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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게임과 권력] ⑥ 개신교 근본주의와 게임규제 (2/2)

신의진 의원의 키다리 아저씨(?) 황우여 대표의 개신교 근본주의적 성향

임상훈(시몬) 2014-03-11 18:55:53

지난해 가을 게임규제 찬성측에 새로운 히어로가 떠올랐습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입니다. 지난 10월 교섭단체 대표연설 이후 행보가 두드러집니다. 이 분에 대해 궁금해졌습니다. 알아봤습니다. 이 분 역시, 권장희 소장과 같은 ‘개신교 근본주의’ 성향이 두드러졌습니다. 현직 여당 대표는 왜 이렇게 게임을 못 살게 굴까요? /시몬

 

[게임과 권력] ①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과거형)

[게임과 권력] ② 게임규제 법안의 역사 (19대)

[게임과 권력] ③ 뉴라이트와 게임규제 (1/2)

[게임과 권력] ④ 뉴라이트와 게임규제 (2/2)

[게임과 권력] ⑤ 개신교 근본주의와 게임규제 (1/2)

[게임과 권력] ⑥ 개신교 근본주의와 게임규제 (2/2)

  

 

황우여 대표는 신의진 의원의 키다리 아저씨?


새누리당 신의진 의원은 정신과 의사 출신으로는 최초로 비례대표로 뽑혔습니다. 전공을 살려 2013년 4월 원대한 계획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습니다. ‘중독 예방·관리 및 치료를 위한 법률안’. 알코올, 마약, 도박, 게임 등 4대 중독을 국가가 일원화해 관리하자는 내용이었습니다.


반응이 밋밋했습니다. 6월 보건복지 상임위원회에 상정됐지만, 문화부, 행정안전부 등 관련된 부처의 반대가 심했습니다. 이런 이유로, 법안을 검토하는 전문의원은 협의·조율 등 세부적인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냈습니다. 야당은 물론이고, 미래창조부 등 다른 상임위 여당 의원들도 호응이 없었습니다.


몇 달째 지지부진. 신의진 의원이나 법안을 함께 준비했던 그룹은 답답했겠죠. 그때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가 등장했습니다. 아마 신 의원이 찾아가 도움을 요청했을 겁니다.

 

2013년 10월 7일, 게임업계는 충격과 공포에 휩싸였습니다. 국회 본회의장에서 날아온 핵펀치급 소식 때문이었습니다. 새누리당 황우여 대표는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통해 알코올, 게임, 마약, 도박을 4대 중독으로 규정하고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관련 기사]

 

 

■ 4대 중독에서 이 사회를 구하겠습니다. (언론에 배포된 연설문 중 중독 관련 부분 일부 발췌)


이제는 이 나라에 만연된 이른바 4대 중독, 즉 알콜, 마약 그리고 도박, 게임중독에서 괴로워 몸부림치는 개인과 가정의 고통을 이해, 치유하고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이 사회를 악에서 구해야 합니다. 중독은 개인 건강문제 뿐 아니라 자살이나 각종 범죄, 생산성 저하로 중독자 가족과 사회 전반에 심각한 폐해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최근 게임에서처럼 그냥 죽여보고 싶었다는 ‘묻지마 호기심 살인’이 끊임없이 일어나고, 심지어 한 중학생은 컴퓨터게임 하는 것을 나무란다는 이유로 어머니를 살해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은 현실과 가상세계를 구별하지 못하는 게임중독의 비극입니다. 인터넷 중독은 스마트폰 중독현상과 이어지면서 유소년의 7%가 중독됐습니다. (중략)


사회적 비용이 109조원에 이르는 4대 중독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중독예방관리법을 조속히 제정하고, 국무총리 아래 국가중독관리위원회를 두어서 5년마다 중독 예방관리 기본계획을 세우고 중독폐해 실태조사를 실시해 접근성과 취약한 예방치료시스템을 개선하는 한편, 국가와 지역사회의 통합적인 중독관리체계를 구축하고 국제적 연대도 강화해야 합니다. (중략)


위대한 국가는 맑고 건전한 영혼과 튼튼한 육체를 갖춘 국민에서 나옵니다. 4대중독에서 자유로운 청정 대한민국을 만들어야 합니다. 새누리당은 무엇보다도 개인의 행복을 존중하고 가족과 가정의 가치를 중시합니다.


