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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뷰/리뷰

격투의 짜릿함도, 리듬 게임의 재미도 놓쳤다. 리듬 오브 파이터즈

리듬 게임과 격투를 결합한 모바일 게임, 리듬 오브 파이터즈 리뷰

김진수(달식) 2014-07-08 18:26:51
지난 25일, <킹 오브 파이터즈>의 IP를 활용한 리듬 액션 게임 <리듬 오브 파이터즈>가 출시됐다. ‘천생연분’ 코너를 통해 이 게임을 소개한 바 있지만, 짧기만 한 한 줄 평과 별점만으로는 이 게임을 소개하기 부족하다고 느꼈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이 게임의 장점과 단점을 자세히 소개하고 싶었다. 충분히 그럴 만한 가치는 있는 게임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결론부터 먼저 말하자면,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어떻게 접근하는가에 따라 평이 달라질 수 밖에 없는 게임이다. 

격투 느낌을 원했던 유저라면 혹평을 할 게임이고, 리듬액션 그 자체를 원했다면 조금은 호의적인 평을 줄 수 있다. 단순히 SNK의 게임을 좋아하는 유저를 위한 ‘팬 게임’으로 생각한다면 나름 좋은 평가를 할 수도 있을 수 있다. 

일단 일반 대중이 즐기는 일반 리듬게임이라는 기준에서 놓고 계속 플레이해 본 결과, 리듬게임으로서의 만족감도 그리 높은 편은 아니었다. 마감이 너무나도 아쉽다. 이번에는 게임 디자인 면에서 <리듬 오브 파이터즈>가 격투 게임과 리듬 게임의 결합이 어떤 결과를 내놨는지 다루고자 한다. /디스이즈게임 김진수 기자





격투도, 리듬도, 어느 하나 두드러지지 않는 첫 인상


<리듬 오브 파이터즈>의 첫인상은 ‘격투게임도 아니고 리듬게임도 아닌 무언가’다. 아마 ‘천생연분’ 코너를 봤다면 대부분의 기자가 비슷한 반응을 보여줬다는 걸 알 수 있을 것이다.

자세히 따지면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리듬액션게임이다. 처음에 게임을 보고 ‘이도 저도 아니다’라는 생각이 드는 것은 게임을 격투게임처럼 보여주기 때문이다. 플레이 장면을 보면, 대부분을 격투 게임의 UI가 차지하고 있을 정도다.

그래서 자기도 모르게 격투에 관련된 무언가를 리듬게임을 풀어나가는 걸 생각하기 마련이고, 이런 기대감을 가지고 <리듬 오브 파이터즈>를 플레이해보면 격투게임으로서도 리듬게임으로서도 기대감을 만족시켜주지 못한다. 그래서 첫 플레이에서 좋은 인상을 받기 어렵고, 이 때 재미를 느끼기는 더욱 힘들다.




리듬과 격투의 나름 ‘합리적인’ 결합


<리듬 오브 파이터즈>의 첫인상은 분명 나빴지만, 더 플레이하면서 찬찬히 뜯어보면 리듬게임에 격투게임을 결합시키려는(혹은 격투 게임의 스킨을 입히는)시도에 많은 고민을 했다는 걸 알 수 있다. HP 게이지, 서포트 캐릭터, 서로 공방을 느리게 주고받는 요소 대부분 리듬게임 진행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먼저,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겉보기 그대로 리듬게임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격투 진행이 달라진다. 노트들을 잘 맞추면 공격을 성공시키거나 상대의 공격을 막아낸다. 반대로 틀리면 공격이 막히거나 상대 캐릭터에게 얻어맞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이렇게 판정을 맞추면 때리고, 못 맞추면 얻어맞는 형식으로 리듬게임의 HP 게이지와 ‘게임오버’라는 요소를 격투 게임 느낌으로 풀어냈다. 내 캐릭터의 HP가 모두 떨어지면 게임 오버가 되고, 상대를 많이 때리고 연속해서 쓰러뜨린다면 높은 점수를 받는 식으로 말이다. 

애초에 최소 3명으로 팀을 이뤄 대전하는 콘셉트의 <킹 오브 파이터즈>의 그래픽을 더한 것이라 원작을 알고 있다면 상대 캐릭터가 여럿 등장해도 덜 어색하다. 또 가끔 등장하는 SP노트는 성공적으로 맞추면 필살기를 쓰고, 모두 틀리면 반대로 얻어맞는다. 

이런 식으로 리듬게임을 얼마나 잘 했는가가 격투에 반영되기 때문에 리듬게임의 결과에 더 몰입하게 되는 구조다.


황금색 노트를 모두 맞추면 필살기를 쓰고, 모두 틀리면 상대의 필살기를 맞는다.

격투 느낌을 살리는 데 도움을 준 건 바로 노트가 등장하는 위치다. 화면을 타원형으로 빙 두른 선을 따라 노트가 등장하기 때문에 화면 가장자리를 터치하면 캐릭터가 싸우는 모습이나 HP 게이지 등을 모두 확인할 수 있는 구성을 택했다. 

격투 화면 때문에 본연인 리듬게임에 집중이 안 된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화면 배치까지 고려하면서 납득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격투게임과 결합하는 시도를 했다는 건 칭찬하고 싶다. 하나 더하자면, 아케이드 모드를 클리어하면서 ‘서포트 캐릭터’를 언락할 수 있다는 점은 초보자와 숙련자를 모두 잡을 수 있는 좋은 선택이었다. 

