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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게임과 법] 강제적 셧다운제는 왜 ‘합헌’ 결정을 받았을까?

셧다운제 헌법소원: 다수의견의 논리

땡땡땡 2016-05-02 14:04:11

안녕하세요 게임과 법 칼럼의 OOO입니다.

 

이번 주 TIG는 대부분 NDC에 관한 기사들이 많이 보이네요. 저는 올해는 NDC를 마음껏 즐기지 못했습니다만, NDC 기간이면 넥슨은 물론 주변 게임사 직원들과 게임개발에 관심이 많은 대학생들, 행사를 취재하려는 기자들이 모여들어 만들어내는 즐거운 열기가 마치 대학 축제와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는 NDC를 행사의 특성상 GDC와 같은 해외 유명 게임 컨퍼런스를 어느 정도 벤치마킹하고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GDC와는 달리 특정 게임업체가 주도적으로 개최하는 행사라는 특수성이 있긴 합니다만, 해를 거듭하면서 이제는 게임업계 전체의 지식공유의 장이자 정기적인 축제처럼 자리잡은 듯 합니다.

 

TIG 독자 여러분들께서도 기회가 닿는다면 GDC도 좋고, NDC도 좋고 그 외에 국내외의 여러 게임 관련 컨퍼런스(KGC, CEDEC 등등)에 참여해 업계의 과거, 현재, 미래를 살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게임업계에 몸을 담고 있거나 관심이 많은 사람에게 컨퍼런스 참관은 무척 좋은 경험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 지난 연재 복습: 셧다운제 헌법소원의 시작

 

지금 우리는 셧다운제 헌법소원에 대해 살펴보고 있는 중입니다. 지난 연재까지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됐던 셧다운제(강제적 셧다운제) 법률 규정이 무엇이었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새로 개정돼 시행을 앞두고 있던 구 청소년보호법 제23조의3 제1항의 금지조항과 동법 제51조 제6의2호의 처벌조항이 그것이었죠.

 

아울러 셧다운제 헌법소원 당시에 이미 전부개정돼 새로 입법됐고 시행을 앞두고 있던 (새로 전부개정된) 청소년 보호법 제26조 제1항의 금지조항과 동법 제59조 제5호의 처벌조항도 어차피 시행될 예정이었으므로 함께 헌법소원의 대상이 됐다는 사실을 말씀 드렸습니다.

 

나아가 청구인들이 16세 미만 청소년과 청소년을 자녀로 둔 부모(헌법소원을 한 바로 그 청소년의 부모는 아니었습니다), 법문상의 ‘인터넷게임 제공자’에 해당했던 13개 게임사였다는 사실과 각각이 침해를 주장했던 기본권이 무엇인지도 함께 살펴보았네요.

 

개인(청소년 및 부모)이 청구한 사건과 게임사들이 청구한 사건은 별개의 서로 다른 헌법소원 사건이었지만 그 대상이 같아 선고를 3일 앞두고 병합됐습니다. 여기까지가 지난 연재에서 살펴본 내용입니다. 

 

  

 

■ 헌법재판소의 판단 과정

 

참고로 16세 미만 청소년 개인과 부모가 청구한 사건은 ‘문화연대’에 의해 헌법소원이 시작된 사건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사건은 당시 법무법인 정진에서 소송대리를 했고, 소송을 담당했던 법무법인 정진 소속 변호사들 중 이병찬 변호사가 사건에 대해 블로그 등을 통해 견해를 밝힌 바 있습니다.

 

게임사들이 청구했던 사건은 13개 게임사가 참여했는데 독자 여러분들이 아시는 우리나라 대형 게임사들은 거의 모두 참여했었다고 보면 됩니다. 게임사들이 참여한 사건은 당시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담당했습니다(결정문을 보면 게임사측 대리인 변호사 명단이 나열돼 있는데 이 분들의 소속 로펌이 김앤장 법률사무소였습니다).

