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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토크리뷰] 검은사막의 재미? 병아리부터 키워 치킨을 해먹는 심정

풍부한 경험을 제공하나 그 재미 자체를 누리기 어렵다

전승목(아퀼) 2015-02-06 21:22:56


 

게임이 쉬우면 재미없다는 말이 있습니다. 어느 정도 도전 의식을 자극할만큼의 난이도를 갖추고, 성취감을 느낄만큼의 정성을 투자하도록 게임이 개발돼야 한층 더 맛깔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법이죠.

 

하지만 정도가 심하면 누구나 재미를 맛보기 어려워지고, 도리어 짜증을 느낄 수 있습니다. 내가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하는 게임에서 또 스트레스를 받으면 게임을 하는 의미가 없지 않냐는 생각을 할 수도 있고요.

 

안타깝게도 <검은사막>은 도를 넘을 정도로 까다로운 게임이었습니다. 다른 게임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는 재미를 구현했지만, 그 묘미를 누구나 느끼기는 어려웠거든요. 자세한 이야기는 세 명의 게이머가 나눈 솔직하고 과감한 토크 리뷰에서 살펴보시죠. /디스이즈게임 필진 아퀼 


 

토크 리뷰 참여자 소개


전생에나라를구한: 게임하다 신부감을 만나서 결혼에 성공한 유부남 게이머. 어지간한 진입장벽은 가볍게 극복하는 근성을 지녔지만, 아내와 함께 할 수 있는 쉬운 게임을 선호하는 편. 

(레벨 51/워리어, 길드 가입 안함)

 

뉴요커: 한국 시간이 아닌 미국 시간을 기준으로 생활하는 듯 보여 '뉴요커'란 별명이 붙은 하드코어 게이머.  한 가지 컨텐츠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고 마음에 안 드는 점은 바로 비판하는 돌직구형 캐릭터.

(레벨 50/레인저, 길드 탈퇴 후 솔로 플레잉 중)

 

아퀼: 두 사람에게 <검은사막>을 추천한 장본인. 한 컨텐츠만 집중하지 않고 두루 살펴보는 경향이 있고, 단점이 얼마나 많냐 보다는 이 게임을 해야만 얻을 수 있는 재미가 있냐 없냐로 게임을 평가하는 성격.

(레벨 51/소서러, 1차 CBT부터 지금까지 계속 길드에서 활동 중)

 

 

<검은사막>은 무슨 게임? 적절한 수준의 액션+생활 컨텐츠

 

아퀼: 연초 술자리에서 게임 이야기를 할 줄은 몰랐는걸. 대학 시절부터 게임 같이 하던 사람들이 죄다 <검은사막>을 하고 있을 줄이야. 그래서, 어떤 게임 같았어?

 

전생에나라를구한: 의외로 생활 컨텐츠의 비중이 큰 게임이란 생각이 들었어. 일단 경험 가능한 생활 컨텐츠만 해도 무역, 낚시, 채집, 제작, 연금, 승마 등이 있잖아. 

 

처음에는 생활 컨텐츠가 구색 맞추는 수준으로 있는 줄 알았는데 그것도 아니더라. 낚시만 해도 돈과 경험치가 잘 벌리고, 무역도 시간 투자하는 만큼 이득이 됐고.

 

아퀼: 나름대로 재미도 있지 않았어? 마차를 타고 다니면서 무역품을 팔고, 배를 타고 바다 낚시를 하러 떠나는 모습이 운치 있어 보였다고 생각하는데.

 

 의외로 생활 컨텐츠 비중이 높은 <검은사막>.

 

전생에나라를구한: 응. 솔직히 말해서 이 게임에서 가장 감흥이 없었던 건 전투였던 것 같아. (웃음) 나야 전투에만 집중하기보다는 이것저것 다양한 일을 경험하는 쪽을 선호하니 상관없지만.

 

뉴요커: 전투는 <블레이드&소울>이나 <테라>처럼 액션을 강조하는 MMORPG, 딱 그 느낌이야. 회피기로 피하고, 쓰러뜨리거나 잡아 던지는 기술로 상대방의 움직임을 봉쇄하고, 콤보로 마무리 짓는다는 액션 게임의 기본을 MMORPG에 맞춰 구현한 것 같아.

