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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몬 (임상훈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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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접칼럼] 15년 전 개발자들의 바람, 현실이 되다

김택진의 집중력과 김정주의 확장력이 만나다.

국내 게임업계 최대의 계약이자가장 미스터리한 계약’.

 

넥슨이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의 주식 14.7%를 인수해 엔씨의 최대 주주가 된 것에 대한 세간의 시선은 이렇습니다비교적 낮은 인수가격과 주식 인수의 필요성발표 시점 등에 대한 의문 속에 각종 추측성 기사가 쏟아지는 형국입니다두 의사결정권자(김정주·김택진)가 속 시원하게 이야기해주면 좋겠지만당분간은 어려울 듯합니다. 골몰히 추측하거나, 열심히 기다려 볼 수밖에요.

 

그래도 국내 게임 역사상 가장 큰 ‘결정이 너무 피상적으로또는 숫자로만 다뤄지는 게 아쉬웠습니다결정은 한 순간이었을지라도그 뒤에는 누적된 시간의 무게와 결정적 타이밍합의주체들의 캐릭터와 인연 같은 요소들이 있었을 테니까요뭔가 거창하죠많이 기대하지 마세요 ‘허접한’ 글은 엉성한 기억과 섣부른 추정으로 가득합니다. E3 2012 출장을 다녀온 후 몽롱한 상태에서 애면글면 썼음을 핑계로 댑니다/디스이즈게임 시몬



■ 90년대 말의 농담들

 

저는 이번 계약 건을 미국 LA에서 휴대폰 문자 메시지로 접했습니다순간 멍해지면서몇 년 전에 웃고 넘겼던 이야기가 떠올랐습니다. 90년대 말에 있었던 두 회사의 합병에 관한 ‘농담들이었죠초창기 두 회사 개발자들 사이에는 그냥 같이 합치자는 이야기가 많이 오갔다고 합니다직원도 몇 안 되고매출도 많지 않았던 시기였으니, 2호선 선릉역 주변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편하게 그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겠죠.

 

넥슨 초기 멤버인 김상범 씨는 “초창기에 재경(송재경 현 엑스엘게임즈 대표)이랑 나랑 두 회사 개발자들을 데리고 한 달에 한 번 정도 밥도 먹고게임 이야기를 나눴다그 자리에서 합치자는 이야기를 많이 하곤 했다서로 잘 하는 부분들에 대해 덕담도 나누면서같이 게임 만들면 더 좋겠다는 개발자들 사이의 바람이었다고 말했습니다.


90년대 말 넥슨(위)과 엔씨의 직원들.
 

두 회사는 서울대 공대 한 학번 선후배 출신의 창업자와 그 후배들이 주축이던 벤처였습니다. 기업용 홈페이지나 소프트웨어를 만들어 온라인게임 개발의 밑천을 마련했다는 공통점도 있었죠온라인게임 회사가 드물었던 당시걸어서 10분 거리에 있던 두 회사 개발자들은 정기적인 모임 외에도 ‘욕설 DB’ 등을 공유할 정도로 가까웠습니다창업자들 사이에서도 우스갯소리로 함께 회사 하자는 이야기를 했었고요.

 

하지만 회사가 커지면서 만나는 횟수도 줄어들고초기의 농담들도 자취를 감췄습니다엔씨가 상장을 한 뒤에는 함부로 그런 이야기를 하기도 어려워졌고요

 

두 회사 이후 테헤란로에는 벤처 붐을 타고 크고 작은 게임 회사들이 많이 생겨났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 년 간 많은 회사들이 다른 곳으로 떠나 갔습니다. 15년 전처럼 선릉-삼성 라인에 남아 있는 퍼블리셔는 이제 두 회사 뿐입니다. 합병 수준은 아니지만초창기 개발자들의 ‘’ 또는 ‘이 사람과 조직, 환경이 많이 바뀌고, 시간이 흐르고 흐른 후 결국에는 현실이 된 게 참 묘했습니다.

 

 

호랑이와 사자의 DNA

 

2000년 초반까지 두 회사는 가는 길이 달랐습니다넥슨과 엔씨는 각각 캐주얼게임과 MMORPG에서 승승장구했지만상대의 영역에서는 별 재미를 못 봤습니다넥슨은 <바람의나라> <어둠의전설등 초창기 RPG 라인업 이후 별다른 성과가 없었습니다엔씨는 ‘게임팅’ 등을 시도했지만서비스를 접을 수밖에 없었고요.

