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게임허브센터를 맡아오면서도 ‘글로벌’이라는 단어가 조금 찔렸는데, 이 자리에 와서야 제대로 ‘글로벌’한 허브센터라 말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뿌듯합니다.” (센터장 김효근)
글로벌 GM센터가 지난 5일 필리핀에서 문을 열었습니다. 대부분의 국내 게이머, 상당수의 게임업계 관계자에게는 낯선 소식일 겁니다. 하지만, 중소 규모의 게임업체, 특히 해외시장을 공략하려는 업체에게는 단비 같은 뉴스가 될 가능성도 있습니다. 개소식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오르가티스(필리핀 마닐라)=디스이즈게임 시몬(임상훈 기자)
글로벌 GM센터는 필리핀 메트로 마닐라의 상업지구인 오르가티스에 세워졌습니다. 우리나라 회사들뿐만 아니라, 유학생들도 많이 몰려 있고, 필리핀에서는 드물게 빌딩숲을 이루고 있는 곳이죠. GM센터가 치열한 경쟁의 게임산업에 뛰어든 작은 업체들에게 단비 같은 역할을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글로벌 GM센터’. 글로벌서비스를 하는 중소 게임회사를 위해 운영 업무 전반(Game Management)을 해주는 곳이다. 쉽게 말해, 전세계를 대상으로 온라인게임을 서비스하는 업체를 위해 영어로 운영과 고객관리 업무를 대행해 주는 센터.
글로벌 GM센터는 2004년 말 시작된 GSP(글로벌서비스플랫폼, Global Service Platform) 사업의 확장이다. 당시 정보통신부 산하 소프트웨어진흥원(KIPA)에서 시작한 이 사업은 중소 개발사가 전세계 유저들을 대상으로 게임 테스트를 할 수 있도록 서버와 전용선 등을 지원했다. <실크로드 온라인> 등 초창기 몇몇 게임은 이 플랫폼의 혜택을 크게 누렸다.
GSP 지원업체들의 게임을 모아서 보여주는 게임&게임(gamengame.com). 2000년대 중후반 정부의 게임 관련 진흥책 중 가장 성공적인 사례를 보여줬죠.
MB 정권 들어 정보통신부가 없어진 뒤, 이 사업은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콘텐츠진흥원의 글로벌게임허브센터로 이관됐다. 그리고 올해 들어 서버와 전용선 제공, 마케팅 지원 수준을 넘어, 게임 운영과 고객 관리 등까지 지원 범위를 확장했다.
“2년 전부터 GSP 지원 업체들의 하소연이 있었습니다. 글로벌 서버로 게임을 테스트하는데, 운영을 너무 힘들어 했죠. 기존 플랫폼은 일단 유저들이 들어오는 것까지는 책임을 져줬습니다. 그런데 적절한 운영을 못 하니, 유저들이 대부분 떠나가 버렸죠. 작은 업체들이 영어로 운영 업무를 하는 것이 쉽지 않았을 겁니다. 계속 지원 요청들이 있어 왔습니다. 글로벌허브센터 내에서 결제와 함께 운영 지원의 우선순위가 가장 높게 올라갔죠.” (김효근 센터장)
글로벌 GM센터 개소식에서 인사말을 하는 김효근 센터장. 이번에 처음 만났는데, 기회가 있을 때마다 “중소회사들이 우리나라 게임산업의 허리입니다. 많이 도와주세요”라는 말을 열심히 하더군요.
그렇다고 글로벌허브센터가 GM센터를 직접 운영하는 것은 아니다. 실제 글로벌 게임운영의 경험을 갖춘 곳이 필요했다. 입찰을 통해 이그나이티드게임즈(이하 이그나이티드)가 선정됐다. 이미 필리핀에 운영 외주회사(IGSP)를 운영하며, 세계 1위의 게임운영 BPO로 떠오른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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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 입찰을 통해 뽑았는데, 경험이 가장 중요한 요소였습니다. 20개 이상의 게임의 운영 대행을 하고 있었던 점이 높은 점수를 받았습니다. 노하우가 굉장히 많다는 점을 느꼈습니다. 중소업체에게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하나하나 가르쳐줄 수 있는 곳이 필요했습니다. 중소업체가 GSP를 졸업해도, 도움이 될 수 있는 곳 같았죠.” (김 센터장)
이그나이티드도 입찰 공고가 나오기 전부터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좁다면 좁은 바닥, 업체의 니즈가 전해졌기 때문이다.
