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기심이었다. 2017년 첫 토요일, 일탈했다.
일베 하는 이들이 궁금했듯, 그곳에 계신 분들이 궁금했다.
일당 2만원에 동원됐다, 식으로 무시하는 게 능사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묻지 않고 귀동냥만 했다. 그래야 그들 사이의 진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 같았다.
초면의 어르신끼리 나누는 대화의 절반은 한국전쟁 시기와 그 직후에 관한 것이었다. 그 시절 피난 등의 고생담을 나누며, 자연스레 서로의 연배와 고향을 털어놓았다. 공감대가 형성됐다.
그 아찔했던 경험담 속에는 모두가 동의하는 절대악이 등장했다. 북한군과 중공군이었다. 그 살벌한 절대악으로부터 우리를 구원해준 미국과 개신교는 절대선이었다. 제헌의회를 기도로 시작했고, 북진통일을 외쳤던 이승만 장로 역시 절대선이었다. 그런 고생을 못하고 자라난 젊은이들은 세상을 모른다.
그 뒤의 이야기는 절대선과 절대악의 이분법을 한치도 벗어나지 못했다. 발언의 주도권은 가장 극단적으로 이야기하는 어르신이 가져갔다. 이를테면 천안에서 아침 8시에 올라온 한 할머니는 최순실과 정유라가 좀 잘못한 것 아니냐는 한 할아버지의 발언을 바로 눌러버렸다.
"정유라는 삼성에게 얼마 되지도 않은 돈을 받았을 뿐이다. 김대중과 노무현은 엄청나게 재산을 불려서 퇴임했다. 국회의원들도 엄청나게 치부하고 있다. 추미애는 그렇게 돈 모아서 자식들 전부 외국에서 살게 하고 있다."
아무도 사실을 확인하려 하지 않았고, 확인할 능력도 안돼 보였다. 극단은 더욱 극단으로 향했다. 머리가 아팠다.
헤어질 때쯤 되니 서로 사는 곳 이야기를 나눴다. 서로의 평안을 바라는 덕담이 오갔다. 가장 강성 발언을 쏟아내던 할머니가 문득 이런 말씀을 하셨다. 가슴이 시렸다.
"내가 얼른 죽어야 해. 우리 자식들이 나 때문에 고생하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