 

그런데 액션 자체는 괜찮긴 한데 다른 게임을 압도할 정도까지는 아니었어. 그리고 몰이 사냥 위주로 하다 보니, 일정한 전투 패턴대로 싸우게 되더라. 다양한 액션을 만끽하기는 살짝 아쉬웠어. 전체적으로는 좀 실망이었어. 기대만큼의 게임은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었거든.

 

아퀼: 그렇게 생각한 이유는?

 

뉴요커: 어쨌든 새로운 게임은 아니었잖아. 액션을 강조한 MMORPG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고 공성전을 구현한 MMORPG야 한참 전부터 있었고. 그리고 생활 컨텐츠도 마찬가지잖아?

 

액션은 적절한 수준으로 구현됐지만, 기존 게임을 확실하게 능가하는 수준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전생에나라를구한: 그건 그래. 요즘은 생활형 컨텐츠 없는 MMORPG를 찾는 게 더 힘들지 않아? 아예 생활 컨텐츠 없이 서비스를 개시했던 MMORPG도 낚시와 제작 정도는 추가해주는 추세고.

 

아퀼: 하긴, <검은사막>을 색다른 게임이라 생각하고 시작한 사람들은 대부분 배신감을 느끼긴 하더라. 결국은 기존 MMORPG의 장점을 두루두루 섞은 게임이니까. 

 

뉴요커: 말 잘 했다. 내가 그 배신감을 느낀 사람이다. 아퀼이 호불호는 갈리겠지만, 나름대로 신선한 경험은 할 수 있을 거다 했는데 신선함은 무슨. 

 

아퀼: 하, 하하….

 

뉴요커: 말 나왔으니 물어보자. 무슨 생각하고 그렇게 추천해준 거야? 분명 새로운 요소는 없는 게임인데.

 

 

<검은사막>만의 재미는? 풍부한 경험을 제공해 신선한 감각을 준다

 

아퀼: 새로운 요소는 없는 건 맞는데 신선하다는 감정을 느낀 건 사실이야.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폭넓은 경험의 변화를 느낄 수 있거든.

 

뉴요커: 경험의 변화?

 

아퀼: 다른 MMORPG를 할 때를 생각해봐. 레벨 10이든 레벨 50이든 몬스터를 때려잡고 경험치와 좋은 아이템을 얻는다는 경험밖에 못하고 큰 변화를 느낄 수 없잖아.

 

뉴요커: 그건 그렇지…. 단지 휘두르는 무기가 달라지고 캐릭터 옷차림이 달라지고 좀 더 강하고 덩치 큰 몬스터를 상대한다는 정도만 달라지지. 실질적으로는 변하는 건 내 캐릭터의 스펙, 몬스터를 잡는 시간과 같은 수치적인 변화 뿐이고.

 

아퀼: 그에 반해 <검은사막>은 수치의 변화 못지 않게 경험의 변화도 폭넓게 나타나. 낚시만 봐도 그래. 처음에는 바닷가와 강가에서만 낚시하다 배를 타고 바다 낚시를 하게 된단 말이지. 잡을 수 있는 물고기 종류와 수익은 당연히 달라지고, 배를 타고 바다를 누비는 경험을 추가로 하게 돼.

 

 육지 낚시에서 벗어나면 수익이 늘어나고, 배를 타고 바다를 떠도는 경험을 추가로 누리게 됩니다.

 

그러다 낚시 레벨을 전문 1까지 올리면 낚싯대가 아닌 작살로 고기를 낚게 돼. 조작감도 달라지고 작살로만 낚을 수 있는 고래를 잡고 큰 돈을 버는 변화가 생기지.

 

여기서 그치지도 않아. 때로는 태풍을 만나 좌초의 위기를 겪기도 하고, 좋은 낚시터를 차지하려고 적대 길드 소속의 유저와 싸우는 일도 일어나. 가끔은 해상전(!)도 경험할 수 있을 정도라니까. 의외로 바다 낚시를 시작하면서 경험할 수 있는 일이 한 두 개가 아니더라.

 

왼쪽이 일반 낚시, 오른쪽이 작살 낚시. 작살 낚시로 넘어가면 조작감이 달라집니다. 파고들수록 경험할 수 있는 일이 달라지죠.

