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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3 2012 뉴스

‘스카이림을 기대하지 마라’ 엘더 스크롤 온라인

엘더 스크롤 온라인, E3 2012 비공개 시연 후기

안정빈(한낮) 2012-06-11 16:36:18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 그리고 필자는 <엘더 스크롤 온라인>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걸었던 것 같다.

 

베데스다는 E3 2012 부스에서 BCD(behind closed doors: 비공개 세션)를 통해 MMORPG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구체적인 정보와 영상을 공개했다. 개발자가 직접 플레이하는 화면을 보며 설명을 듣는 일종의 시연회’였. 30분 동안 영상을 보고 나자, 딱 한 가지 생각이 들었다. ‘이게 뭐야?’

 

영상으로 본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개발 중이라는 사실을 감안해도 너무나 평범했다. 만약 <엘더 스크롤>이라는 이름이 없었다면 숱한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아류작 중 하나로 생각했을 정도다. 분위기를 눈치챘는지 발표를 맡은 개발자도 몇 번이나 아직 개발 중인 게임’이라는 상황을 강조했다.

 

다만, 3개 진영이 맞물리는 대규모 RvR <엘더 스크롤>이라는 이름은 일말의 기대감을 남겼다. 아쉬움이 가득했던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감상을 정리했다. /LA(미국)=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시연은 영상과 함께 시작됐다. 마을에서 술에 취해 몸을 가누지 못하는 병사, 여기저기 파괴된 드웨머의 기계문명, 초록으로 가득한 대거폴과 수인족 카짓의 모습 등이 순서대로 비춰진 후, 세 명의 모험가가 해안가에서 길을 떠난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에 걸었던 첫 번째 기대는 영상과 동시에 무너졌다. 배경과 캐릭터의 그래픽은 아무리 좋게 봐도 최신 게임과는 거리가 멀었다. 패키지게임은커녕 온라인게임에 비해서도 한참 모자란 수준이다. 지금까지 공개됐던 스크린샷조차 과장 광고로 신고하고 싶을 정도다.

 

굳이 시리즈로 따지자면 <엘더 스크롤: 오블리비언>, 아니 <엘더 스크롤: 모로윈드>와 비슷해 보이는 그래픽이다. 실물은 지금까지 공개된 스크린샷에 비해서도 한참 부족하다.

 

 

 

■ 부실한 그래픽, 더 부실한 전투

 

이내 영상은 전투로 옮겨갔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전투는 일반적인 MMORPG와 비슷해 보인다. 화면 아래 스킬의 숫자 단축키가 있고 버튼을 누르면 해당 스킬이 발동된다. 시점도 평범한 3인칭이다.

 

대신 여기에 모으기 공격과 방어를 넣었다. 기본 공격 버튼을 누르고 있으면 게이지가 차올라 더욱 강한 피해를 줄 수 있고, 타이밍에 맞춰 방어 버튼을 눌러 적의 공격을 막을 수도 있다. 마우스를 갖다 대야만 HP·MP·스태미너를 확인할 수 있고, 달리기·막기 등의 동작에 스태미너를 소모한다는 점도 <엘더 스크롤> 시리즈와 비슷하다.

 

전투 영상을 보고 나자 실망감은 더 굳어졌다. 4명의 캐릭터가 해골을 상대로 벌이는 전투는 어색하기 짝이 없었다. 동작은 엉성하고 느렸으며, 각종 이펙트는 조잡했다. 영상만 봐도 타격 판정이 심하게 어긋나 보일 정도였다. 화려한 연속기? 상황에 따른 다양한 액션? 그게 뭔가요? 우걱우걱….

 

옆에서 같이 영상을 보던 외국 기자조차 한숨을 쉴 정도였으니 그래픽 하나는 빵빵한 온라인게임만 보고 살던한국 기자가 받을 충격은 어느 정도였을지 생각해 보라. 소위 말하는 서양의 센스라는 말로 커버될 수준이 아니다.

 

개발자는 저사양 유저들을 위한 그래픽이라고 말했지만 필자가 저사양 유저였다면 무시당하는 것 같은 기분에 진심으로 화를 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개발자가 말하는 저사양의 기준이 필자와 완전히 다르거나.

 

다만, 네크로맨서가 같은 편을 부활시키고 조무래기가 주문을 외우는 몬스터는 보호하는 등 적이 무리를 지어 팀플레이’를 하고 적을 얼마나 멋지게 죽였는가에 따라 보상 아이템이 달라지는 점은 조금 신선했다.

