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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엄마들의 시대별 도전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가정에서 국가로

정우철(음마교주) 2009-05-08 16:51:26

게임을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은 언제나 한결같다.

 

공부하려는 아이을 방해하려는 나쁜 물건이 바로 게임이다. 게임이 단순 오락을 넘어서서 학습과 접목하려는 사례가 늘어나지만 아이을 보호하려는 엄마에겐 여전히 방해물일 뿐이다.

 

부모의 눈을 피해 게임을 즐기려는 아이들의 도전 그리고 갈수록 영악해지는 아이들에게 게임을 떨어뜨리려는 엄마의 노력 그리고 엄마의 도전을 도와주는 각종 주변기기의 발전은 게임의 역사와 한 축을 이뤘다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시대 같은 나이 대의 아이들을 가진 엄마들의 도전은 어떤 변화를 거쳤을까? 시대가 바뀌어도 게임중독을 방지하기 위한 엄마들의 도전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독신주의를 외치면서 엄마들을 걱정하는) 디스이즈게임 정우철 기자


 

과거에는 물리적 방법이 최선 (1980년대)

 

PC가 가정에 한대씩 들어온 것은 오래 전 일이 아니다.

 

불과 20년 전만 해도 PC는 자동차에 비교할 정도로 마을에서 손가락 안에 꼽히는 부자 집에서나 볼 수 있는 사치품에 가까웠다.

 

그러나 80년대 들어 PC가 사무용에서 학습용으로 탈바꿈 하면서 가정에 하나씩 보급됐다. 이에 맞춰 PC는 부모에겐 학습용, 자녀에겐 게임용으로 활용되기 시작했다.

 

이때도 게임중독은 있었다.

 

하루 종일 PC앞에 앉아 게임만 하는 아이들을 혼내는 엄마들의 이야기는 게임을 찐하게 사랑했던 30대 성인이라면 누구나 한번쯤 어릴 적 경험으로 가지고 있을 것이다.

 

당시 엄마들은 PC를 몰랐다. 이들은 처음에는 PC로 공부하는 줄 알았다가 뒤늦게 PC가 공부의 방해물이라는 것을  뒤늦게 알았다. 그야말로 배신을 당한 거다. 하지만 PC를 몰랐기에 엄마들은 고작 PC의 전원선을 뽑아 숨겨놓거나, 콘센트의 어댑터를 숨겨놓는 것에 그쳤다.

 

아예 PC에 접속할 수 있는 방법을 물리적으로 차단한 것이다.

 

물론 당시에 게임을 즐기는 장소로는 오락실이 대세였다. 게다가 오락실은 못된 아이들이 들락거리는 유해장소로 인식되고 이었던 만큼 손에 동전을 꼭 들고서 몰래 오락실에 침투하려는 아이들과 오락실에 있는 아이들을 색출하는 엄마의 숨바꼭질이 매일 벌어질 정도였다.

 

물론 엄마 손에 끌려가는 아이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은 그에 응당한 벌을 받았다.

 

가끔 엄마보다 아빠가 더 무서운 집안도 있습니다.

 

110V에서 220V로 넘어가면서 생긴 엄마들의 무기

 

1973년부터 국내의 전기공급이 110v에서 220v로 승압시키는 정책이 시행되었다.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이 정책 덕분에 엄마들은 아이들을 게임에서 멀리 떨어뜨리는 무기를 하나더 얻을 수 있었다. 바로 '도란스'라 불리던 소형 변압기다.

 

정식 명칭은 '다운트랜스'로 220V로 공급되는 전압을 110V로 낮춰주는 장치이다. 왜 이 기계가 전 가정에 하나씩 보급 됐을까?

 

당시 주요 가전제품 및 부품을 미국이나 일본에서 수입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MSX 및 여타 게임기 들은 110V에 맞추어져 출시됐고 승압공사가된 가정에서 멋모르고 이를 사용하면 '펑!'하는 소리와 함께 휴즈가 타버리게 된다.