 

전생에나라를구한: 아, 그 기분 나도 알아. 게임을 막 시작했을 때 물약값이 다 떨어져서 파산한 적이 있었거든. 그때 수중에 낚싯대만 하나 남아있길래 '물고기나 낚아서 물약값이나 벌자' 생각했지.

 

그런데 계속 낚시를 하다 보니 이게 더 재미있더라? 경험치도 안정적으로 벌 수 있었고. 더군다나 낚시 레벨 올리면 배도 탈 수 있고 바다 낚시도 할 수 있다는 거야. 

 

뉴요커: 날 버리고 바다로 떠난 게 그 이유였어? 내 정체성을 깨달았다. 그랬다 나는 어부였던 것이다 낚시나 가야지라고 귓말 보내놓고는? 

  

전생에나라를구한: 그 정도로 재밌었으니까. 정말 사소한 계기로 낚시를 시작했는데 플레이 패턴이 확 변하는 과정이 말이야. 정신 차리고 보니 바다 낚시와 해상 무역을 병행하는 상인이 됐고 나중에는 마차를 구매해서 육상 무역까지 시작했지. 낚싯대 잡을 때만 해도 이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니까.

 

 물고기를 팔다 보면 무역 레벨이 올라가고, 마차를 이용한 육상 무역을 겸할 수 있게 됩니다.

 

아퀼: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야. 나는 장비를 개량하는 데에 필요한 혈액 아이템을 제작하려고 연금술을 시작했어. 혈액을 제작하려면 연금술 레벨을 전문1까지 올려야 하거든. 어떻게 하면 연금술 레벨을 쉽게 올릴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 마침 주로 사냥하는 곳에서 화약 재료를 구하기 쉬운 거야. 그래서 화약 만들면서 연금술 레벨을 올리기 시작했지.

 

그런데 어느 정도 화약이 쌓이니 버리자니 아깝고 놔두기에는 인벤토리만 차지하는 거야. 그래서 어디 쓰임새가 없을까 찾아보니, 대포의 포탄을 만들 수 있더라? 그래서 요즘 대포와 포탄을 만들어서 포격 연습하고 있잖아. 방어구를 개량하려다가 포병이 되버린 셈이야. 

 

뉴요커: 너도 엉뚱한 계기로 정체성을 찾은 사람 중 하나였던 거냐. 

 

아퀼: 뭐, <검은사막>이란 게임 자체가 그런 걸. 관심사를 파고 들면 좀 더 깊은 경험을 하게 되고 아예 다른 경험을 체험할 기회도 잡을 수 있어. 덕분에 ​이번에는 무슨 경험을 하게 될까​ 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게임에 몰입할 수 있었어. 

 

여기까지 깨달았으면 해피 엔딩이야. 이 재미를 느낀 사람은 <검은사막>을 열심히 할 수밖에 없거든. 다른 게임에서 느끼기는 어려운 감각이니까.

 

분명 연금술을 시작했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포병이 돼 있는 신비. 유기적으로 연결된 컨텐츠가 예상도 못한 경험으로 인도해줍니다.

 

 

전생에나라를구한: 나도 마찬가지야. 그러고보니 호기심을 느껴가며 온라인 게임을 하는 건 실로 오래간만인 것 같지 않아? 어지간한 온라인 게임은 공략을 찾아보면 무슨 경험을 할지 뻔히 보이잖아. 그에 비해 <검은사막>은 뭘 경험할지 예측하기 어려우니, 그만큼 신선한 기분을 느낄 수 있었던 거야. 

 

뉴요커: 그러니까 새로워서 신선한 게임이 아닌, 무슨 경험을 할지 예측할 수 없어서 신선한 게임이다? 그래서 계속 하겠다?


전생에나라를구한: 음, 그건 몰라. 지금까지는 정말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본의 아니게 접을지도 모르겠어. 마누라가 <검은사막>을 안 하려 들거든.



문제는? 새로운 경험을 주는 퀘스트는 숨겨져 있고, 지루하고 번거로운 퀘스트는 강제로 해야 한다


전생에나라를구한: 마누라하고 같이 게임하는 재미로 사는 내 입장에서는 난처한 일이었어. 실질적인 문제도 있고. 마누라와 함께 하지 않는 게임은 유료 결제할 때 눈치 보인단 말이다.

