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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엇갈림과 폭주, 그리고 파국을 맞은 삼국동맹 이야기

아키타이프 2016-01-22 17:36:49

안녕하세요. <문명 온라인>에 거주중인 아키타이프입니다. 이번 기사는 바로 직전 1월 15일에 지구 2주 세션에 있었던 로마와 중국간의 전차전을 소개할까 합니다.

 

바야흐로 산업시대 후기, 2차 세계대전이 시대배경인 이 상황에서 로마와 중국은 석유의 성지 알래스카를 차지하기 위해 공방전 1시간 동안 탱크, 자주포, 방사포, 체펠린 비행선, 심지어 결전병기까지 모든 것을 동원했는데요. 쿠르스크 전차전을 방불케 한 ‘나이서스 전차전’의 승자는 누구였는지, 그리고 세션의 최종 승자는 누구였는지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필자는 지구2주 로마에서 플레이하고 있었습니다.

 

 

■ 시작부터 잘못된 관계 : 로마와 중국의 외교실패

 

세션이 시작되자, 인구수를 통해 아즈텍-중국-로마의 수뇌부는 바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이집트가 가장 강력한 전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었죠. 이들은 이집트를 견제해야 된다는 사실에 빠르게 공감했고, 곧바로 삼국동맹을 체결해 고대시대 첫번째 공방전부터 이집트를 공격하기 시작합니다.

 

▲ 삼국동맹에게 협공당한 이집트는 수도를 제외한 대부분의 도시를 잃습니다.

 

그런데 예상치 못한 일이 벌어졌습니다. 로마의 한 길드가 중국의 본토를 공격, 1개 도시를 점령해버린 것이었죠. 이렇게 시작부터 로마와 중국의 외교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합니다.

 

<문명 온라인>에 공식적인 외교시스템은 없습니다. 어디까지나 길드장들간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며, 굳이 곧이 곧대로 따르고 사실만을 주고받을 필요도 없죠. 요컨대 얼마든지 뒤통수를 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로마 수뇌부는 북미에 공격을 간 1개 길드에 대해 “중국과는 불가침이니 공격하지 말아달라”고 요구했으나 오더가 전달되지 않았고, 애초에 <문명 온라인>에 이러한 오더를 강제할 수단도 없습니다. 따라서 중국 수뇌부 및 유저들은 “로마가 불가침을 제의하고선 시작부터 뒤통수를 쳤다”고 인식할 수 밖에 없게 되었죠.

 

▲ 중세 대항해시대, 신대륙 개척이 시작된 직후 상황

 

이후 로마와 중국은 이집트가 강해지면 이집트를 견제하고, 이집트가 어느 정도 약화되었다고 판단되는 즉시 서로를 공격하는 쪽으로 게임을 풀어가게 됩니다. 그리고 신뢰할 수 없는 불가침동맹 관계는 한 세션 내내 불안요소로 작용해, 결국 산업시대에 와서 터지고 맙니다.

 

 

■ 석유는 전쟁을 불사할 수도 있게 만드는 매우 중요한 자원입니다.

 

태평양 전쟁을 일으킨 일본은, 물론 여러가지 원인이 있었지만 가장 결정적으로 ABCD동맹에 의한 석유차단 등 석유가 모자랐기 때문에 전쟁을 일으켰죠. 가장 최근의 이라크 전쟁 역시 석유가 그 큰 원인을 차지합니다. 산업문명을 이끌어나가기 위해서 이미 석유는 인류에게 필수불가결한 존재가 되었죠.

 

<문명 온라인>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현실고증인지는 모르겠으나 주석, 은, 금, 황 등 이전시대의 주요자원과는 달리 산업시대의 전략자원인 석유는 그 매설량이 매우 한정적인 반면, 한번 캐기 시작하면 금세 고갈되어버리고 맙니다. 자연스레 모든 국가는 석유부족현상을 겪게 되고, 석유가 많이 매설된 지역은 전쟁터가 되죠.