 

무척이나 아쉬웠겠죠남의 떡이 커 보였을 거고요. 2000년대 중반 두 회사는 작심하고커 보이는 떡을 노리기 시작했습니다. TIG 초창기에 이와 관련된 기사를 썼던 기억이 납니다거의 비슷한 시기밀림과 초원의 영역을 벗어난 호랑이와 사자의 결투에 관한 이야기였죠각각 전력을 다해 <제라>(넥슨) ‘플레이엔씨를 열심히 밀었습니다.

 

 

[관련기사 보기엔씨 vs 넥슨진검승부 펼친다

 

두 맹수의 시도는 모두 실패했습니다일부 업계인들 사이에서 두 회사의 DNA에 관한 이야기가 술안주처럼 오르내리곤 했습니다. CEO의 기질조직의 문화와 시스템인력들의 노하우 등에서 두 회사에 적합한 장르가 갈린다는 거였죠.

 

엔씨는 이후 <아이온>을 성공시켰고, <블레이드 & 소울> <리니지 이터널등의 라인업을 과시하며 MMORPG 명가의 자리를 굳게 지켰습니다넥슨은 투자와 인수 등을 통해 실속 있는 라인업을 구축해 나갔고요.

 

그러고 보니국내는 물론 해외에서도 MMORPG와 캐주얼게임을 모두 잘 만드는 회사를 찾기는 정말 어려운 것 같기는 합니다하긴그중 한 장르에서라도 2개 이상 대박 난 회사를 찾는 것조차도 힘들지만요.

 

 

투자와 개발 이야기

 

개발 DNA의 차이만큼이나 투자에서도 두 회사의 색깔 차이는 뚜렷합니다.

 

2001년 말 김정주 NXC 대표는 가치투자를 추구하던 대학생들을 넥슨에 불러 책상을 내어 준 일이 있었습니다. 투자에 대한 관심과 적극성을 보여주는 사례죠. 게임계는 물론 다른 분야에서도 넥슨만큼 알짜 투자를 잘 하는 회사를 찾기는 힘듭니다. (그 대학생들은 현재 투자업계에서는 꽤 유명한 가치투자 자문회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요 라인업의 면면으로만 보면넥슨은 초기부터 투자를 통해 회사를 키워왔습니다. <카트라이더> <마비노기같은 자체 개발작도 있지만현재 넥슨의 국내외 매출에서 가장 큰 기여를 하는 게임은 <메이플스토리> <던전앤파이터> <서든어택> <컴뱃암즈등입니다투자나 인수를 통해 편입된 타이틀이죠.

 

 

 

2000년대 중반 이후 넥슨의 성장은 이미 국내에서 성공한 게임을 가진 회사를 사서국내외에서 매출을 더욱 키워나가는 방식었습니다. 발빠르고 적극적인 투자와 인수, 이렇게 확보인 라인업을 통한 해외 네트워크 강화가 넥슨의 성장 동력이었던 셈이죠.

 

반면 엔씨는 바깥보다는 안쪽에 더 많은 투자를 해왔습니다수년 간 R&D 집중도(매출액 대비 연구개발비 비중)에서 국내 상장사 1위를 유지할 정도로 자체 개발에 진득한 집중력을 보여온 회사였으니까요넥슨과 달리 개발하는 게임 하나하나의 규모가 사세에 영향을 미칠 정도로 워낙 컸던 탓도 있었겠죠. 그 덕분에 <리니지 2> <아이온> <블레이드 & 소울> 등 굵직한 대형 MMORPG 라인업을 구축할 수 있었을 거고요. 

 


외부 투자는 넥슨에 비해 많이 늦었습니다투자에 본격적으로 나선 2009~2010년 무렵은이미 넥슨이 블루칩을 가져간 이후였습니다. 캐주얼 라인업이 절실했던 엔씨는 제페토크레이지다이아몬드넥스트플레이 같은 개발사에 투자했죠수익성 확보보다는 장기투자에 가까웠습니다최근의 엔트리브소프트 인수도 매출 확보보다는 캐주얼 라인업과 퍼블리싱 영역을 강화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는 게 맞을 거고요.

 

 

글로벌 시장 개척

 

해외시장에서 먼저 재미를 보고공격적으로 진출한 것은 엔씨였습니다. 2000 7월 대만에 진출한 <리니지>는 국가 전산망을 두세 차례 마비시킬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죠엔씨는 물론 국내 온라인게임 업체의 수익성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됐고해외 시장에 대한 자신감도 높아졌습니다.