 

뉴요커&아퀼: 아….

 

전생에나라를구한: 마누라를 설득하려고는 했어. 하지만 퀘스트를 좀 하고는 도로 그만뒀어. 게임의 시스템과 재미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도 되지 않으면서 쓸데없이 번거러워 짜증이 난다며, 퀘스트 때문에 못하겠다고 잘라 말하더라.

 

그런데 이해가 되긴 해. <검은사막>의 퀘스트는 게임의 재미를 가르쳐주지 않아. 생활형 컨텐츠에 숨겨진 재미가 많은데도, 막상 생활형 컨텐츠를 하면 특정 재료를 캐오라거나 특정 아이템을 만들라는 요청만 들어줘야 해. 새로운 경험이 아닌 ​과제만 잔뜩 얻어가니 재미보다는 부담을 느낀다고.

 

아퀼: 그래도 뗏목하고 마차 주는 퀘스트도 있지 않아? 그걸 이용해서 새로운 경험을 한다면….

 

전생에나라를구한: 나하고 마누라는 그 퀘스트가 있는 줄도 몰랐어. 초보 마을인 벨리아에서 뗏목과 마차 주는 퀘스트를 받을 수 있긴 한데, 그 퀘스트를 받을 시점에는 이미 멀리 떨어진 마을로 이동해버리잖아? 기사 쓰는 너조차도 그런 퀘스트 있다는 사실 까먹고 넘겨버렸다면서?

 


마차나 뗏목을 주는 퀘스트는 있지만 그걸 계기로 새로운 경험을 하긴 어렵습니다. 모르고 지나치기 일쑤고, 완수한다 해도 공헌도가 낮아 마차나 뗏목을 알차게 써먹기 어렵거든요. 


뉴요커: 그리고 레벨 낮을 때 뗏목, 마차 퀘스트를 수행해봤자 의미가 없어. 뗏목 타고 갈만한 낚싯터, 마차 타고 오갈만한 무역로를 확보하는 데에 필요한 공헌도가 부족하니까.

 

그런 상황에서 물고기, 무역품을 팔면 원산지와 판매처가 연결되지 않아 원가의 30%로 판매해야 하잖아. 그러니 초보 시절에 뗏목, 마차 퀘스트를 할 이유가 없지. 어느 정도 캐릭터를 육성한 뒤에 요긴하게 쓰일 물건을 주는 퀘스트를 왜 사람들이 금방 지나쳐 가는 초보 마을에만 배치했는지 이해가 안 돼.

 

그래도 생활형 컨텐츠는 양반이지. 전투 퀘스트는 게임의 재미가 아닌 짜증을 알려주더라? 이건 퀘스트 동선 가이드 기사 쓴 너도 잘 알텐데.

  

아퀼: 그건 뭐…. 아무리 <검은사막>을 옹호하고 싶어도 옹호할 수 없지. 퀘스트 수행할 때 짜증이 이만저만이 아니니까.

 

뉴요커: 거봐. 일단 퀘스트 수령 지역이 너무 넓어. 예를 들어 키메라를 잡아야 하는 퀘스트가 A, B, C, D 있다 쳐. 근데 A, B는 키메라 리젠 지역 주변에서 받고, C, D는 키메라 리젠 지역 아래 멀리 떨어진 '케플란' 마을에서 받아야 한단 말이지.

 

그러다 보니 처음 하는 사람은 퀘스트를 몰아서 받지 못해서 한 번만 방문하면 될 사냥터를 여러 번 방문해야 하는 짜증나는 경험을 한단 말이야.

 

 퀘스트 수령 가능 지역이 분산돼 있어서, 특정 몬스터와 관련된 퀘스트를 단번에 정리하기 어렵습니다.

 

전생에나라를구한: 퀘스트 순서가 같은 몬스터를 여러 번 잡게 만들도록 해서 화나기도 해. 특히 특정 몬스터를 잡아서 지식을 구해와라 → 그 몬스터를 토벌하게 몇 마리 이상 잡아라. 순서로 이어지는 거.

 

지식은 무작위 획득이잖아. 재수 없으면 같은 몬스터를 수십 마리씩 잡아야 한다고. 근데 기껏 지식 구해놓고 몬스터 5~10마리 더 잡아오라 그래봐. 신물나게 잡은 몬스터를 또 잡으라 하니 열받을 수밖에.