 

석유로 할 수 있는 일은 다양합니다. 전함이나 산업 탱크를 저렴하게 구매할 수도 있으며, 거장 등급의 소총이나 샷건, 화염방사기를 제조할 때도 쓰이는 등 석유가 없으면 제대로 된 게임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입니다. 그러니 전쟁을 불사하는 것도 당연하겠죠.

 

▲ 석유의 산지 알래스카. 석유와 우라늄이 엄청나게 많이 밀집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결국 중국과 로마의 외교는 산업시대에 파국에 치닫고 맙니다. 바로 로마가 알래스카를 점유하고 있었기 때문이죠. 중국의 본토는 북미였고, 알래스카를 제외한 북미 전체의 석유매설량은 기껏해야 10여개. 반면에 로마가 점령한 알래스카는 좁은 지역에 13개의 석유광산이 있었습니다.

 

로마 역시 알래스카를 포기할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왜냐하면 로마는 알래스카 이외의 그 어떤 도시에서도 사실상 석유를 채굴할 수 없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그들은 강대한 적 이집트를 버려둔 채 최후의 전쟁을 벌이고 맙니다.

 

▲ 산업시대 후기 공방전 직전의 세계지도. 로마는 알래스카를 버릴 수 없는 상황이었습니다.

 

물론 로마와 중국의 수뇌부 중 일부는 ‘이집트를 함께 견제하지 않으면 승리하기 힘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이성적 판단일 뿐, 중국이 알래스카를 침공하면 로마는 방어할 수밖에 없었으며, 중국의 대다수 유저들은 알래스카를 로마에게 양보할 생각이 전혀 없었습니다.

 

 

■ 나이서스 전차전 : 로마 vs 중국 양국의 국가총력전

 

결국 1월 15일 22시에 중국 수뇌부 및 중국 유저의 대다수는 나이서스 침공을 결의합니다. 나이서스란 알래스카 중심부의 요새도시로, 로마 유저들에게는 ‘그곳에 석유가 있다’고 일컬어질 만큼 생명줄과도 같은 곳이었습니다.

 

▲ 나이서스 전차전의 시작. 이미 상황은 돌이킬 수 없는 지경이었습니다.

 

중국은 그야말로 총병력을 동원했으며, 동시에 100여대 이상의 탱크가 몰려오는 진풍경을 연출했습니다. <문명 온라인>의 산업 탱크는 기본적으로 3인승 사양이며 일반적으로 2명이 탑승해 운전석과 주포를 맡게 됩니다. 즉 200명 이상의 중국 병력이 동시에 공격해온 셈이죠. 이는 이번 지구2주 세션에서 사실상 최대규모의 침공이었습니다.

 

▲ 나이서스 시청 근처의 모습. 언덕 위에 지어진 견고한 도시입니다.

 

로마가 점유하고 있던 알래스카의 나이서스는 언덕 위에 지어진 견고한 도시로, 수많은 10레벨 산업 포탑과 대공포까지 겸비한 철옹성과도 같았습니다. 그러나 중국은 결전병기까지 동원해 알래스카를 수복하겠다는 확고한 의지를 보여주었으며, 이윽고 로마의 수뇌부 또한 알래스카 수성을 결심함으로 인해 전차전이 막을 열게 됩니다.

 

 

■ 탱크와 보병, 그리고 비행선

 

<문명 온라인>의 탱크 소환은 10분간의 쿨타임이 있습니다. 즉 탱크를 소환하고 전투를 벌이다가 10분 내로 파괴되고 사망할 경우, 탱크 쿨타임에 걸려 탱크를 쓰지 못하게 되죠. 이것이 <문명 온라인>에서의 강대국의 골드파밍 이후 탱크웨이브 결전에 어느 정도 제동을 거는 시스템적 요소입니다.

 

산업시대의 대규모 전차공습에 대항할 수 있는 것으로 체펠린 비행선이 있습니다. 그러나 체펠린 비행선은 탱크와 쿨타임을 공유하므로, 사실상 어느정도는 보병전을 진행해줄 수밖에 없게 되어 있습니다.

 

▲ 제작직업이 만든 대전차 지뢰로 탱크를 공격하는 모습.