집권 여당 대표의 연설은 KBS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됐습니다. 게임업계는 긴장했습니다. 100% 수혜자는 신의진 의원이었습니다. 여당 대표의 버프를 받은 법안에 관심이 쏟아졌습니다. 법안은 생기를 찾았습니다. 탄력이 붙었습니다. 일명 게임중독법 전장은 순식간에 뜨거워졌습니다.


마치 다 계획돼 있다는 듯, 3주 후 신의진 의원은 공청회를 실시할 것을 알렸습니다. 게임업계도 바빠졌습니다. K-IDEA(구 게임산업협회)는 28일부터 ‘중독법’ 반대 온라인 서명운동을 시작했습니다.


10월 마지막 날, 신의진 의원은 드디어 국회 의원회관에서 공청회를 열었습니다. 중독포럼 등 정신과 의사들이 법안을 보위했습니다. 황우여 새누리 대표도 와서 거들었습니다. 

 

중독법은 아직 완성된 것은 아니지만 그 틀은 대단히 옳다. 전문적이고 의학적 관점에서 접근하고 정부가 앞장서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들의 바람과 달리, 역풍이 거세게 불었습니다. 인터넷으로 다 공유되는 세상이니까요. 편파적인 사회·패널 구성과 엉뚱한 발언 등이 여론의 뭇매를 맞았습니다. [관련기사] 민주당도 당론으로 반대했습니다. 여권 내에서도 반대 의원들이 속속 나왔습니다.


11월 21일 마침내 문화계·시민단체 등에서 게임 및 문화콘텐츠 규제 개혁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를 발족했습니다. 11월 말 반대 서명이 30만 명을 넘어갔습니다. 진중권(교수), 김희철(가수), 이병찬(변호사), 이영식(정신의학과 교수), 김영하(소설가), 윤태호(만화가) 등이 반대 목소리를 냈습니다. 언론 보도도 유리하게만 돌아가지 않았습니다.


신의진 의원은 예상치 못한 궁지에 몰렸습니다. 이 때 다시 황우여 대표가 쓱 등장했습니다.


12월 4일,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는 신의진 의원과 함께 ‘중독 없는 대한민국 만들기 운동 발대식 및 기자회견’을 열었습니다. 중독법의 조속한 입법을 요구했습니다. 보건복지부와 중독포럼 등 정신과 의사에 의존하고 있던 신의진 의원에게 개신교 계열의 원군이 생겼습니다. 이 행사를 준비한 것은 황우여 의원실이었습니다.


하지만, 중독법은 12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멈췄습니다. 사회적 합의와 여론수렴을 위한 공청회가 요구됐습니다. 올해 2월 17일 2차 공청회가 열렸습니다. 1차에 비해 비교적 공정하게 치러졌습니다. 비공개로, 입장 차이만 확인했습니다. 신의진 의원의 요청에도 불구하고, 법안은 2월 임시국회에서 상정되지 못했습니다.


법안 처리의 진도가 안 나가는 상황이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키다리 아저씨(?) 황우여 대표가 다시 등장했습니다.


황 대표는 3월 7일 국회 국제친선 조찬 기도회에서 이렇게 말하며 중독법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하나님 이외에는 어떤 것에도 메여서는 안 된다. 중독은 하나님 이외에 메이는 것이다. 분명한 신앙으로 중독문제를 해결해 나가자. 내년에 다시 만날 때까지 이 문제에 대해 기도해주길 바란다.

