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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드래그 스킬, 코믹한 대사까진 좋았는데…, ‘우리가 영웅이다!’ 체험기

엔트웰의 모바일 RPG '우리가 영웅이다!' 체험기

김승현(다미롱) 2016-07-08 18:09:04

‘모바일 게임은 (PC에 비해) 쉽고 가벼워야 한다.’ 그래서 모바일 RPG에는 자동전투가 생겨났고 스테이지도 빨리 끝나게, 그리고 자동전투가 잘 돌아가게 단순화됐습니다. 시장의 공식이고 현실입니다.

 

그래서 골수 게이머들은 모바일 게임을 좋게 보지 않습니다. 골수 게이머인 개발자들도 그렇죠. 그래서 게임을 만들면서도 (사업적으로 문제가 없길 기도하며) 어떻게든 유저가 개입할 구석을 만들려고 합니다. 물론 대부분은 로망으로만 끝나고 말죠.

 

21일 출시된 <우리가 영웅이다!>는 이런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게임 자체는 흔히 볼 수 있는 <도탑전기>류 RPG입니다. 하지만 게임은 유저를 방치형 플레이로 몰지 않습니다. 라이트노벨같은 톡톡 튀는 이야기, 조작을 적극 요구하는 드래그 스킬 등으로 계속 시선을 붙잡죠. ‘중반까지는요.’


 


 

 

# 개발사 디스는 기본! 빚쟁이 주인공의 좌충우돌 모험기

 

게임을 시작하면 왠 남자가 주인공에게 '맑은 기운'(?)이 느껴진다며 정체불명의 책 한 권을 떠 안기고 갑니다. 이 책은 알고 보니 마왕과 함께 봉인된 영웅들을 부르는 소환서.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었죠. 바로 10억 골드라는 무시무시한 가격! 소시민 주인공은 졸지에 10억 골드짜리 책을 강매 당한 빚쟁이가 됩니다.

 

오프닝에서 느낄 수 있듯이 <우리가 영웅이다!>는 전통적인 판타지와는 거리가 있는 게임입니다. 오히려 나사 하나씩 빠진 인물들의 만담을 즐기는 코미디에 가깝죠. 그리고 이 코미디가 제법 볼만합니다.

 

일단 주인공 가신들 성격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비서인 일리아는 영지 상점을 설명하며 대놓고 “네 과실로 인한 사항은 환불되지 않는다”며 대놓고 운영진의 노예(?)를 자처하고, 식객인 ‘무드셀라’는 예쁘장한 외모와 달리 (말 그대로) 정신 나간 성격과 언행으로 없던 트러블도 만들어냅니다.

 


 

이들과 어울리는 주인공도 걸물입니다. 기본적으로는 소심한 빚쟁이 마인드지만, 주변에 워낙 괴팍한 인물들이 많다 보니 점점 딴죽 전문 캐릭터로 진화합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게임에선 으레 있는 시스템 설명에도 “내가 겁나게 노가다를 해야 쓸만한 옵션을 얻을 수 있다는 얘기네요”라며 삐딱하게 반응하는 식이죠.

 

이런 인물들이 모여 있으니 진지한 얘기를 하기가 더 힘들죠. 어떤 던전의 적은 사우나 온도가 낮다고 화산을 폭발시키려 하고, 어떤 스테이지에서는 주인공들이 보급로 끊어져 고기 못 먹는다고 분노해 던전에 쳐들어갑니다. 지역마다 유쾌한 콩트의 연속이죠. 그 과정에서 수시로 오가는 주인공 일행의 만담은 덤이고요. 

 

<우리가 영웅이다!>에는 감동적인 서사, 뒤통수 때리는 반전은 없지만, 지역마다 자잘한 웃음으로 유저들의 시선을 사로잡습니다.

 

 

 

# 1초, 1mm 차이로 승패가 바뀐다. 조작 강조한 드래그 전투

 

스테이지 입장 전에는 게임의 스토리(?)가 시선을 사로잡았다면, 전투 중에는 '드래그 스킬' 시스템이 시선을 잡습니다.

