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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9명으로 AA 수준 FPS를 만들어라? ‘국방 FPS’ 프로젝트의 실체

‘민군 협업을 통한 게임형 Train-ment(가칭) 개발방안 연구’ 보고서 요약, 분석

김승현(다미롱) 2017-02-17 18:02:01

한국형 <아메리카스 아미>(이하 AA)로 화제가 된 '국방 FPS' 프로젝트가 타당성 검증 단계부터 졸속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국방 FPS(가칭)는 국방부가 군 복무 불안감 해소와 군대에 대한 대국민 홍보, 그리고 군사 교육 등을 목적으로 검토 중인 민군 합동 FPS 게임 개발 프로젝트다. 정책 실행 여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지만, 프로젝트의 타당성 검증 연구는 지난해 9월 국방부에 보고돼 담당자들로부터 100점 만점에 90.75점을 받으며 ‘완성도가 높고 향후 정책 활용도 또한 높을 것’이라며 평가됐다.

 

하지만 디스이즈게임이 국회 정의당 김종대 의원실이 제공한 타당성 검증 보고서를 입수해 FPS 개발사들에게 타당성을 검증한 결과, 신뢰도나 현실성에 문제가 있는 부분이 다수 발견됐다. 보고서 전반에 걸쳐 게임에 대한 부족한 이해도가 엿보였고 결론 도출 과정도 명확하지 않았다. 특히 보고서는 추구하는 게임 콘셉트에 비해 개발에 필요한 자원을 턱없이 적게 산정해,​ 국방 FPS가 제대로 탄생할 가능성 자체를 낮췄다.

 

다음은 디스이즈게임이 입수한 ‘민군 협업을 통한 게임형 Train-ment(가칭) 개발방안 연구’ 보고서와 이에 대한 FPS 게임사들의 평가를 요약·정리한 내용이다. /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자료제공: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 관련기사

① 9명으로 AA 수준 FPS를 만들어라? ‘국방 FPS’ 프로젝트의 실체 (현재기사)

② 이게 3,200만 원짜리라고? ‘국방 FPS’ 연구 보고서 분석

③ 국방부의 야심찬 프로젝트 ‘국방 FPS’, 과연 현실성 있을까?

 

※ 취재원 보호에 대한 문제가 해결되어 취재를 보강해 기사를 다시 송고합니다. 혼란을 드려 죄송합니다.

 

# “군대 정보가 별로 없으니, 정보성 FPS가 필요할 거야”

 

국방 FPS의 개발 목적은 게임을 통한 입대 기피 현상 해소다. 하지만 보고서에는 입대 예정자들이 ‘왜’ 입대를 꺼리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왜’ FPS 게임이 필요한지에 대한 설명을 찾을 수 없다.

 

보고서는 서론부터 “복무 생활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및 복무 생활 동안의 시간적 지루함 때문에 병역 기피 현상이 만연해 있다”고 논리를 전개했다 하지만 이 ‘막연한 두려움’에 대한 구체적인 설명은 없었다. 타당성 분석을 위한 입대 예정자 설문조사 첫 질문으로 “입대하면 어떤 훈련을 받는지 아느냐”라고 물어본 것을 미루어 봤을 때, ‘부족한 정보’가 두려움과 입대 기피의 원인이라 전제한다고만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다행히(?) FPS 게임이 왜 두려움(?)의 해소 방안으로 선정됐는지는 설문 조사에 보다 자세히 암시돼 있었다. 질문지는 “입대하면 어떤 훈련을 받는지 아느냐”라는 첫 질문 이후에 연이어 “미리 알면 도움이 될 것 같냐”, “만약 게임으로 군대 정보를 알 수 있다면 플레이 하겠냐” 등을 물어봤다. 

 

다음은 국방 FPS 프로젝트 타당성 연구 과정에서 쓰인 설문조사 질문지 전문이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그리고 보고서는 이런 질문에 호의적으로 응답한 이가 다수라는 것을 근거로 국방 FPS의 필요성과 타당성을 설명했다.