4월 임시국회에서 중독법 처리를 강행하기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황우여 대표의 게임규제 법안 공동발의


게임규제 진영의 뉴페이스 황우여 대표가 궁금했습니다. 그가 기존 게임규제 법안들과 어떤 관계를 맺었는지 찾아봤습니다. 놀라웠습니다. 굵직굵직한 게임 규제정책이 담긴 법안에 그의 이름이 들어있었습니다.

 

다음은 17~18대 그가 공동발의했던 게임규제 법안들입니다.

 

 제안일

2005년 7월 18일

 제안자

김재경 의원(한나라당, 법사위원회) 대표발의

 법안명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폐기)

 주요내용

온라인게임을 이용하는 청소년의 연령 등을 감안해 대통령령이 정하는 심야시간에는 청소년에게 온라인 게임물을 제공할 수 없도록 하고, 이를 위반하면 2년 이하의 징역 등에 처함.

 비고

최초로 셧다운제를 제안했던 법안

 

제안일

 2010년 4월 13일

 제안자

 이성헌 의원(한나라당, 여성가족위원회) 대표발의

 법안명

 청소년의 인터넷게임중독 예방·해소에 관한 법률안 (폐기)

 주요내용

- 인터넷게임물제공자는 청소년의 수면보호를 위하여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시간에는 모든 청소년의 접속을 차단하도록 함. - 누구든지 게임물 개발과정에서 해당 게임물의 성능, 안전성, 이용자만족도 등을 평가하기 위하여 제공하는 시험용 게임물을 청소년에게 제공하지 못하도록 함.

 비고

 최초로 청소년 베타테스트 금지를 제안한 법안

 

제안일

 2011년 3월 18일

 제안자

 이정선 의원(한나라당, 보건복지가족위원회) 대표발의

 법안명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폐기)

 주요내용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이용자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ㆍ치료하기 위하여 인터넷게임 중독 예방ㆍ치료센터를 설치ㆍ운영하도록 함.

여성가족부장관은 인터넷게임 제공자로부터 예방ㆍ치료센터의 운영에 필요한 비용을 매출액의 100분의 1 이하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바에 따라 인터넷게임중독예방부담금을 부과ㆍ징수할 수 있도록 함.

 비고

 게임업체로부터 구체적인 액수의 징수 및 이를 통한 기금 설치를 요구한 최초의 법안

 

 제안일

 2011년 4월 27일

 제안자

 신지호 의원(한나라당,  행정안전위원회) 대표발의

 법안명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 (부결)

 주요내용

 본회의에 올라온 청소년보호법 일부개정법률안의 셧다운 대상 연령을 만 16세 미만에서 만 19세 미만으로 올림.

 비고

여성가족부와 문화체육광광부의 셧다운 연령 합의에 대한 불만에서 나온 법안

 

황우여 대표는 게임규제에 대해 10년 전부터 일관된 행보를 보였습니다. 공동발의를 했기 때문에 눈에 띄지 않았을 뿐입니다.

 

최초의 셧다운제 도입 법안 최초의 청소년 베타테스트 금지 법안 최초의 게임업체 부담금 징수 법안에 그의 이름이 들어가 있습니다. 그는 여야의 지난한 합의가 무색하게 16세 미만 셧다운제 대신, 19세 미만 셧다운제를 본회의에서 수정발의했습니다.  


그가 발의에 참여한 게임규제 법안들은 모두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습니다. 여론의 지지를 받지 못한 탓입니다. 이번 회기, 그래서일지 모릅니다. 그가 개신교계의 협력을 적극적으로 요청하고 있는 것은요. 지난해 12월 이후 교회와 연결되는 시도들이 부쩍 많아졌습니다. 

 

덕분에 신의진 의원은 여당 대표의 버프에 이어, 그를 통해 일부 개신교계의 버프를 받고 있습니다. 황우여 대표와 교회의 관계가 궁금해졌습니다.

 

 

황우여 대표의 개신교 근본주의적 성향


황우여 대표는 지난 총선에서 일부 시민단체의 낙천, 낙선운동 대상이었습니다. 점잖은 인상에, 대표까지 할 정도의 분인데 왜 그럴까 궁금했습니다. 불법이나 비리 혐의가 아니었습니다. 문제는 종교 편향성이었습니다.