 

덕분에 '도란스'하나만 없애버리면 전원선 이나 돼지코로 불리는 콘센트 어댑터를 숨길 필요가 없어졌다. 물론 멋모르고 그냥 콘센트에 PC 등을 연결한 아이들 덕분에 AS 수리기사들은 난데없는 호황을 맞이했다는 도시전설도 내려오고 있다.

 

올드 게이머라면 하나씩은 구비했던 일명 '도란스' 프리볼트(Free Voltage) 제품이 등장하면서 요즘은 보기 힘들다.

 

 

과학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엄마들 (1990년대)

 

90년대에 들어서면서 아이들이 게임할 수 있는 수단이 다양해졌다. 그리고 엄마들은 게임을 적으로 확실하게 인지하게 됐다.

 

5.25인치와 3.5인치 디스켓 등 저장장치가 많이 활용됨에 따라 PC게임들을 구입할 수 있는 수단이 많아졌다. 이에 따라 PC게임도 덩달아 늘어났다. 게다가 패미콤, 재믹스 등 가정용 게임기도 국내에 보급됐었고 여전히 오락실은 아이들로부터 큰 인기를 얻었다.

 

아이들이 게임에 빠질(?) 환경이 늘어나면서 엄마들의 대책도 차츰 첨단 기기를 활용하게 됐다. 엄마들이 아이들을 마냥 쫓아다닐 수는 없는 노릇. 그래서 이 당시에 엄마들로부터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던 제품이 있다.

 

바로 콘센트 타이머다.

 

콘센트 타이머는 원래 열대어를 키우는 가정이라면 쉽게 찾아볼 수 있는 전기 장치다. 전원 콘센트에 타이머를 끼운 뒤 전기 기기를 연결하면 된다. 이를 이용하면 원하는 시간, 일정한 시간만큼만 전원이 연결되기 때문에 전원선을 뽑지 않아도 사용시간을 조절할 수 있었다.

 

즉, 엄마들은 PC와 가정용 게임기에 콘센트 타이머를 연결했다. 전원이 차단되기 전까지 아이들은 PC를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갖게 된 셈이다. 콘센트 타이머의 평균 작동 시간은 고작 1시간. 공부하는 데 한 시간은 매우 길지만 게임하는데 한 시간은 그야말로 눈깜짝할 시간이다.

 

엄마들은 콘센트 타이머가 종료되면 게임대신 친구들과 어울려 놀 것을 권유했다.

 

당시만 해도 농구와 같은 운동이 유행하고 있었기에 자연스럽게 친구들과 어울리면서 운동을 했고 게임에 대한 관심도 조금씩 줄어들었다. 일단 친구들과 같이할 수 있는 놀이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물론 콘센트 타이머 때문에 플레이하던 게임을 세이브하지 못한 상황에서 PC가 꺼져 좌절을 맛보게 하는 부가효과를 노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전열기나 열대어 어항에 사용하던 콘센트 타이머가 게임중독 방지에 쓰이기도 했다.

 

■ 과학보다는 신념을 믿는 엄마들도 있었다

 

아무리 콘센트 타이머 같은 것을 써도 완전히 게임에서 아이들을 격리한다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결국 엄마들은 아이를 집에서 내보내는 방법을 실천하기 시작했다. 물론 학기중에는 힘들지만 여름 혹은 겨울방학을 이용해 단기 체질개선에 나선 것이다.

 

여기에는 의학적, 혹은 신앙의 힘을 빌리는 경우도 있었고, 가끔 몸과 마음을 단련시키는 방법도 있었다.

 

일부 교회에 다니는 엄마들은 여름성경학교, 불교는 산사체험 등을 보냈고 간혹 어린이 해병대 체험캠프 등을 보낸 것이다. 효과는 있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달간 게임에서 아이들이 멀어지면서 집으로 돌아온 아이들은 달라졌다.

