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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그래픽? 애초에 기대도 안했어요" '세인트세이야'의 현실적인 도전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이종혁 PM, 이창현 사원 인터뷰

안정빈(한낮) 2015-09-04 15:29:32
어디부터 이야기를 풀어야 할까? 게임기자, 그것도 한국의 게임기자 눈으로 볼 때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은 충분히 '애물단지'다. (기자를 포함해서) 마니아는 많지만 그렇다고 유명한 IP는 아니고, 원작을 잘 구현하긴 했지만 그렇다고 잘 만든 게임은 또 아니다. 

그래픽은 누가 봐도 중국게임이고, 전투도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 여럿을 몰아서 처치하는 방식이 반복된다. 적어도 국내에서는 말 그대로 '애매모호한' MMORPG가 되기 십상인 그런 게임이다. 그런데 게임을 총괄하는 이종혁 PM의 답변은 너무나 담담했다.

"원작? 그래픽? 이런 건 애초에 기대조차 안 했어요. 저 같아도 안 할 것 같은 그래픽인데요. 뭘"  인터뷰 내내 당황스러울 만큼 솔직한 답변이 이어졌다. "그래도 억지로 원작을 내세우라고 했으면 오히려 못하겠다고 했을 거에요. 오히려 원작에만 매달리지 않으니까 방향을 찾을 수 있었죠" 그들이 찾은 방향을 무엇일까? 디스이즈게임에서 들어봤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을 총괄하는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이종혁 PM(왼쪽)과 현지화를 맡은 이창현 사원

"'세인트세이야'의 인지도요? 그런 건 애당초 기대도 안 했어요"

"아마 제일 많이 들은 질문일 거 같은데요. 솔직히 말해서 처음부터 <세인트세이야>라는 이름에 거는 기대는 전혀 없었어요. <세인트세이야>라는 이름만 놓고 본다면 이 게임은 아예 한국에서 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게임이기도 하고요"

이종혁 PM만의 생각이 아니다. 그를 비롯한 팀원 대다수가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까지 <세인트세이야>가 뭔지조차 몰랐다. 그도 그럴 것이 <세인트세이야>의 국내 인지도는 매우 낮은 수준이기 때문이다.

<세인트세이야>는 1986년 일본의 소년점프에서 연재된 만화다. 국내에서는 1993년 <성투사성시>라는 이름으로 출간됐다. 이후 애니메이션이 몇 차례 방영된 적이 있지만  이미 20년이 넘은 만화인데다가 일본처럼 선풍적인 인기를 얻지도 못했다. '모르는 편이 오히려 자연스럽다'는 게 그의 이야기다.

그래픽도 만만치 않은 장벽이었다. 게임의 그래픽이 전부는 아니라지만 첫인상과 선택에는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의 그래픽은 이종혁 PM이 보기에도 '이건 아니다' 싶었다. 일단 자신부터가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으니까. 그럼에도 그는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의 PM을 맡았다. 

그래픽이나 시스템이 뛰어나진 않다. 인지도가 대단하지도 않다. 그래도 나름의 매력이 있다.


사실 이런 장면을 보고 추억을 떠올릴 수 있는 국내 유저는 거의 없다고 판단했다.

"이상한 소리 같지만 그래픽과 IP를 빼고 보면 '의외로' 신선해요. 이 게임"

"그래픽은 말할 것도 없죠. <파이널판타지14>나 <애스커> 같은 게임과 비교해볼 것도 없어요. 당연히 이건 공개만해도 욕을 먹겠구나. 생각했죠. 실제로도 그랬고. 그런데 그런 게임 있잖아요. 그냥 할 거 없어서 켰는데 플레이하다 보니 어? 어? 하다가 몇 시간씩 하는 게임.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이 딱 그랬어요. 그래서 '이건 해볼 만 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최악의 첫인상 속에서도 그가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의 PM을 맡은 건 <세인트세이야>라는 IP도, 게임의 그래픽도 아닌 의외의 재미 때문이었다. 중국 특유의 방대한 성장과 MMORPG 시스템에 원작을 지나칠 만큼 충실하게 녹이다 보니 '묘한 재미'가 만들어졌다.

