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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토크리뷰] 고기도 먹어 본 사람이 잘 먹더라, 넷마블이 만든 괴물 '스톤에이지'

TIG 기자 4명이 즐겨본 스톤에이지의 평가는?

이승운(리스키) 2016-07-08 18:34:39

 

'아무리 넷마블이라도 이건 어려울 거다' 클로즈 베타테스트가 막 끝난 <스톤에이지>를 두고 한낮 기자와 꼼신 기자가 나눈 이야기입니다. 지금 와서는 머쓱한 흑역사 수준의 발언이 됐지만 사실 당시의 <스톤에이지>를 생각해 보면 틀린 말도 아닙니다. 초반 스테이지부터 전멸을 경험할 만큼 게임은 어려웠고, 진행은 갑갑했으니까요.

 

그리고 6 29, 마켓에 출시된 <스톤에이지>는 무서운 기세로 순위권을 치고 올라왔습니다. 출시 당일에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를 달성했고, 일주일이 지난 7 5일에는 구글플레이 매출 1위를 달성했죠. 무엇이 달라졌냐고요?

 

간단히 말하자면 그 동안 갑갑했던 모든 부분이 눈에 띄게 바뀌었습니다. 거기에 넷마블게임 아니랄까봐 지금까지의 노하우도 기가 막히게 녹여냈죠. 고기도 먹어본 사람이 잘 먹는다는 말이 절로 떠오르는 게임 <스톤에이지>를 디스이즈게임에서 체험해봤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송예원, 이승운, 김지현 기자


 

● 체험 참가자

한낮(안정빈): 레벨 33 / 원작 경험 있음

꼼신(송예원): 레벨 31 / 원작 경험 없음

리스키(이승운): 레벨 25 / 원작 경험 없음

너부(김지현): 레벨 24 / 원작 경험 없음

 

 

# 그래픽: 귀여움, 유치함. 하지만 성공적

 

우선 그래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볼까요? <스톤에이지>의 그래픽을 논할 때 많이 나오는 키워드는  '원작 재현' '귀여움'입니다. 17년 전에 2D 이미지로 그려진 원작의 캐릭터를 그대로 3D로 옮긴 장인정신은 특히 유명하죠. 그만큼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유치할 것이다'는 우려도 나왔는데요. 게임을 접했던 기자들의 반응을 보여 기우였던 듯합니다.

 

 

꼼신 : 일단 시작하면서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었는데요. 원작 해 본 사람이면 이게 ', 그 옛날 <스톤에이지>구나'하고 느껴져요?

 

한낮 : . 한때 해저터널 좀 오갔던 원작 유저로 말하자면, 원작의 공룡들을 옮겨오는 거 하나는 진짜 잘했어. <스톤에이지>가 저작권이 이리저리 흩어지면서 모바일로도 몇 번 만들어진 적이 있는데, 그때랑 다른 건 원작을 단순히 모바일로 옮긴 게 아니라 진짜 후속작을 만드는 수준으로 작업을 했다는 거지.

 

원작이 99년에 나왔고 당시에는 그래픽도 도트였는데 그걸 고화질 3D 그래픽로 옮겼거든. 그래도 위화감이 전혀 없어. 사실 시스템은 둘째치고 그거 하나만으로도 원작 팬으로 반은 먹고 들어간다고 봐야지.

 

원작(왼쪽)과 모바일(오른쪽)의 디자인 비교. 옛날의 그 느낌을 그대로 재현했습니다.

 

꼼신 : 저도 그래픽에서 걱정을 많이 했어요. 이게 전투는 코어한데 그래픽은 여성이나 아이들한테 잘 먹힐 귀여운 디자인이잖아요. 그래서 이질감이 느껴지지 않을까 싶었는데... 막상 게임이 출시되고 해보니까 느낌이 다르더라고요.

 

단순히 귀엽기만 한 게 아니라, 게임 안쪽에 깨알 같은 연출이 많이 들어가서 보는 맛이 있었어요. 어떻게 보면 유치할 수도 있는 개그코드인데 그 유치함과 유머 사이의 밸런스가 잘 잡혔다고나 할까? 스킬 명이랑 스킬 이펙트도 잘 어울리고, 마치 웹툰을 보는 느낌? 2~30대 여성이 봐도 무리가 없더라고요. 전투나 시스템이랑 별개로 일단 그래픽 자체가 몰입이 잘 됐어요.

