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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2012 뉴스

[외신칼럼] 폭력과 천박함에 사로잡힌 E3

해외매체 가마수트라 편집장의 E3 2012 칼럼

디스이즈게임(디스이즈게임) 2012-06-17 23:59:50

미국 게임 미디어 가마수트라(Gamasutra)의 편집장 크리스 그래프트(Chris Graft)가 지난주 ‘E3의 환상이 깨지다란 제목의 사설을 통해 올해 E3는 폭력과 천박함이 넘치는 행사였으며, 나의 지성과 게임에 관한 열정을 욕보인 행사였다”는 생각을 밝혔다.

 

해당 칼럼에는 순식간에 댓글이 160여 개 달렸으며, 대부분이 글쓴이의 의견에 공감을 표시했다. 크리스 그래프트가 이번 E3는 게임이 창작의 영역을 포기했고, 마이클 베이의 앵무새만 남았다며 게임을 별다른 메시지가 없는 마이클 베이의 오락영화 복제품으로 전락시킨 E3를 비난하자, 한 유저는 그래도 올해 E3보다는 마이클 베이의 영화가 낫다며 반론을 제기하기도 했다.

 

다음은 가마수트라 편집장 크리스 그래프트의 사설 전문이다.



  이 기사는 가마수트라와 디스이즈게임의 기사 제휴에 의해 제공되는 것입니다. /편집자 주


 

북미 최대 게임 컨퍼런스 E3는 ‘게임 종목의 슈퍼볼’(미식축구 결승전)로 불린다. 이런 행사에서 올해 세계 최대의 게임 퍼블리셔들은 헤드샷 장면과 공짜 티셔츠에 열광하는, 피와 성()에 굶주린 10대 남자 아이들에게 수백만 달러를 직접 투자할 수 있음을 확인시켜 줬다.

 

 

E3 2012는 폭력과 천박함에 사로잡혔다. 딱딱했던 닌텐도 프레스 컨퍼런스를 제외한 나머지 컨퍼런스들은 누가 더 많이 나쁜 언어를 사용하고, 누가 가장 화려하고 충실하게 가까이에서 진짜 같은 죽음을 표현하는가 대결하는 듯했다.

 

잔인함과 폭력성을 강조해서 편집된 플레이 영상과 트레일러와 다르게, 몇몇 게임을 직접 플레이해 보면 트레일러만큼 잔인하지 않은 것도 있었다. 정황상 어울리는 폭력의 사용은 받아들일 수 있지만, 폭력 자체를 스토리텔링의 도구로 사용하고 마케팅의 핵심으로 활용하는 것은 옳지 않다.

 

만약 여러분이 평범한 사람의 입장에서 E3 프레스 컨퍼런스를 구경하러 왔다면, 박살나는 사람의 얼굴을 고해상도로 상세하게 묘사하는 장면을 보며 환호하는 수백 명의 모습에서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에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을 받았을 것이다.

 

E3 2012는 전례 없는 천박한 행사였다. 한때 게임업계는 게임이 뉴욕타임즈 베스트셀링 책이나 오스카상을 받은 영화와 같이 창작의 표준으로 자리잡고 존경받게 되기를 원했다. 하지만 올해 E3에서는 마이클 베이의 앵무새로 좌천되는 데 만족했다.

 

나는 인터넷 실시간 중계로 이번 프레스 컨퍼런스를 본 사람들에게, 올해 E3의 컨퍼런스가 오늘날 게임 산업의 모습을 대표하지는 않는다고 말하고 싶다. 오늘날 게임산업에는 많은 혁신과 진보가 산업의 이면에서 벌어지고 있다.

 

여러분이 CES(Consumer Electronics Shows, 국제전자제품박람회)에 참석해 무엇이 최신기술을 더 발전시키고 있는지 확인할 수 있듯이, GDC(Game Developers Conference, 게임 개발자 컨퍼런스)에 가면 게임업계 종사자로부터 그들이 당면한 도전과제를 확인할 수 있다.

 

E3에 참석해서 트렌드를 알려고 노력하다 보면, 여러분은 곧 과거를 보고 있음을 깨닫게 될 것이다. E3 2012는 플레이스테이션3와 Wii가 첫선을 보이면서 큰 관심을 모았던 2006년의 E3와 같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올해 E3는 지금까지 본 어떤 E3보다 바보들의 서커스 같았으며, 나의 지성과 게임에 관한 열정을 욕보인 행사였다.

 

친구처럼 지내는 모 게임의 홍보담당자는 올해 E3에서 목을 베고 헤드샷 때문에 사람 머리에 조준선을 겨누는 일을 반복하는 게임 플레이’와 버튼을 누르면 죽는 애니메이션을 자세히 보여주는 게임 디자인을 보면서 “적어도 난 진짜 게임다운 게임을 위해 일하고 있어서 기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만약 여러분이 지성을 갖춘 게임 팬으로서 올해 E3를 지켜봤다면 ‘즐거움은 죽었고, 기쁨은 사라졌다’슬픈 사실을 깨달았을 것이다. 대작 게임에서 기쁨과 즐거움은 난 널 죽여버리겠어. 난 굉장한 놈이거든. 자 좀 즐겨볼까로 대체되고 말았다. 올해 E3는 이런 게임들을 한자리에 모아 놓았으며, 이것이 오늘날 ‘AAA 게임’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만들었다. 최소한 이것이 AAA 게임 퍼블리셔들이 전 세계 게임 시장에 보여주고 싶었던 것이라는 점은 확실하다.

 

/가마수트라 편집장 크리스 그래프트(Chris Graf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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