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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법] 게임산업의 당사자들 - 이용자와 PC방, 그리고 작업장

땡땡땡 2015-08-17 12:27:22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지난주에는 <리니지>에서 ‘진명황의 집행검’ +5강 아이템이 드디어 나타났다는 기사가 잠시 화제였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시가가 5억에 달한다고 합니다만, 정말 게임 아이템에 ‘시가’라는 것이 존재할까요? 존재한다면 무엇을 기준으로 ‘시가’를 정하는 것일까요?

 

사실 이 문제는 게임 개발사(또는 퍼블리셔)의 입장과 이용자의 입장이 서로 다른 주제이고 다른 당사자도 개입되어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되는 주제이긴 합니다. 다음 연재에서는 이 내용을 한 번 다루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미지출처: 공식 홈페이지) 

 

자, 이제 게임산업의 당사자 중 이용자와 PC방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이용자는 퍼블리셔가 제공하는 게임을 이용하고 그 게임을 즐기는 가장 기본적인 주체입니다. 개발사의 손에서 생산된 게임은, 퍼블리셔를 거쳐 실제로는 이용자의 손끝에서 소비되는 셈입니다. 개발사가 만든 게임이 없으면 게임산업 자체가 존재할 수 없듯이, 이를 즐기는 이용자가 없다면 역시 게임산업은 존재할 수 없겠지요. 이용자들은 게임산업에 있어 가장 큰 ‘고객’인 셈입니다.

 

아무리 기업간 거래가 많아지고, B2B(기업간 거래) 산업이 B2C(기업과 고객간 거래) 산업보다 큰 시장이라고 하지만, 게임과 같은 콘텐츠 산업은 기본적으로 사람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이 목적인 산업입니다. 고객을 무시할 수 없고, 대중의 취향을 벗어난 콘텐츠가 성공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점에서 게임은 영화, 대중음악 시장과도 유사하고, 최종적인 콘텐츠 소비자인 이용자의 지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말해줍니다.

 

이용자들 또한 법적으로는 경우에 따라 다양한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민법적으로는 사람(자연인)으로서 당연히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되므로, 19세 미만 미성년자인 이용자의 법률행위는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지 못하면 취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법정대리인이 범위를 정해 처분을 허락한 재산은 미성년자가 임의로 처분할 수 있으므로, 부모로부터 받은 소액의 용돈으로 게임에서 결재를 한 경우 유효한 법률행위가 될 수 있습니다.

 

이용자는 퍼블리셔(또는 직접 서비스를 하는 경우에는 개발사)와의 관계에서는 기본적으로는 게임 서비스를 제공받는 입장에 놓이게 되므로, ‘소비자’에 해당됩니다. 전자상거래 등에서의 소비자보호에 관한 법률에서는 물론, 소비자보호법 등의 다양한 소비자관련 법규에서 이들은 ‘소비자’로서 법이 제공하는 보호를 받습니다. 

 

  

이용자들은 온라인게임이나 모바일게임에서는 게임 서비스 제공자(퍼블리셔나 개발사)의 회원으로 등록돼 자신의 계정이나 캐릭터(아바타)를 ‘보유’하는데, 이 계정의 ‘보유’의 성질에 관한 사항 그리고 계정에 포함된 게임 아이템의 권리관계에 관한 사항이 법적으로 문제가 될 때가 있습니다. 이것은 다음에 다시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영화 <트론>(Tron)의 1982년 원작을 보면 게임 속 NPC들이 게임에 들어간 주인공을 만난 후 그의 정체가 실제 유저라는 점을 알고, 서로 쳐다보며 과장되게 ‘유-쟈’(User) 라고 말하며 놀라고 감탄하는 장면이 있는데, 법적인 주체가 될 수 없는 콘텐츠가 법적 주체인 소비자를 직접 만났기 때문에 경외감을 느낀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그냥 뜬금없는 농담입니다 ^^;).

 

아무튼,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에서 ‘쓰랄 형님’이 아무리 강인해도 그의 법적 지위는 법적 당사자가 될 수 없는 NPC일 뿐이겠지요. 이런 점에서 NPC(Non Player Character)라는 용어는 법적으로도 꽤나 함축적인 의미가 있는 셈입니다.