 

“종합하여 볼 때 입대 예정자들은 군에 대해서 잘 모르고 있으며, 본인이 곧 경험해야 될 군대에 대해 제대로 된 군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체계가 없다는 현실적인 문제가 있다. 그렇기 때문에 제대로 된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플랫폼이 있어야 하는데 국방 FPS를 통해 게임에 친밀감이 높은 요즘 젊은 입대 예정자들에게 군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좋은 플랫폼 역할을 하면서, 재미와 훈련의 성과를 얻을 수 있다고 판단된다.”

 

 

# AA + 아르마 3 + AI? 국방 FPS의 실체

 

그렇다면 보고서가 필요하다고 주장한 국방 FPS는 어떤 게임일까? 보고서에 적힌 개발 방향을 정리하면 국방 FPS는 <AA> 시리즈의 주요 특징에 <아르마 3>의 시나리오 생성 기능, 그리고 유저 개개인의 행동을 학습해 그대로 움직이는 AI를 더한 게임이다. 보고서는 게임의 콘셉트를 “<AA>를 철저히 벤치마킹해 기획 시간을 줄이고, <AA>에 없는 고도의 AI 기술을 접목시켜 상용 FPS 게임과 차별화시킨다”고 설명했다. 

 

국방 FPS는 ​구체적으로 ​PC·모바일 겸용으로 개발될 10:10 분대 규모 FPS다. 게임은 기본적으로 <AA>처럼 8가지 캐릭터 동작, 사실적인 국군 화기 묘사, 그리고 '훈련소 모드'​로 명명된 교육 기능을 기반으로 한다. 

 

훈련소 모드는 <AA>의 초반부처럼 유저가 실제로 훈련소에 입소해 교육을 받는다는 콘셉트 아래, 실제 논산 훈련소 교육처럼 게임을 처음 접한 유저들에게 소총·수류탄 조작 요령, 영점 사격, 각개전투 등을 알려주는 콘텐츠다. 훈련소 모드는 이런 조작 가능한 튜토리얼 부분 외에도 입영행사·​총기수여식·​제식훈련 등 실제 국군 훈련소 교육 과정을 3D 영상으로 제공해 훈련 과정을 최대한 자세히 보여줄 예정이다.

 

보고서는 이런 훈련소 모드 외에도, <AA>처럼 상세한 주특기 교육(?) 콘텐츠를 추가할 것을 권하고 있다. 수색병 교육 과정에는 전술 보행 등이 들어가 있고, 이를 수료해야만 해당 병과와 관련 스킬,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식이다. 타 게임과 다른 점은 <AA>를 벤치마킹한 만큼 과정 하나하나가 사실적이라는 것이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보고서는 이런 기초 위에 ▲ 작전 계획 수립 능력 학습 기능, ▲ 시나리오 생성 및 유통 기능, ▲ 사람같은 AI 등을 꼭 넣어야 한다며 강조했다.

 

작전 계획 수립 능력 학습은 <AA>나 <아르마 3>처럼 현실적인 시나리오 모드로 유저들에게 전술 능력을 학습시키겠다는 취지다. 보고서는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전투모드는 기본적으로 구체적인 HUD 기능, 개인별 게임 결과 데이터 제공을 포함한 팀워크 평가 기능, 채팅기능(입대자원끼리만, 병사끼리만), 한국군 분대급 화기 구현, 다양한 시나리오 조합을 포함한 맵 등을 필수적으로 포함하여야 한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여기에 추가로 게임에 <아르마 3>처럼 유저가 직접 시나리오를 만들고 유통할 수 있는 기능을 추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향후 현역 군인들이 직접 제작한 시나리오, 유저 시나리오 모집 대회 등을 통해 콘텐츠 확장성을 보강한다는 계획이다.

 

국방 FPS는 마지막으로 사람과 동일한 수준의 AI를 제공해 사실성을 높일 계획이다. 보고서는 이를 위해 유저 개개인의 행동을 학습해, 해당 유저가 오프라인 상태더라도 AI가 그 유저처럼 행동하며 다른 유저들 싸울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유저가 AI 모드를 혼자 플레이 하더라도 실제 다른 유저들과 10:10 전투를 벌이는 것 같은 경험을 주는 것이 목표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 “게임 시장도, 게임 개발도 모르고 만든 기획”

 

보고서는 이런 게임을 개발자 9명이 2년 간 58억 4,148만 원이 필요하다고 산정했다. 개발비는 개발 단계에서 민간(개발사)가 모두 감당하고, 이후 국방부가 콘텐츠 이용료 명목으로 5년 간 개발비의 50%을 보전해 주는 방식이다. 