 

차라리 몬스터 5~10마리 잡아오란 퀘스트를 먼저 주고, 그 다음에 지식을 획득해오라고 퀘스트를 주도록 일괄적으로 수정하면 좋았을 걸. 그럼 몬스터 5~10마리 잡는 동안 지식 얻고, 바로 지식 획득하란 퀘스트를 완수할 수 있을 거 아냐?

 

고대 트롤의 지식을 얻어오라는 의뢰. 이거 하느라 몬스터를 열심히 잡고 돌아오면 '그럼 이제 고대 트롤들을 토벌하게 몇 마리 잡아와주세요'라는 요청을 받게 됩니다. (…)

 

뉴요커: 웃기는 건, 그렇게 짜증나는 전투 퀘스트를 안 하고 갈 수 없다는 거야. 선결 퀘스트를 하지 않으면 '도바르트 세트'같은 훌륭한 방어구를 얻는 퀘스트, 장비 강화재료인 '블랙스톤'을 주는 퀘스트를 못하는 경우가 ​종종 생기잖아.

 

그러다 보니 '내가 이 퀘스트를 지나쳐서 더 좋은 보상을 주는 후속 퀘스트를 놓치는 거 아닐까' 전전긍긍해야만 했어.

 

전생에나라를구한: 그거 뿐이면 다행이지. 내가 낚시에 한창 빠져 있다 다시 퀘스트하러 육지로 올라왔거든. 이유가 뭔지 알아? 전투 퀘스트를 해서 받을 수 있는 '공헌도 경험치'를 모으지 않으면, 특별한 경험을 할만한 환경을 못 만든단 말이야. 안 그래?

  

아퀼: 하긴... 어선을 제작하려면 마을에다 공헌도를 투자해 조선소를 확보해야 돼. 거기다 일꾼도 많이 동원해야 하니 숙소도 증축해야 돼. 생선을 팔기 위한 무역로도 개척해야 돼. 


거기에 필요한 공헌도를 빨리 모으려면 전투 퀘스트도 병행해야지. 물론 NPC만 만나다니며 공헌도 경험치를 얻을 수 있는 '일일 퀘스트'가 있긴 하지만, 일일 퀘스트로만 공헌도 경험치를 채우는 것보다는 전투 퀘스트와 병행하는 편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그리고 전투 퀘스트의 보상으로 악세사리, 무역품, 스킬 포인트 등 온갖 보상이 주어지니. 전투 컨텐츠를 선택 사항이라고는 절대 말할 수 없어. 아니,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꼭 해야 하는 컨텐츠지.

 

지루하기 짝이 없는 전투 퀘스트를 건너뛰면 못 받는 보상이 많습니다. 쓸만한 방어구, 블랙스톤, 스킬 포인트, 공헌도... 그래서 재미없는 퀘스트를 울며 겨자 먹기로 해야 한다는 문제가 생깁니다.

 

전생에나라를구한: 마누라가 그 사실까지 알고 난 뒤에는 내가 낚시하고 무역하는 모습만 구경하며 놀더라. 그래도 구경은 재미있게 하길래 '너도 할래?' 물어보니 뭐라고 받아친 줄 알아?

 

저 수준까지 캐릭터 키워서 놀 만큼 시간과 정성을 투자하고 싶지도 않고 하기 싫은 퀘스트를 반강제로 하기도 싫어. 치킨 하나 먹으려고 병아리 때부터 키워서 손수 털 뽑고 튀기는 거나 다름 없잖아라더라.

 

 

다른 컨텐츠도 즐기려면 느긋하게 과정을 거쳐야

 

전생에나라를구한: 그래서 마누라도 재미있게 게임할 수 있게 방법을 찾아보는데…. 쉽지 않아. 말을 타는 재미를 체험시켜 보려니 말을 직접 잡을 수가 없어. 선착순에 밀리면 말을 얻을 수 없을 정도로 말이 귀해.

 

그렇다고 상점에서 구하자니 쓸만한 질주 스킬을 가진 말은 시장에서 보기 힘들더라. 결국은 아무 말이나 사서 교배를 시키고 있는데…. 이게 좋은 망아지를 얻으려면 부모 말 레벨을 올려야 된다면서? 느긋한 마음으로 키워야 하다 보니 좋은 말 얻어서 신나게 달리는 재미를 바로 느끼긴 어렵더라.


