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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요즘 일본 초등학생 중에는 '파일'과 '폴더'를 모르는 애들이 적지 않다"

일본 기자에게 들어본 일본 시장, 한국 게임 그리고 지스타

김주호(감돌) 2016-11-25 11:07:49

한국 모바일 게임이 일본 시장에서는 맥을 못 추고 있습니다. <세븐 나이츠>와 <서머너즈워> 같은 예외도 있지만, <라그나로크 온라인>, <메이플스토리>, <붉은 보석>, <리니지 2> 등이 활개를 펼치던 시절과는 무척 달라졌죠. 

 

모바일 플랫폼이 국가의 경계를 허물었는데, 나가는 파도보다 들어오는 파도가 더 셉니다. 무엇이 문제일까요? 이런 저런 분석이 많았습니다. TIG 기자들도 주로 개발사나 퍼블리셔 관계자에게 많이 물어봤죠. 이번 지스타에서는 조금 다른 시도를 해봤습니다.

  

기자가 모여드는 프레스룸. 그곳에 가면 세계 각지에서 온 기자들을 만날 수 있겠죠. 일본 기자도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있었습니다. 일본 게임 기자의 시선으로 일본의 게임 시장과 한국 게임 그리고 지스타에 대해 들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김주호 기자


 

TIG: 취재 때문에 정신이 없을 텐데 인터뷰에 응해줘서 고맙다.


INSIDE 부편집장 쿠리모토 코다이: 대부분의 기사는 출고한 뒤라 다행이다. 나도 당신을 인터뷰할 거니까 서로 윈윈 아니냐. (웃음)


(편집자 주. 인터뷰가 끝난 뒤에 INSIDE에서도 TIG를 인터뷰했다.)

 

인터뷰에 응해준 INSIDE의 쿠리모토 코다이 부편집장.
  

 

# INSIDE는 재밌는 기사를 쓰는 게임 미디어

 

TIG를 보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INSIDE를 소개한다면?

 

일본 콘솔 게임 소식을 메인으로 전하는 미디어다. 이외에도 스마트폰, PC, 아케이드 게임 등의 정보를 함께 다루고 있다. 일본 애니메이션과 만화 그리고 영화 등의 정보도 전한다.

 

 

게임 이외의 정보를 함께 전한다는 것이 특이하다.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이 꼭 게임만 좋아한다는 법은 없다. 때문에 게임 소식을 보러 온 유저들이 관심을 가질 법한 다른 정보도 함께 다루고 있다.

 

 

INSIDE가 다른 일본 매체와 다른 특이점이 있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직접 취재를 한다는 점이 아닐까? 기본적으로 보도자료에 의존하기보다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하는 것을 선호하는 편이다. 기사가 전반적으로 잡지의 느낌과 비슷하다. 

 

우리가 잡지를 사보는 이유는 새로운 정보를 접하기 위함도 있지만, 그것 자체가 하나의 즐길거리가 되기 때문이지 않은가. INSIDE의 기사도 소식을 단순히 전달하는 것 이상으로 독자들에게 재미를 전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아, 그래서 게임 분야 이외에도 다양한 분야를 다루고 있는 것인가? ‘심심한데, INSIDE나 들어가볼까’라고 생각하는 유저들을 위해?

 

맞다. 정확하게 봤다. 

 

 

빠르게 기사를 쳐내는 것도 쉬운 게 아닌데, 그걸 재밌게 쓰려니 더 힘들겠다. 기자들의 역량이 대단한가 보다.

 

(웃음) 노력하는 편이다. 때문에 기사 하나 쓰는 데에도 여러 명이 붙는 편인데, 주로 편집팀에서 아이템을 찾으면 라이터(기자)들이 이것을 더욱 재밌게 이끌어내는 식이다. 

 

INSIDE의 홈페이지 캡처, 최근엔 VR 소식도 많이 다룬다고.
 

 

# 일본의 게임 시장에 대해서

 

INSIDE의 소개는 이 정도면 된 것 같고, 이제 본격적으로 일본 게임 업계에 대해서 듣고 싶다. 요즘 어떤가?

 

역시 스마트폰이 메인이다. 콘솔 시장보다 규모가 더 커졌다. PC 온라인게임 쪽은 과거보다 좀 더 힘들어진 것 같다. 출시작 자체가 과거에 비해 많이 줄어든 것이 원인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한 가지 재밌는 것은 PC 온라인게임의 대표 장르인 MMORPG의 플랫폼 이동이다. 해당 장르의 시장 자체가 축소된 것은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게, 콘솔에서 MMORPG를 즐기는 유저가 꽤 있는 편이다. <판타지 스타 온라인 2>, <파이널 판타지 14>, <드래곤퀘스트 10>처럼 콘솔에서의 MMORPG는 그 나름대로 시장을 구축하고 있다.

 


한국 게임은 일본에서 어떤 이미지인가?

