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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NDC 19] '좋은 스토리'를 쓰기 위한 여정…어떤 이야기가 사랑받을까?

데브시스터즈 김연주 스토리텔링 파트장이 말하는 '좋은 스토리텔링'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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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시영(하이쌤) 2019-04-24 15:46:56

게임에서 '스토리텔링'은 점점 중요해지고 있다. 스토리는 단지 게임 진행을 위해 구색을 갖추기 위한 것이 아니라 게임이 유저의 마음에 남게 만드는 역할을 하고 있다. 실제로 <언더테일>이나 <투더문> 같은 게임을 즐긴 유저들은 게임을 플레이한 후 무엇보다도 스토리텔링이 인상 깊었다고 이야기하곤 한다.

 

그렇다면 어떤 이야기가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좋은 스토리텔링'이 될까? 또, 나아가 사랑받는 '스토리텔러'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현재 데브시스터즈 쿠키런 IP의 스토리를 맡고 있고, 게임계에 오기 전에는 미국에서 공부하며 픽사, 디즈니, 드림웍스 출신 아티스트와 협업하기도 했던 김연주 데브시스터즈 스토리텔링 파트장이 직접 노하우를 전수한다. / 디스이즈게임 오시영 기자


김연주 데브시스터즈 스토리텔링 파트장

 

# 좋은 스토리텔링의 힘과 조건…'감정을 움직일 수 있어야'

 

좋은 스토리는 사람들에게 특별한 '가치'를 준다. 예를 들어 만년필은 그 자체만 보면 사람들에게 큰 가치를 주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그 만년필이 긴 전쟁의 종전 선언을 할 때 사용된다면 어떨까? 또 서명을 앞둔 사장님의 만년필이 갑자기 고장나는 바람에 이상한 업체와 계약하는 것을 피해 회사의 부도를 막을 수 있었다면 이 만년필은 당사자에게 어떤 '가치'를 부여 하게 될까?

 

어떤 스토리가 '좋은 스토리'일까? 좋은 스토리는 사람들의 감정을 움직일 수 있어야 한다. 관객들은 잘 만든 영화를 볼 때 스토리에 공감하고 푹 빠져서 영화와 한 몸이 된다. 그러면서 즐거움,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을 느낀다. 

 

반면 나쁜 스토리를 만난 사람들은 그 이야기에 공감하지 않는다. 대신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하는 부정적인 의문 때문에 작품 바깥의 부정적인 감정만 생겨날 가능성이 높다.

 

게임을 통해 좋은 스토리를 만나면, 사람들은 일상에서 벗어나는 즐거움을 느껴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다. 이런 경험 덕분에 사람들 기억 속에서 해당 게임은 '다른 게임과는 다른' 차별성 있는 게임으로 존재하게 된다.

 

좋은 작품을 만나면 사람들은 여러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어려운 스토리텔링…'많이 공부해서 안목을 길러야'

 

결국 좋은 스토리를 쓴다는 것은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작성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좋은 스토리를 쓴다는 것은 이렇게 보면 참 단순한데 어째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느끼는 것일까?

 

그 이유는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에서 알 수 있다. 어떤 이야기가 어떤 사람에게 어떤 감정을 불러 일으킬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정보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은 그것이 아무리 작은 정보여도 각기 다른 감정을 느낀다.

 

게다가 스토리텔링에는 뚜렷한 정답이 없기 때문에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분명 더 많은 사람에게 공감될 수 있는, 더 나은 답은 존재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어렵게 느껴진다. 마치 레스토랑에서 음식을 시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어떤 메뉴가 인기 있는지 아는 것은 어려운 것과 마찬가지다.

 

이 때문에 ​좋은 스토리를 작성하기 위해서는 좋은 작품을 많이 보며 공부하고, 안목을 기르는 과정이 꼭 필요하다. 김연주 파트장은​ 영화나 게임을 즐기며 무엇이 좋았는지, 좋지 않았던 부분은 어떻게 고치면 좋을지 습관을 들여서 고민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정보를 접하면 사람에 따라 각기 다른 감정을 느끼게 된다

 

 

# 이야기에 살을 붙일 때 많이 하는 실수들

 

스토리를 작성할 때, 히어로 무비에서 많이 사용하는 '영웅의 일대기'와 같은 이야기의 뼈대에 살을 붙이는 과정을 거치게 된다. 이 때 많은 사람이 실수하는 부분이 있다.

 

우선, 이야기를 듣는 사람이 스토리의 흐름에서 벗어나는 질문을 하게 하는 경우다. 좋은 스토리에서 제시되는 정보는 전부 유저의 궁금증을 유발해 스토리를 따라가게 돕는 역할을 한다. 이는 '픽사'에서 스토리를 짤 때 가장 기본적으로 생각하는 요소라고 한다.

