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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NDC 19] '어쌔신 크리드' 개발자가 말하는 게임 디자인 방법론

문화, 가치, 조율, 그리고 플레이어의 여정

이준호(마루노래) 2019-04-25 14:46:33
흔히 동양인과 서양인은 사고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말을 합니다. 이게 사실이라면, 게임을 만드는 데 있어서는 어떨까요? 서로 다른 문화를 가진 사람들은 게임도 다르게 만들까요? 일렉트로닉 아츠(이하 EA)의 이민우 디렉터는 그렇다고 말합니다.

오늘 강연에서는 실제로 19년간 동서양의 여러 게임 회사에서 근무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은 베테랑 기획자이자, 현재 EA의 헬싱키 스튜디오에서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근무중인 이민우 디렉터가, 다양한 개발 문화 속에서 체득하게 된 인사이트를 공유했습니다.

강연자인 이민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왜 게임 디자인 방법론은 다 제각각일까?

오늘의 강연자인 이민우 디렉터는 게임업계에서 19년간 종사하면서 다양한 국가의 다양한 스튜디오에서 일한 베테랑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앵그리 버드>를 만든 로비오에서 일하기도 했고, <어쌔신 크리드>를 만든 유비소프트를 거쳐 현재는 핀란드에 있는 EA의 헬싱키 스튜디오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회사에서 다양한 문화를 겪은 이민우 디렉터가 느낀 것은 각 스튜디오 마다, 때로는 각 팀마다 게임을 만드는 문화가 서로 달랐다는 것입니다. 게임 디자이너라고 하면 사람들이 생각하는 업무는 비슷한데, 실제 디자인의 방법론은 매우 달랐다는 것이죠

왜 디자인 방법론은 게임마다 다를까?

 

#방법론이 달라지는 이유 : 문화

그렇다면 게임 디자인의 방법론은 '왜' 다른 것일까요? 강연자는 그 요인들로 위치, 제품, 팀 그리고 사람 이렇게 4가지를 뽑았습니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게임 제작 '문화'라고 총칭할 수 있습니다.

게임이 다르고, 회사가 다르고, 사람이 다르다. 즉, '문화'가 다르다.

강연자는 각 요인들을 자신이 겪은 예시를 들어 설명했습니다. 우선 위치가 방법론을 다르게 만든 사례로는 <심즈 모바일>과 <심시티 빌드잇>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심즈 모바일>은 미국에서 만들었습니다. 큰 조직에서 의사 결정이 탑다운 형태로 수직적으로 이루어지고, 큰 목표를 설정하는 식의 이른바 "AAA 게임 제작 문화" 아래 만들어졌죠. 반면 <심시티 빌드잇>은 핀란드에서 제작됐습니다. 보다 기민(agile)하고 작은 조직에서 모바일 게임 제작 문화에서 개발됐죠.

두번째로 제품 자체가 달라서 문화가 다른 경우도 있습니다. 강연자는 자신이 참여한 두 게임, <어쌔신 크리드>와 <고스트 리콘 팬텀스>의 사례를 들었습니다. 전자는 AAA 게임이고, 후자는 F2P 게임입니다. <어쌔신 크리드> 시리즈는 매년 한 작품씩 발매하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1000명이 넘는 제작자가 참여하고, 9~10월 사이 출시로 기한도 정해져 있죠. 반면 <고스트 리콘 팬텀스>는 <고스트 리콘>의 IP로 싱가폴에서 제작된 라이브 서비스형 게임이었습니다. 더 작은 규모의 팀에서 이후 업데이트를 고려하며 제작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심즈 모바일> VS <심시티 빌드잇>
<어썌신 크리드> VS <고스트 리콘 팬텀스>

같은 회사 안에서 팀이 달라 문화가 달라지기도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앵그리 버드>를 만든 로비오 안에도, <앵그리 버드>의 창조적인 정신을 계승하려는 팀이 있고, 무언가 새로운 것을 만들고자 하는 팀이 있었습니다. 전자는 주로 엔진 클라이언트 전문가들이 주축이 댔고, 후자는 서버 개발자들이 주축이 됐죠.

작업을 주동하는 사람이 다를 때도 개발 문화는 달라집니다. 강연자는 <심시티 빌드잇>의 사례를 들었는데요. 4년간 서비스하며 2번의 대형 패치가 있었는데, 앞의 패치는 주로 소셜 기능을 추가하는 패치였고, 뒤의 패치는 플레이어간 경쟁 요소를 추가하는 패치였습니다. 이토록 다른 패치가 된 것은 두 패치의 리드 디자이너가 서로 다른 성향을 지닌 사람이기 때문이었죠.


#때로는 트렌드가 문화를 바꾸기도

이처럼 문화는 게임의 제작 환경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문화가 바뀌지 않고 고정되어 있는 것은 아닙니다. 때때로는 게임산업의 '트렌드'가 이 문화를 바꾸는 경우도 있습니다.

현재 게임 산업의 트렌드는 '라이브 서비스'로 이동하고 있다고 강연자는 말합니다. 이제는 게임을 만들 때, 5년 이상 라이브 서비스를 할 것을 고려하면서 디자인을 하게 되었다는 것이죠. 강연자는 실제로 5년 이상 서비스가 가능하지 않다면 프로젝트를 취소하거나, 심지어 스튜디오를 닫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라이브 서비스의 트렌드를 보여주는 사례로 강연자는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그리고 <앤썸>을 들었습니다. 세 게임은 모두 개발 단계부터 이후 라이브 서비스에 대한 로드맵과 계획이 확실하게 잡혀있고, 그러한 마인드셋이 스튜디오 안에 잘 녹아있다는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라이브 서비스로의 트렌드 이동을 잘 보여주는 작품들. <포트나이트>, <에이펙스 레전드>, 그리고 <앤썸>.