황우여 대표는 2010년 12월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애중회 창립 50주년 행사에 참석했습니다. 애중회는 ‘double love’라는 뜻을 가진 법조계 개신교 신자들의 모임입니다. 김황식 전 국무총리가 회장이었죠. 이날 황우여 대표는 일종의 ‘사고’를 쳤습니다.


이 사고는 이듬해 1월 14일 경인방송 OBS의 김관 기자의 단독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졌습니다. 김 기자는 퇴근길 우연히 그 현장에 갔습니다. 황 대표의 축사를 듣다가 고개를 갸우뚱하기 시작했습니다. 무의식적으로 재킷 안주머니에서 펜을 꺼냈습니다. 황 대표의 격앙된 목소리를 행사 프로그램 종이에 휘갈겼습니다.

 

“우리 사법부가 전 세계에 빛나는 사법부가 되기 위해서는 애중회와 같은 기독교 정신에 바탕을 둔 사법부로 세워야한다는 생각을…제가 국가조찬기도회를 대통령 모시고 하는데, 꼭 대법관님 한 분을 모셔서 기도를 부탁해왔는데 그게 어려워지고 있어요. 그래서 제가 대법원장님께 어리광도 부리고 투정을 했습니다…그래서 앞으로는 훌륭한 대법관들이, 할 수만 있으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무릎꿇고 기도하는 대법관들 되셨으면 하는 게…”

 

김관 기자가 쓴 '의원의 투정과 기자의 고민' 중 발췌


황 대표는 이날 배포한 기념책자 <애중회 50주년>에도 비슷한 취지의 내용이 담긴 글을 기고했습니다. 4선 의원은 이후 정치권과 언론, 시민단체의 거센 역풍을 맞았습니다. 안 그래도 이명박 대통령의 지나친 종교적 행보가 비판을 받던 때였습니다.


종교자유정책연구원은 ‘언제까지 황우여 의원의 중세적 망언을 견뎌야 하나’는 제목의 논평을 내고 즉각 비판했습니다.

 

한나라당내 기독신우회장이자 4선의원인 황우여 의원이 법조계 개신교 신자 모임인 ‘애중회’ 창립 50주년 기념행사에서 노골적인 정교분리 위배 발언을 해 물의를 빚고 있다. 황 의원은 대법관 중 기독교 출신이 줄고 있음을 지적하며 “대법관에게 기도를 부탁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며 “이용훈 대법원장에게 투정도 부려봤다”고 말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가능하면 모든 대법관들이 하나님 앞에 기도하는 이들이길 바란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대법관 제청권을 가진 대법원장에게 기독교인만을 대법관으로 뽑아달라고 요청하는 것은 공당의 국회의원으로서 자질을 의심케 하는 수준 이하의 발언이기도 하거니와, 정교분리의 사회적 합의 수준이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그나마 최소한의 방파제 역할을 해 온 사법부조차 종교적 색채로 재단하여 존재가치를 위협하는 위험천만한 행위이다. (중략)

 

황우여 의원은 누구보다 헌법을 잘 아는 판사 출신임에도 정교분리를 상습적으로 위배해 온 인사다.

 

그는 2002년 일부 개신교 근본주의자들과 함께 한국기독교정치연구소를 설립하여, “기독교인이 정치에 참여하는 목적은 하나님의 영광을 정치영역에 나타냄으로 하나님의 주권을 선포하고... 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정치를 구현하는 기독정치인을 배출”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언급하면서, 기독정치학교 졸업생을 배출해 왔다. 또한 2009년 2월에는 <신앙과 정치> 창간호에서 “기독교 정치학교를 만들어 훈련받고 준비된 사관생도와 같은 기독교 정치인을 양성, 국회와 지역구에 보내야 한다”라고 발언하여 정치와 종교의 노골적인 유착에 앞장서왔다. (후략)

 

2011. 1. 18 종교자유정책연구원


이 논평은 황 대표에 대한 추가 정보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당시 한나라당의 기독신우회(개신교 신자들의 모임) 회장이었습니다. 2002년에는 개신교 근본주의자들과 함께 한국 기독교정치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현재도 이 연구소의 대표이자 이사장입니다. 