 

그러나 효과도 길어야 일주일에서 한달. 묘하게도 집에서 멀어진 기간만큼만 효능을 보였다. 아이들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면서 점점 게임에 빠지는 시간이 늘어났다. 다이어트 이후 요요 현상처럼 말이다.

 

이는 단체행동에 따른 학습효과 보다는 게임과 격리되면서 생기는 부가효과라는 것이 전문 상담가들의 견해이다. 즉 담배나 술을 끊을 때 처럼 일시적으로 게임과 떨어지면서 효과를 본 것처럼 느낀다는 것.

 

결국 90년대 한창 유행하던 ○○ 여름캠프 같은 행사는 2000년대 들어가면서 점차 시들해지고 말았다.

 

난... 엄마가 보고 싶을 뿐이고! 게임하다가 통나무 들 뿐이고...

 

 

밀레니엄 시대의 엄마들의 고민 (2000년대)

 

2000년대가 들어서자, 엄마들은 당황하기 시작했다.

 

더 이상 단순했던 과거의 수법으로는 아이들의 게임중독을 예방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게다가 인터넷이 발달하고 온라인게임이 유행하기 시작하면서 PC앞에 앉아 있던 시간도 늘어났다. 심지어 가끔씩 부모에게 반항하는 아이들도 등장하기 시작했다.

 

옛날이야 게임팩을 숨긴다거나 콘센트 타이머를 이용할 수 있었다. 그러나 온라인게임은 인터넷으로 다운받아 즐기고, 콘센트 타이머는 고정되지 않으니 쉽게 제거할 만큼 아이들도 똑똑해졌다.

 

아이들은 엄마가 시키는 대로 묵묵히 따라하지만은 않았다. 이들은 본격적으로 엄마의 감시에서 벗어나는 방법들을 강구했다.

 

온라인게임을 하면서 이상하게 전화요금이 10만원을 넘어가는 경우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ARS 요금결재를 이용해 게임 내 아이템을 구매하면서 아이와의 다툼도 잦아지기 시작했다. 특히 아이의 시간외에도 금전적인 문제까지 겹치면서 뭔가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PC를 아이들 방에서 거실로 옮긴 가정도 늘어났다. 그리고 엄마들은 급기야 인터넷 선을 뽑아버리는 방법도 선택했다. 아이들의 게임 접속을 차단하기 위해 어느 정도의 불편함도 감수했던 것이다.

 

아날로그에서 디지털로 변화하는 엄마들

 

초등학교에서는 NDS가 없으면 왕따가 될 정도라고 한다. 엄마들의 입장에서는 여간 난처한 게 아니다. NDS를 사주자니 닌텐도 중독이 무섭고 안 사주자니 왕따가 무섭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터넷을 통해 게임 타이머라는 주변기기를 보고 걱정 없이 NDS를 구입할 수 있었다.

 

게임타이머는 일본에서 발매중으로 NDS GBA슬롯에 삽입하고 볼트로 고정시키는 장치이다. 이 장치의 주요 기능은 부모가 정해놓은 시간만큼만 전원이 공급되기 때문에 NDS 사용시간을 컨트롤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특히 NDS내에 고정되므로 마음대로 분리할 수도 없고, NDS 등을 감출 필요가 없기 때문에 아이들과의 불화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다마 국내에서는 정식으로 발매하지 않았기 때문에 해외주문을 해야 한다.

 

결국 과거 전원선이나 충전기를 감추는 아날로그 방법에서 주변장치를 이용하는 디지털로 엄마들도 시대에 맞춰 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NDS의 이용시간을 조절하게 해주는 주변기기 게임 타이머.

 

 

■ 인터넷 시대의 달라진 고민

 

인터넷이 없이는 생활이 불편할 정도의 시대가 오면서 인터넷 선을 뽑아버리면 온 가족이 고생하게 되었다. 특히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아이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아짐에 따라 거실로 PC를 옮기는 것이 무용지물이 되는 경우도 많다.