 

이 사건은 2014년 4월 24일에 선고됐는데, 결론은 우리가 이미 알고 있다시피 기각(합헌)이었습니다.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헌법소원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하여 각하 결정이 나왔고요, ‘기각’이란 쉽게 말해 ‘사안을 살펴 보았는데,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결론입니다. ‘각하’란 ‘이 사안은 살펴볼 대상이 되지 않는 것이다’라는 뜻이고요. 

 

  

헌법재판소는 법원과는 별도로 존재하는 헌법기관입니다만, 재판기관이기 때문에 그 구조나 기능에 있어서는 법원과 비슷한 면도 많이 존재합니다. 그런데 원래 특정한 분쟁사안에 대해 선고되는 법원의 재판에서는 판결문이나 결정문을 살펴보면 재판에 관여한 판사들이 심리 과정에서는 서로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도 이를 판결문에 나타내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런데 헌법재판소의 경우 심리를 마치고 결정을 할 때 심판에 관여한 재판관은 결정서에 의견을 표기하도록 하고 있어서(헌법재판소법 제36조 제3항), 다수 재판관의 의견과 다른 의견을 가진 재판관들은 결정문에 소수의견을 기재하고 있습니다.

 

헌법소원에서 공권력의 행사가 위헌이라고 판단하기 위해서는 9명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중 재판관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합니다(헌법재판소법 제23조 제2항 제1호). 셧다운제 헌법소원 사건의 경우에도 위헌으로 선언이 되기 위해서는, 즉 인용결정을 받기 위해서는 6명 이상의 재판관이 위헌의견을 내었어야 했습니다만, 당시 위헌의견은 2명에 지나지 않았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셧다운제 헌법소원의 소수의견이었던 위헌의견 – 헌법재판관 김창종, 조용호의 반대의견 – 이 명문이라 생각합니다만, 오늘 연재에서는 일단 7인 재판관의 다수의견 논리를 살펴보고 다음 연재에서 반대의견을 살펴보겠습니다. 

 

  

 

■ 다수의견: 명확성원칙의 위반 여부

 

헌법소원 당시, 셧다운제가 시행되면 셧다운제를 위해 심야시간에 인터넷게임을 제공한 게임사들은 형사처벌을 받게 됐습니다. 청소년보호법 개정안의 부칙은 (구, 신법 모두) ‘인터넷게임 중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우려가 없는 것으로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기를 이용한 인터넷게임’에 대한 심야시간대의 제공시간 제한에 대한 부분은 셧다운제의 적용을 유예하고 있었습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해보면 ‘인터넷게임 중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우려가 있는 것’을 심야시간에 16세 미만 청소년에게 제공하면 처벌을 받는다는 의미인 것이죠.

 

그런데 형사법 전반을 지배하는 원리 중 ‘죄형법정주의’라는 것이 있고 그 내용으로 ‘명확성원칙’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19세기 근대 사회의 유럽 어느 국가에서 ‘국가를 전복시킬 것을 선동한 자는 사형’이라는 법률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한 공장 노동자가 사는 게 너무 힘들고 팍팍해서 선술집에서 술을 마시던 동료들에게 “이놈의 먹고 살기 힘든 썩어빠진 세상, 나라가 뒤집어져야 정신을 차리지 않겠냐”고 말했고 동료들이 이에 맞장구를 쳤다고 합시다. 그런데 같은 술집에 있던 비밀경찰이 이 이야기를 듣고 이 사람을 체포한다면 이 노동자는 ‘국가전복을 선동’했으니 사형에 처해져야 할까요?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 국가가 공권력을 이용해 누군가를 형사처벌을 하기 위해서는 근거가 되는 법 조문이 불분명하지 않고 누구나 예견 가능한 해석이 될 수 있게 정해져 있어야 한다는 것이 명확성원칙입니다. 명확성원칙은 이제는 헌법상의 원리이기도 하여 공권력이 형벌권을 남용하지 말아야 함은 물론 기본권의 제한에 있어서도 법규범의 의미내용이 명확해야 한다는 원리입니다. 