 



황 대표는 개신교에 대한 애정을 적극적으로 표명해왔습니다.'기독교 신앙에 근거한 정치를 구현하는 기독정치인을 배출'한다는 생각은 개신교 근본주의와 맞닿아있습니다.


이런 근본주의적 성향은 개신교정당 창당에까지 이어집니다. 개신교 계열 매체에 보도된 몇몇 사례들을 발췌해봤습니다.

 

한편 지난 10월 29일 한국기독정치문화연구원(기정연) 창립준비위원회(위원장 김영진·정근모·황우여)는 호주 기독민주당 총재 프레드 나일 의원(목사)을 초청해 ‘정치발전과 기독교인의 역할’이란 주제로 심포지엄을 가졌다. 이날 참석자들은 현시점에서 가칭 ‘한국기독당’ 창당의 당위성과 필요성을 공감했다.


마지막으로 주제발표를 한 황우여 장로는 “정치가 잘못 되면 국가 전체에 하나님의 진노가 임하고 정치지도자의 범죄는 백성에게 미친다는 점을 명심,하나님의 뜻에 따르는 정치를 추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제 발표에 앞서 김준곤(한국대학생선교회 총재) 목사는 “정치인들이 ‘신앙의 논리,주님의 논리’로 정치에 임하면 썩은 세상에서도 꽃을 피울 수 있다”며 “하나님의 뜻에 합당한 훌륭한 사람들을 정치계에 많이 진출시키고 그들이 좋은 활동을 하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10월 유니온프레스)

 

지난 24일 국회도서관 강당에서 열린 ‘한국사회 변혁을 위한 교회의 역할’ 이라는 포럼에서...(중략) 찬성하는 목소리도 서서히 힘을 얻어가는 실정이다. 이날 포럼에서 황우여 의원(한나라당)은 “서구 국가가 기독교 가치를 표방하고 있다지만 독일의 경우 기독교 신자가 20%밖에 안된다”며 “인구의 4/1인 우리나라가 기독교 정당을 설립 못할 이유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2003년 11월 한국기독신문)


‘한국교회와 한국정치’란 주제로 열린 (재)한국기독교학술원 제34회 공개강연회에서 황우여 의원(한나라당)은 기독교정당 출현이 필연적이란 분명한 입장을 견지했다.


황 의원은 또한 “정교분리의 헌법원칙에 따라 교회가 하는 정치가 아니라 기독교 정치사상에 동조하는 국민들이 하는 정치”라고 풀이했다.


황 의원은 “기독정치가 보편타당성을 얻기 위해서는 기독교진리가 모든 국민으로부터 존중받을 때 국가에서 권위가 부여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앞으로 한국교회가 하나님 앞에서 철저한 회개와 함께 말씀으로 돌아가는 운동을 통해 이 땅에 하나님 영광이 가득한 국가를 건설해야 한다고 말했다. (2007년 9월 크리스찬연합뉴스)



한국 개신교 근본주의와 황우여 대표의 최근 행보


'신의진 의원 구하기' 등을 포함한 황우여 대표의 게임규제 입장은 그가 오랫동안 보여왔던 개신교 근본주의적 성향을 추적해 보면 이해됩니다. 그는 2008년부터 현재까지 국회 내 최대 의원수를 가진 개신교 신자 모임인 국회조찬기도회 회장직도 맡아오고 있습니다.

 

2012년 우리나라 국민 중 개신교 신자는 20% 수준으로 조사됐습니다. 19대 개원 당시 국회의 개신교 비율은 37.1%였습니다. 국회 내 최대 종교입니다. 따라서 개신교의 정치적 영향력은 실제 신자 수에 비해 큰 편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권 때 두드러졌죠. 

