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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6] 에브리타운 최영근 PD, "개발팀과 사업팀, 이해 어려운 건 당연한 일"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에 빗댄 개발팀과 사업팀 소통 노하우

장이슬(토망) 2016-04-26 14:43:10

“개발팀은 안 된다는 말만 해요.”, “사업팀은 안 되는 것만 얘기해요.” 성공적으로 게임 서비스를 지속하기 위해서 개발팀과 사업팀은 서로 어떻게 대해야 할까? 지난 3월, 론칭 3주년을 맞은 모바일 SNG <에브리타운> 최영근 PD에게 들어본다. / 디스이즈게임 장이슬 기자

 

 


 

 

■ 개발팀과 사업팀, 같은 배를 탄 파트너


통념적으로 게임 개발이라고 한다면, 게임을 만들어 론칭하는 과정을 말한다. 하지만 론칭 후 라이브 서비스를 개발하고 유지하는 것은 론칭 전 개발과 완전히 다르며, 또 그만큼 어렵다는 것이 최영근 PD의 의견이다. 그리고 여기에 더해, 성공적으로 게임을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개발팀과 사업팀의 협업이 필수적이다.  

 

영상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의 자체 제작 드라마 <하우스 오브 카드>는 모바일 시대에서 빅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지 잘 보여주는 사례이다. 시청자가 원하는 배우, 감독, 플롯을 집계하여 제작했고,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인기 드라마가 되었다. 게임도 빅데이터를 활용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동원하고 있지만, 정보의 분석과 활용에는 사업팀이 필요하다. 또 사업팀이 구상한 기능의 구현이나 유지를 위해선 개발팀이 필요하다.

 

많은 사람이 소통이 안 된다고 토로한다. “개발팀은 안 된다는 말만 해요.”, “사업팀은 안 되는 것만 얘기해요.” 반대로 생각해보자. 왜 개발팀은 안 된다고 말하는 걸까? 사업팀은 왜 계속 이것만 요구하는 걸까? 같은 회사, 같은 프로젝트라는 배를 탄 파트너인데, 우리는 상대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을까?

 

 


 

 

■ “서로 이해를 못 하는 건 당연한 일이에요“

 

개발팀과 사업팀은 서로서로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한다. 정상이다. 이걸 먼저 인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게임을 보는 시선이 근본적으로 다르기 때문이다. 개발팀은 회사의 모든 사람이 좋은 게임을 만들기 바라기 때문에, 자신과 같은 식으로 생각하며 대화하고 행동한다고 믿는다. 반면 사업팀은 모든 사람이 게임이 성공하길 원하므로 자신과 같이 느끼고 반응하리라고 생각한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사업팀이 “어떤 시스템을 고쳐야 해요.”라고 말한다. 사업팀의 의도는 '어떤 시스템 때문에 평점이 낮아 목표 지표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그러니 개선을 해주셨으면 좋겠어요. 개선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저희의 의견이 도움이 되면 좋겠습니다. 물론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얼마든지 제시해주세요.'였다.

 

하지만 상황이나 뉘앙스가 적절하지 않았다면 개발팀은 이것을 공격으로 받아들인다. '개발팀이 시스템을 못 만든 탓에 목표 수치가 안 나옵니다. 개발팀의 역량이 부족해서 이렇게 되었으니, 사업팀의 의견대로 개선하세요.' 그러니 개발팀으로서는 동의할 수 없다. “지표는 시스템 도입 전에도 하락하고 있었습니다.” 그 이후엔 당연히 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다. 개발팀과 사업팀의 목적은 같다. 게임을 성공시키고, 돈도 벌어서 따뜻하게 살자. 싸워 이기는 것이 목적이 아니니, 서로의 말 속에 있는 의도를 헤아려야 한다.

 

“개발팀은 안 된다는 말만 해요.” 사업팀의 하소연에는 '같은 목표를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고 이야기했으면 좋겠다.'는 의도가 있다. “사업팀은 안 되는 것만 얘기해요.” 개발팀의 푸념에는 '실제로 만드는 사람들의 상황을 알아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담겨 있다.

 

 


■ 무엇이 목적이고 무엇이 수단인가?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될까? <화성에서 온 남자, 금성에서 온 여자>는 기본적인 이야기를 한다. 이해를 통해 갈등을 풀기 위해서는 한계를 인정하고, 고통을 이해하라고 한다. 여기에 최영근 PD는 게임 개발사의 경우를 덧붙인다.

 

상황 하나를 가정해보자. 지난번 업데이트가 현금 결제를 너무 심하게 유도한 탓에 유저의 불만이 상당하다. 사업팀은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모든 유저에게 동시에 무료 재화를 풀려고 한다. 이를 위해 “O일 O시, 모든 서버 유저에게 레벨 비례 골드를 줍시다.”라는 수단을 제시했다. 목적은 어디까지나 골드 증정이다. 그러나 개발팀에게 이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수단에 집중한다면 개발팀은 “뭐? 서버 부하는 어떻게 하고 저걸 동시에 줘요?”라고 반응할 것이다. 대화가 되지 않는 것이다.