일단 직업부터가 페가수스, 드래곤, 시그너스, 안드로메다, 피닉스 등 5명의 청동성의를 본떴고, 여기에 88개 크로스(성의)를 어떻게 교체하느냐에 따라 스킬구성이나 능력치가 달라진다. 별자리를 잇거나 코스모를 해방해서 능력치를 올리는 등 다방면의 성장도 가능하다.

여기까지만 놓고 보면 성장방식이 조금 다른  중국 MMORPG 정도가 되겠지만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은 원작 위주의 스토리도 집중했다. 메인스토리에서는 대량의 컷신과 인스턴트 지역을 이용한 스토리가 이어지고, 국내에서도 이를 위해 다수의 성우진까지 고용했다. 심지어 원작에는 없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등장한다.

일반적으로 보던 방대한 콘텐츠의 중국산 MMORPG에 제대로 된 이야기를 붙인 스토리와 연출, 그리고 컷신으로 가득한 진행까지. 이종혁 PM이 말하는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의 독특한 조합이다.


시류의 비하인드 스토리. 스토리를 위한 별도의 전투와 지역까지 마련돼있다. 그것도 충실하게. 덕분에 굳이 원작 팬이 아니더라도 즐기는 데 부담도 없다.


크로스(성의)의 교체에 따른 필살기는 기본. 어떤 크로스를 어떻게 육성하느냐에 따라 다양한 성장방식이 정해진다. 



"칭찬도 비판도. 딱 생각대로였던 사전체험. 대중적일 생각은 조금도 없어요"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이 대중적인 게임이 될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아요. 20대 유저들한테는 특히 더 그럴 거에요. 오히려 그래픽에 대한 선호도가 낮은 유저들이나 비슷비슷한 게임에 질려서 조금은 신선한 경험이 필요한 유저들에게 집중할 생각이에요"

지난 8월 20일부터 진행된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의 사전체험은 딱 이종혁 PM의 예상대로 진행됐다. 그래픽은 예상대로 많은 비판을 들었고, 광고를 통해 들어오는 유저의 비중도 다른 게임보다 훨씬 적었다. 그래도 이를 감수하고 찾아온 유저들은 의외로 재미있다는 반응을 보여줬다.

원작 팬들의 반응은 조금 달랐는데, 대부분이 '한글로 세인트세이야를 즐길 수 있더라'는 부분만으로도 만족해주는 경우가 많았다. 굳이 원작을 적극 내세우지 않더라도 성우와 번역에서 최대한 공을 들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그가 목표로 하는 유저들은 세가퍼블리싱코리아의 작업방식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현재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에서는 현지화팀을 제외하고는 원작 만화를 보는 것조차 금지돼있다. 원작을 경험한 유저가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어디까지나 플레이어와 비슷한 경험만을 갖기 위해서다. 

사전체험의 한 장면. 운영팀과 사업팀도 어디까지나 유저들과 같은 수준의 경험을 위해 노력 중이다.

대신 언어는 물론이고 이펙트나 폰트, 대사칸의 위치까지 일일이 수정했다. <세인트세이야>라는 이름이 홍보수단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을 뿐이지, 스토리나 연출에서 탁월한 재미를 주는 IP인 것인 확실하다. <세인트세이야>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유저가 그냥 게임 자체만으로도 신선하고 재미있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는 게 이종혁 PM의 목표다.

"원작이 있는 게임은 오히려 너무 원작에만 갇히는 경향이 있어요. 근데 그래서는 안되거든요. 게임이 왜 재미있는 지를 어필해야 하잖아요. 우리는 그래픽은 정말 안 좋아도 이런 점은 재미있다라고 어필할 신선한 부분이 있고요"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은 오는 9월 10일 정식서비스를 시작한다. 밖에서 보기에는 빠른 일정이지만 모든 일정이 예상대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굳이 시간을 들일 이유가 없다. 

흥행목표 역시 대박이나 대대적인 성공이 아닌 '20~30위의 준수한 MMORPG로 자리잡는 것'. <세인트세이야 온라인>의 지극히 현실적인 도전을 지켜보자.



정식서비스에서는 미니게임을 비롯해 약 1년 동안 중국에서 업데이트된 콘텐츠가 제공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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