 복사(중복 저장) 아이템을 일괄적으로 삭제하면서 선의의 피해자가 생겼습니다.

 

복사 아이템 처리가 뒤늦다 보니 이미 많은 유저들이 경매장을 통해 복사된 아이템을 (복사된 줄 모른 채) 구입했고, 이들의 아이템도 한 번에 사라진 것입니다.

 

경매장에 아이템이 묶인 유저도 있고, 경매장과 상관없이 아이템이 사라진 유저도 있습니다. 13일부터는 불법 프로그램을 이용하지도 않았는데 영구정지를 받았다며 하소연하는 유저도 늘었습니다.

 

상황이 이런데도 블리자드의 고객센터는 시원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전화상담은 대기시간이 99분 남았습니다는 메시지와 함께 끊어지고,메일 상담을 보내도 해킹 복구를 신청하라는 매크로 답변만 돌아옵니다. 공식 홈페이지의 게시판에 글을 남겨도 답변은 없습니다.

 

게임 내 문의가 없는 <디아블로 3>에서 고객센터를 제대로 이용할 수 없다는 건 질문 자체를 던질 수가 없다는 뜻입니다. 결국 <디아블로 3>에서 억울한 일을 당한 유저는 어디에도 하소연할 곳이 없습니다. 그저 억울한 일을 당하지 않도록 바라는 수밖에요.

 

15일을 기준으로 복구에 걸리는 시간은 8일 16시간입니다.

 

 

불성실한 정보공개, 쌓여만 가는 불신

 

민감하거나 애매한 부분은 모두 감춘 채 보여주고 싶은 부분에 대해서만 이야기하는 블리자드의 일방적인 정보 공개 방식도 유저 불신을 키우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문제가 서버 우회입니다.

 

지난 5월 24일 블리자드 폴 샘즈 최고운영책임자(COO)는 서버증설을 통해 <디아블로 3> 아시아 서버의 접속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음날부터 접속문제는 정말 사라졌죠. 당연히 블리자드에 대한 칭찬이 쏟아졌습니다.

 

그런데 정작 게임을 플레이해 보니 어딘가 이상합니다. 서버 접속은 잘 되지만 전에는 볼 수 없던 지연시간()이 대폭 늘었죠. 유저들은 서버 증설이 아닌 아메리카 서버를 임시로 이용하는 서버 우회를 통해 상황을 해결하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했습니다.

 

결국 블리자드는 1일 서버 우회 사실을 시인하면서 “현실적인 시간이 필요해 임시로 미국 서버를 이용했다”고 밝혔죠.

 

접속이 원활해지자 곧 랙이 생겼다. 서버 우회에 대한 이야기는 물론 없었다.

 

서버 문제는 그나마 솔직한 편입니다. 일부 오류에 대한 정보는 게시판 깊숙이 들어가지 않으면 아예 찾아볼 수 없습니다. 그저 복사된 아이템을 모두 제거했고, 이를 악용한 계정을 정지시켰다는 공지사항만 있을 뿐입니다.

 

일방적인 정보 공개가 이어지고, 두 번에 걸쳐 증설했다는 서버 문제도 확실하게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자 유저들은 블리자드의 공식발표조차 못 믿겠다는 분위기입니다. 당장 공식 홈페이지에 접속해서 서버 증설에 대한 공지사항만 읽어봐도 심각성을 알 수 있습니다.

 

게시판 한쪽에 현재 상황에 대한 답변이 올라와 있다. 구체적인 답변 없이 빠른 해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내용이다. 물론 답변 후 이틀이 지난 지금도 처리는 되지 않았다.


