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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걸그룹처럼 비슷비슷하기만 한 모바일게임, 이대로는 아타리 쇼크 온다

넥슨 정상원 부사장, 파티게임즈 이대형 대표의 모바일게임 시장 진단

김승현(다미롱) 2015-10-05 21:57:56

“지금 모바일게임 시장은 친구가 걸그룹으로 떴다고 자신도 돌아보지 않은 채 무작정 친구를 따라 하고만 있다. 이렇게 똑같은 게임만 나오다간 아타리 쇼크가 올 수도 있다.”

 

넥슨의 정상원 부사장과 파티게임즈 이대형 대표가 맥스 서밋 2015 행사에서 한국 모바일게임의 현실을 경고했다. 성공을 위해 게임 고유의 가치를 등한시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왼쪽부터 YJM엔터테인먼트 민용재 대표(사회), 파티게임즈 이대형 대표, 넥슨 정상원 부사장

 

 

■ 남의 게임만 배끼는 모바일게임 시장, 낭만이 없다

 

정상원 부사장은 지금의 한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일컬어 '낭만이 없는 세상'이라고 평했다. 90년대 개발자인 그가 기억하는 개발이란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꿈꾸고 희망하던 것을 만들다 보면 게임도 성공하는 모델이다. 

 

하지만 지금의 모바일게임 개발 모델은 다르다. 이미 시장에는 게임의 등수가 나와있고 개발자들은 1등 게임, 2등 게임을 본 따 게임을 만든다. 퀄리티와 개발 속도는 날로 중요해지지만, 정작 콘텐츠의 본질인 창작성에 대한 고민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옆집 순이가 섹시 코드 걸그룹으로 성공했다고 자기도 무작정 섹시 코드 걸그룹을 따라 하는 것”과 같다.

 

넥슨 정상원 부사장

 

물론 온라인게임에서도 이런 것이 없었던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온라인게임 개발이 몇 년에 걸쳐 이렇게 변해간 반면, 모바일게임은 불과 2년 만에 이런 시장이 되어 버렸다. 과거와 달리 매출 순위, 다운로드라는 나날이 갱신되는 공개 성적표, 그리고 창의성이라는 배부른 고민을 하기엔 너무나도 위험요소들이 많아진 시장 탓이다. 

 

모바일게임 시장에서 마케팅의 중요성은 나날이 커지고 있다. 예전에는 버스나 지하철 광고가 전부였다면, 요즘 중량급 모바일게임은 지상파 방송의 CF는 기본이다. 너무 많은 모바일게임이 쏟아져 나오니 어떻게 해서는 유저 눈에 띄어야 하기 때문이다.  파티게임즈 이대형 대표는 이를 영화 산업에 비교했다. 아무리 잘 만든 영화라도 유통사나 영화관이 그 영화를 사람들에게 노출시켜주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기 때문이다. 

 

TV 광고는 기본, 이제는 톱스타까지 쏟아지는 모바일게임 광고

 

문제는 이렇게 치솟은 마케팅비다. 과거에는 여러 게임이 망해도 게임 하나만 성공하면 거기서 번 돈으로 직원들도 먹여 살리고 다른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것도 가능했다. 그 때는 게임 하나에 영업이익률이 70~80% 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지금처럼 마케팅에 돈을 쏟아 부으면 영업이익률은 떨어지기 마련이다. 여기에 모바일게임은 퍼블리셔 뿐만 아니라 마켓과 플랫폼에도 돈을 떼어 줘야 한다. 게임 하나로 다른 프로젝트들을 먹여 살린다는 것은 옛말이 되었다. 돈이 부족하니 게임사는 자연히 안전하게 1등 게임, 2등 게임을 따라 만들게 되었다. 창의성을 신경쓸 틈은 없었다.

 

 

■ 개발자의 자존심만이 아타리 쇼크를 막을 수 있다

 

이대형 대표는 이러한 대다수 게임사의 행태가 모바일게임 시장의 자정작용을 망가트릴 것을 염려했다. 너무도 많은 비슷한 게임들이 소수의 창의적인 게임까지 묻어버리는 상황을 염려한 것이다. 정상원 부사장은 아예 한발 더 나아가 제 2의 '아타리 쇼크'까지 우려했다.

 

“옛날에 게임이 나오기만 하면 성공하던 시절이 있었다. IP까지 붙은 게임이면 말 그대로 대박이었다. 그 때 아타리가 <E.T> IP로 게임을 만들었다. 정말 완성도가 떨어지는 게임이었다. 게임만 나와도 열광하던 유저들이 그것까지 보곤 게임에 정이 떨어지고 말았다. 유저들의 관심은 떠날 때가 되면 너무도 빨리 식는다. 모바일게임같이 쉽게 접근하고 쉽게 떠날 수 있는 장르는 이것을 더 신경 써야 한다.”

 

파티게임즈 이대형 대표

 

정 부사장은 이렇게 경고하며 독특한 콘텐츠, 혹은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콘텐츠에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게임의 본질은 콘텐츠. 그렇다면 결국 끝까지 살아남는 것은 남들에게서 찾아볼 수 없는 재미, 혹은 남들보다 더 나은 재미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모바일게임 환경에서 이러한 이상론이 가능할까? 정상원 부사장은 충분히 가능하다고 이야기했다. 정 부사장은 한국 개발자들의 자존심과 고집을 예로 들었다. 상명하복식 개발에 익숙한 중국과 달리, 한국은 개발자들은 시장의 시장성의 요구에서도 어떤 방식으로든 개발자로서의 자존심을 지키려 한다는 것이 그의 경험이다.

 

정상원 부사장은 “10%의 가능성을 뚫을 수 있다면 90%의 영업이익률을 얻을 수 있다”라며 전에 없던 게임, 더 나은 게임만이 게임시장과 개발자의 자존심 모두를 지키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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