 

개발팀과 사업팀 간 오해는 대개 목적과 수단의 혼동에서 온다. 사업팀은 자신의 목적을 강조하기 위해 수단을 제시하고, 개발팀은 그 수단에 주목하다 목적을 놓친다. 개발팀은 사업이 원하는 목적에 주목하고, 수단에 문제가 있다면 대안을 제시하면 된다. 사업은 수단을 고집하지 말고, 목적을 먼저 이해시킨 뒤 또다른 수단에 대한 검토를 요청할 필요가 있다.

 

위 상황에 이어서, 사업팀이 “유저 간 골드 수급에 차이가 나면 항의가 많을 것 같습니다.”라고 말한다면 개발팀은 사업팀의 목적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면 퀘스트 기능을 활용하면 어떨까요? 어쨌든 유저가 항의하지 않도록 골드를 잘 받으면 되는 거죠?” 목적을 이해하고 적절한 대안을 제시한 개발팀에게 험한 소리를 한 개발팀은 없을 것이다. “결과적으로 항의만 없으면 됩니다. 기능은 편하신 대로 맞춰주십시오.”

 

 


 

 

■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

 

<에브리타운 글로벌>이 싱가포르에서 소프트론칭을 했을 때의 이야기다. 싱가포르 구글 마켓에 올라가자마자 인기 무료게임 9위에 올랐다. 이용자가 많아지자 사업팀에서 보고가 들어왔다. 네트워크 오류를 호소하는 불평이 많다는 것이다. 직접 보지 않는 한 너무 광범위하고 불확실한 오류였다. 그래서 개발팀과 사업팀이 직접 싱가포르에 갔다.

 

네트워크 오류가 있다고 제보한 지역을 돌아보니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다. 카페, 공공기관 등에서 희미하게 잡히는 공개 Wi-Fi로 접속한다는 것. 또 이 유저들은 도심지 외곽 베드타운에 거주하고, 낮은 차수 산업 종사자가 대부분이었다. 3G, 4G 등 유료 통신망을 이용하기 어려운 유저가 신호가 불량한 공공 Wi-Fi를 사용해 게임에 접속하고, 잦은 끊김 등 네트워크 오류를 호소한 것이었다.

 

게임 쪽에서 해결할 방법은 없었다. 가만히 서서 멀리 있는 물병을 잡을 수 없는 것처럼 물리적인 문제이기 때문이다. 사업팀과 개발팀은 고민했고, 다른 방법을 선택했다. 게임 진입 전에 네트워크가 불안정하면 먼저 알려주고, 신호가 잘 잡히는 곳에서 다시 접속하도록 안내했다. 또 에러 메시지의 어투를 부드럽게 바꾸었다. 이후 7일간 접속자 지표가 3~4% 올라갔다는 것이 최영근 PD의 설명이다.

 

 


 

 

최영근 PD는 스스로 “아주 운이 좋은 사례”라고 말한다. <에브리타운>와 같이 개발팀과 사업팀이 사이가 좋고 시너지 효과까지 나는 사례는 소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 존재하는 일이니만큼 절대 불가능한 일이 아니며,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고 존중할 때 공동의 목적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빅데이터의 수집과 활용이 핵심이 된 시대, 라이브 서비스는 더욱 복잡해졌다. 게임 순위 등 각종 지표 관리부터 돌발 사태 대응, 유저 관리까지. 이를 위해 사업팀은 개발팀의 계획과 일정에 맞춘 각종 전략을 짜고, 개발팀은 사업팀이 요청하는 각종 피드백에 맞춘 기능을 개발한다. 여기까지는 모든 게임이 비슷하겠지만 동반되어야 하는 것이 있다.

 

서로에 대한 신뢰와 존중, 구체적인 대화 방법, 솔직함 등. 개발팀과 사업팀이 서로 잘할 수 있는 영역은 엄연히 다르며, 그럼에도 서로에게 의존하지 않으면 자신의 영역을 빛낼 수 없다. 서로 매우 이질적인 부서이기 때문에, 마음가짐뿐 아니라 구체적으로도 대화 방법을 알아야 할 필요가 있다. 최영근 PD는 이를 부부 관계와 같다고 설명했다.

 

“부부가 행복하면 가정 뿐 아니라 사회 활동에서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칩니다. 위기에 닥치더라도 슬기롭게 이겨낼 확률이 높아지죠. 결국 사람과 사람의 일입니다. 마치 행복한 부부처럼 서로의 입장과 차이를 이해하고 존중한다면, 그 프로젝트는 분명히 의미 있는 성과를 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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