 

개발사는 국방 FPS 운영을 통해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계약 기준 이상의 수익이 발생했을 경우 이중 일부를 국방 FPS 업그레이드에 투자해야 한다. 참고로 보고서는 게임의 수익 모델과 관련해 ▲ 군인은 모두 무료, 일반인은 훈련소 모드만 무료, ▲ 아이템 구매 같은 모델은 지양하라고 권했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그렇다면 이런 모델은 실제로 현실성이 있을까? 디스이즈게임은 한국의 FPS 개발사와 퍼블리셔에 국방 FPS의 현실성에 대해 문의했다. 

 

답변은 모두 회의적이었다. 디스이즈게임이 문의한 5개의 게임사 모두, 보고서에 쓰인 기획과 자원으론 '국방 FPS'를 만들 수 없다고 단언했다. 가장 많이 지적받은 부분은 비현실적인 자원 산정이었다. 

 

5개 게임사 모두, 보고서가 산정한 개발자 9명, 개발기간 2년, 개발비 58억 4,148만 원은 말도 안되는 자원이라고 지적했다. 보고서가 목표로 하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선 개발진만 수십 명, 개발 기간도 3년 이상 필요하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국방 FPS가 추구하는 PC/모바일 겸용 게임이 되려면 필요한 자원은 배로 늘어난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국방 FPS의 콘셉트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았다. 5개 게임사 중 2곳이 국방 FPS가 추구하는 '오락 + 학습' 콘셉트는 구현 난이도도 높고, 구현되더라도 시장에서 유저들의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시장에는 재미에만 초점 맞춘 FPS가 여럿 있는데다가, 국방 FPS 자체의 특성 상 '즐기는' 콘텐츠로 인식될 가능성 자체도 낮다는 것이 이유였다.

 

다른 1곳의 게임사는 아예 국방 FPS의 기획 자체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어차피 대부분의 남성이 군대에 들어가야 할 국가에서 교육•홍보용 게임을 만든다면, 굳이 라이브 서비스되는 FPS를 만들 필요가 없다는 의견이다. 개발사는 이를 지적하며 "국방 FPS의 현재 콘셉트는 군 생활을 미리 체험해 입대 두려움을 줄이겠다는 취지와는 맞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민간이 이런 게임을 개발비의 50%를 부담해 만드는 것도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나왔다. 국방 FPS는 성격 상 유료 상품이 극도로 제약되는 게임이다. 더군다나 게임은 '교육용'이라는 패널티까지 안고 있다. 게임사는 이런 상황에서 운영을 통해 개발비의 50%를 회수하고, 운영비와 업데이트 비용도 마련해야 한다. 사실상 게임사에서 손해를 떠안으며 개발하고 운영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전반적으로 실제 한국 게임 시장과도, 게임 개발 환경과도 맞지 않는 기획이라는 평이 대다수였다.

 

자료를 제공한 정의당 김종대 의원도 국방부의 보고서에 대해 강한 비판을 남겼다.

 

김 의원은 “군 입대 기피의 원인은 정보 부족이 아닌 국방부의 졸속행정과 인권유린이 만연한 후진적 병영문화이다. 그런데 국방부는 창조국방이란 핑계로 그러한 책임을 입대 장병에게 온전히 뒤집어씌우는 의도가 보이는 연구용역 보고서에 3,200만원을 투자하고 이를 정책에 활용하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김 의원은 “보고서는 총제적인 졸속으로 제시된 개발비용과 일정이 현실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비정상에 가깝다. 또한 개발사가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를 제시하는 것은 게임업계에게 대군 이미지 개선을 이유로 부당한 손해를 감수하고 강제로 개발을 강요하려는 의도가 보이는 또 하나의 ‘어용 예술’이 아닌가 의심된다.”며 전체적으로 모순된 보고서임을 주장했다.

 

​※ 이미지 출처: 정의당 김종대 국회의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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