 

너부 : 저도 원작을 모르고 <스톤에이지>를 접했는데, 처음엔 공룡 디자인이 귀엽지도 멋있지도 않았거든요. 근데 우스꽝스러운 디자인이 곳곳에서 만화적인 연출을 보여주는 게임이랑 너무 잘 어울리더라고요. 첫인상이 '세련되지 않은 그래픽'이었다면 지금 느낌은 '게임의 매력에 어울리는 그래픽'이라고 생각해요. 만약 멋있는 디자인의 공룡이 나왔다면 쥐포가 되고 날아가고 하는 스킬 모션에 위화감을 느꼈을 거에요.

 

상대에게 밟히면 쥐포(?)가 되는 연출. 스킬이 제대로 터지면 저 하늘의 별로 날려버립니다.

 

꼼신 : 그렇죠. 굳이 세련될 필요도 없다고 보는 게, 원작의 콘셉트가 B급 유머라서 오히려 이런 디자인이 잘 어울린다고 봐요. 다른 의미로 <닥터슬럼프>같은 만화를 봐요. 약간 촌스러운 유머가 있고 그게 잘 어울리기 때문에 보는 맛이 살잖아요?

  

<스톤에이지>도 냉정하게 구성만 놓고 본다면 항상 나오던 모바일 RPG랑 다를 게 없어요. 근데 중세 배경이나 갑옷처럼 '뻔한' 게 아니니까 오히려 신선했죠. 석기시대 배경도 그렇고, 밟히면 납작쿵이 되는 코믹한 연출도 그렇고. 비슷할 수 있는 게임인데도 다르게 보이도록 옷을 잘 입힌 것 같아요.

 

리스키 : 개인적으론 사실 멋지거나 섹시한 캐릭터가 나오는 게임이 취향이다 보니 처음엔 큰 기대를 안 했어요. 근데 그 뭐랄까, 게임을 하다 보니까 계속 이 파충류들(웃음)한테 정이 가더라니까요? 하다못해 자동 전투를 돌려놓고도 계속 화면에 눈이 가고. 특히 거대 레이드 보스인 '골로스'가 귀엽더라고요. 내용상으론 분명 흉악한 공룡 로봇인데.

 

한낮 : 다만 그만큼 어떤 걸 '진지하게 갖고 싶다'는 매력을 느끼기 어렵다는 건 단점이 될 수도 있어. 예를 들어 100일쯤 죽어라 고생해서 전설의 대검과 저주받은 무구를 얻는 것과 혓바닥을 날름 내밀고 있는 공룡 몇 마리를 얻는 건 느낌이 다를 거라는 거지.

 

꼼신 : 그건 선배가 아재라...

 

리스키 기자의 마음을 훔쳤다는 귀여운(?) 레이드 보스. 기계 공룡이랍니다.

  

 

# 전투 : 전략성은 있는데 귀찮음은 없다

 

<스톤에이지>의 전투는 턴 방식입니다. 다만 복잡한 조작은 최대한 제외했는데요. 주인공(조련사)은 뒷줄에 있는 펫(공룡)에 탑승한 채로 출전하고, 나머지 펫은 앞줄에서 탱킹과 딜러 역할을 맡습니다. 액티브 스킬은 순서와 타깃을 지정해서 사용하지만 일반 공격과 기타 스킬은 턴 시작버튼을 누르면 자동으로 발동되죠.

 

한낮 : 일단 제일 놀란 건 파티기반의 원작 전투를 모바일에 맞게 자체적으로 고쳤다는 거야. 원작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달라. 온라인게임인 원작에선 유저가 자기가 쓰는 공룡 몇 마리만 주력으로 키우고, 파티 플레이를 할 때도 자기 캐릭터 하나만 움직이면 됐지.

 

그런데 모바일에서는 혼자서 많은 공룡을 키우도록 유도해야 하잖아. 그걸 공룡마다 역할을 나눠놓는 식으로 해결한 거지. 제일 놀란 건 조련사 앞에 탱커를 놨다는 거. 자연히 역할이 와 닿잖아.

 

꼼신 : 확실히 원작에 비해서 탱딜힐 역할 구분이 잘 살아났다고 봐요. 그렇지 않은 게임도 많지만, RPG라는 이름을 붙여놓고 딜러뿐인 모바일게임이 많잖아요. 그런데 여기선 보스의 스킬에 맞게 탱커로 방어 스킬도 써야 하고, 상황 따라 광역기를 쓸지 단일기를 쓸지도 선택해야 하는 그런 구성이 잘 짜여있더라고요. 그래서 다양한 공룡을 키우는 맛도 쏠쏠했고요.