아퀼: 사실 나도 말 여러 마리 키우면서 드리프트만 얻어봤고 전력질주와 순간 가속은 구경도 못했어. CBT 때나 드리프트, 전력질주, 순간가속을 연달아 써봤을 뿐….

 

물론 귀한만큼 값어치를 하는 스킬이긴 해. 이런 스킬을 누구나 쉽게 얻어야 한다고까지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 하지만 말을 충분히 키울만큼 시간도 투자해야 하고, 운도 따라줘야 해서 처음 <검은사막>하는 사람들에게 말 타는 재미를 느껴보라고 권하기 어려운 건 사실이야.

 

그리고 개인적으로 정말 아깝기도 하거니와. 드리프트, 순간가속 스킬을 갖춘 말을 조작하는 재미는 정말 끝내주는데. 역대 MMORPG 중 '말'을 타고 다니는 재미는 <검은사막>이 최고였단 말이야. 그걸 누구나 경험할 수 없다는 게 너무 아쉬워.

 

 말을 타고 질주하는 느낌은 정말 생생하지만, 좋은 말을 얻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야 합니다.

 

전생에나라를구한: 나머지 컨텐츠도 마찬가지라고 봐. 연금술이나 요리는 중요한 생산물을 만들려면 일정 레벨에 도달해야 하니, 그 동안은 오로지 레벨 업만을 위해 간단히 만들 수 있는 생산물이나 찍어내야 하고.

 

무역도 무역 레벨 제한이 걸린 상품이 많아서 곤란해. 칼페온 사냥터를 왔다갔다 할 수 있는 레벨이 돼도 무역 레벨이 낮아서 무역품을 충분히 모을 수 없는 처지에 빠질 수 있어. 말이나 연금술보다는 진입장벽이 낮지만, 바로바로 재미를 느끼길 원하는 사람에게는 무역 또한 처음부터 재미를 누리기 어려운 게 현실이지.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만끽할 수 있는 길드 컨텐츠, 다만 전쟁에 휘말릴 각오는 해야 한다

 

전생에나라를구한: 그래서 하는 말인데, 마누라하고 함께 매너 좋고 활동량 많은길드에 가입하는 건 어떨까? <검은사막>은 길드에 가입하면 더 재미있다며?

 

아퀼: 재미있긴 정말 재미있지. 지금까지 MMORPG하면서 <검은사막> 길드 활동만큼 재미있게 한 건 손에 꼽을 정도고.

 

실제로 길드 활동을 하면 <검은사막>의 거의 대부분의 컨텐츠를 깊이 즐길 수 있어. 아니 어떤 의미에서는 <검은사막> 콘텐츠의 정수가 바로 길드지. 일단 가장 화려한 전투인 ​점령전​도 길드에 가입해야 참여할 수 있잖아. 길드원끼리 호흡만 잘 맞추면 대포를 쏘며 크나큰 전공을 거두는 재미도 누릴 수 있고.

 

요리​도 마찬가지야. 혼자서 요리할 때는 자기 자신에게 버프 걸고 사냥하는 편리함이나 거래소에 요리를 판매해 용돈벌이하는 재미밖에 못 누리잖아? 그런데 길드에 가입해서 요리할 때는 좀 더 재미있어져. 길드원들에게 요리 버프를 걸어줘서 ​고맙다는 말도 듣고 뿌듯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 

 

그밖에도 어선에다 길드원 여러 명 태워서 함께 수다 떨며 낚시하는 것도 재미있고, 일주일에 한 번 소환 가능한 레이드 보스 잡을 때 길드원끼리 삼삼오오 모여서 후다닥 처치할 때는 길드 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지. 이외에도 길드전이나 길드 퀘스트를 위해 생산 계열이나 전투 계열이 똘똘 뭉치는 등 정말 <검은사막>에서 할 수 있는 것은 제대로 할 수 있어.

 

점령전부터 단체 낚시까지, 길드에 들면 크고 작은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느낄 수 있습니다.

 

전쟁에나라를구한: 역시나 길드에 가입해야만 재미있게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인 걸까...


아퀼: 그런데 한가지 주의할 점이 있어.

