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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

그들은 왜 환불을 요구했나? 퍼즐앤드래곤 추석 사건파일

추석 연휴에 발생한 버그로 대규모 이용 정지와 환불 소동 일어나

이승운(리스키) 2015-10-01 11:06:12

 

지난 25일, 추석 연휴가 시작되는 금요일 저녁부터 <퍼즐앤드래곤>에서 때아닌 소동이 벌어졌다. 1회만 클리어 가능한 선물 던전을 무한으로 클리어할 수 있는 버그가 발생했고, 버그에 연루된 모든 계정의 접속이 정지됐다. 일부 유저는 게임을 그만두고 환불을 신청하기도 했다.

 

대체 얼마나 심각한 버그였고 어떤 대처가 이뤄졌길래 유저들의 환불 소동으로까지 이어진 걸까? 디스이즈게임에서 사태의 경과를 시간대별로 정리했다. /디스이즈게임 이승운 기자


 

■ 최초 사건이 일어난 9월 21일 , 데빌 챌린지 무한 입장 버그 발생

 

1) 9월 21일 00:00 ~ 00:50

 

사태의 발단은 지난 9월 21일(월요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21일 자정, '2015 추석 이벤트'의 일환으로 '데빌 챌린지' 던전이 열렸는데, 지난 6월 이벤트로 열렸던 데빌 챌린지 던전의 클리어 기록이 갱신되지 않은 채로 남아 새로 클리어해도 보상 마법석(캐시)을 받지 못하는 버그가 발생했다. 

 

※ <퍼즐앤드래곤>에서는 매달 이벤트가 진행되고, 해당 기간 내에 열리는 이벤트 던전은 지난 클리어 기록이 사라져 '처음 깨는 던전'이 된다. 클리어 시 '첫 클리어 보상'으로 캐시 아이템 등을 받을 수 있다.

 

2) 9월 21일 00:50 ~ 01:40

 

네오싸이언은 00시 50분 별도의 점검 없이 해당 오류를 수정했다. 지난 6월 이벤트 클리어 기록은 갱신됐지만, 이 과정에서 새로운 오류가 발생했다. 해당 던전을 클리어한 뒤 게임을 재접속하면 클리어 기록이 적용되지 않고 다시 'New' 상태로 돌아가게 되는 것이다.

 

해당 던전은 처음 1회 클리어 시 '마법석'(캐시)과 '보옥'(고급 진화재료) 등을 지급받을 수 있는 곳이다. 즉, 이를 통해 이곳의 클리어 기록이 재접속을 할 때마다 초기화되어 무한으로 첫 클리어 보상을 챙기는 일종의 꼼수를 부릴 수 있게 된 것.

 

3) 9월 21일 01:40

 

오전 1시 40분, 해당 오류는 수정되어 클리어 기록이 정상적으로 남게 됐다. 그리고 다음 날인 9월 22일 오전에는 공식 홈페이지의 공지를 통해 전체 유저에게 마법석을 1개씩 지급한다는 내용이 공지됐다. 하지만 이미 무한 클리어 버그로 풀려버린 마법석과 보상 아이템에 대한 조치가 없어 유저들 사이에 논란이 됐다.

 

관련 기사 : 무제한 법석 획득 가능? '데빌 챌린지' 클리어 오류 논란

 

▲ 데빌 챌린지 던전의 첫 클리어 보상 반복 수령에 대해선 아무런 조치도 취해지지 않았다.

 

 

■ 4일만에 다시 발생한 무한 입장 버그, 이번엔 일회용 선물 던전

 

21일 데빌 챌린지 던전 버그로 홍역을 앓은지 4일 뒤인 25일 오후 6시에 다시 같은 버그가 발생했다. 이번에는 좀 더 빠르게, 누구나 클리어할 수 있고 보상까지 많은 1회 한정 클리어용 선물 던전이다.

 

버그가 발생한 던전은 '단 한 번의 초절경험치'라는 이름의 던전으로, 클리어 시 경험치 20만과 '초황제 메탈 타마도라'(고급 강화재료), 첫 클리어 보상 마법석을 얻을 수 있는 곳이다. 보상이 많은 대신 이벤트 기간에 딱 1회만 클리어할 수 있다.

