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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리뷰] 콘솔게임의 논법으로 풀어낸 모바일 역작, 몬스터스트라이크

모바일기기라는 한계 속에서 풀어낸 어려움과 불편함의 묘한 재미

안정빈(한낮) 2014-11-17 09:56:26
일본에서만 1,500만 다운로드 기록. <퍼즐앤드래곤>을 제치고 일본 매출순위 1위 달성. 개발사의 영업이익 20배 증가. 일본에서 더할 나위 없는 성공을 거둔 게임, <몬스터스트라이크>가 이뤄낸 결과물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게임만큼은 아닌 땐 굴뚝에 연기가 나는 법이 없습니다. 폭발적인 기록에는 분명히 이유가 있고, 그 게임만의 숨겨진 재미가 있죠. 결론부터 말하자면 <몬스터스트라이크>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두가 쉬운 모바일게임, 간단한 모바일게임만을 외칠 때 <몬스터스트라이크>는 어려움 속에서 스스로 돌파구를 찾고, 그 해결과정에서 즐거움을 느끼는 ‘콘솔게임의 논법’을 도입했습니다. 여기에 모바일의 조작을 한계까지 끌어올리고 무지막지한 콘텐츠를 투입했죠.

1년 가까이 최고의 위치에 머무는 이유를 쉽게 알 수 있을 만큼 이 게임에는 매력이 있습니다. 국내 출시를 앞 둔 <몬스터스트라이크>를 디스이즈게임에서 한 발 앞서 평가했습니다. /디스이즈게임 안정빈 기자

<몬스터스트라이크>의 전투는 간단히 말해 ‘알까기’와 비슷한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자신의 몬스터 3마리로 팀을 짜고 친구 몬스터 1마리를 더해서 총 4마리의 몬스터로 던전에 들어가면 매 스테이지마다 정해진 몬스터가 나옵니다. 아군 몬스터를 새총처럼 뒤로 당겼다가 날려서 적을 맞추면 몬스터의 공격력에 해당하는 피해를 줄 수 있죠.

스테이지 끝에는 보스 몬스터가 있고, 보스 몬스터는 각각의 약점을 갖고 있습니다. 약점은 맞추기가 어렵지만 맞췄을 경우에는 3배의 피해를 줍니다. 3~5개 정도의 맵을 클리어한 후 보스를 처치하면 던전이 끝납니다. 

설명도 간단하지만 실제 플레이도 만만치 않게 간단하고 직관적입니다. 그냥 순서에 맞는 아군 몬스터를 당겼다가 적을 향해 놓으면 그뿐이니까요. 다만 <몬스터스트라이크>는 여기에 ‘어려움’과 ‘확실한 보상’이라는 양념이 들어갑니다. 이 양념의 조합비율이 끝내주죠.




‘자연히 해답을 찾게 되는’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전투


게임방식은 단순하지만 <몬스터스트라이크>의 전투는 ‘많이’ 어렵습니다. 요즘 모바일게임은 물론이고 어지간한 휴대용게임기 게임들과 비교해도 ‘쉽다’는 말은 안 나올 정도입니다.

보스 몬스터의 공격력은 처음부터 무지막지해서 초반만 지나도 아차하는 순간 게임오버를 경험할 수 있고, 게임의 최고난도 던전인 강림 던전에서는 자리를 잘못 잡으면 단 한 번의 공격에 체력 70~80%가 줄어드는 일도 흔합니다.

충분히 클리어가 가능한 던전에서조차 보스 몬스터의 공격 한 번에 체력의 10%는 우습게 사라집니다. 스태미너도 부족해서 초반부터 후반까지 원하는 수준의 던전에는 3~4번 도전하는 게 고작입니다.

반면 전투 한 번의 보상은 매우 큽니다. ‘극’ 이상의 난이도에서는 해당 몬스터를 쉽게 얻을 수 있고, ‘상급’에서도 몬스터가 어렵지 않게 나옵니다. 전형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의 구조인데요.

그래서 유저는 자연스럽게 파티의 구성부터 고민하게 되고 한 번, 한 번의 공격에도 정성을 들이게 됩니다. 스태미너가 아까워서라도 게임오버만큼은 어떻게든 피해야 하니까요. 그리고 여기서 유저의 성장과 유닛의 성장, 두 가지 방식의 ‘해답’이 자연스럽게 끼어듭니다. 아주 자연스럽게요.




벽에 튕기고, 끼우고, 플레이어가 성장하는 즐거움


<몬스터스트라이크>에서는 노골적으로 유저를 성장시킵니다. 일단 게임을 진행할수록 적의 공격패턴이 다양해집니다. 처음에는 속성과 약점만 파악해서 때리면 되지만 닿으면 피해를 받는 대미지월부터 지뢰, 가까이 다가가면 속도가 줄어드는 중력 배리어, 어디로 튀어나올 지 모르는 워프홀 등 각양각색의 난관들이 차례로 등장하죠.