 

  

다시 우리 사례로 돌아와서 보면,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우려가 있는 것’이 무엇인지 누가 알 수 있겠습니까? 이 조문은 ‘중독의 우려가 있다’는 표현도 우습지만 ‘심각한’이라는 예측이 쉽지 않은 표현이 추가돼 이 조항은 정말이지 넌센스라 하지 않을 수 없는 내용이 돼버렸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헌법재판소는 명확성원칙 위반이 아니라고 하였는데,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 중 명확성원칙 위반에 대한 논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인터넷게임’이란 법조문을 통해 충분히 정의가 되어 있는데, 게임의 개시와 실행을 위해 정보통신망에의 접속이 필요 없는 게임은 인터넷게임이 아님. 정보통신망을 이용하는 이용자라면 누구나 그 의미를 쉽게 파악할 수 있음.

 

청소년보호법 부칙의 유예 규정은 그 적용 범위를 축소한 것이기 때문에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고, 기본권을 제한하는 규정이 아니어서 그로 인해 의미가 불명확해지는 것이 아님(어차피 시간이 지나 유예 규정이 적용되지 않게 되면 모든 인터넷게임에 적용되는 것이므로 불명확하지 않음).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우려가 없는 것’이 어떠한 정도를 의미하는지는 법문 내에 ‘인터넷게임 중독’이란 ‘인터넷게임의 지나친 이용으로 인하여 인터넷게임 이용자가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신체적·정신적·사회적 기능 손상을 입은 것’을 의미하고, ‘심각한 중독의 우려’는 이러한 중독의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이해할 수 있으므로 일반인이 쉽게 짐작 가능함. 그리고 게임의 종류는 계속 변화하고 있고 다양하므로 미리 이를 다 규정해 놓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움.

 

‘인터넷게임 제공자’는 인터넷에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사실상의 모든 사업자가 해당한다.

 

그렇다면, ‘인터넷게임’ 및 ‘인터넷게임의 제공자’의 의미는 불명확하지 않고,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원칙에도 반하지 않는다.

 

제가 보기에는 다수의견의 논리마저도 ‘일상생활에서 쉽게 회복할 수 없는’ 이나 ‘중독의 위험성이 높은 것’이라는 표현을 사용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됩니다. 오히려 그 문장 자체로 해석에 어려움이 있음을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만, 이상과 같은 이유로 셧다운제는 명확성원칙에 반하지 않는다고 중간결론을 내렸습니다.

 

여담입니다만, 여성가족부에서 셧다운제 시행 이후 인터넷게임의 중독성 유발 여부를 평가하겠다고 했던 평가지를 살펴보면 게이머들로부터 과연 게임을 해 보기나 하고 평가를 하겠다는 것인지 의심스럽다는 비판이 나왔던 것도 과언은 아닙니다.

 

제가 보기에는,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실제로 처벌 대상이 되는 인터넷게임의 범위가 불분명하지 않느냐’는 물음에 직접적인 답변은 없이 ‘인터넷게임’이 무엇인지, ‘인터넷게임 중독’과 ‘심각한 중독의 우려’가 무엇인지만 따로 떼어 개별적으로 답함으로써 구체적인 대답은 회피한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처벌 대상을 구성하게 될 각각의 개별 개념이 명확하다고 해서 그 전체가 명확한 것은 아님에도 말이죠. 

 

  

 

■ 다수의견: 문제가 되는 기본권의 선택

 

지난 연재에서 우리는 청구인들이 어떤 기본권들이 제한된다고 주장했는지 살펴봤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그 중에서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학부모의 자녀교육권,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의 직업수행의 자유,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의 평등권에 제한이 가해지고 있으니 그에 대해서만 판단을 하겠다고 했습니다.

