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8월 중순이 되면 상장기업들의 보고서가 쏟아져 나옵니다. 1월부터 6월까지 회사의 반년간 실적을 공시하는 ‘반기 보고서’를 제출하기 때문인데요, 100여 장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양의 보고서를 꼼꼼히 살펴보기란 쉽지 않습니다.
디스이즈게임은 반기 보고서에 숨어있는 이야기를 살펴보는 기획을 준비했습니다. 무심코 지나쳤던 숫자와 문구는 어떤 재미있는 정보를 담고 있을까요? 모바일게임의 부진 속에서도 위메이드는 여전히 견고해 보이기만 합니다. 위메이드를 버티게 하는 뿌리는 무엇일까요? 반기보고서에 그 비밀이 숨겨 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송예원 기자
■ 구조조정에도 ‘적자’는 끝나지 않았다
위메이드의 추락이 끝날 줄 모릅니다. 2013년 2분기 662억 원의 최대 매출과 86억 원의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한 이후 줄곧 하락세를 보이고 있는데요, 심지어 2013년 3분기부터는 ‘적자’ 행진을 이어가고 있죠. 아, 다음카카오의 상장으로 ‘투자 대박’을 터뜨렸던 2014년 4분기는 제외하고요.
계약직 QA직원부터 개발자까지 직원 수를 23% 가량(1,130명->871명) 정리하며 몸집을 줄였고, 광고선전비 등 그 밖에 영업비용도 축소했지만, 위메이드는 올해 상반기 역시 적자를 면치 못했습니다.
위메이드가 꼽은 실적부진의 요인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먼저 히트 신작의 부재입니다. 2013년 <윈드러너>, <아틀란스토리>, <에브리타운> 성공 이후 2014년 야심차게 내놓은 대작들은 줄줄이 실패를 맛봤습니다. 심지어 올해는 신작이 ‘단 한 개’도 없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캐쉬카우’로 보였던 기존작들의 매출도 꼬꾸라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모바일 부문에서 대표작이 포진해있는 캐주얼 게임만 매출이 30% 하락했습니다. 미드코어 게임도 47%나 감소했죠. 모바일게임 전체 매출은 36% 감소해 238억 원에 그쳤습니다.
2013년 위메이드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모바일게임. 그리운 옛날(?)이여.
■ “고마워요 <미르의 전설 2>”
연일 이어지는 모바일게임 부문 악재. ‘위메이드호’는 이렇게 순식간에 침몰하고 마는 걸까요? 적어도 올해는 ‘NO’입니다. 사실 숨겨진 캐시카우는 따로 있으니 말이죠! 지금의 위메이드를 있게 한 <미르의 전설2>가 그 주인공입니다.
국내에서는 화려한 그래픽과 기술력을 앞세운 대작들에 밀려 점차 잊혀지고 있는 2D 그래픽의 <미르의 전설2>. 중국에서는 동시접속자수 80만 명을 넘으며(2005년) ‘국민 게임’으로 자리잡았는데요, 다소 주춤하긴 하지만 서비스를 시작한 지 15년이 지난 지금도 그 인기는 여전한가 봅니다.
<미르의 전설2>는 2015년 상반기 151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위메이드 전체 매출의 23.7%라는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윈드러너> 시리즈, <에브리타운>, <바이킹 아일랜드>, <두근두근레스토랑> 등 한 때 위메이드의 기둥이라던 게임들의 매출을 모두 더해야 간신히 넘는 수준이죠.
단연 해외 매출의 비중이 압도적입니다. 151억 원 중 89%에 달하는 134억 원이 해외에서 거둬들인 수익이거든요. 국내 매출은 17억 원으로 무시할 수는 없지만, PC방 순위 28위에 있는 최신작 <이카루스> (19일 게임트릭스 기준) 국내 매출이 81억 원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큰 숫자는 아니죠.
■ 모바일 해법도 결국은 <미르의 전설2>
<미르의 전설> 시리즈의 IP는 위메이드와 액토즈 소프트가 공동으로 보유하고 있는데요, 보고서에 따르면 매출액의 일정부분을 받는 ‘러닝 로열티’ 형태로 계약이 체결돼 있습니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사실 이 한 줄은 그냥 지나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과장을 조금 보태면, 앞으로 모바일게임에서도 위메이드를 먹여 살리는 건 <미르의 전설2>가 될 수 있다는 일종의 예고와 같거든요.
아니나 다를까, 샨다게임즈가 개발하고 텐센트가 서비스하는 <미르의 전설2> 모바일 버전 <열혈전기>가 3일 중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습니다. 사전 등록자만 500만 명. 20일 현재 중국 애플 앱스토어 매출 2위를 달리며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수십 여 개의 안드로이드 마켓 매출까지 더하면 국내의 <윈드러너> 돌풍은 우습게 제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시장의 기대도 엄청 나네요. 지난 6월 3만 5,000원 대까지 떨어졌던 주가가 영업손실 ‘76억 원’의 실적 발표가 있었던 8월 7일 한 때 오히려 7만 400원까지 올랐거든요(종가는 6만 7,000원). 참고로 이는 지난 5년간 위메이드 주식의 최고가 이기도 합니다.
상반기 웹젠은 <뮤 오리진>(중국명: 전민기적)로 ‘기사회생’에 성공했습니다. 매출액은 3배나 올랐고, 지속되던 적자는 흑자전환에 성공했습니다. 상반기 영업이익만 314억 원을 넘어섰죠. 이에 업계에서는 <미르의 전설2> 중국 성공여부에 따른 위메이드의 하반기 성적에 이목이 쏠리고 있습니다.
다만 웹젠과 킹넷 두 회사만이 얽힌 <전민기적>과 달리, <미르의 전설2> 모바일 버전은 개발사 샨다부터 공동으로 IP를 보유한 위메이드와 액토즈소프트, 마지막으로 퍼블리셔 텐센트까지 이해관계가 꽤 복잡한편입니다. <전민기적>의 '기적'은 어려울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반기 위메이드 성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