 

이를테면 'A'라는 주인공의 이야기를 따라가는 작품에서는 유저가 'A는 뭐 하는 사람이지?', 'A한테 무슨 일이 일어날까?' 같은 질문을 속으로 던지게끔 해야 한다. 이후 질문을 해소하면서 이야기를 끌어나가는 것이다. 

 

만약 쓸 데 없는 조그마한 정보로 인해 유저가 이야기와 관계 없는 의문을 가지게 한다면, 유저는 작품을 플레이하는 동안 해당 정보가 신경쓰여 집중을 못하게 된다. 또한, 질문을 해소하지 않고 작품이 끝나면 '떡밥 회수'에 실패한 것으로 간주되어 비판 받을 가능성이 높다.

 

유저의 궁금증을 유발해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가도록 하는 것이 좋다

 

유저가 동감할 수 없는 스토리가 등장하는 경우도 조심해야한다. 이를 설명할 수 있는 가장 좋은 예가 영화 <배트맨 대 슈퍼맨>이다. 배트맨과 슈퍼맨이 싸우던 도중 '어머니의 이름이 똑같다'는 이유로 화해하고 친구가 되는 것은 황당한 진행의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이렇게 이해하기 힘든(혹은 이해할 수 없는) 이야기의 흐름과 만나면 유저는 스토리에 공감하지 못하고 몰입 상태가 풀려 현실로 돌아오게 된다. 

 

<배트맨 대 슈퍼맨>의 황당한 진행은 이미 유명하다

 

이런 상황을 피하기 위해서는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설정을 덧붙여야한다. '왕자가 공주를 구하러 간다'보다는 '첫째를 뛰어넘어 인정받고 싶어하는 둘째 왕자가 적국의 공주를 구하러 간다. 이에 성공하면 적국의 왕이 소원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더 구체적이다.​ 이야기가 구체적이면 유저들이 뒷이야기를 궁금해하고, 더 잘 이해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는 '클리셰'를 활용하면 편하다. 일반적으로 초반 정보 전달 부분은 지루하기 때문에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뻔한 이야기인 클리셰를 활용하면 효과적이다. 위의 왕자 이야기에서는 '첫째 왕자를 뛰어넘어 인정받고 싶어한다'거나 '공주를 구출하면 소원을 들어준다'는 내용을 클리셰로 볼 수 있다. 다만 결말 부분에 '뻔한 이야기'인 클리셰를 사용한다면 유저가 시간 낭비라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 

 

다행히도 다른 장르에 비해 게임에서는 유저가 '과정'에서 얻는 성취감도 크기 때문에 유저가 클리셰에 비교적 관대한 편이다.

 

용사가 '민주주의'를 위해 여자를 구한다는 설정은 클리셰를 사용했을 때에 비해 다소 이해하기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다.

 

 

# '게임 스토리텔링'에 적용할 수 있는 꿀팁

 

일반적으로 게임에서 초반은 습득할 정보량이 많아 유저가 지루해할 가능성이 높다. 이때 가독성이 좋으면 유저를 붙잡을 수 있다. 만약 가독성을 고려하지 않아 유저가 정보를 얻기 전부터 장벽이 생긴다면, 뒤에 아무리 멋진 이야기가 있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게 되므로 더 신경 써야 한다.

 

스토리와 실제 게임 플레이 사이의 밸런스도 고려해야한다. 게임을 플레이 하고 싶은데 스토리가 진행을 방해한다면 유저는 굉장히 부정적인 경험을 하게 될 것이다. 예를 들어 <쿠키런>을 처음 하는 유저는 게임을 플레이해보고 싶을 것이다. 그런데 3초마다 '설명충 쿠키'가 나와서 게임 플레이 흐름을 뚝뚝 끊는다면, 유저는 게임플레이, 스토리 중 어디에도 집중할 수 없을 것이다.

 

위 사례에서도 알 수 있듯 스토리를 작성할 때는 '이 타이밍에 유저가 뭘 하고 싶어할까?'와 같은 생각을 끊임없이 해야한다.

 

유저가 한창 게임을 플레이하고 싶어할 때 자꾸 이런 대사를 등장시켜 흐름을 끊으면 안된다

 

김연주 파트장은 발표 말미에 "이론을 배웠다고 바로 악기를 연주할 수 없듯이 이번 발표에서 말씀드린 것을 꾸준히 생각하고 스토리에 대한 안목을 기르는 과정을 거쳐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더 많은 사람에게 사랑과 공감을 받을 수 있는 스토리를 작성하시길 바란다"는 바람과 함께 발표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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