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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대표지만 ‘게이머’였던 개발자, 닌텐도 이와타 사토루

정혁진(홀리스) 2015-07-13 16:39:03


 

2002년 사장에 취임해 13년 째 닌텐도를 맡아오던 수장, 이와타 사토루 대표가 지난 11일 담관암으로 별세했습니다. 향년 55세입니다. 생을 달리 하기에는 젊은 나이입니다. 4대 대표를 역임한 이와타 대표의 빈자리는 타케다 겐요 전무와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가 공동으로 맡을 예정입니다.

 

2003년, 42세의 젊은 경영인으로 취임한 이와타 대표는 취임식에서 사원들에게 ‘다른 사람들이 하지 않을 것 같은 데서 가치를 찾아내라. 남녀노소 모두에게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무언가를 찾아라’라고 주문했습니다. 이후 발상의 전환과 위기극복의 리더십을 발휘, 저물어 가던 닌텐도를 통해 닌텐도 DS, Wii 등을 선보이며 닌텐도를 전 연령층이 즐기는 게임사로 각인시켰습니다. 

 

5세부터 95세까지 모두가 즐기는 게임을 만드는 것이 목표였던 이와타 대표는 지난 11일 발걸음을 멈췄습니다. 물론 그 뜻은 닌텐도가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입니다. 디스이즈게임은 이와타 대표에 대해 짧게나마 알아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어색하지만 열심히 한국어로 한국 유저들에게 게임을 소개하는 모습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다시 한 번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디스이즈게임 정혁진 기자

 


 

■ 닌텐도를 위기에서 구한 이와타 사토루

 

소니의 플레이스테이션, 마이크로소프트의 Xbox가 출시되기 전, 닌텐도는 1980년 아타리 쇼크를 종식시키면서 가정용, 휴대용 게임기 부문 최강의 자리를 오랫동안 누려왔습니다. <슈퍼마리오>, <젤다>, <동키콩>, <파이어엠블렘>, <마더> 등 자체 개발 타이틀은 지금도 많은 인기를 얻고 있습니다. 현존 게임사 중 순수 게임 개발사인 동시에 콘솔기기 개발사이기도 합니다.

 

서두에서 말씀 드렸듯이, 이와타 대표는 주문과 함께 ‘재미’, ‘창조’, ‘혁신’을 닌텐도의 모토로 삼고 끊임없이 주목했습니다.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일시적으로 흥행하는 것이 아닌 계속 돌아보며 변화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기존의 벽을 허무는 다소 무모한 용기도 필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와타 대표는 대표직 취임 후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해왔습니다.

 

2000년대 초, 플레이스테이션과 Xbox는 18세에서 35세의 남성 유저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이와타 대표는 여성과 중장년층 유저들을 주목했습니다. 최근 닌텐도가 강조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는 게임’도 이 때부터 나왔습니다.

 

차별화된 전략을 내세운 닌텐도는 이후 이와타 대표의 지휘 아래 2004년 ‘게임인구의 확대’를 주제로 닌텐도 DS를 선보이며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합니다. 하위기종인 게임보이 어드밴스와도 호환돼 인기는 더욱 급증했습니다. 2014년 실적발표 기준으로 닌텐도 DS는 전 세계 1억 5,300만 대가 팔렸습니다. 2014년 6월 기준 1억 5,500만 대 이상 팔린 플레이스테이션2와 맞먹는 수준이죠. 

 

닌텐도 DS가 발매된 4년 뒤인 2006년에는 가정용 게임기 닌텐도 Wii를 발매합니다. 2014년 3월 기준으로 1억 100만 대가 판매되는 놀라운 성과를 기록했습니다. 이와타 대표의 두 번째 작품입니다. DS와 마찬가지로 게임큐브와도 호환돼 과거 타이틀도 재조명되기도 했습니다.