 

다수의견은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의 표현의 자유 침해에 대해서는 제한이 가해지는 것이 아니니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그 이유로 이 사건 금지조항은 인터넷게임의 내용적 측면을 규제하거나 그 제공 자체를 전면적으로 금지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의 제공을 원칙적으로 허용하면서 제공시간의 일부를 제한하는 것이기 때문에 표현의 자유의 문제가 아니라고 봤습니다.

 

이런 논리로 헌법재판소가 표현의 자유의 문제를 살피지 않은 것은 무척 아쉬움이 큰 대목인데, 사실 헌법상 표현의 자유는 그 침해 여부의 판단에 있어 특별한 법적 논리의 적용을 받기 때문입니다.

 

모든 사람이 원하는 의견을 표현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므로 언론·출판의 자유로 이어짐과 동시에 사전검열금지 원칙의 적용을 받게 돼 그 제한의 적정성 판단이 더 까다롭게 이루어지거든요. 

 

  

물론 이 부분에서 표현의 자유 제한의 문제가 아니라고 본 헌법재판소의 판단은 그간 판례의 흐름에 비추어보면 타당한 견해이긴 합니다. 셧다운제 그 자체는 게임의 내용에 대한 규제도 아니고, 게임을 제공할 수 없는 것도 일정 연령과 일정 시간에 제한을 두어 부분적인 제한을 가하는 것이라 사전검열이나 허가제에 해당할 여지가 없는 것이죠.

 

그러나 ‘심각한 인터넷게임 중독의 우려가 있는 것’이라는 모호한 개념과 소관 관청의 평가 기준으로 인해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이 게임물의 내용을 구성하는데 제한을 받는 것은 내용 규제와 무관하지 않다 생각할 수도 있는 부분인데요, 이를 표현의 자유에 해당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논리만으로 배척한 것은 다소 아쉬운 대목입니다. 사안 자체를 형식적으로만 본 것으로 보이기도 하고요.

 

아울러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청구인들 중 청소년들이 주장한 개인정보에 대한 자기결정권의 침해나 익명표현의 자유의 침해에 대해서는 간접적 부수적 결과에 불과하다고 하여 별도로 침해 여부를 판단하지 않겠다고 했었습니다. 이 점에 대해서는 저도 타당한 논리라 생각합니다. 

 

 

  

 

■ 다수의견: 일반적 행동자유권, 자녀교육권, 직업수행의 자유 침해 여부 판단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청소년의 일반적 행동자유권, 부모의 자녀교육권, 인터넷게임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하고 있는지 여부 판단을 하나의 논리로 묶어서 살폈습니다.

 

본래 헌법이론상으로 기본권제한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보통, ①법률에 의한 제한일 것, ②과잉금지의 원칙을 준수할 것, ③그 기본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하지 않을 것을 기준으로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우리 사례에서 셧다운제 그 자체는 법률에 규정된 제한이므로, 법률에 의한 제한 여부는 문제가 되지 않았고, 그 다음 단계인 과잉금지원칙에 위배되는지 여부가 문제가 되는 사안이었죠. 그런데 이 과잉금지 원칙은 헌법이론상으로 기본권의 제한이 목적의 정당성, 수단의 적합성, 침해의 최소성, 법익의 균형성을 지키고 있는지 차례로 판단하는 순서로 준수 여부를 살피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과잉금지원칙은 특정한 기본권의 문제에 있어서는 그 적용 정도가 완화되거나 강화됩니다. 그 좋은 예가 바로 청소년의 기본권 제한에 대한 문제입니다. 