 

뉴요커: 아아, 뭔지 알 거 같다 그거. 내가 말할게. 내가 그것 때문에 길드에서 탈퇴했거든. 가장 큰 장벽은 PVP야. 전쟁에 휘말려서 피해를 보는 상황을 감수할 수 있냐 없냐에 따라 호불호가 극명히 갈리거든.

 

아퀼: 맞아. <검은사막>에서 길드 간의 전쟁이 선포되면 해당 길드 유저들은 안전 지역 이외에는 무한 PvP를 할 수 있어. 레벨 50을 넘기지 못한 부캐릭터도 전쟁 중일 때는 PK 당할 수 있어.

 

물론 전쟁으로 인해 PK를 당해도 경험치나 무기 강화 수치가 떨어지지는 않아. 단, 전쟁 중인 길드가 사냥터를 봉쇄해버리면 그 사냥터에서는 사냥을 못하게 되지. 그렇다고 봉쇄를 피해 채널을 옮기자니 일꾼에게 일을 시킨 것도 취소해야 하고. 분명 간접적인 패널티는 존재해. 

 

뉴요커: 직접적인 패널티가 없는 것도 아냐. 상대방 길드가 내 말을 죽이면 몬스터가 말을 죽였을 때와 똑같이 말 수리비가 올라간단 말이야.

 

그리고 강화 재료 모으려고 레이드 보스 상대할 때 습격을 당할 때가 가장 골치 아파. 상대방 때문에 레이드 보스를 소환 시간 내로 공략하지 못하면, 레이드 보스가 사라져버린다고.

 

 자기 길드가 전쟁 중이라면, 레이드 보스를 상대하는 동안 적대길드에게 방해받을 각오를 해야 하죠.

 

전생에나라를구한: 그러니까 길드에 가입하면 <검은사막>을 훨씬 더 재미있게 즐길 수는 있는데, 내가 부캐릭터를 키우든 레이드 보스를 잡든 말을 타고 돌아다니든 적대 길드의 습격을 받을 수 있다, 이거야?

 

아퀼: 그렇지. 유저와의 대결을 꺼리는 유저, 일명 '초식 유저'라면 그런 상황을 두고 마음을 놓지 못하겠다 할 거야. 전쟁 때문에 피해를 받을까봐 길드에 가입하길 포기할 수 있겠지.                                            

대신 전쟁을 감수할 수 있으면, 길드원끼리 협력 플레이하는 재미를 만끽할 수 있을 거야. 평화와 재미를 맞바꾸는 셈이지. 그래서, 형은 어느 쪽을 선택하고 싶어?

 

전생에나라를구한: 안 되겠다. 내가 마음 편히 게임 하려는데, 내 길드에 전쟁을 건 길드 유저에게 방해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길드 가입하기가 꺼려지네. 우리 마누라도 그렇고. 난 재미 대신 평화를 선택할래.

 

그런데 이래서야…. 나와 마누라 성향 상 <검은사막>의 장점 중 하나라는 길드 컨텐츠는 체험도 못하겠군. 길드 컨텐츠가 재미있다는 구실로 마누라를 꼬시지도 못하겠다. 자칫하면 '길드 가입한 탓에 아이템 파밍하는 중에 PK당했잖아!'라고 등짝 맞을지도 모를 일이니.

 

 전쟁을 감수해가며 협동 플레이의 재미를 얻을 것이냐, 혼자서 평화를 누릴 것이냐, 선택은 유저의 몫.

 


결론. 평범한 게임과 동일시하기에는 정말 독특하나, 재미를 느끼기 어려워 아쉽다

 

아퀼: 총평을 하자면 의외성이 느껴질 정도로 다양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는 신선한데, 정작 그런 경험을 누리기 어렵다는 게 문제인 게임이네.

 

전생에나라를구한: 단점이 장점을 가려버리는 유형이다 보니…. 나는 플레이할수록 시시각각 변하는 경험이 경이로울 정도로 신선하다고 느낀 사람인데도, <검은사막>을 주변 사람에게 추천할 자신이 없어. 

 

그 재미를 느끼는 데에 시간과 노력이 너무 많이 드니까. <검은사막>의 재미를 맛보는 과정은 진짜, 치킨 먹자고 병아리부터 기르는 것과 같다고 봐.