 

탄력을 받은 엔씨의 행보는 과감했습니다태평양 건너 게임 종주국 미국으로 달려간 거죠아시아 변방의 ‘듣보잡’ 회사는 ‘로드 브리티시를 영입하며미국 게임계의 스포트라이트를 한 몸에 받았습니다비록 리차드 게리엇은 먹튀’ 논란을 남기며 엔씨와 헤어졌지만, <길드워>의 아레나넷 인수, <시티 오브 히어로퍼블리싱 등을 통해 미국과 유럽 시장에 큰 인상을 남겼죠.

 

2001년 게리엇 형제와 손잡으며 게임계를 발칵 뒤집었던 엔씨.

 

하지만거기까지였습니다라인업의 부진부재 속에 최근 몇 년간 엔씨의 해외 실적은 우울합니다가장 큰 시장인 중국에서 계속 부진했고미국과 유럽도 <길드워이후 잠잠합니다일본에서는 <리니지 2>의 성공으로 부상했다가이후 다시 주춤하고대만과 태국의 법인들도 조용합니다뒤늦게 진출했지만성큼성큼 나아가는 넥슨과 비교하면 더욱 그렇습니다.

 

넥슨은 일본에서 지난해 확고한 온라인게임업계 1등이 됐습니다미국에서는 <메이플스토리> <컴뱃암즈>를 앞세워 온라인게임 퍼블리셔 선두를 달리고 있죠대만 양대 메이저 퍼블리셔의 하나인 감마니아의 최대 주주이기도 하고중국에서는 <던전앤파이터>의 선전으로 2011년 전년 대비 매출이 50% 이상 늘어났습니다유럽도 <컴뱃암즈등으로 흑자 속에 공략 중이고요. 국가 별로 다양한 라인업을 가동하며 멀찌감치 앞서나가고 있습니다지난해 매출 1조 원 돌파는 그런 성과들이 모인 결과겠죠.

 

2011년 회사가치를 더 잘 인정해주는 일본에서 상장한 넥슨.
 

하지만이렇게 단단해 보이는 넥슨도 약한 고리가 있습니다확실한 RPG 라인업이 없다는 거죠지난해 북미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했던 <빈딕투스>(Vindictus, 마비노기 영웅전)가 큰 성과를 보이지 못했습니다북미와 유럽은 캐주얼게임으로 공략하기 참 어렵습니다. 바이어컴과의 제휴를 통해 적극적으로 밀었던 <카트라이더>와 <오디션>의 참패는 넥슨에게 충분한 교훈을 주었죠. 북미와 유럽, 더불어 향후 중국 시장 공략을 생각하면 MMORPG 라인업이 더 필요합니다.

 

온도의 차이는 있겠지만서로에 대한 니즈를 느끼는 대목이 아닐까 합니다.

 

 

■ 높아만 가는 글로벌 파고

 

이런 니즈에 불을 지핀 건 최근 게임업계의 상황입니다.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 이어 <디아블로 3>까지 해외 게임의 국내 시장 점유율이 엄청나게 올라갔죠유저들은 즐겁지만국내 대부분의 게임 회사들은 울상입니다. 2005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WoW) 출시 이후의 충격보다 훨씬 센 느낌입니다한국 온라인게임 역사에 외국산 게임이 이렇게 강세를 보인 적이 없었으니까요두 게임은 쉽게 가라앉을 것 같아 보이지도 않습니다. 또한 그 뒤로는 또 다른 후폭풍이 예상되기도 합니다민감한 이들에게는 ‘미국발 게임경보가 울리기 시작한 거죠.

 

빗속에서도 3,000 명이 넘는 인파가 몰린 <디아블로 3> 출시 전 행사.

 

<디아블로 3>에서 보이듯블리자드는 게임의 라이프사이클을 늘려 수익을 올리는 데 관심을 갖기 시작했습니다. <WoW>를 통해 경험한 엄청난그리고 지속적인 수익은 경영진과 투자자들을 설득하기 충분했겠죠. 섣부른 예측이지만, <월드 오브 디아블로><리그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게임이 나올 때나오지 않을까 싶습니다.