 

이럴 때는 대전차 오함마전술대전차 지뢰를 사용하기도 하며, 어떻게든 적 탱크를 한 대라도 더 쳐서 숫자를 줄이게끔 노력합니다. 어차피 적군 역시 탱크소환에 쿨타임이 있으며, 바로 옆 알래스카 차고에서 탱크를 소환하면 되는 아군에 비해 적군은 멀리 떨어진 자국 도시에서 탱크를 끌고 와야 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유리한 전투를 벌여줄 수 있었습니다.

 

▲ 체펠린 비행선의 위엄. 전차 잡는 데엔 이만한 게 없죠.

 

체펠린 비행선은 보병 상대로는 돈값을 못하지만, 보병이 호위하지 않는 기갑전력을 상대로는 아주 좋은 성능을 보여줍니다. 중국은 속전속결을 목표로 오로지 탱크, 자주포 등 기갑전력으로 공격해왔으며 그 결과 체펠린에게 어느 정도 휘둘리는 모습을 보이게 됩니다.

 

 

■ 중국의 우세 : "탱크가 너무 많다!"

 

▲ 마침내 시청 근처까지 진입한 중국의 기갑부대.

 

공방전이 30분 남은 시점 중국은 알래스카의 심장부, ‘나이서스’의 시청 근처까지 진출합니다. 상성상의 약점에도 불리하고 너무나도 많은 숫자의 탱크, 인해전술을 통해 기어코 여러 개의 고지를 점령하고 올라온 것인데요.

 

여기서 중국은 다시 한 번 초강수를 둡니다. 바로 본진에서 결전병기 지크프리트를 소환해 알래스카로 진격한 것. 그야말로 뒤를 보지 않는 올인성 공격으로 중국의 의지를 느낄 수 있었습니다.

 

▲ 중국의 엄청난 물량 앞에 속수무책인 상황입니다.

 

나이서스 시청이 함락되면 알래스카를 뺏기는 것이나 다름없고, 이미 중국의 전면적인 침공에 로마 수뇌부 역시 더 이상 승리를 위한 협력관계를 유지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대부분의 로마 유저 역시 알래스카로 집결했으며, 나이서스 전차전은 그 끝을 향해 달려가게 됩니다.

 

▲ 시청 근처까지 진입한 이상 교전거리고 뭐고 없이 영거리 사격을 날려대는 탱크들

 

▲ 광산을 활용해 기관총사수로서 활약하기도 합니다. 중국의 결전병기가 보이네요.

 

중국은 결전병기 지크프리트를 동원했으나 결국 지형상의 불리함을 극복하지 못합니다. 전황은 교착상태에 이르고 남은 시간 18분이 중국을 압박하는 상황. 여기서 중국의 수뇌부는 어떤 선택을 했을까요?

 

그것은 “될 때까지 밀어붙인다”였습니다.

 

▲ 기갑전력의 소모가 심해 결국 화약냄새 물씬한 각개전투까지 이어집니다.

 

▲ 공방전 종료 직전 중국의 체펠린 공습. 이 또한 위협적이었습니다.

 

결국 1시간이 흐르고 로마는 알래스카를 지켜냈습니다. 그러나 내상은 심했습니다. 방어를 위해 엄청난 수의 탱크와 자주포, 체펠린 비행선을 사용했으며 그 결과 국가 단위의 자금난이 발생했습니다.

 

물론 총력전을 펼치고도 알래스카를 먹지 못한 중국의 내상은 더 심했습니다. “로마를 치자”는 여론이 팽배했으며, 감정적으로 갈 데까지 간 중국과 로마의 외교는 이제 돌이킬 수 없어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강대국 이집트는 이 시각 뭘 하고 있었을까요?

 

▲ 중국이랑 로마가 싸우는 사이 남미는 모두 내꺼!♡

 

 

■ 일단 이집트 문화승리부터 막고 보자!

 

이집트는 중국과 로마를 밀어내고 남미를 모두 차지했습니다. 그리고 공방전이 종료된 저녁 11시, 이집트 수뇌부는 문화승리 준비에 돌입합니다.