 

■ 출시 후 한 달, 바뀌지 않은 상황들

 

블리자드에도 변명할 거리는 있습니다. 블리자드에서 발표한 <디아블로 3>의 최고 동시접속자는 한국에서만 43만 명입니다. 게다가 <디아블로 3>일반적인 MMORPG’와 다른 구조를 갖고 있는 게임입니다. 예상을 웃도는 접속자에 고객센터 인력과 서버가 부족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블리자드의 이야기도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출시 한 달이 된 지금까지도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습니다. 서버는 점검과 오류에 시달리고 있고, 고객센터는 아직도 ‘99분을 기다려달라고만 외칩니다. 이메일의 매크로 답변은 이제 슬슬 외울 수 있을 것 같네요. ‘해킹이니까 복구 받으세요.

 

해킹 복구는 더욱 심각합니다. 15일을 기준으로 <디아블로 3>의 해킹 복구에 걸리는 시간은 8일이 넘습니다. 오늘 해킹을 당하고 복구를 신청한다면, 다음 주말에나 게임을 즐길 수 있다는 뜻이죠.

 

해킹 복구는 계정의 저장시점을 앞으로 되돌리는 롤백’ 방식이기 때문에 그 사이에는 게임을 플레이해도 허사가 됩니다나온 지 한 달이 지난 게임에서 해킹을 복구받으려면 일주일 이상 쉬어야 하는 상황입니다.

 

텅 빈 인벤토리. 텅 빈 유저의 마음.

 

 

어렵게 쌓아 올린 유저와의 소통

 

블리자드는 누구보다 유저 친화적인 개발사. 유저 의견을 적극적으로 반영하기로도 유명하고 개발자들의 생각도 열려있다. 회사에서도 유저와의 소통을 내세우고 장려한다.

 

만약 반년 전에 위와 같은 취지의 기사를 썼다면 유저들의 반응은 뜨거웠을 것입니다. 실제로 비슷한 내용의 블리자드 인터뷰가 호평을 받은 적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 위와 같은 기사를 쓴다면 어떻게 될까요? 솔직히 말해서 상상하기도 싫습니다.

 

<디아블로 3>의 인기는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았지만 블리자드의 인기는 땅으로 꺼졌습니다. 서버 문제와 오류는 어쩔 수 없다고 치더라도 매크로로 일관하는 이메일 답변과 두루뭉실한 공지사항, 연이은 늑장 대응은 블리자드와 유저들의 소통을 ‘불지옥’에 빠트렸습니다.

 

한 달 전만해도 블리자드의 상황을 이해해주며 응원의 댓글을 남기던 유저들도 어느새 찾아보기 힘들어졌습니다. 그 자리를 에러에 대한 공지라도 해달라’, ‘복구신청 글 좀 읽어달라’, ‘사과라도 남겨야 할 것 아니냐는 불만 섞인 요청이 메우고 있죠.

 

블리자드가 자랑하던 유저와의 소통’은 어디로 간 걸까요.

 

난데없이 해결책으로 내놓은 방 생성 제한은 심한 반발을 불러왔다. 참고로 북미에서는 비판이 이어지자 적용하지 않겠다는 댓글이 올라왔다. 국내에서는 아직 공식 답변이 없다.

 

만약에 블리자드가 앞으로는 특별히 고객과의 소통을 내세울 생각이 없다면 상관없습니다. <디아블로 3>는 여전히 인기가 좋습니다. 아무리 욕을 먹어도 <디아블로 3> 확장팩은 또 잘 팔릴 겁니다. 특유의 재미는 확실하니까요.

 

하지만 블리자드가 지금까지 힘겹게 쌓아 올린 이미지를 잃고 싶지 않다면, 여전히 유저들에게 돈만 바라지 않는 장인 개발사로 남고 싶다면, 당장이라도 태도를 바꿀 필요가 있습니다.

 

고객센터부터 대폭 보강해야 할 것이고, 당장 쏟아지는 문제들에 대해서도 솔직하게, 부지런히 답변해야 할 것입니다. 그게 지금까지의 블리자드 스타일이니까요.

 

유저와의 소통을 내세우는 개발사는 블리자드 외에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블리자드처럼 유저와의 소통에서 인정받았던 개발사는 많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 공들인 이미지를 블리자드가 더 이상 잃지 않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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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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