 

전투 구성은 조련사의 앞자리가 자연스럽게 탱커가 되도록 했습니다.

 

리스키 : <스톤에이지>를 하면서 전투 방식 하나만큼은 그 동안 했던 모바일 RPG 중에서 가장 높은 점수를 주고 싶어요. 보통 이렇게 아군 파티 구성해서 2~3전투씩 깨는 모바일 RPG 하면 실시간 전투이거나, 아니면 아예 완전 수동인 턴제 전투가 대부분이잖아요?

 

실시간 전투 방식은 편하긴 한데 스킬 사용 타이밍을 맞추느라 내가 전투에 끌려 다니는 느낌이고, 반대로 완전 수동 전투는 전략을 짜기는 좋은데 일반공격 하나하나까지 지정해야 하는 게 귀찮아요. 그렇다고 '자동' 버튼 한 번 잘못 눌렀다가 아껴뒀던 스킬을 엉뚱한 몬스터한테 날려버리는 경우도 생기고.

 

그런데 이 게임은 그 두 방식 사이의 밸런스를 잘 맞췄어요. 턴제 전투라서 내가 전투에 끌려다닐 일도 없고, 스킬은 느긋하게 지정해서 쏘면서도 귀찮은 부분은 '공격' 버튼 하나로 전부 해결돼요. 수동 전투인데 화면 터치를 덜 하게 되니까 부담감이 확 줄더라고요.

 

한낮 : 그 점이 대단한 게 100% 손으로 전략을 짜는 거면 굉장히 귀찮아지고, 반대로 모든 것을 운에 맡기면 운빨 게임으로 전략성이 사라지게 되지. 그런데 <스톤에이지>에선 실력 반 운 반의 구조가 나온 거야. 스킬 순서는 정하되, 이 순서가 어떻게 상대와 맞아 떨어질지는 몰라. 그 와중에 일반공격은 반쯤 랜덤 타깃이라서, 유저가 스킬로 판을 다 짜놔도 마지막에 마무리하는 건 인공지능에 달려있어. 내가 전략을 딱 반만 정할 수 있는 미묘한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

 

꼼신 : 이게 은근히 쾌감으로 다가오는 게, 보스전 같은 곳에서는 간단한 조작만 해도 마치 내가 대단한 전략을 해낸 느낌을 받아요. 지는 경우는 펫이 랜덤 타깃을 잘못 잡은 거고요. 잘하면 내 덕, 못 하면 공룡 탓을 할 수 있잖아요!

 

스킬 버튼만 순서대로 눌러놓고 '공격' 버튼을 누르면 끝!

 

 

# 콘텐츠 : 유저가 '헤매는 일'을 방지하는 넷마블의 노하우

 

콘텐츠의 분량이나 등장순서는 말 그대로 '넷마블 노하우의 절정체'입니다. <스톤에이지>의 클로즈 베타테스트에도 참가했던 한낮과 꼼신 기자가 가장 많이 바뀌었다고 지적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초반부터 효율이 괜찮은 펫을 줘서 편한 진행을 돕고, 요소요소마다 이를 '갈아탈 기회'를 제공합니다.

 

육성방법도 처음에는 스테이지로, 토벌대로, 목장으로, 레이드로, 속임수의 동굴로 점차 늘려나가죠. 후반에는 선택과 집중을 해야 하는 시기나 성장이 눈에 띠게 더뎌지는 시점이 찾아오지만 그때는 이미 '자신만의 갈 길'을 찾아낸 상황입니다.

 

 

꼼신 : 다른 RPG면 영웅 캐릭터가 많으면 무조건 그게 좋은 거였는데, 이 게임은 그게 무작정 좋은 게 아니에요. 등급이 높은 애들은 그만큼 경험치가 많이 필요하고... 처음부터 방향성을 잡고 누구를 어떻게 키울지 정하지 않으면 제대로 키우기 힘들어요. 애초에 경험치 아이템이 넉넉한 방식은 아니라서 전원을 다 키울 수도 없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불편함'은 느껴지지 않더라고요. 분명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는 안 그랬는데요. 어떤 부분에서 재미가 있는 걸까요?

 

한낮 : 일단 계속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니까. 이 게임에서는 의외로 막히는 시기가 후반부는 가야지 나와. 근데 또 그 정도를 가면 기본적인 육성이나 게임 파악이 끝나서 내가 나갈 방향이 명확해지지.