 

용어적인 면에서 ‘이용자’는 원래 영어의 ‘User’에서 온 말이니 ‘사용자’라고 하는 경우도 있는데, ‘사용자’라고 하면 민사관계에서 고용주나 업무를 지시한 자를 말하는 ‘사용자(使用者)’와 헷갈릴 수 있어(심지어 두 ‘사용자’는 한자도 같으므로) 구분을 위해 ‘이용자’라고 하는 것이 혼동을 피하기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은 PC방입니다. 

 

PC방은 한국적인 특색이 강한 영업의 한 형태입니다. 물론 해외에도 ‘Internet PC Café’라는 개념은 과거부터 많이 있었고, 지금도 PC나 인터넷의 보급이 많이 되지 않은 국가들에서는 종종 찾아볼 수 있는데요, 주로 인터넷 게임의 소비를 위한 목적으로 시작돼 다수의 인원이 함께 친목을 다지면서 게임을 즐기는 장소인 ‘PC방’의 존재는 무척이나 한국적인 것입니다.

 

사실 PC방은 퍼블리셔로부터 게임을 공급받는다는 점에서 소비자의 위치에 놓이기는 하지만, 이용자들을 고객으로 하여 게임을 제공한다는 면에서는 서비스 제공자이니 이중적인 지위를 가지게 됩니다.

 

PC방은 일반적으로는 개인사업 형태로 운영되는 경우가 많이 때문에, 법적인 주체는 그 PC방을 운영하는 사장님이 개인의 지위에서 PC방의 운영 주체가 됩니다. 드문 경우이지만 회사를 설립해 PC방을 운영하는 경우에는 법인이 당사자가 되겠지요.

 

PC방은 게임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서는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이라고 하여 ‘컴퓨터 등 필요한 기자재를 갖추고 공중이 게임물을 이용하게 하거나 부수적으로 그 밖의 정보제공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이라 정의되어 있습니다(제2조 제7호). 인터넷컴퓨터게임시설제공업을 영위하고자 하는 자는 법령에서 정한 시설을 갖추어 시장·군수·구청장에게 등록하도록 하고 있습니다(제26조 제2항). 

 

  

게임을 둘러싼 퍼블리셔, 이용자, PC방의 관계는 영화산업에서의 영화배급사, 일반관객, 극장(혹은 비디오방이나 DVD방)의 관계를 생각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일반관객이 VOD등을 통해 가정에서 배급사가 공급하는 영화를 직접 즐길 수도 있지만, 더 나은 환경 혹은 더 좋은 혜택을 받으면서 영화를 보기 위해 극장이나 DVD방을 찾을 수 있겠지요. 배급사는 극장에 영화를 공급하고, 관객은 극장에 방문해 대가를 지불하고 영화를 즐기게 되는데, 이렇게 이원화된 유통구조가 PC게임의 유통구조와도 유사합니다.

 

퍼블리셔들은 PC방에게 별도의 게임 이용료를 받는 대가로 혜택을 제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혜택은 PC방에 대해 직접적인 수혜를 주는 경우와, 이용자들이 집보다는 PC방에서 게임을 하도록 유인하기 위해 ‘PC방에서 게임을 하는 이용자’에게만 제공되는 혜택인 경우가 있습니다. 이렇게 PC방과 퍼블리셔는 기본적으로는 서로 도움을 주어 매출을 극대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계약관계를 갖습니다. PC게임을 서비스하는 퍼블리셔들 중 상당수가 별도의 PC방 회원 가입을 받고 가입한 PC방에게 위와 같은 혜택을 부여합니다.

 

<스타크래프트>, <디아블로>등 블리자드 패키지 게임(배틀넷을 통한 온라인 PvP 요소가 가미된 패키지 게임)의 전성기와, <리니지>, <카트라이더>로 대표되는 2000년 ~ 2010년 무렵의 PC 온라인 게임 전성기에는 위와 같은 사업모델이 시장에서 잘 먹혔습니다. 때로 PC방과 대형 개발사, 퍼블리셔 사이에서는 분쟁이 발생하곤 했지만, 이것은 또한 그만큼 PC방 시장에서 수익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했지요.