 

▲ 문자 그대로 '어마어마한' 경험치와 고급 재료를 얻을 수 있는 1회 한정 선물 던전이다.

 

1) 9월 21일 00:00 ~ 9월 25일 17:59

 

해당 던전은 이미 9월 21일부터 추석 이벤트로 열린 상태였다. 데빌 챌린지 던전이 버그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이곳 초절경험치 던전은 별다른 문제 없이 정상적으로 1회 클리어 시 던전 목록에서 사라졌다.

 

2) 9월 25일 18:00 ~ 20:20

 

그런데 25일 오후 6시, 이미 클리어 되어 목록에서 사라져 있던 초절경험치 던전이 다시 'New' 마크와 함께 목록에 나타났다. 기존에 초절경험치 던전을 클리어했던 유저도 다시 입장해서 경험치/타마도라/마법석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4일 전 데빌 챌린지 던전과 마찬가지로 이곳 또한 클리어 기록이 초기화되는 현상이 발생했다.

 

▲ 분명 21일에 클리어한 던전인데, 25일에 New 마크와 함께 다시 열렸다.

 

해당 던전은 초심자도 쉽게 클리어할 수 있는 선물 던전으로, 어느 정도 난도가 있던 데빌 챌린지와 달리 몇 초면 클리어 가능한 곳이다. 그런 곳에서 무한 입장 버그가 발생했고, 해당 현상은 오후 8시 20분까지 2시간이 넘게 계속됐다.

 

게다가 앞서 데빌 챌린지 사태에서 마법석/진화재료 등의 던전 보상 반복 수령에 대한 후속 조치가 없었기 때문에 일부 유저들은 '마음먹고' 초절경험치 던전을 파밍하기 시작했다. 한 유저는 "프렌드 목록만 봐도 분 단위로 랭크가 계속 올라가더라. 잠깐 던전 돌고 나오니 몇 십 랭크가 올라간 사람도 있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3) 9월 25일 20:20 ~ 23:00

 

오후 8시 20분, 네오싸이언은 긴급 점검을 실시했다. 점검은 오후 11시까지 진행됐고 오후 6시 이후 해당 던전을 한 번이라도 클리어한 계정은 점검 완료와 함께 접속이 차단됐다. 차단된 계정으로 게임 접속 시도 시 '에러번호:31' 안내만 팝업됐다. 에러번호:31은 기존에 이용약관 위배 등으로 영구 정지될 때 뜨던 번호다.

 

4) 9월 25일 23:00 ~ 9월 26일 13:00

 

접속 차단 사태가 퍼지자 <퍼즐앤드래곤> 관련 커뮤니티는 아수라장이 됐다. 해당 버그를 '악용'한 유저도 있었지만, 단순히 추석 연휴 깜짝 이벤트인 줄 알고 1회만 입장한 사람도 빠짐없이 해당 팝업과 함께 접속이 차단됐기 때문. 21일 첫 오픈 이후 클리어했다가 25일에 버그로 다시 열렸을 때 이를 모르고 1회만 클리어해도 '반복 클리어'로 간주한 것이 원인이었다.

 

관련 기사 : '또' 무한 캐시 버그? 퍼즐앤드래곤, 점검 4일만에 다시 캐시 버그 터져

 

▲ 추석 이벤트인 줄 알고 들어갔다가 이런 참변을 당한 유저가 많다.

 

5) 9월 26일 13:00

 

네오싸이언은 소동이 일어난 다음 날인 26일 오후가 되어서야 공식 홈페이지를 통해 '조사가 진행되는 동안 일시적으로 접속할 수 없다'는 공지를 올렸다. 하지만 이 공지로도 유저들의 '영구 정지'라는 불안감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모바일 게임의 특성상 공식 홈페이지의 방문율이 매우 낮고, 공지에서도 '일시적으로'라는 문구가 잘 보이지 않았던 탓이다.

 

▲ 하루가 지난 뒤 올라온 공지. 자세히 보지 않으면 '일시적으로'라는 말도 잘 안 보인다. 

 

6) 9월 28일 14:30 ~ 현재

 

이틀 뒤인 28일(월요일), 조사가 끝난 일부 계정부터 순차적으로 접속 차단을 해제한다는 공지가 올라왔다. 해당 던전에서 발생한 수익(마법석, 아이템, 경험치)에 대한 회수 방침도 함께 공개됐으며, 25일 20:20~23:00 사이의 임시 점검 보상으로 전체 유저에게 마법석 5개를 지급한다는 안내가 올라왔다.