서포트 캐릭터는 ‘저스트 히트 판정을 내면 체력 회복’같은 부가 능력을 가지고 있어서 리듬게임이 서툴더라도 어느 정도 플레이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실력이 좋은 유저라면 점수에 도움이 되는 서포트 캐릭터를 장착할 수 있게 해 주면서 초보자를 배려함과 동시에 리듬게임 마니아의 ‘실력은 점수’라는 공식을 해치지 않았다는 점도 나름 성공적이다.


플레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서포트 캐릭터. 잘 하는 유저라면 점수를 높이는 데 도움되는 캐릭터를 장착하면 되고, 실력이 모자라다면 클리어를 돕는 캐릭터를 장착하면 된다.


‘보는 재미’를 살리지 못한 격투 진행


앞서 <리듬 오브 파이터즈>의 발상을 칭찬했지만, 실제로 이 게임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은 게임이다. 그 중 하나가 바로 격투다.

<리듬 오브 파이터즈>에서 격투 진행만 보면 이게 무슨 게임인가 싶다. 노트가 충분히 나올 때까지 두 캐릭터는 멀뚱히 서서 상대를 바라볼 뿐이고, 노트를 맞추며 격투가 진행되어도 기본적인 2~3타만 때리고 다시 입력을 기다리는 상태로 돌아온다.

여기서 솔직한 감상을 그대로 적자면 ‘언제부터 <킹 오브 파이터즈>가 서로 멍 때리다가 한두 대씩 때리는 게임이었지?’다. 게임을 계속 진행해 어려운 곡을 해도 마찬가지다. 화면에 노트가 쏟아져도 일정 수가 입력되기까지 몇 박자 이상 상대를 멀뚱히 바라보다 두어 대 때리고 다시 자세 잡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답답하게 느껴진다. 

차라리 작은 손, 작은 발로 때리는 시간을 길게 이었다면 격투 느낌을 잘 살릴 수 있지 않았을까라는 아쉬움이 남는다. 리듬에 집중하면 캐릭터들이 싸우는 모습을 보기 어렵지않느냐는 반론이 있을 순 있다. 캐릭터 주변으로 빙 둘러진 라인을 따라 계속해서 노트가 등장하고, 음악에 맞춰 누르는 데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리니까. 

하지만 게임 방식에 적응하고 나면 슬슬 격투하는 모습이 보이기 시작한다. 결국 격투 게임의 시각 요소나 시스템을 리듬 게임에 맞게 결합시켰지만, ‘내 입력에 맞춰 상대를 때리는’ 재미와 그걸 보는 재미 둘 다 놓쳤다.


플레이 하는 도중 공방을 주고 받는 시간은 1/3정도. 나머지는 서로를 멀뚱히 바라볼 뿐이다.


일관적이지 못한 패턴 디자인이 ‘음악의 즐거움’을 방해한다.


<리듬 오브 파이터즈>에서 눈에 띄는 단점이 이 정도였다면 ‘그래도 격투 장면을 기대하지 않으면 할 만한 리듬 게임이다’가 됐을 터였다. 하지만 불행히도 이 게임은 사소한 디테일을 잡지 못해서 리듬 게임의 재미도 놓쳤다.

앞서 설명한 것처럼, <리듬 오브 파이터즈>에서는 타원형 선을 따라 시계 방향으로 노트가 등장한다. 최소한 ‘시계 방향’이라는 순서를 지켜주기 때문에 노트끼리 얼마나 떨어져 있는지를 보면 어느 정도 간격으로 화면을 눌러야 할지 대충 감이 잡힌다. 여기까지는 <그루브 코스터>같은 리듬 게임과 조작 방식이 비슷해서 적응하기 어렵지 않다.

리듬 게임에서 시각요소로 박자를 알아차릴 수 있게 만드는 게 중요하다는 관점에서 접근하면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좋지 못한 예를 보여준다. 손을 길게 눌렀다 떼는 롱 노트에서는 진행이 느려지고, 몇몇 곡의 채보는 노트를 들쭉날쭉하게 배치해서 박자 감각을 망가뜨린다.

물론 여러 번 플레이하며 음악을 외워버리면 되겠지만, 과연 그게 좋은 리듬게임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필 <리듬 오브 파이터즈>에서 여러 곡이 롱노트를 제외하면 박자를 지켜주는 편이라 더 기대하게 됐고, 기대만큼 실망이 커졌다. 적어도 ‘타원 한 바퀴를 돌아가는 동안 16박자가 진행된다’같은 원칙을 잘 지켜줬더라면 리듬게임으로서는 괜찮은 게임이 됐을 것이다.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리듬 게임과 격투라는 두 장르를 하나로 합치는 시도도 좋았고 고민도 묻어나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리듬 게임을 살리지 못해 아쉬운 게임이다.

채보만 박자에 잘 맞도록, 마무리만 잘했더라면 색다르면서 괜찮은 리듬 게임이 될 뻔해서 더욱 아쉽다. 결론적으로 <리듬 오브 파이터즈>는 귀에 익숙한 SNK 음악으로 즐기는 리듬 게임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격투의 짜릿한 시각요소도, 리듬게임의 직관성도 놓친 아쉬운 게임이다.


들쭉날쭉한 속도감을 보여주는 패턴만 개선했다면 좋은 리듬 게임이 됐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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