 

뉴요커: 설령 그런 재미가 있다 한들 도전할 마음은 들지 않아. 게임의 재미를 찾을 수 있도록 유저를 이끌어야 하는 퀘스트가 도리어 가장 재미없고 지루한 방향으로 끌고 다니잖아? 그렇다고 퀘스트를 안 하면 좋은 보상도 얻지 못하고 '공헌도'가 필요한 경험을 하는 데에 제약이 생기니 재미없는 일을 감수할 수밖에 없어.

 

난 앞으로의 재미를 얻기 위해 지금의 재미를 손해보고 싶지 않아. 그런 점에서 <검은사막>은 나하고 맞지 않은 게임 같아.

 

아퀼: 에고, 난 그래도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어서 좋았고, 전쟁의 피해만 감수하면 협력 플레이를 마음껏 할 수 있는 길드 컨텐츠가 마음에 들었는데. 아쉬움을 표시하는 사람이 둘이나 있네? 

 

전생에나라를구한: 네가 말한 길드 컨텐츠의 재미에 도전하려니 전쟁의 피해를 감수할 자신이 없어서. 분명 짜증낼 거 같아. 난 유저와의 싸움을 피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니까.

 

뉴요커: 난 개인주의라서, 내가 소속된 집단에 분쟁이 생겼다고 나까지 휘말리는 건 귀찮게 여겨. 그러니 길드 컨텐츠를 더 즐기고 싶지 않아.

 

아퀼: 결국 <검은사막>이 제공하는 풍부한 경험을 실감해봤냐 못해봤냐, 길드 컨텐츠를 재미있게 여기냐 부담스럽게 여기냐에 따라 호불호가 갈린 거 같네. 역시 코어한 콘텐츠에 서투른 전달까지 겹친 것이 컸나봐.

 

그래. 그럼 이제 슬슬 마무리를 지어볼까.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없어?

 


숨은 NPC 찾아야만 완수 가능한 퀘스트를 진행하는 화면. <검은사막>의 재미를 찾는 과정도 이와 같다고 생각하는 유저가 있는 이상, 호불호가 갈리는 게임에서는 벗어나기 힘들 겁니다.
 

뉴요커&전생에나라를구한: 좀더 신경써서 운영해달라. 

 

아퀼: 역시 그건가.

 

뉴요커: 업데이트를 할 때마다 버그나 좋지 않은 일이 생기고 있잖아. 12월 오픈부터 지금까지 그랬던 거 같아. 예를 들자면 밑도 끝도 없지만…. 소서러가 일부 스킬 적중이 안 된다 해서 상향시켜줄 때, 원거리 마법인 심연의 불꽃 대미지가 비정상적으로 커지는 문제가 새로 생겼잖아.

 

전생에나라를구한: 허점도 나타나고 있고. 원가만 25만 은화인 물고기 ​실러캔스​가 추가됐을 때, 캐시로만 구매 가능한 낚싯대로 실러캔스를 비정상적으로 많이 낚을 수 있어서 인플레이션 현상이 일어났잖아.

 

그리고 최근 게임 아이템을 복사했다는 이유로 9명을 영구 정지시켰는데, 추가 조사해보니 버그 악용이 아닌 운영진 실수로 잘못 처벌한 거였잖아. 운영이 너무 성급해.

 

한때 아이템 복사 버그의 산물로 알려진 ​검정 날씬 고양이’. 그러나 복사 버그는 없었고 죄 없는 유저를 처벌하는 해프닝이 일어났다. ☞ 기사 바로 가기

  

아퀼: 물론 펄어비스는 되도록 빨리 문제를 해결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엎지른 물을 서둘러 주어담는 것보다는 아예 물을 엎지르지 않도록 신중하게 행동해야겠지. 향후 업데이트를 하든, 버그 악용 건으로 유저를 제재해야 하든 신중하게 접근했으면 좋겠어.

 

거기다 <검은사막>의 재미를 좀 더 잘 보여줄 방법을 연구할 필요도 있어 보이고. 지금 상황으로는 특별한 재미를 갖추고는 있지만, 그걸 보여주지 않아 평이해 보이는 게임이라 생각하기 쉬우니까. 부디 조만간 진행될 메디아 업데이트에서는 지금보다 정돈된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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