 

<디아블로 3>가 블리자드에 한정된 이야기라면, <LOL>의 파급 효과는 급이 다릅니다. <LOL>은 부분유료화 모델로 대박을 낸 최초의 미국산 게임이니까요. <WoW> <스타워즈 구공화국> 급의 대규모 자금이 들어가는 MMORPG 제작은 미국에서도 여전히 어려운 일입니다. 비용 대비 수익성을 담보하기 어려우니까요. 반면 <LOL>은 그 동안 한국과 중국 업체의 전유물로 여겨왔던 부분유료화 모델(Free2Play)을 미국 회사에서도 만들 수 있고, 성공할 수 있음을 보여줬습니다. 미국의 PC게임 개발사들이 그 뒤를 따라올 가능성이 높습니다.

 

더불어, <LOL>은 중국 자본의 위력을 보여주는 사례이기도 하죠. <LOL>의 개발사 라이엇게임즈는 지난해 초 중국 텐센트의 자회사가 됐습니다. 지난해 샨다가 국내 아이덴티티게임즈를 인수한 것처럼, 중국 퍼블리셔들이 풍부한 자금으로 국내외 개발사들을 인수하는 사례는 앞으로도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그 동안 자국 시장에서만 통하는 게임으로 해외에서는 별 성과를 보이지 못했던 중국 업체들의 도약이 예상되는 대목입니다. 국내외 개발사 입장에서는 막강한 자금과 거대한 시장을 지닌 중국 퍼블리셔에 매력을 느끼는 것은 당연합니다.

 

지난 11일 김택진 대표가 엔씨 사내 메일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글로벌 시장은 국경이 이미 없어질 정도로 경쟁이 치열한 도전의 시장이 돼버렸습니다. 엄중한 현실에 대한 인식이 결국 글로벌 파고를 넘어가는 모험에 베팅을 하게 한 것 아닐까 싶습니다.

 

 

기사 속 사진을 보며

 

이런저런 배경과 사정이 있다 해도결국 ‘선택은 사람이 합니다.

 

이번 투자와 관련된 기사들을 보면서 재미있는 사실을 하나 발견했습니다. 김택진 대표와 김정주 대표의 기사 속 사진들이 너무 대조적이라는 점이죠.

 

엔씨소프트 김택진 대표(왼쪽)와 NXC 김정주 대표.

 

김택진 대표는 저 앞을 쳐다보며 비전을 제시하는 느낌이 듭니다. 반면 김정주 대표는 바로 앞에 앉아 친근하게 이야기하는 자세고요. 회사에서 공식적으로 나오는 사진을 대표가 일일이 고르는지는 모르겠지만, 거부권 정도는 행사할 수 있을 겁니다. 비슷한 계속 이런 사진이 나온다면, 그 이미지가 두 대표의 기질 또는 지향하는 가치에 가깝기 때문이지 않을까요? 옛날 프로필 사진(아래)을 찾아보니, 요즘과 별반 다르지 않더군요.



실제로 김택진 대표는 줄기차게 차세대 게임을 지향하며 개발에 올인해 왔던 스타일입니다. 국내 대형 퍼블리셔의 수장 중 김 대표만큼 개발에만 집중하는 CEO는 없습니다. 옆에서 보면 불쌍할 정도로 개발에 몰입한다는 느낌이 들죠. 그게 반드시 좋은 것이라고는 볼 수 없습니다. 신경 못 쓰는 부분도 있을 테고요. 하지만 그 덕분에 엔씨는 대형 MMORPG를 세 개 이상 성공시킨 유일한 회사가 됐습니다. 이런 경험은 다시 그의 기질과 가치에 영향을 줬을 거고요.

 

엔씨 김 대표가 회사에 앉아 개발에만 집중한다면, NXC 김정주 대표는 여러 곳을 탐색하며 다양한 아이디어로 사업을 확장하는 스타일입니다. 회사 초기부터 본인이 아닌, 임원들이 돌아가며 CEO를 맡았던 것도 이런 기질 탓이겠죠. 그리고 그 덕분에 하나도 제대로 성사시키기 어렵고 품도 많이 들고 오래 걸리는 투자와 인수에서 계속 큰 성과를 거두었을 거고요. 사진 속 김정주 대표의 모습은 그 과정에서 친화력 있게 설득해 나가는 이미지를 연상시킵니다.

 

김택진 대표는 집중하는 기질을, 김정주 대표는 확장하는 기질을 가졌습니다. 15년 가까운 우여곡절을 겪은 후, 서로가 절실해진 집중과 확장이 만났습니다. 어떤 새로운 그림이 펼쳐질까요? 국내외 게임업계에는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좀더 사실이 확인되면 미래에 관한 허접한 글을 보태도록 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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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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