 

이제는 당연시 여겨지는 온라인게임의 PC방 혜택

   

한 때는 이용요금을 두고 게임사와 PC방 업주간에 갈등도 있었다.
지난 2005년 넥슨의 PC방 종량제 과금에 반발해 넥슨 사옥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는 인터넷PC문화협회.
 

그러나 최근 들어 PC방은 스마트폰의 보급으로 인한 모바일 환경의 발달과 PC기반 게임 산업의 하향세로 인해 일부 대형 PC방을 제외하면 수익성이 급격히 악화되고 있습니다. PC방의 수익구조 또한 지나친 가격경쟁으로 게임과 PC이용료의 징수에서 나오는 수익은 사실상 없는 상태라, 다과류와 라면 등 즉석조리식품 판매를 통한 수익 추구로 그 매출 구조가 변질하고 있어서 영업의 유지가 쉽지 않다고 하는데요. 향후 PC방 업계의 변화 또한 그 귀추가 주목됩니다.

 

앞으로 무선인터넷과 모바일 컴퓨팅 환경의 변화로 사람들이 더는 PC방에서 게임을 하지 않게 된다면 과거에는 게임산업의 소비자단에서 중요한 주체이자 우리나라에서 산업적으로 특이한 위치를 점하였던 PC방에 대한 논의는 이제는 필요하지 않게 될 지도 모를 일입니다. 

 

  

일반 이용자와 PC방에 관한 설명을 마치기에 앞서 하나 짚어 두고 싶은 것은 속칭 ‘작업장’과 같이 이용자 또는 PC방이 게임을 이용하는 형태가 변질될 때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작업장’은 게임을 즐기기 위한 것이 아닌, 오로지 게임을 통해 얻어지는 아이템이나 캐릭터를 개발사나 퍼블리셔가 인정하지 않는 방법으로 판매하여 수익을 취하기 위한 목적에서 운영되는 장소 혹은 불법 영업의 형태를 일컫는 말입니다.

 

현재 대부분의 작업장은 중국에 많이 있고, 실제로 해외에서도 이들을 ‘Game Farming’(혹은 Gold Farming)이라고 부를 정도로 조직화돼 있는데, 초창기 국내 작업장의 형태는 폐업한 PC방을 이용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지금은 중국에 작업장을 두면서 국내 PC방 IP를 대여해 VPN형태로 운영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고요.

 

게임의 콘텐츠를 즐기는 것 보다는 소위 ‘현질’을 통한 ‘템빨’을 원하는 이용자들의 수요와 이에 상응하여 금전적인 이득을 취하기를 원하는 ‘작업장’이 등장한 이후, 게임 내에서는 여러 문제가 발생했습니다. ‘작업장’ 문제는 게임산업의 골칫거리이자 어두운 한 단면이라 하겠습니다. 

 

  

개발사나 퍼블리셔는 작업장이나 작업장을 통해 아이템을 거래한 이용자를 게임 이용에 있어 불건전한 이용형태로 보고 게임이용약관에서부터 민·형사소송 등 가능한 수단을 동원하여 이런 이용자들이 게임 내에 유입되는 것을 방지하려고 애쓰고 있습니다. 이런 이용자들은 게임의 밸런스를 해치고, 이들이 사용하는 툴과 과도한 접속으로 게임서버에 과부하를 초래하며, 다른 건전한 이용자들의 정상적인 게임플레이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저 또한 퍼블리셔나 개발사의 견해에 동조하는데, 게임은 본질적으로 ‘스스로 즐기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이런 작업장들은 게임을 즐기기보다는 사행적 수단으로 활용하고자 하는 이용자들의 욕망이 빚어낸 결과물이기도 하니, PC방 뿐 아니라 이용자의 관점에서도 게임물 제공자가 본래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게임을 이용하면서 발생하는 현상의 한 예시라 하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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