 

  

 헌법재판소는 이미 과거의 여러 사례에서 헌법상 청소년보호의무(대한민국헌법 제34조)가 있음을 들어 청소년은 자기행동의 개인적 사회적 의미에 대한 판단능력과 결과에 대한 책임이 성인에 비해 미숙한 존재로 보고 있습니다. 헌법 또한 보호할 의무를 부담하므로 그에 대한 기본권제한이 타당한지를 판단함에 있어서는 일반 성인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경우보다 완화된 기준을 적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셧다운제 헌법소원의 다수의견에서도 위 세가지 기본권의 침해 여부 판단에 앞서 같은 이야기가 나옵니다. 결국 셧다운제로 인해 기본권이 제한되는 문제에 대해서도 완화된 기준을 적용해서 다소 ‘느슨하게’ 판단하겠다는 전제를 한 것이죠.

 

결국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셧다운제에 의해 제한되는 기본권들은 과잉금지의 원칙에 위배되는 것이 아니라고 판단했는데, 그 논리를 살펴보면 다음과 같았습니다.

 

입법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

 

심야시간에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이용을 제한함으로써, 성장기 청소년의 적절한 수면시간을 확보하고 인터넷게임 과몰입 또는 중독 현상을 방지하려는 것으로 입법목적은 정당하고, 심야 시간대에 16세 미만 청소년들에게 일률적으로 게임을 제공하지 못하도록 하면 입법목적의 달성에 기여할 수 있으므로 수단의 적정성도 인정됨.

 

침해의 최소성

 

인터넷게임 자체가 항상 청소년에게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게임에 과몰입되거나 중독되면 게임의 순기능은 더 이상 기대하기 어렵고 부정적 결과로 이어질 수 있음

 

인터넷게임은 다른 사람과 협동하거나 상대로 게임을 즐기는 것인데 정보통신망이 연결되어 있으면 장소적, 시간적 제약 없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므로 게임자가 자발적인 의지로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음.

 

인터넷게임의 제공 자체를 금지하는 것이 아니고 원칙적으로 허용하되 16세 미만의 청소년들에게 심야시간에만 제한하는 것이고, 게다가 일부 모바일기기를 이용한 인터넷게임물은 적용을 유예하는 한편 공익홍보용 게임물 등을 위한 예외규정도 두고 있으므로 과도한 규제라고 보기는 어렵다.

 

셧다운제를 위한 기술적 조치를 하는 것이 인터넷게임 제공자들에게 큰 부담이 된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중규제 논란이 있는 선택적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으므로 적절한 규제 방안이 아니다. 따라서, 입법목적 달성을 위한 최소한의 조치를 취하고 있어 최소성 원칙에 반하지 않는다.

 

법익의 균형성

 

셧다운제로 인해 인터넷게임 제공자가 16세 미만의 청소년에게 보통 사람이 수면을 취하는 시간 중 인터넷게임을 제공할 수 없게 되고, 16세 미만 청소년 및 그 부모가 인터넷게임을 이용하거나 그 이용을 허락할 수 없게 되어 제한되는 사익은 피해가 크지 않은 반면 16세 미만 청소년의 인터넷게임 중독을 예방함으로써 얻어지는 사회적 비용의 절감과 청소년이 건전한 인격체로 성장하여 얻어지는 공익은 중대하다. 법익의 균형성도 유지하고 있다.

 

헌법소원의 경우 헌법재판소가 과잉금지원칙을 판단하면서 목적의 정당성과 수단의 적정성을 문제 삼아 위헌(인용결정)이라고 한 사례는 거의 없습니다. 왜냐하면 아무리 악법이라도 그 취지는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것인 경우가 많고, 수단 또한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효과적인 방법을 취하기 마련이기 때문이죠. 밤에 하는 게임이 문제가 되니 밤에 게임을 하지 말라는 것, 간단하죠.