여기에 몬스터를 튕기는 미묘한 각도 차이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플레이를 할수록 경험에 의해 ‘자신의 실력’이 늘어가는 걸 느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처음에는 그냥 때리는 것만 집중하게 되지만, 어느새 약점을 겨냥하게 되고, 그러다 보면 몬스터의 반대편에 위치한 약점도 벽을 튕겨서 맞출 수 있게 되고, 여기서 더 플레이하다 보면 벽과 몬스터 사이에 내 몬스터를 억지로 끼워 넣어서 충돌횟수를 최대한 늘릴 수 있게 되죠.

나중에 가면 3~4가지 공략방법을 놓고 가장 효율적인 걸 고르게 될 정도입니다. 최고의 정답이 어느 정도는 정해진 퍼즐게임과 달리 단 1~2도의 각도차이에 의해서도 상황이 크게 달라지다 보니 각도를 보는 눈썰미가 좋아질수록, 적의 패턴과 상황을 판단하는 능력이 좋아질수록 점점 기발한 공략이 가능해집니다. 비슷한 당구로 따지면 치면 칠수록 ‘보이는 길’이 늘어나는 것과 비슷하다고나 할까요?

중요한 건 그 과정에서 플레이어를 절대 조급하게 만들지 않는다는 겁니다. 제한시간이 있는 것도 아니고, 시간을 끈다고 손해를 보는 것도 없어서 이리저리 몬스터를 당겨 보며 각을 재게 되죠. 생각을 오래 하는 만큼 확실히 경험이 남습니다. ‘장고(長考) 끝에 묘안을 찾아냈을 때’의 쾌감도 끝내주고요.




자연스럽게 친구를 찾게 만드는 멀티플레이


멀티플레이는 <몬스터스트라이크>의 핵심입니다. 별것 아닌 게임도 같이 할때는 재미있듯 <몬스터스트라이크>의 멀티플레이도 싱글플레이에 비해 훨씬 즐겁습니다. 

일단 조작이 워낙 중요하고 민감하다 보니 다른 유저의 플레이를 지켜보는 재미가 있고, 강한 몬스터 1~2개의 육성에 집중하게 되는 게임의 중반부에는 다른 유저와 함께 ‘평소라면 처치할 수 없는 몬스터를 처치하는’ 쾌감도 느낄 수 있죠. 아예 멀티플레이로만 플레이가 가능한 콘텐츠도 있습니다.

재미난 점은 멀티플레이를 활성화하는 방법인데요. <몬스터스트라이크>는 각종 제약을 풀어주고, 막대한 보상을 주며 자연스럽게 멀티플레이를 유도합니다. 멀티플레이에서는 유저 수와 상관없이 1명분의 스태미너만 지불하고 플레이할 수 있고, 파티가 전멸했을 때도 1개의 오브로 전원이 부활할 수 있습니다. 보상은 모두가 똑같이 1명분을 받습니다.

앞서 말했듯 적정레벨 던전에 기껏해야 3~4번 정도 도전할 수 있을 만큼 스태미너가 빠듯한 게임에서 최대 4배로 플레이할 수 있다는 건 엄청난 메리트입니다. 여기에 새로운 유저와 멀티플레이를 했을 때마다 캐시아이템인 오브를 제공합니다.

게임을 하다 보면 멀티플레이가 자신의 현실 위치에서 1km 단위로 제한된 점도 (한국에서는 아니겠지만) 이해가 됩니다. 자연스럽게 친구나 주변사람과 함께 플레이하게 되거든요. 툭하면 실수가 쏟아지는 게임에서 서로가 막말을 할 수 있는 사람끼리 플레이를 한다면… 뒤는 상상에 맡깁니다.




MMORPG 뺨치는 볼륨. 계속 파고들 여지가 있는 게임


게임의 볼륨도 큽니다. 게임에 등장하는 몬스터는 900마리가 넘고, 특별한 몬스터가 등장하는 강림퀘스트와 이벤트퀘스트만 171개에 달합니다. 그 덕분에 매일 2~3시간마다 강림퀘스트와 이벤트퀘스트가 바뀌는 무지막지한 구조입니다.

매일 4~5종류의 강림퀘스트와 이벤트퀘스트가 번갈아 등장하기 때문에 꾸준히 원하는 몬스터를 노릴 수 있습니다. 퀘스트마다 난이도도 확실히 달라서 강림몬스터를 얻는 과정이 초반부터 후반까지 지속적인 ‘단기 목표’를 제공해주죠. 중후반까지는 강림몬스터를 얻고 조금씩 강해지는 과정이 반복됩니다.

몬스터의 특성도 다양합니다. 속성 이외에도 종족, 콘셉트, 샷방식, 우정콤보, 어빌리티, 스트라이크샷 등 한 몬스터가 갖는 특성의 종류만 7가지에 달합니다. 심지어 특히 대부분의 특성이 단순한 ‘숫자놀이’가 아니라 몬스터의 조작에 관여한다는 점도 눈에 띕니다.

예를 들어 샷방식에 따라 적을 때리고 그대로 넘어가는 몬스터가 있는가 하면, 적과 부딪히고 튕겨나오는 몬스터가 있습니다. 아군 몬스터끼리 충돌했을 때 발동되는 우정콤보의 종류는 17가지에 달하고 각각 위력이나 효과, 공격 범위도 다릅니다. 속도가 느려지는 중력배리어를 무시하거나, 워프홀에 당하지 않는 어빌리티를 가진 몬스터도 있습니다.