 

초반에 주는 공룡의 성능이 좋아서 걔들만 키워도 웬만한 건 충분히 뚫을 수 있고, 여기에 유명한 펫 한두 마리만 있으면 완전히 평탄대로지. 적어도 스토리 6장까지는 그냥 가더라고. 그 뒤는 이제 빠른 육성을 돕는 온갖 콘텐츠가 열리기 시작하고, 여러 가지 재화 수단이 생기고. 그런 육성 코스가 잘 돼 있어.

 

초반에는 별다른 뽑기 없이 기본 펫만 잘 키워도 쭉쭉 진행할 수 있습니다.

 

꼼신 : 그러고 보니 클로즈 베타테스트 때랑 밸런스부터가 확 달라요. 예전에는 몇 장 깨지도 못하고 막혔는데 이번에는 거의 막힘 없이 가고 있어요. 그리고 개인적으로는 '토벌대'(경험치 아이템 획득 가능 콘텐츠)를 초반에 열어주고 '속임수의 동굴'(다른 게임에서 말하는 '무한의 탑' 종류)을 늦게 열어주는 게 참 좋았어요. 다른 게임 같으면 무한의 탑 같은 콘텐츠를 초반부터 열어주고 후반용 아이템 파밍 노가다를 시키잖아요. 그런데 이건 초반에 정말 필요한 걸 열어주고, 지겨운 요소는 뒤로 뺀 거죠.

 

한낮 : 확실히 <스톤에이지>에선 레이드, 목장, 투기장 등등 다른 콘텐츠가 다 열리고 끝에서 2번째 즈음에 속임수의 동굴이 열리지. 이게 밸런스가 잘 맞는 게, 저게 열릴 때 쯤이면 게임을 거의 다 파악하고 일반 난이도의 모험도 다 깬 상태거든. 여기서 새로운 펫을 키울까 말까 고민하는 단계인데 그 시기에 잘 맞춘 거지.

 

초반에 주는 효율적인 펫들을 키우고, 그들이 육성될 즈음 토벌대를 열어주고, 그 사이사이에 퀘스트 보상으로 영웅 등급의 펫을 몇 차례 나눠주고, 그것조차 다 키워서 얼추 파티 모양새가 갖춰져 갈 때쯤 다시 다음 요소가 열리는 구조야. 그 순서가 확실히 좋더라고.

 

너부 : 저도 원래 모바일 RPG를 길게 못 하는 스타일인데, 이건 어느 정도 성장해야 단계별로 콘텐츠를 하나씩 열어주잖아요. 보통은 초반부터 거의 모든 기능을 열어주는 바람에 뭘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부담되더라고요. 근데 딱 단계별로 밟아가면서 할 것이 명확하니까 피로감이 덜했던 것 같아요. 그때그때 내가 할 수 있는 새로운 게 하나씩 생기니까요.

 

한낮 : 이건 좋든 싫든 '넷마블의 노하우'라고 밖에 이야기할 수 없겠다. 사실 <스톤에이지>는 출시 직전까지 밤을 새며 게임을 뜯어 고친 걸로 유명한데, 그 중 대부분이 밸런스였거든. 결국 클로즈 베타테스트에서 받은 피드백을 그 사이에 반영할 수 있었던 셈이지.

 

초반에 필요한 콘텐츠는 초반에, 후반에 필요한 콘텐츠는 후반에 알맞게 배치됐습니다.

  

 

# 육성 : 숙련자는 쉽지만 마스터는 어려운 성장구조

 

<스톤에이지>에서 펫을 육성하는 건 매우 쉽습니다. 계정 레벨에 따른 공룡 레벨 제한도 없어서 경험치 아이템만 넉넉하다면 초반부터 고레벨 공룡을 끌고 다닐 수 있습니다. 심지어 공룡의 등급(★)을 올리는 것도 크게 부담되지 않는 방식이죠.

 

다만 최고등급인 6성을 넘으면, 비로소 초월이라는 힘겨운 성장구조가 나옵니다. 그래서 하위 유저는 빠르게 성장하며 쫓아가는 재미가 있고, 상위 유저는 '넘을 수 없는 계단 한 칸' 위에서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구조가 만들어지죠.

 

 

리스키 : 콘텐츠가 열리는 순서도 괜찮긴 한데, 전 오히려 다른 부분에서 놀랐어요. 보통 모바일 RPG에서 불변의 법칙 중 하나가 '캐릭터 레벨은 계정 레벨을 넘을 수 없다'인데, 여긴 그 법칙이 없더라고요. 덕분에 첫날부터 계정 레벨은 낮은데 펫들은 30레벨이 넘고, 퀘스트도 시원시원하게 쓸고 다녔던 게 인상 깊었어요.