  

  

그런데 셧다운제 헌법소원의 경우 다수의견에서 목적의 정당성은 ‘적절한 수면시간의 확보’와 ‘인터넷게임 과몰입 또는 중독 현상을 방지’하려는 것이라 그 목적이 정당하다고 하고 있습니다. 저는 목적의 정당성에서부터 고개를 갸우뚱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요, 인터넷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면 과연 청소년의 수면시간이 확보가 되는 것인지 의문스럽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차라리 목적의 정당성이 게임을 하지 못하게 하고 그 시간에 공부를 더 하게 하려는 것이라고 했다면 다소 적나라하긴 해도 우리나라의 현실이 그러하니 이해를 못할 바는 아니었을 수도 있고 수단의 적정성도 납득이 갈 수 있었을지 모르겠습니다. 수면시간의 확보라는 점은 목적의 정당성이나 수단의 적합성 면에서도 이해하기 힘든 것이긴 했습니다.

 

뒤로 이어지는 침해의 최소성에 대한 부분도 그렇습니다. 헌법재판소의 다수의견은 다른 사람과 협동하거나 상대로 게임을 진행하는 인터넷게임은 정보통신망에 연결되어 있으면 장소적, 시간적 제약 없이 지속적으로 게임을 즐길 수 있으므로 게임자가 자발적인 의지로 중단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했습니다. 이게 과연 정보통신망에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일까요?

 

그렇다면 차라리 16세 미만 청소년에게는 심야 시간에 정보통신망 접속 자체를 금지하게 강제하는 법률이 있다고 해도 헌법재판소의 논리대로라면 이를 타당하다 볼 수 있다 생각됩니다.

  

  

아울러 선택적 셧다운제는 실효성이 없기 때문에 적절한 규제 방안이 아니라는 부분도 선택적 셧다운제가 실효성이 없는 원인이 강제적 셧다운제가 있기 때문일 수 있음에도 그 원인과 결과를 혼동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법익의 균형성에 대한 결론은 더 말할 것도 없고요. 원래 법익의 균형성 자체가 공권력의 행사로 인해 제한되는 기본권의 사익과 제한을 통해 실현하려는 공익 사이에 가치를 비교형량하는 것은 맞습니다만, 이 사건에서의 법익의 균형성에 대한 논거는 지나친 형식논리에 치우친 감이 크죠. 셧다운제로 제한되는 사익을 포기하면 과연 정말 이루고자 하는 공익이 얻어질까요?

 

사실 이런 논리들은 여성가족부 측 대리인이 제출한 의견서에 나타났던 주장의 논리들이기도 했는데, 헌법재판소가 이 부분을 많이 인용한 것이기도 했습니다. 

 

  

 

■ 다수의견: 평등권 침해 여부 판단

 

헌법소원에서 평등권 침해 여부에 대한 판단도 다른 기본권 침해와는 조금 다른 기준으로 다루게 됩니다. 헌법에 평등권에 대한 조항이 명시적으로 존재하기 때문이기도 하고(대한민국헌법 제11조), 사안에 따라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 두 가지이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어쨌든 평등권 침해 여부의 판단은 특별한 경우가 아닌 한 ‘같은 것은 같게, 다른 것은 다르게’ 보고 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을 하게 됩니다. 입법자가 자의적으로 같은 것을 다르게 보고 있지 않는지를 본다고 해서 ‘자의금지원칙’이라고 하는 기준이죠. 여기서 자의란 자발적 의사를 말하는 자의(自意)가 아니라 일정한 기준 없이 제멋대로 한다는 뜻의 자의(恣意)입니다.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은 셧다운제가 평등권의 침해도 아니라고 보았는데 다음 세 가지 관점에서였습니다.

 

인터넷게임 이용자와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게임의 이용자와의 차별 여부

 

-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 상호교류가 없어 장시간 이용 가능성이나 중독 우려가 적음 

-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 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 

- 아케이드게임의 경우 심야시간대에 청소년의 출입 및 이용 자체가 불가능하므로 차별적 결과가 발생하지 않음.

 

모바일게임 이용자와의 차별 여부

 

- 셧다운제 입법 당시 인터넷게임이 가능한 모바일기기의 보급율이 청소년층에서 높지 않아 모바일게임의 경우 상대적으로 중독의 우려나 심야시간대의 이용제한 필요성이 낮음.