글로벌 GM센터는 65명의 게임 운영자(Game Master)와 고객서비스 관리자(CS Manager)를 두고 GSP 지원사업에 선정된 회사에 ▲실시간 모니터링 ▲온라인 커뮤니티 관리 ▲고객 지원 서비스 등을 제공할 예정입니다.
“업체들의 어려움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기존 지원사업을 보면서, 이런 부분의 지원이 절실하다고 생각해서, 먼저 정부에 제안할 작정이었는데, 마침 정부에서 그런 사업을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입찰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이그나이티드 강한근 대표)
GSP 지원사업에 참여한 개발사들은 중소업체들이다. 포화된 국내 시장에서 덩치 큰 회사들과의 경쟁을 뚫는 게 만만치 않은 상황. <실크로드>처럼 해외 어디에선가 터져주기를 기대한다. 크지는 않지만, 아직도 해외 시장에는 인도처럼 온라인게임으로의 유입이 늘어나는 곳이 있으니까. 또는 한 나라, 한 나라의 매출은 작지만, 여러 나라 매출을 십시일반 하면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수도 있으니까.
개소식 현장에는 GSP 지원사업에 선정된 업체들의 게임들의 배너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파이팅!
하지만, 막상 글로벌 서비스를 하려고 하면 힘이 달린다. 일손이 달린다. GSP는 ‘규모의 경제’를 통해 그 부분을 돕는다.
“작은 게임회사가 글로벌 서비스의 운영을 하기 힘듭니다. 여러 업체들이 함께 모이니까, GM센터를 만들 수 있었습니다. 결제 지원도 비슷합니다. 올해 GSP가 글로벌 결제도 도와드리는데, 작은 개별 업체들이 페이레터 같은 큰 회사와 1:1 계약을 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저희가 여러 업체를 모아서 계약을 하니까, 계약이 됐겠죠.” (김 센터장)
GSP 지원 사업자로 선정된 업체들은 향후 6개월 동안 오픈베타 서비스와 관련된 지원을 받는다. 성과가 좋은 업체들이 상용화할 경우 심사를 거쳐 1년 동안 추가로 지원할 예정이다.
GM센터는 게임운영과 고객관리 지원뿐만 아니라 실질적으로 중소 업체들의 해외진출에 필요한 컨설팅 역할을 해줄 예정이다. 하지만, 구체적인 노하우는 실제 개발사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따가야 한다.
개소식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강한근 대표와 김효근 센터장, 황성운 필리핀 한국문화원 원장. 황 원장은 필리핀이 BPO 산업의 1등 국가가 된 이유 중 하나로, 동양적인 어른 공경문화가 조금은 남아 있기 때문이라고 하더군요. BPO 사업은 위계질서가 어느 정도 필요한 분야니까요. 호텔 직원들이 모두 저를 ‘Sir’(선생님)라고 불렀던 것이 생각났습니다.
“저희에게 무작정 맡기시면 안 됩니다. 저희가 매뉴얼도 만들어 드리고 노력을 하겠지만, 개발사들이 노력해야 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중소기업이 1년 하면 졸업하는데, 그 사이 노하우를 전수받지 못하면 저희가 원래 기대했던 효과를 거두기 힘듭니다.” (김 센터장)
따로 물어봤는데, 이그나이티드 강 대표도 똑 같은 생각이다.
“운영을 제대로 하려면 개발사와의 밀접한 커뮤니케이션이 필요합니다. 밀접하게 정보를 주고받고, 대화를 많이 할수록 저희가 운영 대행을 더 잘할 수 있죠. 저희가 운영을 잘하면 그게 개발사에게 도움이 되고, 그 과정을 통해 저희 노하우를 더 많이 가져갈 수 있을 거고요. 기획이나 마케팅 등까지 함께 연결돼 있고, 소통이 돼야 운영을 잘 할 수 있습니다.” (강 대표)
테이프는 끊어졌습니다. 글로벌 GM센터가 세계 각지에 한국의 작은 게임들을 알리는 역할을 잘 해줬으면 좋겠습니다.
GM센터는 세워졌다. 처음 세워졌으므로, 시행착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중소 게임회사에게는 꼭 필요한 지원 사업임에 틀림없다. 글로벌허브센터의 김 센터장은 “GSP 사업이 계속 되는 한, GM센터를 계속 가져갈 생각”이라고 한다.
하지만, 공간과 도와주는 사람이 생겼다고 문제가 다 해결해 주는 것은 아니다. 업체들이 적극적으로센터와 소통하고, 노하우를 획득하려 하지 않는다면, 제 2의 <실크로드 온라인>은 나오기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