 

꼼신 : 플레이의 허들을 낮춘 거죠. 보통은 캐릭터 레벨을 올리는 노가다 외에 계정 레벨을 따로 올리는 2차 노가다가 필요하잖아요. 그런데 이건 계정 경험치 노가다를 필요로 하지 않아요. 계정 레벨에 막혀서 펫도 강해지지 못하고, 다른 콘텐츠도 못 즐기고, 그걸 뚫으려고 초반부터 던전 노가다만 하다가 질리는 악순환을 끊은 거죠. 괜찮은 부분이었다고 봐요.

 

계정 레벨이 낮아도 펫의 레벨은 마음껏 올릴 수 있습니다.

 

한낮 : 재미있는 건 '어느 정도까지 쉽게 보내놓고 그 이상 가려면 힘든' 방식이야. 펫 성장이든 스테이지 진행이든. 스테이지는 쭉쭉 지나가는 건 쉬운데 별 4개 올 클리어는 힘들지. 펫도 레벨업은 쉬운데 진화나 초월 같은 건 힘들고. 성장률까지 맞추려면 더 어려워. 그래서 적당히 해도 어느 정도 남을 쫓아갈 수 있지만, 하드코어한 유저는 시간을 무지막지하게 들여서 남들이 따라오지 못할 그 1%를 앞서나갈 수 있어.

 

꼼신 : 근데 그만큼 콘텐츠가 쉽게 바닥날 수 있다는 거 아니에요? 분명 빠르고 쉽게 콘텐츠를 다 끝내버리고 '에이 할 거 없다'고 말할 유저도 많을 건데 그런 유저들을 '이제 하드코어한 부분이 남아 있으니까 이것도 해보세요'라는 걸로 얼마나 붙잡을 수 있을까요?

 

한낮 : 그건 앞으로의 업데이트로 해결할 일이지. 물론 쉽진 않을 테지만 일단 여기까지 오는 게 1차 과제였을 테니까.

 

상위 유저와의 격차는 계단 한 칸. 단지 그 한 칸을 넘기가 어렵습니다.

 

 

# 유료화: 더 이상 말이 필요 없는 넷마블 노하우의 절정체

 

아마 가장 민감한 이야기일 겁니다. <스톤에이지>는 출시 후 약 일주일 만에 애플 앱스토어와 구글 플레이스토어에서 모두 매출 순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그만큼 폭풍적인 매출을 기록했는데요. 역시 뽑기 때문일까요? 기자들의 생각은 조금 다릅니다. 뽑기도 뽑기지만 <스톤에이지>가 겨냥한 목표는 따로 있다는 겁니다.

 

 

꼼신 : 그런데 하나 궁금한 게 있어요. 둘러보면 이 게임엔 '10~20만 원 지를 거면 지르지도 마라'는 이야기가 있어요. 그 정도 돈을 써도 돈만으로는 만족감을 느끼기가 어려우니까요. 초반에 필요한 건 펫도 펫이지만 경험치와 진화용 아이템인데. 돈을 써서 펫을 뽑아도 그걸 키우지 못하니까 과금의 만족감은 상대적으로 떨어질 것만 같고, 무과금 유저에게 웬만하면 돈 쓰지 말라는 얘기까지 나오니... 근데 매출 순위는 또 1위에요.

 

리스키 : 그러고 보면 뽑기 빼면 생각보다 매출 구조가 착해요(?). VIP도 없고.

 

심지어 뽑기도 필수가 아닌 선택일 뿐. 무과금 파티도 충분히 강합니다.

 

한낮 : 사실 이 정도로 유저가 모였으면 웬만한 건 다 머릿수로 해결되기도 해. 오히려 개발진 입장에선 뽑기나 VIP처럼 기존 모바일게임과 똑같은 이미지가 되는 걸 경계했을걸? 이건 기존 넷마블 게임 좀 하던 사람이면 쉽게 알 수 있는 건데.

 

꼼신 : <세븐나이츠>처럼요?

 

한낮 : 그것보다는 <마블 퓨처파이트>를 보는 게 좀 더 가까울 듯한데. 넓게 보면 뽑기는 펫의 성장을 위한 씨앗이나 먹이수급(...) 정도의 역할만 맡고 있고, 실제로는 합리적(으로 보이는) 패키지상품이나 고기 등을 지르는 구조인 거지. 물론 엄청난 지름(!)을 원하는 유저이나 유혹에 약한 유저들을 위해서 뽑기는 여전히 남겨두는 거고.

