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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6] 원화가 김범의 ‘게임 원화가를 위한 그림 소통법’

원화가 김범이 말하는 꿈이나 희망따윈 없는 현실적인 일 이야기

이영록(테스커) 2016-04-26 20:53:35
테스커 (이영록 기자) [쪽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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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DC 16] 원화가 김범의 ‘게임 원화가를 위한 그림 소통법’

원화가 김범이 말하는 꿈이나 희망따윈 없는 현실적인 일 이야기

김범은 <마비노기 영웅전>과 <야생의 땅:듀랑고​>를 거쳐 지금은 <하이퍼 유니버스>의 아트 디렉터를 맡고있다. 많은 게임 원화가 지망생의 롤모델로 꼽히기도 하는 김범이 게임 원화가 지망생을 위한 ‘게임 원화가를 위한 그림 소통법’ 강연을 준비했다. 

 

게임 원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전하는 꿈과 희망따윈 없는 현실적인 일 이야기. 그가 말하는 ‘그림을 통해 소통하는 방법’을 들어보자. / 디스이즈게임 이영록 기자 


 

 ▲ <하이퍼 유니버스> 아트 디렉터 김범

 

 

■ 그림 소통법은 왜 필요할까?

 

다들 강연 제목을 보고 들어왔겠지만 그림 소통법이 뭔지, 그리고 그림 소통법이 왜 필요한 것인지 궁금해 하는분도 있을거다. 그 질문의 답변에 앞서 다른 답변을 먼저 하려한다.

 

게임 원화가란 누구인가? 


게임 원화가란 ‘게임 회사에서 그림으로 일을 하는 사람’이다. 

 

그리고 당신은 어떤 사람인가? 

 

당신은 게임이나 만화, 영화 등 문화 콘텐츠를 사랑하는 사람이다. 또 멋진 그림을 그리고 싶은 사람이다. 또 취향적 고집과 로망이 있는 사람이다. 또 다양한 창작적 욕구를 가진 사람이다.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 가능한 당신은 창작자의 마인드를 가진 사람이다. 

 


 

당신은 그림을 통해 무언가를 펼쳐보고자 하는 욕심 많고 의욕 넘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런 당신의 생각대로 돌아가는 것이 한 개도 없다. 재미도, 의욕도 점점 잃어만 간다. 왜 내 생각대로 할 수 없는거지?

 

당신은 약자이기 때문이다.

 

여기서 말하는 ‘약자’는 갑과 을의 관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이러한 기분을 느끼는 당신은 프로젝트라는 복잡한 톱니바퀴 안에서 아직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작은 부품 중 하나에 불과할 확률이 높다. 당신은 무언가를 결정할 수 없고, 단지 제안할 수 있을 뿐이다. 그래서 당신은 자존감이 낮고, 행복하지 못하고, 만족도가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당신은 회사 안에서 무슨 일을 하든 결국 누군가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데 그 누군가가 당신의 제안에 동의를 잘 해주지 않는다. 당신은 그런 판단이 납득되지 않는다. 그리고 그 누군가는 당신의 제안이 납득되지 않는다. 

 

한 쪽이 맞을 수도 있고, 한 쪽이 틀릴 수도 있다. 또 둘 다 맞았을 수도, 둘 다 틀렸을 수도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다. 현재 당신은 무언가를 결정지을 수 없다. 그래서 당신은 약자다.

 


 

환경을 옮겨 사람이 바뀌고 이전보다 좋은 조건을 갖춘다 하더라도 이러한 구조는 쉽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이 흐름을 극복하지 못하는 당신은 점점 지쳐만 가게 된다. 이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당신의 선택은 설득이다. 그리고 소통이다.

 

다시 질문으로 돌아가보자. 그림 소통법이 왜 필요할까?당신이 가지고 있는 유일한 무기이자, 당신의 평가 기준이자, 문자 이전의 언어 수단인 그림을 통한 소통이 당신의 위기를 극복할 수 있게 하기 때문이다.

 

 

■ 그림으로 어떻게 소통하지?