추후 적용대상을 확대하여 적용이 가능하므로 차별이 아님.

 

해외 게임업체와의 차별 여부

 

- 국내 업체이든 해외 업체이든 국내 이용자를 대상으로 인터넷게임을 제공하려면 부가통신사업자로 신고해야 함. 요건을 충족치 않은 해외 업체의 인터넷게임 제공은 불법게임물의 유통 및 이용에 불과

- 이런 현상을 가지고 셧다운제가 해외 업체에 비하여 국내 업체에 대한 차별적 결과를 야기한다고 할 수는 없음.

 

평등권에 대해서는 좀 갸우뚱하시죠? 이 부분은 논란이 많긴 합니다. 네트워크를 이용하지 않는 게임의 경우 시간을 제한하는 규제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차별이 아니라는 논리나, 모바일게임이 상대적으로 중독성이 낮다는 논리, 해외 업체의 인터넷게임 제공은 불법게임물의 유통 및 이용에 불과한 현상이니 이를 차별적 결과를 야기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말이 TIG 독자 여러분들은 이해가 되시는지요?

 

이들은 규제 가능성의 문제와 규제 대상의 문제를 혼동한 것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데, ‘규제할 수 없기 때문에 규제하지 않는 것’은 그렇다 쳐도 그렇기 때문에 차별이 아니라는 것은 일반인의 법 감정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논지라 하겠습니다.

 

결국 헌법재판소 다수의견의 논리는 국내 온라인게임 제공사들만이 사실상의 차별을 당하고 있는 것은 맞는데 이는 어쩔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것이나 다름이 없는 셈이죠. 

 

 

 

■ 결론

 

이렇게 2014년 4월 24일 헌법재판소는 셧다운제는 위헌이 아니라고 2년 5개월여 만에 결정을 내렸습니다. 금지조항 그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은 기각하고, 처벌조항에 대해서는 각하하였음은 이미 말씀을 드렸던 바와 같습니다. 헌법상 문화국가의 원리에 반한다는 주장도 있었으나 국가는 게임산업진흥법 등을 통해 인터넷게임 관련 산업 및 문화를 장려하고 있다고 하여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저는 2011년 당시 이 사건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둘 수는 있지만 위헌이라는 판단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제가 잘났다는 이야기를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셧다운제에 대한 헌법소원은 변호사의 눈으로 보면 축적된 판례들과 법 논리에 의할 때 유사한 유형의 규제법안에 대한 헌법소원이 인용결정을 받기 힘들 것이 충분히 예상되는 사건이었습니다.

 

즉 애초에 사고와 논리의 틀을 바꾸지 않으면 청구인들이 인용결정을 받기는 어려운 사건이었던 것이죠. 특히 청소년에 대한 보호가 그 목적인 규제라는 점 때문에 더더욱 그렇게 보였고, 2014년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을 때 그리 놀랍진 않았습니다. 게임을 바라보는 시각이 바뀌려면 아직도 시간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죠. 

 

 

다음 연재에서는 셧다운제 헌법소원의 소수의견에 대해 다루어 보려 합니다.

 

아마 헌법소원과 관련한 이번 연재는 좀 어렵고 복잡하게 느껴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헌법소원 자체가 법 이론을 모르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은 면도 있고, 개별 판단 내용마다 독특한 이론적 배경을 설명해야 하는 관계로 저도 이야기를 간략히 풀기가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여러분들이 전문가의 식견을 갖추어야 한다는 의미 보다는 게임업계는 물론 이용자 관점에서 충분히 알아둘 가치가 있는 사안이라 생각되어 말씀을 길게 드리는 것이니 부담 갖지 마시고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궁금하신 점은 언제라도 댓글로 질의 남겨주시기 바라고요.

 

그럼 모처럼 맞이하는 5월의 황금연휴 잘 보내시고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TIG의 편집 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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