게임을 디자인하는 프로세스 역시, 라이브 서비스라는 트렌드에 맞춰서 변화하고 있습니다. 과거의 게임 디자인은 합리적(Rational)으로 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게임 개발을 위해 준비된 템플릿에 맞춰서 게임을 디자인하고, 디자이너가 숫자를 컨트롤하며, 이렇게 기획된 임무(task)들을 적절하게 실행(execute)하는 것이 중요했습니다.

하지만 서비스로서의 게임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 게임 디자인 역시 행동적(Behavioural)으로 하는 것이 중요해졌습니다. 다시 말해 플레이어의 심리, 감정, 사회적 상호작용, 문화, 인지 등을 고려하면서 게임을 디자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때문에 기획된 임무를 실행하는 것보다도, 어떤 가치(value)를 플레이어에게 전달할 수 있는가를 고려하는 것이 우선입니다.

트렌드가 바뀌면, 게임 디자인도 바뀐다.

게임 디자인 프로세스에서 의사 결정 과정도 계속 변화해왔습니다. 10년 전, 2008년도 즈음의 디자인 프로세스는 디자이너 - 게임플레이 리드 디자이너 - 디자인 리드 - 프로듀서 순으로 계속해서 검토와 허가를 받는 탑-다운 형태로 이루어졌습니다. 반면 2019년의 프로세스에서는 디자이너들이 아이디어를 서로 주고 받고 얼라인(align)하는 과정을 거칩니다. 얼라인은 서로 동의하고 조율한다는 의미도 있지만 지원(support)를 주고 받으며 발전시킨다는 의미도 있죠.

이렇게 디자인 프로세스가 함께하는 과정으로 변화한 것은, 라이브 서비스형 게임의 디자인은 끝이 없기 때문입니다. 끝이 없고 큰 스케일의 디자인을 끊임없이 하려면, 디자이너 직군 하나로는 전체 작업을 커버할 수 없습니다. 같이 일을 하는 모든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마인드를 가지고 업무에 접근해야 합니다. 모두가 참여하면 더 많은 의견이 나오고, 그러면 프로세스가 더 빠르고 유연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슈퍼셀을 비롯해 여러 회사와 게임을 통해 증명된 방식이기도 합니다.


#게임 디자인 방법론: 핀란드의 경우

강연자는 이어서 자신이 현재 일하고 있는 핀란드의 게임 디자인 프로세스에 대해서 소개했습니다. 핀란드의 게임 디자인 문화는 매우 수평적인 것이 특징입니다. 바텀-업 형태로, 작은 규모의 팀들이 효율적으로 일을 하는 구조입니다.

한편 구체적인 프로세스는 비저닝(Visioning) - 아이디에이션(Ideation) - 정제(Refinement) - 개념화(Concept) - 게임 디자인의 5단계로 구성됩니다. 첫 번쨰인 비저닝 단계에서는 팀 전체를 이끌어 나갈 비전을 정합니다. 우리는 무엇을, 왜 만들고 싶어하는가? 우리는 누구를 위해 만들고있으며, 그들은 어떤 것을 신경 쓰는가, 같이 여러가지 질문을 던집니다. 당연히 모든 구성원이 참여해 합의를 도출합니다.

5단계의 프로세스.

두 번째인 아이디에이션 단계는 문자 그대로 아이디어를 도출하기 위해 계속해서 회의를 하는 단계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직군을 막론하고 모든 사람들이 디자이너의 마인드를 가지고 작업에 참여해, 자유롭게 아이디어를 제출하고 수집합니다.

이렇게 제출된 아이디어들을 세 번쨰 단계, 정제 단계에서 엄선합니다. 이 단계에서는 주로 비전을 가지고 있는 프로젝트 리드(Project Lead)가 최선의 아이디어나 콘셉트를 선택하게 됩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독단적으로 고르는 것은 아니고, 팀 전체가 앞서 말한 것처럼 잘 조율(align)되어 있는 상태여야 할 것입니다.

강연자는 계속해서 Align이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한국어로는 정렬, 조율이라는 뜻에 가깝다.

네 번쨰 단계에서는 게임의 모양을 만듭니다(Shape the Game). 이때 중요한 것은 바로 기간입니다. 플레이어들이 하루, 일주일, 한 달, 그리고 6개월 후에 무엇을 할지를 상정하면서, 코어 게임을 비롯해 게임의 모든 부분에 있어 플레이어의 여정(Player's Journey)을 스케칭하는 단계죠. 이 단계까지 마무리되면 마지막으로 우리가 아는 게임 디자인의 단계에 들어오게 되죠. 게임의 주요 요소(feature)들을 문서화하고 구현하는 단계 말입니다.


#마무리하며: "플레이어의 여정을 스케치하라."

마지막으로 강연자는 이번 강의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다음과 같이 정리하며 강연을 마무리했습니다.

- 문화는 작업 방식을 정의하는 데 있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 게임 디자인에 있어 서로 다른 방법론을 도구로서 활용하라.
- 임무를 실행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치를 전달하기 위해 디자인하라.
- 같이 디자인하면, 책임자가 결정한다. 다만, 실행하기 전에 팀 내 조율이 있어야한다.
- 게임 디자인은, 앞으로 수 년간 플레이어가 겪을 여정을 스케칭하는 것이다.

강연자는 강연 내내 팀원 사이의 의견 조율과 합의 도출(align, consensus)을 강조했습니다. 라이브 서비스 시대에 게임 디자인은 "플레이어의 여정을 스케치 하는 것"이라는 표현도 인상 깊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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