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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9] 눈마새, FGO 등으로 알아보는 유저 이탈 막는 매력적인 첫 문장

NDC 2019 ‘이 세계 시나리오 라이터를 위한 스토리텔링’

박준영(백야차) 2019-04-26 20:43:34

게임에서 유저 이탈을 막기 위해 필요한 건 무엇일까요? 게임성과 그래픽 등 다양한 요소가 생각날 수 있지만, 게임빌 와플 스튜디오 오현석 기획자는 '매력적인 한 문장'만 있어도 유저 이탈을 막을 수 있다고 전합니다. NDC 2019 3일차인 오늘(26일), 오현석 기획자가 전한 '유저 이탈을 막는 매력적인 첫 문장 작성하기' 핵심 요소를 1인칭 시점으로 정리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박준영 기자

 

게임빌 와플 스튜디오 오현석 기획자

 

# 이탈 쉬운 모바일 시장, 잘못된 첫인상은 미래 유저를 떠나보낸다

모바일 게임은 기존 게임들보다 '시간'이 중요한 재화로 작용하고 있고, 대부분 '무료'다. 덕분에 유저들은 어디서든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장점을 얻었지만, 그와 동시에 제한된 시간 내 빠른 플레이를 하게 됐다. 자동전투나 오프라인 보상이 발전한 이유도 여기서 찾을 수 있다. 모바일 게임 시장이 이렇다 보니 유저들이 이탈하지 않도록 '첫 시작'의 중요성이 오르고 있다. 

 

사실, 온라인· 콘솔 등 기존 게임 시장에 있던 유저들은 게임 초반부가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사전에 지불된 비용에 대한 보상심리가 게임 플레이를 견인한다. 즉, 후반부에 구현된 '만족감을 느낄 수 있는 구간'에 도달하는 데 큰 문제가 없다.

 

하지만 모바일 게임 시장은 그렇지 않다. 애초에 '무료'였기에 유저들은 그만뒀을 때 잃을 게 없다고 생각한다. 게임 플레이를 견인해 줄 만한 보상 심리가 낮은 것이다. 여기에 시간을 플레이에 필요한 자원으로 여기기에 재미가 없으면 다른 게임을 찾는다. 만족감을 느끼기도 전에 유저가 이탈하는 것이다. 후반부에 내용이 있어도 확인하지 못한다.

 

이렇다 보니 모바일 게임 초반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도 첫인상은 정말 중요하다. 그렇다면 유저에게 좋게 다가갈 수 있는 좋은 인상의 첫 문장은 뭘까. 상업적인 시점에서 좋은 문장은 '자주 팔리는 문장'이다. 이를 우리는 흔히 클리셰(Cliche)라고 부른다. 하지만 아무리 호평받는 클리셰도 계속 사용되다 보면 결국 '진부한 표현'이 되고 사용되지 못한다. ​하지만, 지금에야 진부한 표현이 됐다 할지라도 사람들의 입에 올랐던 부분이었기에 단어 하나에 집중해 본다면 뛰어난 표현을 담고 있다.

 

 

 

# '태초에 천족과 마족이 있었다'는 그저 진부한 문장?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좋은 문장!

지금부터 어디서 한 번쯤 봤고 진부한 표현이라는 소리를 듣지만, 여전히 많은 사람에게 쓰이고 있는 문장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 설명하겠다.

 

태초에 천족과 마족이 있었다

 

여기서 '태초에'라는 표현은 실생활에서 잘 쓰지 않지만,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데 거부감이 있는 문장은 아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는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팔린 책인 성경 첫 문장에 사용된 단어다. 창세 신화와 비슷한 구절로 시작하는 부분은 앞으로 전할 내용이 '태초의 존재, 선과 악의 탄생'에 대해 논하고 있음을 담고 있으며, 유저에게 자연스럽게 거대 스케일을 보여줄 수도 있다.

 

 

제국력 1042년

 

'제국력 1042년'은 문장에서 유저가 추측할 수 있는 정보가 많다. 먼저, 황제가 통치하는 '제국'이 있고, 이 국가는 별도 연호와 달력을 가질 정도로 문화가 발달한 국가라는 사실을 떠올릴 수 있다. 게다가 연혁을 보면 해당 국가가 천 년 넘는 세월 동안 유지되어 온 강대하고 유서 깊은 제국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즉, 이런 문장이 게임에서 사용되면 짧은 단어 2개로 게임의 전반적인 이미지를 상상하는 데 도움이 되고 유추 과정에서 몰입감을 올린다.