 

결국 엄마들은 인터넷 및 게임 관리 프로그램을 구입하는 방안을 선택하기 시작했다. PC에 있는 <incomming> 폴더가 뭔지는 알아도 막을 수 있는 지식이 없기에 돈으로 해결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런 관리 프로그램을 이용하면 과거 콘센트 타이머 등을 이용할 때와 같은 효과를 볼 수 있다. 하루 동안 PC를 이용하는 총 시간을 설정할 수 있고 자녀의 스케쥴에 맞춰 일일 사용시간을 맞추는 것도 가능해졌다. 특히 원하지 않는 게임사이트나 음란 사이트를 막아주는 기능까지 있어서 안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이들이 PC방을 이용하면서 이런 엄마들의 노력도 조금씩 무력화 되기 시작했다. 가정교육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다 해봤지만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은 되지 않다는 것을 느끼는 데는 오랜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

 

뭔가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했다.

 

의외로 이런 PC관리 프로그램은 자녀를 둔 가정에서 많이 사용하고 있다.

 

 

■ 가정교육, 이제는 정부가 나서나?

 

결국 정부차원에서 움직이기 시작했다. 게임중독 방지를 위한 법안이 마련되고 규제를 시작한 것이다.

 

문화관광부 산하 한국게임산업진흥원이대통령자문  지속가능발전위원회를 통해 게임중독예방 등이 포함된 '어린이 건강대책'을 수립한 것이다. 

 

지속가능발전위원회는 2006년부터 의료계, 학계, 시민단체 등 전문가 21명으로 연구팀을 구성하여 정책연구를 수행하였고, 외부전문가 검토 및 관계부처 협의 등을 거쳐 게임중독예방 10개 과제 등'어린이 건강대책'(5개 분야 54개 세부과제)을 확정하였다 

 

이 중 게임중독 예방에 관련된 내용이 발표됐지만 실질적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었다.

 

예를 들어 게임중독 예방을 위한 표준화된 게임 중독 기준 마련, 게임 중독에 대한 체계적 지표를 개발 및 게임 콘텐츠 심사 활용 방안 검토는 구체적인 기준이 없다.

 

여기에 i-PIN 제도 확대를 통해 어린이 식별 강화라는 것도 현실적으로는 무용지물이 되었다. 결국 당시 발표한 내용 중 제대로 적용된 것은 게임시 일정시간이 경과하면 주의 및 경고 문구가 게시되는 정도뿐이었다.

 

아이핀은 당초 게임중독 방지가 아닌 개인정보 유출방지를 위한 시스템이었다.

 

 

■ 온라인게임 셧다운 제도 논의도 부활

 

지난 4 22일 민주당 최영희 의원은 게임 이용시간 제한을 골자로 한 청소년 보호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 개정법의 내용을 살펴보면 청소년 게임중독을 방지하기 위해 밤 12시부터 아침 6시까지 미성년자 이용제한 및 하루 최대이용시간 제한이라는 규제를 두고 있다. 얼핏 보면 이 개정법안은 과거 논란이 되었던 안건과 같아 보이지만 근본적으로 다른 부분이 있다.

 

일괄규제로 청소년 행복추구권이라는 기본권 침해 우려가 있었던 과거와 달리 제한은 하되 미성년자 본인 혹은 친권자의 요청이 있을 경우에 한해서라는 단서조항이 있는 것이다.

 

간단하게 보면 과거 국가에서 법적으로 게임중독 방지를 시스템화 하고 이를 이용하는 것은 가정에 맡긴다는 것이다. 아직 법안이 통과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떻게 될 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과거보다는 현실적인 법안이라는 여론이 높은 편이다.

 

다만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진흥을 위한 법안도 충분하지 못한 상황에서 규제가 늘어났다며 불만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분들이 나라 운영과 더불어 가정의 평화를 위한 게임중독 방지에도 신경 쓰고 계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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