 

발상지 근처 모든 도시에 문화 불가사의를 건축함과 동시에, 문화비율을 맞추기 위해 대부분의 도시를 문화도시로 개축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이집트가 보유한 문화불가사의 숫자는 8개였죠.

 

문화승리를 위해선 7개의 문화불가사의를 가지고 1번의 공방전을 버텨내야 합니다. 즉, 이집트가 1월 16일 20시 공방전에서 2개의 문화불가사의를 뺏긴다면 6개가 되므로 승리할 수 없는 상황. 이집트 입장에선 상당히 빠듯한 상황이었으며, 로마와 중국의 지도부는 낙관했습니다.

 

▲ 1월 16일 1차 공방전 직전 이집트의 도시상황. 7개의 불가사의가 유럽에 집중돼 있습니다.

 

로마는 본토에서 서진해 이집트를 공격, 중국은 잉글랜드에서 결전병기 힌덴부르크로 도버 해협을 건너 이집트를 공격, 아즈텍은 북진해 이집트를 공격한다면 충분히 이집트의 문화승리를 저지할 수 있을 듯해 보였습니다.

 

▲ 3개국의 협공이라면 이집트의 문화승리는 얼마든지 저지할 수 있을 듯했습니다.

 

▲ 이집트의 문화승리를 막기 위해 테베로 돌진하는 캐리어 한부대로마의 주력 병력.

 

먼저 로마는 이집트의 고립된 문화도시 ‘제드카레’를 점령합니다. 이로써 이집트는 문화불가사의가 있는 도시 중 단 1개만 점령당해도 문화승리에 실패하는 상황. 시간은 충분했고 전력 또한 많아 보였습니다.

 

▲ 로마의 전병력은 ‘제드카레’를 3분만에 점령해버립니다.

 

그러나 로마는 이집트의 수도 ‘테베’로 가는 길 협곡에서 교착상태에 빠지고 맙니다. 이는 이집트가 밤새도록 건축해놓은 마지노선인 수없이 많은 산업 포탑과, 협곡이라는 지형의 특성상 기갑부대의 원활한 기동이 방해받는다는 부분에서 필연이었습니다.

 

▲ 기세는 좋았는데... 제드카레에서 테베까지는 너무 멀었습니다.

 

더구나 이집트의 결전병기 힌덴부르크 비공선이 테베 상공에 떠 있는 상황. 결국 로마와 이집트간의 전투는 교착상태에 빠집니다.

 

중국 역시 이집트를 공격했으나 그 공격이 매끄러울 수는 없었으며, 아즈텍 역시 어이없이 결전병기를 파괴당합니다. 3개국이 힘을 합쳐도 역부족이었다고 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보다도 결정적인 이유는 바로 외교상의 문제였습니다.

 

중국과 로마는 서로를 믿을 수 없었으며, 문화승리를 저지하는 것은 쉬워 보였습니다. 때문에 중국과 로마 수뇌부는 ‘이집트의 문화승리를 저지한 후’를 생각할 수밖에 없었고, 이에 서로를 견제하기 위한 병력을 뒤로 뺄 수밖에 없었던 것이죠. 심지어 중국의 유저 중 일부는 전날에 찾지 못한 알래스카를 찾기 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합니다.

 

그 결과는 이집트의 문화승리로 끝났습니다. 장장 57분간 그들은 버텨냈습니다.

 

 ▲ 이후 로마와 중국의 길드장들은 1시간 동안 음성채팅으로 싸웠다는 후일담이 전해집니다.(...)

 

세션 내내 지속된 끈질긴 견제에도 불구하고 멋지게 문화승리를 이룩해낸 이집트 시민들에게 축하인사를 전하며, 외교 실패가 국가에 어떤 결과를 불러오는지 몸소 체험할 수 있는 흥미진진한 세션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전투를 벌일 당시에는 굉장히 고양되는 기분이 들 때도 있었으나, 결국 승리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많은 아쉬움이 남는 세션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다음 기사에서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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