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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Let's go back to the time now] 프롤로그: 내 기억 속 그들의 이야기

[연재] 유쾌한 하루의 코스프레 이야기 - 번외편-

haru 2014-12-19 17:11:22

시간이란 건 이젠 정말.  

손에 잡혔다 생각해도  

금방 술술술 빠져나가는 모래같다. 

언제 왔는지도 모르게 빠르게 지나가고 흘러가버린다. 

 



 

초등학교 때는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 같이 보이는​ 어른이 빨리 되고 싶었고 (그땐 그랬지)

중·고등학교 때는 대입이라는 것이 현실로 다가와

놀아도 논 것 같지가 않고, 그렇다고 하고 싶은 것도 자유롭게 하기 힘들고…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공부를 안 한다는 생각에 마냥 죄책감이 들어

대학만 입학하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거라고 스스로를 추스르고 다독이며

이 힘든 시간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라고 또 바랐더랬다.

 

그때 또 하필이면. 코스프레를 접하게 되고 빠지게 되어버렸다.

억눌리면 더 하고 싶다고. 정말 좋아하는 것에 대해 정신없이 빠져가는데

그 마음을 억누르기가 너무 힘들었던 것 같다.

부모님과도 많이 싸웠고. 고 3이 돼서야 간신히 마음을 추스르고

대학교에만 가면…이라는 말을 주문처럼 되뇌며

도 닦는 심정으로 시간이 지나가길 바랐다.

눈 뜨고 일어나면 수능 이후로 시간이 확 지나가버렸음 했어. 

 



 

그런데 

그렇게 바라던 대학교에 막상 입학해서는 1학년 초만 반짝 해방감에 들떴을 뿐.

그렇게 하고 싶었던 코스프레도 정말 활발하게 하기 시작했는데 말이다. 

 

동시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진짜 뭔지,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나한테 정답인지

이게 정답이라고 생각했는데 과연 이 일을 하면서 나는 사회에서 우뚝 설 수 있는지

전에는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고민이 되기 시작했다.  

 

도대체 뭘 해야하는지.. 방황하고 겁이 났고 두려웠다. 

그때 어른이 되었다. 독립한다. 내 앞길을 스스로 선택해야 한다. 라는 것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걸 알게 됬으니까. 

더이상 부모님이 방패가 되기엔 힘들어졌으니까.  

인생엔 리셋이 없었으니까. 

 

꿈만 꿀 때는 정말 좋았었는데.  

나름 내 꿈이, 내가 세운 내 계획이 체계적이고 현실적이라  

그대로 꽃길로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부딪치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꿈만 가지고 미래를 생각하기엔  

현실적으로 장애물이 많다는 걸 인식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그게 환경적, 물리적인 장애물이든. 혹은 나 자신의 한계나 문제든. 

 

그래서 그때부터였을 거야. 

시간이 흐르는 게 아깝고  

할 수만 있다면 다시 되돌리고 싶다고 생각했던 게. 

정말 고민이 많았고, 내 앞의 단계가 어떤 건지 내가 잘 선택할 수 있을지 

눈앞이 보이지 않고 정말 앞으로의 일을 생각하면 두렵고 힘들었다. 



  


[Haru, Gemini, Photography by Fazz]
  

 

배출구가 필요했다. 억눌린 스트레스를 풀 곳이 필요했으니까. 

그래서 그 때 정말 코스프레에 더욱 빠져들었던 것 같다. 

동시에 내 전공에도 도움이 됐었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마음껏 하면서 

행복했고, 괴로운 생각을 잊을 수 있었고. 

 

그렇게 적극적으로 활동하게 된 코스프레였는데. 

스트레스 배출구뿐만이 아닌, 나는  

이 취미에서 뜻밖에 소중한 자산을 얻게 된다. 

 

앞의 칼럼에서도 누누이,  

그리고 귀에 딱지가 앉도록 한 말이지만. 

 

바로 사람들. 친구들. 

그리고 경험들. 

 

아마 코스프레라는 취미가 아니었다면 나의 세계는 무척 좁았을 것이다. 

비슷한 지역, 비슷한 학교, 비슷한 학과, 비슷한 환경

비슷한 배경의 사람들과 비슷한 경험들을 하며 

남이 사는 대로, 딱 그대로를 영위하며  

그냥 만화나 게임을 조금 좋아하는 사람으로 남았겠지. 

 

 


 [ HARU, SQUEALER, Photography by Marc ]

 

하지만 코스프레를 하면서 나는 다양한 사람들이 세상에 많이 있구나​를 실감하게 됐다. 

정말 다양한 연령층, 성별, 성격, 배경, 나라의 사람들이 

코스프레라는 취미를 통해 한자리에 모이게 된 것. 

 

그리고 코스프레를 통해 정말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었다. 

사실 코스프레란 언뜻 보면 그냥 옷을 입고 노는 것으로 보이지만 

코스프레만큼 다양한 경험, 능력들이 필요한 취미도 또 없다. 

 

한마디로 말하면 한편의 화려한 연극을  

각자 스스로 모든 것을 준비해서 한 장의 사진에 담는달까. 

 

의상 및 소품 제작에서부터 메이크업 아티스트, 포토그래퍼, 무대 연출가, 디렉터 등등 

혼자서, 혹은 친구들과 함께 스스로 모든 능력을 총동원해야 한다. 

그리고 코스프레를 통해 들어오는 게임 회사나 방송사 등등의 다양한 아르바이트를 통해 

다양한 직업군들도 체험해볼 수 있고. 사회 경험도 얻게 되기도 하고. 

 



그렇게 사람들을 만나고 배우고 친구를 얻게 되고 사회 경험을 하게 되고 

뜻밖의 취미에서 돈을 주고서라도 살 수 없는 소중한 나만의 자산을 갖게 된 것. 

 

그 자산은 지금도 남아, 나를 도와주고  

장애물을 넘을 수 있는 도움을 주고 내 길에 든든한 힘이 된다. 

 

그래서 나는 코스프레를 통해 얻게 된 내 친구들 중, 

다양한 전문 직업군에서 일하고 있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이번 번외편을 통해 조금 소개해보려 한다.


우리가 한참 같이 코스프레를 할 때의 자잘한 이야기에서부터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한 이야기라든지. 

그 일을 하기 위해 어떤 과정이나 경험을 겪었는지. 

가지고 있는 꿈이라든지 계획이라든지  소소한 이야기들도 나누고 싶다.

 

 

Let's go back to the time now. 

 




[ HARU, Photography by Marc ] 

 

 

 



다음주 하루의 유쾌한 코스프레에서는 1세대 코스플레이어이자 게임 일러스트레이터

‘꾸엠’과의 인터뷰가 연재로 이어집니다. 

꾸엠의 코스프레 이야기와 게임 일러스트레이터로서의 이야기. 그리고 김형태와의 러브스토리까지!

많이 기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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