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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충실한 원작 재현, 그리고 2% 부족한 개성. ‘갓 오브 하이스쿨’ 체험기

충실한 원작 재현과 성장의 즐거움이 강점, 개성 없는 시스템이 옥의 티

김승현(다미롱) 2015-05-30 11:23:11

와이디온라인의 <갓 오브 하이스쿨>이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지난 21일 출시된 게임은 첫 주말, 매출 20위권에 모습을 보인데 이어 지난 29일에는 출시 1주일 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0위를 기록하며 흥행 돌풍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데 <갓 오브 하이스쿨>을 처음 시작하면 의문이 든다. 게임은 <브레이브 프론티어>나 <원피스 트레저 크루즈>와 같은 턴제 RPG의 틀을 그대로 사용한 게임. 이 때문에 출시 전, 다른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으로 우려를 사기도 했었다. 과연 <갓 오브 하이스쿨>은 무엇을 무기로 흥행에 성공했을까? 1주일 간의 감상을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김승현 기자


 

■ 웹툰의 재해석! 공들인 연출과 세련된 디자인

 

<갓 오브 하이스쿨>을 플레이하며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공들인 연출이다. 게임은 튜토리얼은 물론 메인 퀘스트 곳곳에서 연출을 아끼지 않으며 원작 팬을 손짓한다.

 

먼저 튜토리얼을 시작하면 원작 최고 하이라이트인 2부 후반부 ‘제갈택 전’이 펼쳐진다. 소재가 소재인만큼 등장 캐릭터도 모두 진화가 끝난 상태인데다 전투 전후로 컷인이 ‘쏟아지며’ 원작의 전투를 재현한다. 물론 컷인 외에서는 원작과 달리 귀여운 SD캐릭터만 서있지만, 캐릭터들이 쓰는 기술은 원작의 동작과 연출이 그대로 구현돼 당시의 분위기를 살린다.

 


 

본 게임이 시작되면 원작의 프롤로그 부분으로 시점이 옮겨 간다. 게임 초반부는 특성 상 시스템 설명이 주가 될 수 밖에 없지만, 게임은 최대한 원작의 흐름을 재해석해 그럴싸하게 이야기를 이어간다. 예를 들어 원작에서 ‘한대위’와 ‘유미나’가 합류하는 부분에서는 뽑기와 캐릭터 조각 합체 시스템을 설명하고, ‘갓 오브 하이스쿨’ 경기 시작 전 주의사항을 알려주는 부분은 집행위원들이 캐릭터의 유형이나 스킬 활용법 등을 설명하는 식이다. 

 

메인 스토리가 본궤도에 오르면 원작과의 연계는 더욱 강해진다. 스테이지 구성이 원작의 흐름을 따라감은 기본이고, 원작의 주요 이벤트는 컷인과 애니메이션으로 강조된다. 예를 들어 중반부 ‘마미선’과의 보스전에서 그가 버프 스킬을 쓰면 원작의 장면이 컷인으로 등장했고, 원작에서 ‘진모리’와 ‘집행위원 Q’가 싸웠던 장면은 해당 스테이지에 아예 이를 위한 애니메이션 효과까지 재생된다.

 

왼쪽은 메인 스토리 중 나오는 컷인, 오른쪽은 중요 보스전에서 재생되는 스킬 애니메이션

 

이러한 틀 위에 처음 기본 캐릭터로 주어지는 진모리∙한대위∙유미나의 주인공 캐릭터 3인방이 결합되자 그럴싸한 모습이 그려진다. 참고로 주인공 3인방은 무과금 유저나 뽑기 운이 없는 유저들에겐 어설픈 고급 캐릭터보다 더 효과적으로 스테이지를 돌파할 수 있는 열쇠. IP를 쓴 만큼 원작 주인공이 소외되지 않도록 신경쓰는 꼼꼼함도 엿보인다. 

 

적어도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IP를 게임과 접목시키려는 고민은 성공적이었다.

 


 

 

시도는 다양한데…, 결국 기본만 보여준 턴제 전투

 

그렇다면 게임 방식은 어떨까? 독특하거나 참신함에 높은 점수를 주는 사람이라면 <갓 오브 하이스쿨>에 큰 점수를 주기 힘들 것이다. 게임은 <브레이브 프론티어>나 <원피스 트레저 쿠루즈> 등 여러 게임이서 이미 선보인 모바일 턴제 RPG 방식을 사용했다.

