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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주장은 지나친 비약”

"RTS게이머, 시지각학습에서 전두엽 활성화되고 신경다발도 굵다"

김진수(달식) 2015-08-27 16:29:07

27일, 서울아산병원 강동화 교수가 ‘RTS 게이머가 일반인보다 시지각학습에서 전두엽이 더 활성화되며, 신경다발도 굵다’는 요지의 논문에 대해 설명하는 강연을 진행했다. 이 강연에서 강동화 교수는 게임이 마약과 같아 뇌를 망가뜨린다는 ‘짐승뇌 이론’을 반박하면서 자신의 연구 결과에 대해 상세히 소개했다. 디스이즈게임은 강 교수의 연구 결과를 요약해 소개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서울아산병원 강동화 교수.

 

 

■ “중독뇌? 사랑에 빠진 사람도 뇌 찍으면 마약 중독과 똑같다”

 

강동화 교수는 연구결과 소개에 앞서 “비디오 게임을 많이 하는 사람의 뇌는 일반인과 다르다는 주장이 있고, 중독과 즐기는 것 사이에 논란이 있다”며 게임에도 과몰입 요소가 있으나 재미나 학습효과 같은 긍정적인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더 나아가 게임이 마약과 같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게임을 하면 전두엽이 망가진다는 이른바 ‘짐승뇌 이론’에서는 게임을 할 때 뇌가 쾌락을 요구하며, 보상중추가 활성화되는 MRI사진을 보여주는데, 마약 중독자의 뇌 MRI사진과 흡사하다는 게 근거다.

 

강 교수는 “사랑에 빠진 사람의 뇌를 촬영해도 보상중추가 빛난다. 보상중추는 동기부여, 욕구와 관계되어 있어서 활성화 되어 있지 않으면 살 수 없다”며 짐승뇌 이론을 반박했다.

 

그는 “게임중독을 볼 때 사람만 볼 게 아니라 사람의 관계를 보라는 논문도 있다. 당장 게임만이 문제가 아니라 사람을 보아야 한다”며 대한간호학회지에 실린 논문을 인용해 게임 중독에 대해 신중히 접근해야 한다는 견해를 드러냈다.

 




 

 

■ 게임에 푹 빠져 지내다 월등한 시지각학습 능력 보여준 대학생에서 시작된 연구

 

뇌졸증 전문 임상 의사인 강동화 교수는 미국에서 대학생을 대상으로 시지각학습 연구를 하던 중, 시지각 과제를 월등한 성적으로 풀어낸 한 학생을 보면서 연구의 실마리를 얻었다고 설명했다.

 

시지각학습이란, 반복적으로 시각적인 업무 등을 수행하면서 이전에 구분하지 못하던 차이를 알아차리고, 무의식적으로 일련의 학습이 일어나는 특징이 있다. 강 교수가 미국에서 연구했던 것은 심리학자들이 고안한 시지각학습 유도 과제로, 찰나에 두 가지 상이 지나가고 빠르게 이를 맞춰야 하는 문제를 주는 방식이다.

 

보통 처음에는 50점을 넘기기 힘든 과제이지만, 반복적으로 수행하면서 무의식중에 학습이 일어나면서 점차 점수가 높아지는 모델이다. 그런데, 여기서 한 대학생이 처음부터 100점을 기록하며 월등한 성적을 낸 사례가 있던 것.

 




 

강 교수는 해당 대학생과 인터뷰를 하면서 다른 대학생과 비교해 본 결과, 월등한 점수를 기록했던 학생은 한동안 게임에 푹 빠져 지냈던 것 외에는 다른 사람들과 별반 차이가 없는 학생이었다. 이 대학생의 뇌 신경다발 사진을 찍어보니 다른 학생에 비해 신경다발이 현저히 굵게 나타났다.

 

강 교수는 여기서 게임 경험이 시지각학습 능력과 연관관계가 있으며, 뇌구조나 기능에서 차이를 보일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한국에서 연구에 돌입했다.

 

피험자 선정 기준은 프로게이머를 배제하고 정상적인 생황을 영위하는 20~30대 남성만을 골랐다. 한 쪽은 스타크래프트, 워크래프트 경험자로 누적 경기 수 1,000회 이상, 최근 3개월 간 주당 3회 이상 플레이한 사람 16명을 선발해 게이머 군으로 분류했고, 다른 한 쪽은 전략게임 경험이 없으며 1년간 어떤 게임도 10시간 이상 경험하지 않은 사람 15명을 분류했다.