 


 

모르는 천장이다

 

대부분 사람은 고정되고 안전한 장소에서 잠을 청한다. 그렇기 때문에 자고 일어나면 당연히 '아는 천장'이 나와야 한다. 즉, '모르는 천장이다'라는 문장은 주인공이 잠들었을 때 납치를 당했거나 기억상실증에 걸렸거나 자는 사이 집 구조가 바뀌는 등 정상적인 상황이 아니다. 해당 문장은 상황에 대한 정보가 거의 주어지지 않아 오히려 역으로 호기심을 유발하고 몰입도를 높인다.

 

 

오니짱 하야쿠 오키나이또 (오빠 빨리 일어나)

 

자, '여동생이 아침에 친절하게 오빠를 깨워주러 침대에 오는 상황'이다. 현실에 있을 리 없는 판타지.(웃음) 주로 여동생이 히로인으로 등장하는 초 남성향 러브코미디 장르에 자주 등장하는 대사다. 이는 일반 유저들에게는 "으윽, 저게 뭐야!"하며 알고 싶지 않은 정보로 받아들여지는 부분이지만, 타깃으로 하는 특정 유저층에게는 이른바 '덕심'을 자극하는 가장 알고 싶은 정보를 제공하는 문장이다.

 

 

이렇게 유저들에게 진부한 표현으로 보이는 문장들은 단어를 하나씩 뜯어서 보면 모두 좋은 내용을 담고 있다. 좋은 첫 문장은 앞서 나온 모든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여기 잘 쓰인 첫 문장의 예를 들어보겠다.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도 잊혀지고 / 왕자들의 석비도 사토 속에 묻혀버린 것들에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 /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에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

 

이영도, <눈물을 마시는 새>


국내 판타지 문학의 정점이라 할 수 있는 이영도 작가의 <눈물을 마시는 새>에 나오는 첫 문장이다. 먼저, '하늘을 불사르던 용의 노여움'과 '왕자들의 석비'라는 단어는 용이 존재하며 봉건 군주제가 정착된 세계관임을 알리고 있다. 더불어, 당시 판타지 시장은 <던전앤드래곤>의 영향으로 '~드래곤' 류가 주를 이루던 상황. 그런 시장에 '용의 노여움'은 적절한 흥미 유발 포인트로 쓰였다.

 

다음으로 '생존이 천박한 농담이 된 시대'라는 문장이다. 이는 생존이라는 말이 천박한 농담으로 들릴 정도로 척박한 세계관임을 암시하고 있는 내용이다. 즉, 앞으로 펼쳐질 주인공의 여정이 순탄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한 남자가 사막을 걷고 있었다'는 이번 작품이 '한 남자' 개인에게 주목되고 있음을 알리며, 사막이라는 일상적이지 않은 공간을 제시해 호기심을 유발한다. 물론, 이렇게 좋은 첫 문장은 '소설'이기 때문에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하지만, 유저 호기심을 부르는 '좋은 첫 문장'은 게임에서도 쓰인다.

 

 

-염기 서열, 인간 게놈으로 확인. / -영기 속성, 선성·중립으로 확인. 인류의 미래를 이야기하는 자료관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이곳은 인리계속보장기관 칼데아.

 

타입문, <페이트/그랜드 오더>

 

'-염기 서열, 인간 게놈', '-영기 속성, 선성·중립', '인리계속보장기관' 등 일상에서 쓰이지 않는 단어가 잔뜩 등장한다. 이는 스토리를 중점으로 내세워 성공한 게임 <페이트/그랜드 오더> 스토리 첫 문장이다. 이처럼 일반 유저들이 보기에 난해하고 어렵고 불친절한 문장은 사실 원작자 나스 키노코 작가의 특징 중 하나다. 때문에 타입문 IP를 좋아하는 유저들에게는 무척 반가운 문장이다. 이는 앞서 '오니짱 하야쿠 오키나이또'처럼 타깃 유저층이 가장 알고 싶었던 정보를 제일 앞에 배치해 관심을 끄는 방식이다.

 

 

결국 좋은 첫 문장이란 유저의 흥미를 유발하는 요소를 내포하고 있으며, 나아가 '다음 문장을 읽게 만드는 문장'이다. 유저 이탈이 잦은 모바일 게임에서 첫 문장이 중요한 이유도 게임을 지속해서 플레이할 수 있게 만들기 때문에다. 만약 유저가 첫 문장을 읽고 '다음에는 어떤 스토리가 나올지 궁금하네'라고 느낀 뒤 게임을 플레이하기 시작하면 향후 준비된 그래픽, 사운드, 전투 방식에 매력을 느껴 게임을 계속 플레이하게 된다. 

 

첫 문장이 성공하면 '다음 문장'부터는 첫 문장처럼 모든 승부수를 띄울 필요가 없다. 다음 요소는 그래픽, 사운드, 전투 방식을 만드는 다른 개발자들에게 넘겨야 하는 부분이다. 물론, 이렇게 좋은 첫 문장을 계속 쓰다 보면 언젠가 '좋은 한 편의 시나리오'를 쓸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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