 

접속이 차단된 계정은 아래 방침에 따라 해당 던전 관련 아이템이 회수되며 순차적으로 차단이 해제됐다. 해당 계정에 대해서는 9월 30일 추가로 마법석이 5개씩 지급됐다.

 

● 버그 보상 아이템 회수 방침

1. 해당 던전에서 얻은 마법석, 초황제 타마도라, 경험치 전량 회수

2. 마법석을 이미 소비한 경우 몬스터 박스를 마법석 수량에 비례하게 삭제

3. 몬스터 박스 삭제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최대 친구 수를 마법석 수량에 비례하게 삭제

4. 최대 친구 수 삭제로도 해결되지 않을 경우 기간 내 레어에그 획득 몬스터를 마법석 수에 비례해 삭제

 

▲ 사태 발생 후 3일이 지난 28일에 '드디어' 공지가 올라왔다.

 

 

■ 연휴 기간 발생한 소동, 무엇이 사태를 키웠나?

 

표면적으로만 본다면 접속 차단이 풀리고 버그 아이템이 회수되는 등 사태가 마무리 지어지는 걸로 보이지만 유저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셀 수 없이 많은 유저들이 접속 차단을 겪어야 했고, 이 중에는 버그 악용이 아닌 모르고 1회만 입장한 유저도 많았다. 본의아니게 피해를 입은 유저들도 악이용한 유저와 동일하게 마법석 5개를 받았다.


※ 기본 마법석 5개 지급은 바로 위에서 언급했듯이 25일 임시 점검에 대한 전체 보상이다. 차단된 계정은 여기에 5개가 추가되었다.

 

또한, 앞서 데빌 챌린지 버그 때 후속 조치를 취하지 않아, 뒤이어 발생한 초절경험치 버그에 수많은 유저들이 마음 놓고 참여하게 됐다는 점도 지적됐다. 안일한 초동 대처가 사태의 규모를 키웠다는 지적이다.

 

계정 접속 차단에 대한 안내 부실도 유저들의 오해를 발생시키고 게임을 떠나게 되는 데 일조했다. 접속 차단 시 인게임 공지에는 '조사를 위한 일시적인 차단'이라는 문구가 없었고, 단순히 '해당 계정으로 게임을 플레이할 수 없다'는 문구와 함께 기존 영구 정지 코드인 '에러번호:31'이 표시됐다. 대부분의 유저는 25일 밤 접속 차단 당시 이 화면을 보고 자신의 계정이 영구 정지된 것으로 받아들였다.

 

▲ 왼쪽은 처음에 나온 에러 메시지. 오른쪽은 이후 변경된 에러 메시지.

나중에 오른쪽으로 메시지가 변경됐지만, 유저들은 대부분 왼쪽 화면만 보고 게임 실행을 포기했다.

 

25일 오후 11시에 접속 차단 조치가 취해진 뒤 이에 대한 공지가 다음 날 오후가 되어서야 올라왔다는 점도 영구 정지라는 오해를 확산시키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당장 게임에 접속하지 못하는 유저가 대량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이에 대해 '일시적인 조사'라는 안내 없이 12시간이 넘는 시간이 흘렀고, 결국 새벽에서 아침까지 이어지는 동안 '대규모 영구 정지'라는 소문이 계속해서 퍼져나간 것.

 

상황이 이렇게 흐르다 보니 유저들 사이에선 <퍼즐앤드래곤>에 대한 환불 신청이 다수 진행되기도 했다. 접속 차단이 지속되던 연휴 기간뿐 아니라 접속 차단 해제가 진행되는 현재도 이어지고 있다. 환불을 신청한 유저들은 "더는 이런 식으로 운영되는 게임에 돈을 쓰고 싶지 않다"며 게임을 그만두거나 일본판 <퍼즐앤드래곤>으로 넘어가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잘못된 게임 운영으로 결국 유저들은 등을 돌렸다.

 

▲ 떠난 마음은 쉽게 돌아오지 않는다. 열정과 시간이 담겼다면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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