 

이 같은 정치권의 편향은 개헌의회 때부터 시작됐습니다. 1948년 5월31일 오전 10시20분 열린 제헌의회 첫날, 최연장자인 이승만 박사가 국회 임시의장으로 추천됐습니다. 의장석에 오른 이 박사가 입을 열었습니다. 제1차 제1회 대한민국 국회속기록에는 이렇게 적혀있습니다.

 

“대한민국 독립민주국 제1차 회의를 여기서 열게 된 것을 우리가 하나님에게 감사해야 할 것입니다. 종교, 사상 무엇을 가지고 있든지 누구나 오날을 당해 가지고 사람의 힘으로만 된 것이라고 우리가 자랑할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러므로 하나님에게 감사를 드리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나는 먼저 우리가 다 성심으로 일어서서 하나님에게 우리가 감사를 드릴 터인데 이윤영 의원 나오셔서 간단한 말씀으로 하나님에게 기도를 올려주시기를 바랍니다.” (이승만) 

 

“이 우주와 만물을 창조하시고 인간의 역사를 선림하시는 하나님이시여, 이 민족을 돌아보시고 이 땅에 축복하셔서 감사에 넘치는 오날이 있게 하심을 주님께 저희들은 성심으로 감사하나이다. …하나님이시여, 원치 아니한 민생의 도탄은 길면 길수록 이 땅의 악마의 권세가 확대되나 하나님의 거룩하신 영광은 이 땅에 오지 않을 수밖에 없을 줄 저희들은 생각하나이다. …이 모든 말씀을 주 예수 그리스도 이름을 받들어 기도하나이다. 아멘.” (이윤영)


이승만 박사의 개신교에 대한 애정은 대한민국 제헌의회를 기도로 열게 했습니다. 서울대 종교학과 강사였던 이재헌 박사는 2011년 7월 '불교와 대통령 이승만'을 주제로 열린 토론회에서 이 대통령이 “한국을 완전한 예수교 나라로 만들겠다는 생각으로 대통령직을 수행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 박사는 이승만 대통령이 "불교의 사찰령이나 포교규칙 철폐에 대한 불교 쪽 요구는 묵살했지만 ‘적산(敵産)’ 처리과정에서 개신교에 특혜를 줬다"면서 성탄절을 국경일로 지정한 것도 종교편향으로 꼽았습니다. 당시 남한 개신교 인구는 2~3%였습니다. 아시아에서 성탄절이 공휴일인 나라는 손에 꼽습니다. 부처님 오신날은 1975년에야 공휴일이 됐습니다.

 

미 군정과 제1공화국의 개신교 우대정책으로 개신교 인구가 1960년에는 7.5%로 크게 늘었습니다. 이후 개신교는 2010년대 우리나라 최대의 종교가 됐습니다. 김진홍 목사가 앞장선 뉴라이트 계열에서 독재자로 비판받던 이승만 대통령을 국부로 재조명하는 데에는 이런 사정도 포함돼 있습니다. 김 목사 등은 대한민국을 '기도로 시작한 나라'로 자랑스러워합니다.


권장희 놀이미디어교육센터 소장은 <대중문화, 더 이상 침묵할 수 없다>(1998년)에서 "교회는 시민사회 영역에서 가장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훈련되고 조직화된 인적 자원과 풍부한 물적 자원을 가지고 있다"고 썼습니다. 그의 말이 맞습니다. 2005년 사학법 개정 논란에서 교회의 힘은 이미 증명됐습니다. 개신교 계열과 연관된 뉴라이트가 이명박 대통령 당선에 큰 힘이 됐던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입니다.

 

지난해 12월 이후 교회 황우여 대표가 중독법에 교회를 끌어들이는 것이 우려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입니다. ▲12월 한국기독교공공정책협의회 2월 인천 순복음교회 3월 국회 국제친선 조찬 기도회(아래 사진) 등으로 이어지는 황 대표의 행보가 심상찮습니다. '신앙으로 1년 안에 해결하자!'는 아주 명확합니다.

