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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병신년 설 특집] 왠지 올해에 해봐야 할 것 같은 게임들

권용필(스라블) 2016-02-07 16:58:34

병신년(丙申年).

 

그냥 쓰면 욕인 이 단어는, 2016년의 이름으로 공인된 이후 절찬리에 사용되고 있다. 뉴스, 신문, 인터넷 등 안 보이는 곳을 찾기가 더 힘들 정도다. 일찍이 이토록 사랑(?)받았던 해의 이름이 있었을까 싶기도 하다.

 

▲ 병신년을 맞은 사람들은 그야말로 축제의 분위기. 지금까지 어떻게 참았을까?

  

하지만 사랑받는 것과 별개로 많은 사람이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는데, 바로 진정한 병신년은 아직 시작되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예로부터 해의 이름이 바뀌는 기준은 음력 1월 1일이었고, 현대에는 민족의 명절인 설(구정)이 그 기준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이번 설이 지나야 진정한 병신년이 시작되는 것인데, 이 기념비적인 날을 그냥 보내자니 병신년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 특집을 준비해봤다.

 

이름하야 ‘왠지 올해에 해봐야 할 것 같은 게임들’ 특집.

 

그 첫 번째 게임으로, 이미 많은 이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있는 명작 <빅릭스>를 골라봤다.

 

 

■ 빅릭스 

 

  

세미트레일러 트럭으로 불법 화물을 운반하며 경찰들을 따돌리는 레이싱 게임...이라고 패키지 문구에 적혀있지만, 트럭을 운전한다는 것 빼고는 전부 거짓말인 골때리는 게임이다. 뭐하나 제대로 된 게 없어서 지적하기도 혼란스러울 지경.

 

어째서인지 절대 출발하지 않는 라이벌 차량이 존재하며, 레이싱 코스인 도로 밖으로 자유롭게 나갈 수 있고, 보이는 모든 장애물을 통과할 수 있다. 심지어 맵 밖으로 나갈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이 시점에서 이미 레이싱 게임의 범주는 넘어섰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빅릭스>의 진정한 매력은 후진에서 나오는데, 유저의 트럭이 전진할 때는 130km/h의 속도제한이 걸려있지만 후진할 때는 속도제한이 없다. 즉, 컴퓨터가 허락하는 한도에서 무한히 속도가 증가하는 것. 한 유저의 실험 결과에 따르면 광속의 약 18,341,329 x 10의 21제곱 배 속도까지 도달했다고. 이쯤 되면 장르를 구분 짓는 게 무의미하게 느껴진다.

 

무려 2003년에 발매된 게임이라는 사실이 판타스틱한, 장르파괴 게임 <빅릭스>의 많은 영상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게임스팟의 리뷰 영상을 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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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젊은 날의 과오

 

‘젋은날의 과오’는 3D 격투 쯔꾸르 95를 이용해 만든 게임으로, 격투 게임의 신기원을 이룩할 뻔한 전설의 게임이다. 지금은 아쉽게도 2분 30초가량의 영상만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다.

 

짧지만 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강렬한 병맛이 느껴지는 전설의 게임 영상을 보도록 하자.

 

 

 

■ 염소 시뮬레이터

 


 

발매하려고 만든 게임이 아닌데, 입소문을 타고 얼떨결에 발매까지 하게 된 게임. 

남들은 버그 안 잡는다고 유저들한테 가열차게 욕먹을 때, 버그조차 게임의 콘텐츠로 만든 비범한 게임. 

발매된 지 2년째인데도 초심을 잃지 않고 성실하게 대충 만들고 있는 바로 그 게임.

 

병맛 게임계의 살아있는 전설, 신화, 레전설. 이번 특집에서 <염소 시뮬레이터>를 절대 빼먹을 수 없다.

 

대충 만든 물리엔진이 일으키는 버그를 찾아내고 즐기는 게 목적인 이 게임은, 무적의 염소가 뛰놀기 딱 좋은 맵과 괴롭히기 딱 좋은 NPC 등을 적절히 제공하여 정신이 멀쩡한 유저도 기어이 미친 짓을 하게 만든다.

 

거기다 일부러 방치하는 버그와는 별개로, 업데이트나 DLC 마다 뛰어난 패러디 센스와 신선한 병맛을 꾸준히 보여줌으로써 유저들의 신뢰가 매우 높아졌다. 병맛에 대한 무한한 신뢰를 받는 게임은 이 게임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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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토대드

 


 

주인공이 문어다. 여기까지는 특별할 게 없는 게임이긴 한데, 문제는 이놈이 사람행세를 하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것. 언뜻 보면 사람 크기만 한 문어가 주인공인 시점에서 제작진이 현실적인 부분을 완전히 포기한 것 같지만, 사악하게도 연체동물인 점만 물리 엔진으로 구현해놓아 극악의 조작감을 자랑하는 게임이 됐다.

