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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좌충우돌] 4월 22일 - 제1회 PC 경진대회와 해프닝

이후 2014-04-22 20:06:07
1984년 4월 22일, 제1회 전국 퍼스널 컴퓨터 경진대회가 열렸다.

1983년 대한민국 정부는 '정보산업의 해'를 선포했다. 국가적으로 정보산업을 육성하자는 의도였다. 대통령 산하에 정보산업육성위원회가 생겨 정보산업 정책을 주도했다. 퍼스널 컴퓨터(Personal Computer, PC) 경진대회도 그런 큰 흐름 속에서 준비됐다. 1년 가까이 준비됐고, 예선을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대를 모았다.

 

1984년 잠실 학생체육관에는 전국에서 선발된 300명의 초·중·고 학생들이 모였다. 3시간 동안 프로그램을 짜는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서였다. 오전 9시의 개회식이 끝난 뒤 9시 20분부터 대회가 시작됐다.


역사에 남을 첫 번째 대회는 역사에 남을 황당한 해프닝까지 만들어냈다. 오전 10시 20분, 잠실 학생체육관은 갑자기 어두워졌다. 컴퓨터도 꺼졌다. 정전이 일어난 것이다. 모두 한순간 충격에 빠졌다. 1년 동안 대회를 준비해온 참가자들는 물론, 대회 관계자들도 마찬가지였다. 울음을 터뜨리는 학생들까지 있었다. 항의가 쏟아졌다. 대회 마감은 12시 20분에서 2시간 연장된 14시 20분으로 미루어졌다.

정전의 원인은 대통령의 방문이었다. 전두환 대통령이 예정을 변경해 대회장을 갑작스럽게 방문하게 됐다. 청와대 경호실은 경비 테스트를 위해 의도적으로 대회장의 전원을 내려버렸다. 참 어이없는 일이었다. 그런데, 이런 어이없는 일은 반복되는 어이없는 상황을 우리는 겪었다. 30년이 지난 뒤, 한 방송사는 게임의 폭력성을 확인하겠다며 PC방 전원을 내려버렸다.

정전은 똑같지만, 두 사태는 정반대다. 30년 전 정전사태는 퍼스널 컴퓨터 경진대회의 위상을 보여줬다. 대통령이 직접 다녀갈 정도로 관심을 보인 행사였다. 당시 정부의 정보화에 대한 열망을 엿볼 수 있다. 대통령은 경진대회 입상자들과 청와대에서 점심도 함께 먹었다. 이런 관심이 이후 IT 인프라로, 이어서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올라서는 초창기 계단 역할을 하지 않았을까. 이와 비교하면, 30년 후의 정전은... 으.

제1회 퍼스널 컴퓨터 경진대회에는 정전만큼이나 놀라운 일이 또 있었다. 초등학생 하형진 군(대구 계성국민학교 6학년)이 형, 누나들을 제치고 대통령상을 받아버렸다. 당시 하 군의 컴퓨터 경력은 10개월 정도였다. 그는 첫 대회 수상과 함께 여러차례 신문 인터뷰를 하고 카이스트에 입학했다. 지금은 게임회사 KOG에서 프로그래머로 재직 중이다.

 

한국 퍼스널 컴퓨터 경진대회는 13회까지 열린 후 1996년부터는 정보올림피아드로 이름을 바꿔 계속 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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