 

<우리가 영웅이다!>는 유저가 직접 캐릭터 스킬 발동 범위를 지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독특한 스킬 구성으로 조작의 필요성을 한층 더 높였죠. 게임은 모바일 RPG로서는 이례적일 정도로 무력화 스킬이 많은 게임입니다. 처음에 얻을 수 있는 기본 캐릭터 6명 중 3명이 무력화 스킬을 가지고 있을 정도죠.

 

재미있는 것은 각 스킬의 성격입니다. 근접 직업군이 가진 ‘스턴’은 효과 범위와 시간 모두 짧지만, 그만큼 자주 사용할 수 있어 부담이 없습니다. 반대로 마법사 직업군이 가진 ‘추방’ 스킬은 넓은 적을 긴 시간 동안 전장에서 제외시키는 대신, 그동안 상대를 무적 상태로 만듭니다. 강력한 무력화 스킬이지만 타이밍이나 범위가 어긋나면 역전의 빌미를 줄 수도 있죠.

 

 

<우리가 영웅이다!> 스테이지 모드 플레이 영상

 

이런 것은 공격 스킬도 예외는 아닙니다. 어떤 캐릭터는 스킬 범위 내에 최대한 많은 적이 들어오게끔 사용해도 제 몫을 하지만, 어떤 캐릭터는 범위 내 적에게 피해를 ‘나눠’ 입혀 극딜이 필요하면 적 하나만 범위에 걸치게, 광역이 필요하면 범위 내에 최대한 적을 넣는 식으로 섬세하게 운용해야죠.

 

이런 다양한 특성 때문에 언제 어떤 스킬을 쓰느냐에 따라 전투 효율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똑같이 무력화 스킬을 쓰더라도 언제, 어디에, 어떻게 쓰느냐에 따라 승패가 달라지죠. 최적의 장소와 타이밍에 스킬을 꽂아 넣으면 파티 전투력보다 어려운 던전을 퍼펙트로 깰 수도 있고, 반대로 스킬 합이 어긋나면 아군이 던전 권장 전투력보다 높아도 졸전을 거듭할 뿐이죠.

 

<우리가 영웅이다!>는 여기에 추가로 타이밍 액션까지 더했습니다. 스킬 발동 시, 터치 타이밍에 따라 스킬 위력이 최대 2배까지 차이 나는 시스템이죠. '심연'이라는 레이드 콘텐츠에선 보스의 광역 공격 시, 타이밍 맞춰 터치하면 스킬을 캔슬시킬 수도 있고요.

 

<우리가 영웅이다!> 레이드 모드 플레이 영상

 

이런 드래그 스킬, 타이밍 액션 시스템 덕에 게임은 모바일 RPG치고는 드물게도 손과 머리가 바쁩니다. 전투 중 계속 스킬 타이밍 결정하랴, 범위 결정하랴, 터치 타이밍 신경 쓰랴 정신 없죠. 드래그 1mm, 터치 1초로 승패가 갈릴 정도니까요. 

 

스킬을 쓰는 시기, 스킬의 범위, 쓰고 난 이후의 조작(터치), 스킬 간의 시너지 등등. 아주 작은 요소 하나 때문에 승리와 패배, 그리고 스테이지의 달성도가 달라집니다.

 

신경 쓸 것이 많지만, 내 조작, 내 판단에 의해 결과가 달라지기 때문에 그것이 싫진 않았습니다. 오히려 잠깐의 실수로 퍼펙트 판정이 물 건너 가는 것이 더 싫었죠. 신경 쓸 것이 많았기에, 그것을 달성했을 때의 기쁨이 더 컸고요. 특히 게임이 본격적으로 어려워지는 4~5지역 이후가 백미였죠.

 


 

 

# 어떻게 깨야 해? 허들 하나에 우수수 무너진 강점들

 

다만 아쉽게도, 이런 재미는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중반 이후 급격히 높아지는 난이도, 그리고 그로 인해 드러나는 뒷심 부족 때문이죠.

 

<우리가 영웅이다!>는 (무과금 기준) 4지역부터 높아지기 시작한 난이도가 6지역 이후로는 절정에 달합니다. 이전의 난이도 상승이 오르막길, 혹은 계단 수준이었다면, 6지역부터는 말 그대로 ‘벽’과 같은 난이도 상승이 기다리고 있죠.