 



■ 느낌표‘없는 퀘스트

 

이미 예고한대로 느낌표는 없었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퀘스트는 곳곳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시작된다. 예를 들어 NPC와의 대화, 길에서 주운 노트, 새로 발견한 던전 입구 등이다.

 

하지만 맵에는 가까운 지역의 퀘스트가 자동으로 표시되고 진행 중인 퀘스트는 지도에 친절하게 수행 가능한 위치와 남은 과정까지 표시해준다. 그야 말로 느낌표‘없는 셈이다. 이래서는 오히려 불편하기만 한 게 아닌가?

 

퀘스트를 완료한 이후도 마찬가지다. 개발자는 퀘스트를 완료하고 나면 플레이어가 세상을 바꾸게 된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던전의 최종 보스를 쓰러트린 후에는 더 이상 부근에 유령들이 나타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서도 한 마디를 빼놓았다. 바로 해당 플레이어에게만이다.

 

아직 퀘스트를 깨지 않은 유저들에게 해당 지역은 여전히 유령들이 출몰하는 곳이다.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신나게 선보였던 위상변화와 무엇이 다른지 체감하기 어렵다.

 

결국 남은 것은 퀘스트에 다양한 선택지가 존재하고 모든 NPC의 대사가 음성으로 지원된다는 정도다. 그런데 이것도 이미 <에이지 오브 코난> <스타워즈: 구공화국> 등에서 선보인 것들이다.

 

 

 

■ 아주 약간은 기대되는 세계관과 PvP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팬에 한정된 이야기겠지만, 세계관은 다행히 기대가 된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제 2시대(Era)’가 시작되고 약 450년이 지난 후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거대한 몸에 황금색 비늘을 가진 츠아에스치족의 지배가 막 끝나고 탐리엘 대륙이 여러 세력으로 분산됐던 시점이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에서 플레이어가 선택하는 진영 역시 대륙 각 곳에 펼쳐져 있다. 반대로 말하자면 <엘더 스크롤 온라인>에서는 탐리엘 대륙의 거의 모든 장소를 탐험할 수 있다는 뜻이다.

 

시대상으로도 기존 시리즈에 상당히 앞서는 만큼 (베데스다에 의지만 있다면) <엘더 스크롤> 팬에게는 굉장히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참고로 츠아에스치 종족이 사는 아카비르 대륙은 아직 <엘더 스크롤> 시리즈에서 공식으로 공개된 적이 한 번도 없다.

 

 

개인적으로는 3개 진영으로 나뉜 PvP도 기대된다. 이미 투석기 등의 공성병기를 사용한다는 이야기가 나왔고 개발자 역시 100명 이상이 한데 어울려 싸우는 PvP를 구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밝혔다. 시연 영상의 마지막에 공개된 세 진영의 집단 전투는 이전의 <다크 에이지 오브 카멜롯>를 떠오르게 만들었다. 그래픽이 워낙 안 좋은 점도 집단전투에서는 오히려 이득이 될 수도 있을 듯하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2013년 발매된다. 기간이 넉넉한 만큼 게임의 많은 부분이 달라질 수 있을 것이라는 점도 희망의 끊을 놓지 못하게 만든다. 설마 베데스다가 <엘더 스크롤>이라는 이름에 먹칠을 할 리는 없을 테니까.

 

이미 비공개 세션을 본 외국 매체들은 가열찬 비판을 쏟아내고 있고, 베데스다에서는 아직 보여주지 않은 것이 많다는 공식답변까지 내놓은 상황이다.

 

다만, 이렇게 말하고도 전투와 그래픽이 지금 그대로 유지되고, 세계관과 PvP에서도 신선한 특징을 내놓지 못한다면…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팬으로서 말하는데, 이 게임은 환골탈태 수준으로 거듭나서 돌아오기 전까지 잊어도 좋을 듯하다.

 

그만큼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안 좋은 의미로충격이었다.

 

여담이지만,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시연 영상을 보는 중에 단 한 번의 박수나 환호도 나오지 않았다. 동석한 사람들 대부분이 ‘리액션’ 좋은 외국 기자들이었는데도 말이다. 반면 <엘더 스크롤 온라인> 직후 공개된 <디스아너드> 세션 때는 웃음과 환호성이 이어졌다.

 

<엘더 스크롤 온라인>은 현재 베데스다의 형제회사인 제니맥스 온라인 스튜디오에서 개발 중이다. 참고로 베데스다 소프트웍스와 제니맥스 온라인 스튜디오 모두 모회사가 제니맥스 미디어다. 베데스다 소프트웍스는 <엘더 스크롤 온라인>의 퍼블리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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