 

특히 <스톤에이지>에선 후반에 펫을 '초월'시켜야 하는데, 영웅 등급 펫을 모으고 진화시키고 하려면 던전을 아득할 만큼 반복해야 하거든. 그쯤가면 진짜 돈을 주고 패키지를 사는 게 효율적으로 보일 거야.

 

꼼신 : 그리고 그 패키지는 크리스털이 아닌 캐시로만 구입할 수 있고요.

 

한낮 : 정답. 결국 뽑기는 헤비 과금러인 고래 유저들을 대상으로 하고일반 유저들은 진화 재료나 성장 과정을 쉽게 하기 위한 패키지에 돈을 쓰는 게임이라고 생각해. 사실 보너스로 게임에서 계속 주는 크리스털도 있지만 그건 상점에서 구입해야 하는 물건들을 생각해 보면 거의 생색내기에 불과하고.

 

개인적으로는 <세븐나이츠>에서 성공을 거뒀던 캐시를 지속적으로 뿌려주는 방식과 <마블 퓨처파이트>에서 성공을 거뒀던 패키지 판매방식을 제대로 잘 섞은 모델이라고 봐.

 

수익 모델의 핵심으로 지목된 패키지. 그만큼 진화 재료가 중요한 게임이기도 합니다.

 

 

리스키 : 그럼 여기서 총평 한 마디씩 해주시며 끝을 맺죠.

 

 

# 총평

  

● 꼼신

 

넷마블게임 재미의 장점과 비즈니스 모델을 집대성한 결정체. 획기적인 콘텐츠 없이도 어떻게 하면 재미있을지, 어떻게 하면 매출을 올릴지 지난 4년간의 고민과 노하우가 담겼다.

 

유머러스 한 연출과 적절한 콘텐츠 오픈 밸런스 조절로 턴제 RPG라는 장르의 진입장벽을 극복했다. 웃기게 생긴 공룡이 하는 짓도 귀여우니 모으는 재미도, 키우는 맛도 난다. 심지어 잘 키운 놈들이 잘 싸워주기까지 하니 재접속 횟수가 는다. 다만 스테이지 올클리어 이후 등장하는 고난 난이도는 정말 고난이다.

 

 

● 너부

 

육성이라는 콘텐츠를 잘 잡았다. 거의 모든 콘텐츠가 펫의 육성으로 이어지고, 단계를 밟아나가는 과정도 지루하지 않게 짜여졌다. 무엇보다 귀여운 공룡을 테마로 한 게 효과가 컸다. 턴제 RPG인데도 TV 광고가 "이 게임 어렵겠다"는 생각을 날려줬다.

 

RPG를 해보지 않은 사람도 단순히 '공룡 나오는 게임' 정도로 접근해서 즐기기에 어렵지 않을 것 같다.

 

 

● 리스키

 

칼을 휘두르고 마법을 날리는 모바일 RPG를 계속 즐기다 보면 나도 모르게 편견이 생긴다. '귀여운 디자인의 공룡이 나오는 게임'은 취향에도 안 맞고 유치할 것이라는 편견을 가졌다. 그리고 그 편견이 플레이 첫날에 시원하게 깨졌다. '강해지는 즐거움' '쾌적한 수동 전투'라는 측면에서 볼 때 <스톤에이지>는 확실하게 한걸음 앞서나가 있다.

 

잡다한 표현 다 빼고 핵심만 말하면 '재미있다'.

 

 

● 한낮

 

개발자가 장인정신을 가질수록 흥행작을 만들기는 어려운 법인데 <스톤에이지>는 그 장인정신을 정말 제대로 발휘한 케이스다. 게임에서는 턴 방식 전투를 재미있게 만들기 위한 방법에만 집중했고, 비즈니스 모델에서는 넷마블의 노하우를 최대한 '고민해서' 담았다.

 

공룡을 뽑는다는 부정적인 이미지는 계속 남겠지만 까놓고 말해서 '깡북이'부터 '푸테라'까지 영웅 펫이 10마리를 훌쩍 넘은 지금도 주력은 무과금 펫이다. 공룡알 뽑기만 안 뽑으면, 그리고 약간의 유치함만을 견뎌내면 정말 평화롭게 할 수 있는 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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