 

확실히 한국은 PC 온라인게임을 잘 만드는 국가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세븐 나이츠>나 <서머너즈워>가 일본에서 선전 중이지만, 게임 안팎으로 한국 게임이라는 느낌이 없다보니, 의외로 한국 게임인지 모르는 유저가 제법 많다. 

 

일본의 유명 액션 게임 <데빌 메이 크라이 4>와 콜라보를 진행 중인 <세븐나이츠>. 이렇게만 보면 한국게임이라는 인상이 전혀 안 느껴진다.

 

 

확실히 한국 게임에게 일본 시장은 진입장벽이 높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한국 게임이 일본에 진출해서 성공하려면 어떤 것이 필요할까?

 

무엇보다 그래픽이 우선이다. 일본에 먹힐 만한 그래픽 요소가 있어야 한다. 이건 단순히 그래픽이 뛰어난가 아닌가의 요소는 아닌 것 같고, 스타일의 문제인 것 같다. 캐릭터도 리얼계보다는 둥글둥글한 이미지가 먹히는 편이고 색감도 파스텔톤에 가깝달까? 이건 말로 설명하긴 어려운 얘기인 것 같다. (웃음) 비슷한 스타일의 한국 게임을 봐도 일본 게이머의 눈에는 어딘가 다르다는 느낌이 들 정도니까. 

 

 

그렇다면 최근 일본서 가장 화제가 된 게임을 뭘까?

 

<몬스터 스트라이커>와 <퍼즐앤드래곤>의 인기는 전성기에 비해 약간 사그라든 느낌이 없지 않으나 여전히 높은 순위를 기록 중이다. 최근엔 <Fate / Grand Order>가 뜨는 느낌이랄까? 그리고 콘솔 쪽으로는 닌텐도 <스플래툰>의 선전이 흥미롭다. 올해 일본의 '니코니코 동화'와 함께 큰 대회가 열렸다. 일본 e스포츠의 태동이 느껴진다.

 

 

하긴 닌텐도의 새로운 하드웨어 'Switch(스위치)' 발표 때도 e스포츠를 염두한 장면이 있더라.

 

게다가 거기에 나온 게임이 <스플래툰>이었다. 이런 식의 대회가 많아진 것은 처음인 것 같다. 

 

사진은 닌텐도 스위치의 프로모션 영상 중에서 캡처. e스포츠를 암시하고 있다.

 

<포켓몬 고>는 어떤가? 한국서는 일부 지역에서만 플레이할 수 있어서, '미지의 게임'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오죽하면 외국 나가서 <포켓몬 고> 플레이 인증샷을 올리는 사람들이 있을까.

 

(웃음) 여전히 일본에서 인기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엔 관련해서 플레이어의 사건, 사고 소식이 적지 않아서 그쪽으로 더 유명해졌다. 

 

 

사건, 사고라면?


몬스터를 잡기 위해 다른 사람의 집으로 간다던가, 게임 화면만 보면서 밖에서 움직이다가 사고가 났다건가, 운전 중에 게임을 즐긴다던가 뭐 이런 것들이다. 

 

<포켓몬 고>로 인한 사건, 사고는 단지 일본의 일만은 아니다.

 

[관련기사] 포켓몬 대신 잡은 건 시체? ‘포켓몬고’ 폭발적 인기에 사건사고 잇따라

 


LINE(라인)과 연계한 게임 쪽은 어떤가? 한국서는 초창기에 카카오톡과 연계한 게임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었었다.

 

라이트한 게임은 라인과의 궁합이 좋은 편이다. 실제로 성적도 잘 나오고 있고. 사실 요즘 라인은 게임도 게임이지만 '라인 라이브'라는 방송 시스템이 인기다. 

 

 

페이스북 라이브랑 비슷한 건가?

 

맞다. 아무래도 일본은 라인이 메인이다 보니 페이스북보다는 이쪽이 좀 더 화제가 되는 것 같다. 

 

 

# 일본 기자가 본 2016 지스타

 

지스타에 왔으니까 지스타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게임을 꼽자면?

 

단연코 <페리아 연대기>다. 그래픽이 일본 사람들이 무조건 좋아할 스타일이다. 세계관도 매력적이고. 일단 기사를 쓰면 반응이 다르다. 게임 자체의 정보가 적으니 아쉬울 정도다. 

 

아! 그리고 이 게임이 일본에서 관심을 얻는 이유가 하나 더 있는데, 샌드박스 요소 덕분이다. 일본에서 <마인크래프트>의 인기가 워낙 높은 편이라 <페리아 연대기>의 크래프트 요소가 유저들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다.

 

일본 게임 미디어 '4gamer'의 기자도 같은 질문에 <페리아 연대기>를 꼽았을 정도.

 

 

그런 의미에선 <메이플스토리 2>도 비슷한 느낌 아닌가? 

 

맞다. 일본에선 서비스를 하지 않으니 실제 반응을 알 수 없다는 게 아쉽다. 

 

 

그 외엔 어떤 게임이 있을까?