 

닌텐도 Wii는 당시 플레이스테이션3와 Xbox 360이 출시된 게임 시장에서 독자적인 노선을 확고하게 구축합니다. 닌텐도 DS와 함께 휴대용과 가정용 시장에서 ‘일반인에게도 통하는 게임기’라는 인식을 각인시켰습니다.

 

닌텐도에 제 2의 전성기를 맞이하게 한 닌텐도 DS.

 

PS3-Xbox 360과 다른 독자적인 노선을 걸은 닌텐도 Wii.

 

그 밖에 Wii U에 이어 이와타 대표의 네 번째 작품이 될 수도 있었던 닌텐도 NX는 아직은 미공개지만, 닌텐도의 새로운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플랫폼입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미공개인 콘솔기기이지만, Wii U 때 보여줬던 아쉬움을 만회할 수 있는 게임기로 전망됩니다.

 

지난 3월 17일, DeNA와 업무, 자본제휴를 맺으며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출함을 밝힌 것도 주목할 만 했습니다. 스마트폰 시장에 진출할 의사가 없다고 밝힌 이와타 대표의 이례적인 행보였습니다. 단순 이식작을 하지 않을 것임을 강조한 만큼 이 또한 기대되는 부분이었습니다. 휴대용 게임에 대한 노하우를 확보한 회사인 만큼 이와타 대표의 의지가 향후 출시될 게임들에 어떻게 나타낼지, 또 한 번 닌텐도의 성공적인 행보에 도움될지 주목됩니다.

 

 아쉽게도, 이와타 대표는 닌텐도의 스마트 디바이스 진출과 닌텐도 NX의 모습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 프로그래머에서 대표로, 마더2 메인 프로그래머까지

 

이와타 대표는 프로그래머 출신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대학 시절 HAL 연구소에서 아르바이트로 있다가 졸업 후 입사, 본격적인 프로그래밍 업무를 맡았습니다. 당시 협업 중이던 닌텐도의 나카고 토시히코가 이와타 대표에게 배우러 왔을 정도였다고 합니다. 그의 개발 노하우는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의 수중 스테이지에도 담겨 있습니다. 패미컴 초기부터 <핀볼>, <골프>, <벌룬 파이트>와 같은 타이틀 프로그래밍도 담당하며 게임의 기초를 세웠습니다. 현재에도 이와타 대표의 영향은 일부 게임에 남아 있습니다.

 

 

이와타 대표가 대학 시절 개발, 출시한 PC-8801용 FM 음원 & MIDI 보드.

 

 

이후 1992년 HAL 연구소가 경영 부진을 겪을 당시 이와타 대표는 HAL 연구소의 대표로 취임했습니다. 취임 이후에도 프로그래머로 계속 활동했습니다. <마더2: 기그의 역습> 개발에 대한 일화도 유명합니다. 당시 개발 중단이었던 <마더2>에 대해 프로듀서로 참가, “지금 형태대로 간다면 2년이 걸리지만 처음부터 새로 만들면 1년이면 완성된다”며 모든 개발진이 효율적으로 개발할 수 있는 툴을 직접 개발해 제공, 약속한 1년 뒤 게임을 출시하기도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이와타 대표는 <마더3> 개발 중지를 결정했으나 이후 2006년 <마더3>가 출시하는 계기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여담으로, <마더2>에서는 개발툴뿐 아니라 색다른 장치(?)를 도입해 불법복제 유저들을 골탕먹이기도 했습니다.

 

 

 

2000년에 닌텐도의 경영 기획 실장으로 입사, 2003년 대표 취임한 이후에도 이와타 대표는 직, 간접적으로 게임 개발에 참여해왔습니다. 2005년 1월에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미야모토 시게루 전무와 개발 라인을 반씩 맡아서 보고 있다”는 얘기도 할 만큼 개발에 대한 열정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GDC 2005에서는  "나의 명함에, 나는 회사의 사장으로 표기되어 있다. 내 마음속엔, 나는 게임 개발자이다. 하지만 내 가슴속에선, 나는 게이머이다"라고 말해 박수를 받기도 했습니다.