 

특유의 조작감 때문에 주인공은 유저가 원하는 대로 절대 움직이지 않으며, 아무리 잘 조작해도 팔다리가 사방팔방으로 휘둘러질 수밖에 없다. 결국 주인공이 한 번 지나간 길은 초토화 되는데, 답답해진 유저의 정신상태까지 덤으로 초토화된다는 것이 문제.

 

당연히 너무 눈에 띄는 행동을 하면 사람들의 의심을 사서 잡혀가긴 한다. 하지만 문어가 특별한 변장도 없이 활개 치고 다녀도 도통 잡혀가지 않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게임 속 사람들의 인지능력에 심각한 장애가 있는 것이 아닌가 강력히 의심된다. 백번 양보해서 인종 차별이나 종족 차별에 매우 관대한 세계관이라고 해도, 이 정도면 그냥 멍청한 것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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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본의 액션

  

  

단순히 슈퍼마리오가 고양이로 바뀐 짝퉁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처럼 보이긴 하지만, 이래 봬도 슈퍼마리오와 다른 의미로 전설이 된 게임이다.

 

이 게임의 정체성은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즐겼던 유저들에게 뒤통수치기’. 기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를 플레이하던 버릇대로 이 게임을 즐기면 무조건 죽는다고 보면 된다.

 

눈에 보이는 블록은 예기치 못하게 움직여 유저를 죽이고, 눈에 보이지 않는 블록은 유저의 점프를 막아 죽이며, 어디선가 갑자기 적이 튀어나와 죽고, 성에 들어가기 전에 깃발을 바로 건드리면 죽고, 뭐든지 먹기만 하면 죽고, 심지어 배경에 박힌 풍경까지 유저를 죽인다. 눈에 보이는 모든 것과 눈에 보이지 않는 모든 것을 의심해야 하는 사상 초유의 낚시 게임. 인간 심리의 빈틈을 절묘하게 파고드는 장치들은 가히 예술의 경지에 이른다.

 

기존 <슈퍼마리오 브라더스>와 비교해 유일하게 유저에게 유리하게 바뀐 점은 목숨이 무한대라는 점뿐. 처음에 주어진 목숨은 2개이며 늘릴 방법이 없지만, 계속 죽다 보면 목숨이 마이너스 단위로 넘어가 계속 이어진다. 사실상 유저들을 최대한 많이 죽게 만드는 게임이다 보니, 목숨이 무한이라는 게 큰 위로가 되진 않는 게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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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pan World Cup​ 시리즈

 

 

  

경마라고 하면 여러 마리의 말들이 경주하고, 관람객은 1등을 할 것으로 예상되는 말에 배팅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Japan World Cup>은 그런 일반적인 경마를 구현한 게임 중 하나다. 말들이 경주를 하고, 유저는 배팅을 하는 아주아주 평범한 게임이다.

 

문제는 말들의 상태가 정상이 아니라는 것. 아니, 애당초 말이 아닌 짐승까지 출전하는 데다가 기수들의 상태도 정상이 아니라 그냥 혼돈의 카오스라고 생각하면 된다. 보이는 문제점을 일일이 지적하는 것 자체가 매우 피곤해지니 일찍 포기하자.

 

또한 결승점을 통과하기 전까지 누가 이길지 예측할 수 없고 결승점에 가까이 갈수록 세기말 상황이 펼쳐지다 보니, 결국 ‘배팅 따위 아무래도 좋아’라는 심정으로 정신줄 놓고 보게 된다. 그렇게 두세 경기쯤 지나면 결국 게임에 동화되어, 어느새 순수하게 미친 경마를 즐기게 되는 신비한 게임.

 

사실 이 신비한 게임은 무려 일본 경마 협회(!!)에서 정식으로 만든 게임이다. 우리나라 협회들도 어서 각성하여, 이런 게임을 많이 만들어 국격을 높여야 함을 강력히 주장하는 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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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하려고 준비한 게임은 더 많지만, 아쉽게도 지면 한계 상 이번 특집은 이 정도로 마무리하겠다.

 

어떤 유저들은 이런 병맛 넘치는 게임이 기존 게임과 다르게 튄다는 이유로, 또는 진지하지 않다는 이유 등으로 싫어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맛 게임이 어떤 형태로든 많은 유저들에게 즐거움을 줬다면 그 자체로 하나의 훌륭한 게임으로 인정할 수 있지 않을까? 결국 게임의 본질은 ‘즐거움’이니까 말이다.

 

이번 특집을 마무리하며 다음 병신년 특집을 언제 또 해야 할지 확인해보니, 2076년 8월 27일이었다. 이날은 무려 병신년 병신월 병신일로서, 전 우주의 병신력이 집중되는 역사적인 날이다. 그때는 이런 특집기사 하나가 아니라 4박 5일 동안 내내 특집기사를 내보낼 수 있도록, 게임업계가 분발하여 더욱 깊이 있고 다양한 병맛의 게임을 만들어 내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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