 

<트리 오브 세이비어 모바일>도 괜찮았다. 일본에선 PC 버전이 서비스를 막 시작했는데, 해당 유저들이 모바일 게임을 한다면 손쉽게 넘어올 것 같다. 여담으로 이번 지스타에 참가한 게임은 아니지만 <데스티니 차일드>는 일본에서 무조건 먹힐 것 같다. 

 

 

그렇다면 기자 입장에서 2016 지스타를 총평한다면?

 

왜인지는 정확하게 모르겠지만, 작년보다 약간 축소된 느낌이 있다. 게이머의 시선에서 보자면 일본에서 먹힐 만한 게임이 부쩍 줄어든 게 느껴진다. 개인적으론 요즘 엔씨가 지스타에서 보이지 않아서 아쉽다. 재작년에 <리니지 이터널>과 <프로젝트 혼>이 대단했다.  특히 <프로젝트 혼>은 몇 없는 로봇물이어서 기대가 컸는데…

 

 

아… <프로젝트 혼>은… 뭐, 아시다시피 그렇게 됐다… (한숨)

 

(한숨)

 

[관련기사] 엔씨소프트, ‘프로젝트 혼’ 개발 종료 및 개발팀 해체 후 재배치



그는 참 좋은 게임이었습니다. RIP.


# 일본 시장에 성공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일본 시장에 도전하는 한국의 게임 개발사에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심플하게 성공 키워드 하나를 말해줘도 좋겠다.

 

(잠시 뜸들이다) 역시 돈? (웃음)

 

 

에이… 그런 뻔한 얘기 말고 다른 걸로.

 

음… 일본에서 유명한 퍼블리셔를 찾으면 성공 확률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유저들은 퍼블리셔나 개발사의 네임벨류에 민감한 편이니까. 아까 돈 얘기를 한 것도 이런 인지도의 문제 때문이다. 아무래도 인지도가 없으면 성공하기 힘들다는 인상이 있기 때문에 이를 높이기 위한 대형 미디어 믹스가 필요해진다. 여기엔 자연스럽게 돈이 필요하고…

 

만약 단독으로 일본에 진출한다면, 역시 좀 전에 언급했던 그래픽이 중요하다. 유저들이 언뜻 봤을 때 눈길을 끌 요소는 역시 그래픽이니까.

 

아, 그리고 한국서는 액션 RPG 장르의 모바일 게임이 인기인데, 일본에선 잘 모르겠다. 조작이 어려워지면 자연스럽게 진입장벽이 생긴다. 

  

 

양손에 스마트폰을 가로로 쥐어야 한다던가 뭐 그런 스타일 말하는 건가?

 

맞다. 아직까진 그런 스타일의 모바일 게임은 일본에서 거부감이 있다. 일본에서 성공한 모바일 게임들을 보면, 조작은 간단하지만 이후에 파고들 요소가 많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고 일본에선 ‘오토메’ 게임이라고 불리는 장르가 있는데, 주로 여성 유저를 타깃으로 한 게임이다. 주인공이 잘 생긴 남자들을 공략하는 그런 게임인데, 이게 의외로 매출이 상당히 높다. 이쪽을 타깃으로 개발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사진은 글리터에서 제작한 '오토메'게임 <로맨틱 프린세스>.

 

 

‘막스 무라이’, ‘히카킨’ 같은 일본의 유명 유튜버를 통한 마케팅은 어떤가? 한국서는 ‘인플루엔서 마케팅’이라고 부르는데, 호불호가 좀 있는 편이다.


일본에서 중요하다. 하지만 먹히는 연령대가 특정되어 있다. 대체로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 정도까지랄까? 아무래도 모바일로 유튜브를 시청하는 유저가 그쪽에 몰려 있는 데다 연령대 자체가 매체에 영향을 받기 쉬운 시기다. 만약 타깃이 일반 성인이라면 아직까진 기성 미디어가 영향력이 있다.

 

 

한국에선 여전히 PC 온라인이 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데, 일본은 어떨까? 

 

일본에서 PC 온라인은 애매하다. 신규 유저 유입이 극단적으로 적다. 하는 사람만 하는 플랫폼이 되어버린 느낌이랄까? 일례로 최근 일본에는 PC를 쓰지 않는 집에 많아졌다. 스마트폰으로도 충분히 해결되어버렸으까. 상황이 이러니, 요즘 초등학생 중에는 ‘파일’과 ‘폴더’ 개념을 모르는 아이들이 적지 않다. 일부 중학생들도 사정은 비슷하다. 

 

 

아, 하긴 일본에서 아이폰이 주류다보니, 그런 현상이 발생하겠다. 


(편집자 주. iOS는 샌드박스 정책 때문에 파일과 폴더 개념이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마인크래프트>도 모바일이나 콘솔로 즐기는 유저가 대부분이다. 앞으로 이들이 점점 나이를 먹어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이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점은 PC 온라인에서나 가능했던 게임이 이젠 모바일이나 콘솔에서도 플레이할 수 있게 됐다는 것이다. 한국 개발사의 PC 온라인게임 개발 노하우를 모바일이나 콘솔 쪽에 집중한다면 승산이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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