 

던전의 권장 전투력은 급격히 높아지고 던전의 몬스터 구성도 광역 공격이나 후방 공격의 비중이 커집니다. 유저가 아무리 용을 써도 파티가 '그냥' 강하지 않으면 온전히 돌파할 수 없죠. 공략이 아니라 ‘숫자’가 필요한 셈이죠. 그리고 공교롭게도 이 시기부터 캐릭터의 성장조차 급격히 느려지기 시작합니다.

 

Q: 6지역을 못깨겠는데 어떻게 하죠?    A: 7지역에서 파밍해 보세요.

 

물론 어떤 게임이든 이런 허들 구간은 존재합니다. 문제는 <우리가 영웅이다!>의 허들은 어지간한 방법으로는 돌파할 수 없을 높이라는 것이죠. 

 

<우리가 영웅이다!>는 <도탑전기>처럼 영웅 조각, 장비 조각을 모아 캐릭터를 성장시키는 게임입니다. 문제는 이 시기, 영웅 성장에 필요한 재료들은 보통 막힌 지역 이후에 나옵니다. (기본 영웅 기준) 아니면 일일 플레이 제한이 있는 던전에서 일정 확률로 나오거나요. 

 

결제로 쉽게 돌파할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뽑기로 운 좋게 좋은 캐릭터를 뽑아도 캐릭터를 강화하거나 승급시키려면 또 다시 재료와 시간이 필요합니다. 그렇다고 기존 영웅들의 강화 재료가 뽑기에서 나오길 기대하기엔 게임 속 영웅도 너무 많고, 설사 얻더라도 그게 필요한 만큼 나올지도 모릅니다. 일단 이 부분에서 성장의 재미가 약해지죠. 성장을 못하니까요.

 

뭔가 당장 도움이 되는 걸 주진 않겠니….

 

남은 것은 계정 레벨을 올려 영웅들의 성장 한도를 높이거나, 정예 스테이지에서 조금씩이나마 얻을 수 있는 강화 재료를 오랫동안 긁어 모으는 것뿐이죠. 그리고 이 길을 선택하면 이번엔 게임의 특징들이 사라집니다.

 

캐릭터가 당장 다음 스테이지를 깰 수 있을 정도로 성장하려면 하루에 얻을 수 있는 행동력을 다 태워도 빠듯합니다. 그리고 이 횟수만큼 일일이 스킬을 드래그하고 터치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죠. 이걸 일일이 플레이하면 반대로 드래그와 터치가 짜증을 줍니다. 

 

대부분의 유저들은 소탕권을 쓰거나 (성취도가 낮아지더라도) 자동전투를 돌리죠. 어라, 그러면 이제는 다른 모바일 RPG와 다를 바가 없어집니다. 드래그와 터치가 없어지니까요. 더군다나 기존 던전을 반복 돌파하느라 게임 특유의 스토리도 못보고요. 허들을 만나는 순간, 게임의 모든 강점들이 사라지는 셈이죠. 

 

그렇다고 그 자리를 다른 모바일 RPG처럼 성장의 재미가 채우는 것도 아니고요. (성장도 느리고, 성장해도 던전 난이도 때문에 체감도 힘들고….)

 


 

 

# 부족한 뒷심이 만든 아쉬움

 

<우리가 영웅이다!>는 자동 전투, 방치형 플레이가 기본이 된 모바일 RPG 시장에 대한 고민이 느껴지는 게임이었습니다. 캐릭터들의 깨알 같은 대사와 콩트, 그리고 드래그•터치 하나하나가 중요한 스킬 시스템은 확실히 시선을 계속 사로잡았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강점들은 기존 모바일 RPG들이 무기로 내세운 ‘치밀한 성장의 재미’를 만들지 못해 무너졌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벽, 아니 절벽 수준의 허들 앞에서 게임의 모든 강점들이 사라졌죠. <우리가 영웅이다!>가 기존 모바일 RPG들의 행태를 따라가기 싫어 이 시스템들을 만든 것을 생각하면 정말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오늘 전반적인 밸런스 재조정 작업이 실시된다는 것이죠. 부디 업데이트로 다시 한 번 강점을 부각시킬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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