 


국회의원 중에 개신교 신자의 수가 40%에 육박하고, 황 대표는 국회 내 최대 신자들 모임의 수장입니다. 애중회부터 시작해 각종 개신교 단체의 임원 활동을 해온 황 대표는 대형교회 목사들과 친합니다. 교회에 다니는 50대 이상 어르신들 중 다수는 목사의 말씀을 섬깁니다. 

 

뉴라이트 몰락 이후 살짝 움추려들었던 근본주의적 개신교 세력을 게임중독법을 중심으로 다시 일으켜세우려는 것이 아닌지 우려됩니다.

 

 

마치며


취재를 하면서, 황우여 대표의 이런 행보가 정치적 계산에 따른 것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여당 대표쯤 되니, 개신교 세력의 지지를 받아 후일을 도모하려는 것 아닌가 하고요. 이명박 전 대통령이 워낙 확실하게 전례를 남겨서 그랬겠죠. 국회 내의 지인에게 물었습니다. 

 

"전혀 아니라고 본다. 황우여 대표는 그런 패권적 성격의 사람이 아니다. 오히려 여러 개신교 단체의 수장을 하고 있어서, 행동의 제약이 따를 가능성이 있다. 여기저기서 아는 사람들의 요청이 오는데, 마다하기 어려운 입장 아니겠는가. 독실한 개신교의 사명감과 그런 행동 제약에 따른 것 아니겠나."


일리 있는 이야기입니다. 황우여 대표는 이명박 전 대통령 계열과 박근혜 대통령 계열 사이에서 관리형 대표로 선택된 인물로 알려져 있습니다. 패권적 기질은 약하고, 모나지 않은 스타일 때문이겠죠. 반값 등록금이나 복지 문제에 대해서도 새누리당 일반과는 다른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황 대표는 2011년 9월 매체 인터뷰에서 "학생들은 괴로워하는데 보수라는 이유로 이(반값등록금)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국민들이 보수를 버릴 것이다. 여론을 조작하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해야지 현명한 시민들 다수가 따라가는 것을 포퓰리즘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다른 인터뷰에서는 "보육은 국가와 같은 국가적 영역이다. 이제 자식을 낳고 기르는 문제가 국가의 영역이 됐다"고 강조하며 "이미 진행 중인 정책을 나이만 달리 말한 건데 좌클릭이니 뭐니 하면서 비판한 점은 아쉽다"고 말했습니다.

 

그가 2012년 주도해서 제정한 국회선진화법의 입법 취지처럼 게임중독법도 합리적이고 절차를 통해 논의되고 진행됐으면 좋겠습니다.

 

마지막으로, 개신교 근본주의가 일반적으로 현대 정치 영역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지를 언급하면서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토마스 플랭크는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의 3장(하느님과 돈을 동시에 섬기다)에서 기독교적 가치가 강조되면서 현실의 경제적 문제가 은폐되는  캔자스주 상황을 적나라하게 보여줍니다. 

 

보수 정치가는 기독교 근본주의적 가치를 역설하면서 당면한 현안을 빗겨갑니다. 도덕적 위기나 영혼의 타락이 정치·경제문제를 일으키는 것으로 인식하게 만들죠. 이것이 유권자들에게 먹혀들여가고, 결국 그들은 자신들의 삶을 피폐하게 하는 규제 철폐와 민영화를 비롯한 여러 자유방임 정책을 옹호합니다.

 

약 2,000년 전 예수는 말씀하셨습니다. 

 

카이사르(로마 황제)의 것은 카이사르에게, 하느님의 것은 하느님께 바치라. (마태오복음 22장 21절) 

비슷한 시기, 로마의 철학자이자 정치가였던 세네카는 이런 말을 남겼습니다.

 

종교란 평민들에게는 진실로 여겨지고, 현자들에게는 거짓으로 여겨지며, 통치자들에게는 유용한 것으로 여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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