같은 보스 몬스터라도 아군 몬스터가 어떤 특성들을 갖고 있느냐에 따라 공략방법이 완전히 달라지죠. 닿지 않는 위치에 있는 약점을 X레이저 우정콤보로 공격한다거나, 공격이 쏟아지는 타이밍에 속성이 우세한 몬스터로 다른 아군을 가려주는 등의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몬스터의 다양성이 조작의 다양성으로 이어지는 셈입니다.

상대할 몬스터도 많고, 아군의 특성도 다양하고, 적절히 어려운 난이도까지 겹쳐지다 보니 어지간한 MMORPG 뺨치는 공략법들도 나오게 되죠.




리셋을 강요하는 극악의 뽑기 확률과 불친절한 정보


문제는 정말 끔찍한 수준의 뽑기(가챠) 확률과 혼자서 자연스럽게 익히기에는 부족한 게임 내 정보들입니다. <몬스터스트라이크>의 뽑기 확률은 멀티플레이로 캐시아이템인 오브를 대량으로 제공해준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낮습니다. 반면 몬스터간의 격차는 확실하다 보니 초반에는 원하든 원하지 않든 ‘리셋’을 통해 좋은 몬스터 뽑기를 반복하게 되죠. 좋은 몬스터를 뽑았을 때와 그렇지 못했을 때의 격차도 너무나 큽니다.

게임도 쉽지 않은 탓에 3성급 몬스터를 갖고 플레이만 시작한다면 ‘적절한 난이도’가 ‘끔찍한 하드코어 난이도’로 변할 수도 있습니다. 이를 위해 멀티플레이 보상이나 퀘스트 보상 등으로 어느 정도 선까지는 비교적 쉽게 성장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지만 다른 게임에 비해서는 여전히 첫 뽑기의 중요성이 지나치게 큰 편입니다.

‘난관을 극복한다는 재미’와 ‘다양한 몬스터의 특성을 이용한 플레이’를 내세웠음에도 이에 대한 설명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도 단점입니다. 편의성까지 공략을 당연히 찾아 읽던 콘솔게임 수준으로 만들어버린 느낌입니다.

많은 정보를 배워야 하는데 게임 내에서 주어지는 설명은 부족하다 보니 필연적으로 커뮤니티나 공략사이트 등을 찾아 헤매게 되죠. 새로운 공략법이나 묘수를 찾는 거라면 몰라도 게임 내에서 충분히 설명해 줄 수 있는 조합 등의 요소를 제대로 알지 못해 공략을 찾아다니는 건 썩 즐거운 일은 아닙니다.




발상의 전환. 모바일에서 ‘콘솔게임’을 구현한 믹시


서문에서도 이야기했듯 <몬스터스트라이크>는 모바일에서 ‘콘솔게임’ 방식의 재미를 도입한 게임입니다.

극단적으로 보면 <몬스터스트라이크>의 재미는 시대를 역행하고 있습니다. 혼자서는 모든 콘텐츠를 즐길 수 없고, 파티를 강요하고, 어렵고, 공부도 많이 해야 합니다. 국내도 그렇지만 일본에서도 점점 쉬워지고 편해지기만 하는 ‘요즘 모바일게임’과는 선을 긋습니다.

대신 이런 불편함과 어려움을 적절히 조절해서 게임이 꾸준히 긴장감을 주고, 문제를 해결했을 때의 쾌감을 극대화했습니다. 게임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점점 더 많은 것들을 알아가야 하는데 그 과정이 신기할 정도로 자연스럽고 재미있습니다. 

그래픽이나 조작도 단순해 보이지만 자세히 뜯어보면 정말 많은 요소를 담아내려 한 점이 눈에 보입니다. 예를 들어 화면 어디를 터치해도 샷을 당길 수 있다거나, 보스 몬스터의 약점을 막아주는 방패에 작은 틈을 만들어서 실력이 좋으면 그 틈을 비집고 공격할 수 있는 식입니다. 작은 요소 하나에도 의미와 목적이 담겨있죠.



솔직히 말해 <몬스터스트라이크>의 국내 흥행에 대해서는 확신하지 못하겠습니다. 익숙해지기 전까지는 투박하게만 보이는 몬스터들의 이미지나 스스로 무언가를 배우면서 플레이하는 방식이 (일본보다도 더 편한 모바일게임이 인기를 끄는) 국내시장에서 얼마나 ‘먹힐’지는 의문입니다.

휴대용게임기를 통해 오프라인 파티플레이가 익숙했던 일본과 달리 PC방을 제외하면 ‘모여서 게임을 즐기는 일’이 매우 적은 한국 유저들에게 멀티플레이가 얼마나 쉽게 다가올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일단 플레이를 시작하고 난 뒤의 만족감만큼 근래 플레이했던 모바일게임 중 최고입니다. 뽑기나 게임 내의 부실한 설명 등 다소의 단점을 감안하더라도 원체 튼튼한 기본기에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겁니다. 이번 리뷰에서는 9.5점을 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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