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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영상) 게임 속 효과음, 어떻게 만들어질까?

스튜디오EIM의 이완 사운드 디렉터의 게임 사운드 만드는 법

김승현(다미롱) 2013-10-11 17:46:24
감동적인 시나리오와 화려한 그래픽, 정교한 디자인 못지 않게 게임의 흥행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가 있다. 플레이 내내 유저와 함께 하는 게임 사운드가 바로 그것이다. 성우의 매혹적인 목소리는 캐릭터에게 생동감을 부여하고, 배경음악은 중요한 장면마다 유저가 느끼는 감정을 증폭시킨다. 

그리고 각종 효과음은 타격감이나 현장감 등을 더하는 역할을 한다. 이처럼 게임 사운드는 약방의 감초처럼 요소요소마다 게임의 '맛'을 더해준다. 그동안 게임 사운드에 대해 알려진 것은 많지 않다. 그나마 캐릭터 목소리나 OST 등은 가끔 관심을 받아 왔지만, 효과음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도대체 게임 속 효과음들은 어떻게 만들어질까? 옛날 라디오 드라마처럼 직접 관련 사운드를 녹음해서 사용할까? 아니면 최첨단 프로그램을 이용해 하나부터 열까지 창작하는 것일까? 디스이즈게임은 99년부터 게임 사운드 작업을 해온 ‘스튜디오EIM’이 협조로 평범한 소리를 각종 게임 효과음으로 탈바꿈시키는 사운드 개발 과정을 취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스튜디오EIM의 이완 디렉터가 설명하는 게임 사운드 제작 과정


재료를 수집해라, 폴리 녹음


게임 효과음 개발은 크게 소스의 생산, 변형 그리고 테스트 및 다듬기라는 3가지 과정에 의해 이뤄진다. 

소스 생산은 효과음의 기반이 될 사운드 소스를 확보하는 것을 일컫는다. 효과음 제작이 시작되면 가장 먼저 묘사할 대상의 성격이나 콘셉트에 맞는 사운드를 찾는다. 영상에서처럼 프로펠러 소리가 효과음의 주된 테마라면 이와 관련된 사운드를 찾아내고 녹음하는 과정이 바로 이에 속한다.



이렇게 효과음의 기반이 되는 사운드를 녹음하는 것을 ‘폴리 녹음’이라고 한다. 대부분의 경우는 사운드 제작사가 가지고 있는 녹음실에서 작업이 진행되지만, 소재를 구하기 힘들거나 녹음하는데 넓은 공간을 필요로 하는 사운드는 전문 녹음실을 빌려 작업하거나 시판되는 사운드 소스를 구매해서 사용하기도 한다.

이러한 사운드 소스가 반드시 효과음이 묘사하는 대상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필요한 사운드를 녹음하기 힘들거나, 현실에 존재하지 않는다면 전혀 관련 없는 사운드가 그 소스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스튜디오EIM은 사람의 뼈가 부러지는 소리는 오이나 파슬리같이 단단하고 얇은 채소를 부러뜨리는 소리를 변형시켜 만들기도 했다. 과거에 작업했던 <마비노기 영웅전>의 경우는 (현실에 없는)이블코어 효과음을 만들기 위해 천을 찢는 소리를 녹음해 작업했다.

<마비노기 영웅전>의 이블코어 사운드는 천을 찢는 소리를 변형시켜 만들었다.


강조부터 변조(?)까지, 효과음 제작


기반이 될 사운드 소스를 확보했으면 이제 본격적인 효과음 제작에 들어간다. 개발해야 할 사운드가 현실에 있다고 하더라도 이를 그대로 효과음으로 사용하는 경우는 드물다. 게임 효과음은 실제 소리를 그대로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유저들에게 게임에 걸맞은 현장감이나 타격감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효과음은 원본 소스의 특정 대역을 강조하거나, 다른 사운드와 합성하는 식으로 변환된다.

 

다른 사운드와 합성되는 대표적인 예로는 총성을 들 수 있다. 총성은 쏘는 사람이 '느끼는' 소리와 지켜보는 사람이 '듣는' 소리가 다른 대표적인 사운드다. 총을 쏘는 사람은 소리를 귀로 들리는 소리뿐만 아니라 몸으로 전달되는 소리(진동)도 함께 듣지만, 이를 지켜보는 사람은 먼저 총에서 전달되는 진동을 느낄 수 없고 들을 수 있는 소리도 거리에 따라 다르다.




총성 작업은 녹음한 거리가 다른 8개의 사운드 소스가 사용된다. 사운드 디렉터는 이러한 소스를 합성해 유저가 상상하는 총성을 디자인한다. 이렇게 디자인된 사운드는 다시 소리의 대역을 조절해 효과음의 용도에 걸맞게 재조정된다. 예를 들어 총을 쏘는 유저에게는 저음부를 강조한 소리를 들려줘 타격감을 강조하고, 다른 유저가 쏘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이들에게는 고음부를 강조한 소리를 들려줘 거리감을 강조하는 식이다.

현실에 없거나 직접 녹음하기 힘든 효과음은 주파수 대역 조작이 특히 많이 사용된다. 대표적인 예로는 '사람의 내장을 헤집는 소리'가 있다. 이런 효과음은 현실에서 직접 녹음할 수 없어서 대체할 사운드 소스를 (어떻게든) 찾아낸 다음 변형한다. 

스튜디오EIM의 경우 수박의 속살을 주물럭거린 소리를 변형해 내장을 헤집는 소리를 만든 사례가 있다. 원본은 물기 있는 무언가를 주물럭거리는 소리에 불과했지만, 프로그램을 통해 저음부를 강조하자 소리에 끈적끈적한 질감(?)이 부여되면서 그럴싸한 내장 헤집는 소리를 완성할 수 있었다.




조화시키거나 강조하라, 믹싱


효과음이 완성되면 마지막으로 결과물을 게임에 적용해 테스트하고 조율하는 단계를 거친다. 이 과정의 주된 목적은 완성된 결과물이 실제 게임과 어울리는지, 그리고 게임의 각 사운드가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루는지를 검증하는 것이다.

특히 중요시되는 부분이 일명 ‘믹싱’이라 불리는 조율 과정이다. 게임 사운드는 그래픽적인 요소와 함께, 유저에게 정보를 제공할 수 있는 중요한 수단이기 때문에 믹싱을 얼마나 잘하느냐에 따라 유저가 경험할 수 있는 게임경험 또한 크게 달라진다. 

예를 들어 똑같이 시네마틱 영상에 사운드를 입힌다고 하더라도, 캐릭터가 대화할 때 배경음의 사운드를 어떻게 조정하느냐에 따라 대사의 전달력이 달라진다. 이는 일반적인 게임 플레이에서도 마찬가지다. 최근 재론칭한 <파이널 판타지 14: 렐름 리본>은 캐릭터가 실외에서 실내로 이동할 때 환경 효과음을 ‘실외-처마-실내’ 3단계에 따라 음량을 달리해 유저가 느끼는 현장감을 극대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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