 

적들은 저마다 고유의 공격 턴을 가지며, 유저는 이를 특정 적을 집중 공격하거나 무력화 스킬을 사용하는 식으로 공략해야 한다. 아군 캐릭터는 다양한 효과를 가진 액티브 스킬을 하나씩 가지고, 이 스킬은 저마다 고유한 재사용 대기시간이 존재한다. 여기에 모바일 RPG에서 빠지면 섭섭한(?) 불∙물∙나무, 그리고 빛∙어둠의 상성 구조까지 건재(?)하다.

 


 

물론 게임은 이러한 틀 안에서 나름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려 노력한다. 캐릭터마다 회복이나 침묵, 방어력 감소 등 다양한 효과의 스킬이 배정되어 있고, 보스 몬스터 또한 방어력 특화나 타임어택, 특정 속성 반사 등 많은 패턴을 보인다.

 

단, 이런 노력과 별개로 전략적 선택지가 다양하진 않은 편이다. 정확히 말하면 선택지의 효율성이 특정 선택지가 압도적으로 높다. 현재 <갓 오브 하이스쿨>의 전투 트렌드는 ‘화력’. 이유는 간단하다. 공략의 열쇠가 되는 보조형 캐릭터의 효율이 낮기 때문이다.

 

일단 스킬을 사용하려면 일정 턴이 지나야 하는 시스템 특성 상, 보조 캐릭터가 상대의 패턴에 대응하는 것은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다. 그렇다고 꼭 공략이 필요한 보스에만 보조 캐릭터를 써먹자니 보스전까지 살리는 것도 일이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캐릭터 별로 체력이 따로 설정되어 있는데다가, 진형에 상관없이 어떤 캐릭터든 적의 공격에 노출될 위험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상대의 광역기는 물론, 일반 공격까지 모두 후열을 공격할 수 있다.

 

결국 보조 캐릭터를 보스전에서 제대로 써먹으려면 육성이 필요한데, 이를 일일이 하기엔 (당연히) 효율이 떨어진다. 결국 유저는 자연히 화력으로 밀어 붙이는 방식을 취하게 된다. 버프나 디버프는 쓰임새가 한정되어 있지만, 화력 파티를 짠다면 ‘역속성’이라도 압도적인 능력치로 찍어 누르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이 상황에서도 보스의 버프 타이밍을 잰다거나 처음부터 압도적으로 낮은 체력을 가진 채 보스를 상대하는 식의 '공략' 요소는 분명 있다. 다만, 그것이 집중공격 타이밍을 조절하는 게 대부분일 뿐. 결국 이러한 공략 요소는 보스전의 ‘자동전투화’는 막을 순 있었지만, 화력 중심 트렌드로 인한 전투의 단순화 자체는 막지 못했다.

 


 

 

  전술 대신 성장! ‘쎈놈​이 만드는 시원시원한 재미

 

단, 전투의 초점을 전술이 아니라 ‘캐릭터 활약의 장’으로 보면 조금 느낌이 달라진다. <갓 오브 하이스쿨>이 강조하는 것은 육성의 즐거움이다.

 

<갓 오브 하이스쿨>의 모든 캐릭터는 최고 등급 혹은 그 바로 아래 등급까지 그대로 진화할 수 있다. 상위 등급 임의의 캐릭터로 진화되는 것이 아닌, 캐릭터 자신이 상위 등급으로 한 단계 성장하는 방식이다. 게임은 여기에 준 주연급 캐릭터도 게임 내에서 반복작업으로 얻을 수 있게 만들어 원작 팬들을 유혹한다. 초반부터 주인공 3인방 캐릭터를 줘 육성을 유도하는 것은 덤이다.

 

여담이지만 유료 뽑기에도 등장하는 엑스트라 캐릭터 때문에 뽑기 체감 확률이 낮은 것도 ‘내가 키워온 캐릭터’에 대한 애착을 더 강화하는 요소다.