 


 


 

 

■ RTS게이머, 시지각학습에서 전두엽이 활성화되고 신경다발도 굵다

 

실험 참가자를 두 그룹으로 나누어 시지각학습 유도 과제를 수행시켜보자 차이가 확연히 드러났다. 초반 10회 정도의 테스트에서는 게이머군과 비 게이머군이 비슷한 결과를 보여줬지만, 점차 RTS 유저쪽이 대조군에 비해 빠르게 점수가 높아지면서 월등한 시지각학습 능력을 가졌다는 것이 증명됐다.

 


빨간색 사각형 안에 있는 것이 RTS게이머와 비 게이머간 시지각학습 유도 테스트 결과 차이. 흰색 원으로 표시된 게이머 그룹이 높은 학습 능력을 보여주고 있다.

 

또 시지각학습 실험 중 피험자들의 뇌 MRI를 찍어보자, RTS 게이머들은 일반인에 비해 전두엽이 더 활성화되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반인에게 시지각학습 테스트를 시키면 시각을 담당하는 뇌 뒷부분이 활성화되고, 상대적으로 전두엽이 덜 활성화 된다.

 

반면, RTS 게이머들은 시지각학습에서 일반인보다 전두엽이 더 강하게 활성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강 교수는 이를 일반인과 예술가에게 그림을 그리라고 시켰을 때 나타나는 차이와 유사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인은 그림을 그릴때 시각을 담당하는 후두엽만 활성화되는데, 예술가들은 그림을 그리며 구도나 설계를 생각하기 때문에 사고능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함께 활성화된다는 것이다.

 

위쪽이 RTS 게이머의 뇌, 아래가 일반인의 뇌 MRI사진. RTS 게이머의 전두엽이 더 활성화 되어 있다.

 

강 교수는 첫 실험 이후 두 번째 가설을 증명하기 위해 피험자들의 뇌 신경다발 사진을 찍었다. 신경다발 사진을 찍어보면 RTS게이머가 후두엽과 전두엽을 연결하는 신경다발이 훨씬 굵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는 “뒤쪽 뇌에서 앞쪽 뇌로 가는 신경다발이 굵다는 것은 게이머가 시지각학습을 할 때 전두엽을 사용한다는 구조적 근거다”며 RTS처럼 빠르게 시각적 자극을 주면서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게임이 시지각학습과 깊은 관계가 있다는 결론을 냈다.

 

해당 연구 결과는 7월 22일자 학술지 ‘신경과학저널’(The Journal of Neuroscience)에 ‘실시간 전략 게임 경험과 시지각학습’이라는 제목의 논문으로 발표됐다.

 


RTS 게이머의 뇌 신경다발(사진 위쪽)과 일반인의 뇌 신경다발 차이. 후두엽과 전두엽을 연결하는 신경다발은 RTS 게이머쪽이 월등히 굵게 나타난다.
 


 

 

■ “시지각학습에 게이미피케이션 결합해 시야장애 치료기술 개발이 목표”

 

강동화 교수는 여기서 연구를 끝내지 않고 전문분야인 뇌졸증과 연결해 뇌졸증에 의한 시야장애를 치료하는 데 게임을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예를 들어 우측 뒤쪽 뇌에 뇌졸증이 생긴 경우, 시각을 담당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왼쪽 위가 잘 보이지 않는 시야 장애가 생긴다. 그런데 이런 환자에게 시지각학습 유도 테스트를 반복적으로 시켜본 결과, 일부 환자는 뇌의 연결이 활성화되면서 시야장애가 개선된 사례가 있다.

 

이는 뇌가 서로 연결되어 있으며, 장애가 생긴 경우 다른 뇌와 연결해 기능을 대신 수행하는 ‘기능 대치’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태어나면서부터 눈이 보이지 않는 사람은 청각이 발달하면서 시각을 담당해야 할 후두엽이 소리를 들을 때 함께 활성화 되는 모습을 보이는 것과 비슷한 원리다.

 

심지어는 60~70대의 노령이라도 뇌 기능은 계속해서 발전할 수 있다는 연구결과도 있는 만큼, 고령 뇌졸등 환자도 이런 치료를 통해 시야장애 개선을 기대할 수도 있다는 게 강 교수의 설명이다.

 


 

다만, 시지각학습 유도 테스트는 상당히 지루하고 힘들게 느껴질 수 밖에 없는 작업인데다, 연구실에 방문해야 제대로 테스트를 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그래서 강 교수는 자신과 공학자, 심리학자 등이 함께 연구해 VR이나 게이미피케이션을 결합한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시야장애 치료에 게임을 결합하면 환자가 좀 더 흥미를 느끼면서 적극적으로 치료를 할 수 있는데다 연구실이 아닌 집에서 치료를 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강 교수는 “이런 일련의 연구를 통해 뇌졸증 환자 치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앞으로 게임이 여러 분야에 접목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뇌 신경 활성화 분야에서도 접목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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