 

 

■ 게이머, 개발자들과 ‘직접!’ 만나는 대표

 

이와타 대표는 다른 게임사 대표들과는 달리 전면에서 매우 적극적인 소통을 하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자사가 발매하는 타이틀 하나하나 직접 처음부터 끝까지 소개를 합니다. 특히 양손을 앞으로 뻗으며 보는 이로 하여금 빨려들게 만드는 “직접!(直接, ちょくせつ)”이라는 말은 이와타 대표의 전매특허였죠. 2011년부터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선보였습니다. 

 


 

닌텐도 다이렉트는 각 나라의 COO가 진행 및 해설을 담당하지만 일본은 이와타 대표가 직접 진행을 맡습니다. E3 등 각종 게임쇼의 설명에서도 다채로운 이벤트와 곁들여 소개하는 것으로도 유명했죠. 아쉽게도, 이제는 이와타 대표의 설명을 볼 수 없게 됐습니다.

 



지난 E3 2015 디지털 이벤트에서는 3인방이 인형 모습으로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이와타 대표는 한국닌텐도를 통해 국내 유저들에게도 인사를 한 바 있습니다. 지난 2012년 4월 14일에 발표한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서입니다. 영상 50초부터 등장하는 이와타 대표는 어색하지만 닌텐도 3DS와 <슈퍼 마리오 브라더스 3DS>를 한국 유저들에게 친절하게 한국어로 설명했습니다. 다만, 영상에서는 트레이드 마크 ‘직접!’을 들을 수 없네요.

 

소개뿐 아니라 게임에 대해 개발자에게 직접 물어보는 기회도 가졌습니다. ‘사장이 묻는다(영어: Iwata asks)’라는 형식으로 이와타 대표가 직접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개발자와 인터뷰를 진행해 개발 비화나 각종 경험을 소개했습니다. 2006년부터 Wii 발매까지 PR 할동을 하기 위함으로 진행된 프로그램은 이후 신작 및 타사 타이틀 소개, 새로운 서비스 등 닌텐도의 다양한 이슈를 소개하는 것으로 확산됐습니다. 

 

이와타 대표는 2012년 닌텐도 다이렉트를 통해 한국 유저들에게 인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개발자와 기기, 그외 다양한 소식을 사장이 직접 듣고 대화하는 '사장이 묻는다'

 

 

■ 세상에는 없지만 영향력은 여전하다 - 유저 및 관계자들의 잇따른 추모물결

 

이와타 대표의 별세는 플랫폼 선호를 떠나 전세계 게임 유저, 개발자들에게 매우 안타까운 소식이었습니다. 현재 각종 SNS를 통해 세계의 많은 이들이 이와타 대표의 소식에 대해 애도를 표하고 있습니다. 이들은 어린 시절 즐거운 추억을 남기게 해줘서 고맙다며 텍스트와 이미지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이와타 대표를 추억하고 있습니다.

 

게임업계 관계자들의 애도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SCE의 요시다 슈헤이 대표를 비롯해 ‘메이저 넬슨’ 래리 허브, MS의 Xbox 기술부장 마이크 이바라, 번지 스튜디오, <철권>의 하라다 카츠히로 프로듀서 등 수 많은 이들이 멘션을 통해 이와아 대표의 별세를 슬퍼했습니다.

 

갑작스레 전달된 슬픈 소식이기에, 추모물결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입니다. 모두가 하나같이 이와타 대표를 게임업계 큰 열정을 가진 인물이었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습니다. “내 명함에, 나는 회사의 사장으로 표기되어 있다. 내 마음속엔 나는 게임 개발자다. 하지만, 내 가슴속에서는 나는 게이머다”라는 말은 많은 이들에게 깊은 메시지를 던지고 있습니다. 끝으로, 이들의 추모를 일부 모았습니다.

 







안녕, 이와타 대표. 편히 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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