 


 

캐릭터의 성장 또한 시원시원하다. 1, 2성 캐릭터는 조금만 시간을 투자하면 3성까지 진화시킬 수 있고, 3성 이상 캐릭터는 성장속도는 느리지만 대신 성장했을 때의 강함이 눈에 띄게 커진다. 여기에 캐릭터의 공격 스킬 대부분은 퍼센트 기반이기 때문에 이 성장이 더욱 크게 와 닿는다. 초반에는 빠른 성장, 중반 이후는 늦은 성장이라도 그로 얻은 강함으로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게 되는 구조다.

 

그렇다면 이렇게 강해진 캐릭터가 앞서 이야기했던 화력이 주가 되는 전투와 결합되면 어떨까? 고생해서 키운 캐릭터가 전투를 말 그대로 ‘하드캐리’하는 그림이 그려진다. 캐릭터의 화력 증감 폭이 크기 때문에 어지간한 적은 일반공격 한 방에 체력이 반 가까이 날아가고, 만약 상성 상 유리한 적이라면 일반공격 한 방에 한 명을 죽이는 것도 꿈은 아니다.

 

 

역속성 적이 나오더라도 활약은 계속된다. <갓 오브 하이스쿨>의 방어력 시스템은 퍼센트 기반한 피해감소 보다 절대값을 빼 피해를 감소시키는 비중이 더 크다. 때문에 역속성 캐릭터라도 성장이 일정 궤도를 넘어섰다면 상대에게 어설픈 상성 캐릭터보다 더 큰 피해를 줄 수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유저가 역속성 보스전에 자신의 주력 캐릭터를 거리낌없이 데려갈 정도다.

 

고생해서 키운 캐릭터가 전투에서 제대로 활약하니 다시 캐릭터 키우는 맛이 난다. 빠른 성장으로 육성의 재미를 맛보게 하고, 이렇게 육성한 캐릭터를 전투에서 제대로 활약시켜 다시 성장에 대한 욕구를 자극하는 방식이다. 후반부의 늦은 성장 속도도 스킬 강화나 장비 강화 등 ‘돈’으로 해결 가능한 성장요소가 있기 때문에 지루함도 적다. 전투의 단조로움을 시원시원한 성장으로 풀어낸 셈이다.

 

 

■ 원작 재현에 충실한 IP 게임, 게임으로서의 고민이 아쉽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짜임세 있게 만든 IP 게임이다. IP 활용 게임 대부분은 검증된 IP와 검증된 장르를 결합한 예가 많다. <갓 오브 하이스쿨>은 이러한 IP 활용 게임의 공식을 충실히 따랐다.

 

<갓 오브 하이스쿨>에는 이전에 없던 새로운 것은 없다. 주력 시스템인 전투나 수집 모델 모두 기존에 수많은 게임이 이미 선보였던 시스템이다. 게임은 여기에 새로운 무언가를 더하기 보다는 깔끔한 인터페이스나 타격감 등 기존 요소를 세련되게 다듬는데 주력했다.

 

대신 게임이 신경 쓴 것은 연출이다. 메인 스토리는 원작의 흐름을 재해석해 게임과 위화감 없이 어우러졌고, 여기에 중요 장면마다 컷인과 애니메이션으로 감칠맛을 더했다. 여기에 기본 캐릭터로 주인공 3인방을 줘 웹툰의 흐름을 그대로 구현했다. 시원시원한 성장으로 원작 팬들이 캐릭터에 애착을 가지게 한 것은 덤이다. 

 


 

이러한 익숙한 IP와 익숙한 장르, 익숙한 방식과 장면의 결합은 팬들을 사로잡고, 실제로 출시 1주일만에 구글플레이 매출 10위를 기록하는 결과를 만들었다.

 

다만, 원작 만화의 충실한 재현 외에 게임 자체로서 치열한 고민이 보이지 못한 점은 아쉬움을 남겼다. 기존 게임과 크게 다르지 않은 전투 방식이야 장르 특성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지만, 그렇다고 레이드나 외전 등 모든 서브 콘텐츠를 별 고민이나 원작 연계 없이 무미건조한 파밍 콘텐츠로 만든 것은 너무 안일한 것이 아닐까? 메인 스토리의 원작 재현 뿐만 아니라, 다른 콘텐츠 딴에서도 치열한 고민이 보이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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