 

그림 소통법을 위해 준비해야 할 기초적인 재료는 아주 간단하다. 동그라미, 세모, 네모, 그리고 선의 굵기와 강도 등의 다양한 표현들이다. 여러 느낌을 줄 수 있는 표현을 발견하고 합성, 분배, 배합해 무한대의 표현이 가능하고 이를 통해 상대의 관점을 파악하고 심리를 유도할 수 있다.

 

한 가지 예로 호전적 제국주의 기사를 그려봤다. 캐릭터의 인상을 결정하는 안면부에 공격적인 속성의 재료를 넣었다. 제국주의의 느낌을 줄 수 있도록 무겁고 진중하고 강한 느낌을 줄 수 있는 재료를, 명예와 권위를 표현하는 재료를 사용했다. 

 

 

‘기사’라는 현실성과 개연성을 위해 갑옷 구조를 사용했다. 직선적인 표현을 많이 활용했다면 기사가 아닌 로봇이라는 인상을 훨씬 강하게 줄 수 있기에​ 곳곳에 곡선을 넣어 인체의 느낌과 유기체로써의 자연스러움을 유도하며 이미지에 대한 거부감을 줄였다. 

 

창작자가 의도한 이미지가 기획자가 의도했던 콘셉트와 50% 이상 부합할 때 비로소 소통의 결과가 비교적 긍정적이었다고 평가할 수 있다. 이 예에서는 재료를 5가지로 단순화했지만 명암, 색감 등의 다양한 요소가 들어가면 기획자의 의도에 맞춰 표현하기가 훨씬 더 복잡해진다.

 

그림은 느낌을 다루는 표현법이고 창작자가 의도했든 안했든 필연적으로 많은 정보를 담게 된다. 문화적, 역사적, 개인의 삶의 사건, 그림의 사용 용도, 유전적 정보 등 복잡한 변수에 따라 그려내는 입장에서의 표현도, 받아들이는 입장에서의 해석도 다양성이 존재한다.

 


 

■ 좋은 그림 소통법은 뭘까?

 

이미지를 판단하는 것은 어떤이의 복합적 요소가 만들어내는 관점이다. 그 관점이 개인별로 다르고, 그래서 그 가치를 좋고 나쁨으로 판단하는 기준도 다를 수 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원화가)는 좋고 나쁨을 결정해야 하고, 결정할 수 밖에 없다. 기본적으로 더 많은 인간에게 설득력을 가지는 이미지가 생존에 유리하고 사랑받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내기 위한 좋은 그림 소통법의 핵심은 뭘까?

 

 

첫 번째. 상황과 환경에 얼마나 적절한가?

영화인지, 만화인지 등 그림이 사용되는 환경에 맞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

 

두 번째. 정보들이 얼마나 다양하게 들어가고 그것이 분명한가?

정보가 너무 적으면 파악하기 어렵고, 정보가 너무 많더라도 분명하지 못하다면 의미가 없다.

 

세 번째. 작업물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표출됐나?

작업 결과물이 적절하고 분명하다고 그것이 뛰어나다는 것은 아니다. 정보들이 얼마나 효과적으로 조립되어 정보 전달을 극대화하는지도 중요하다.

 

네 번째. 얼마나 공감을 이끌어내는가?

얼마나 뛰어나게 표현했든 상대의 마음을 끌어내지 못한다면 그 결과는 실패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의도하고 결과로 도출하는 방법을 통해 이미지의 결과를 운에 의존하지 않고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이끌어낼 수 있다. 이렇게 자신의 것이 하나씩 늘어날 때마다 창작자의 작업에는 힘이 더해지게 된다. 

 

 

■ 원활한 그림을 통한 소통을 위해서

 

여기까지 본 당신은 어느정도 이론적이나마 ‘그림 소통법’을 다룰 줄 알게됐다. ​다양한 느낌을 내는 이미지 재료들에 관한 정보가 많을수록, 또 그것을 효과적으로 요리하는 경험과 역량이 바탕이 됐을 때 원화가는 그림을 통한 소통이 보다 수월해질 것이다.

 

하지만 자의식이 강한 보통 원화가의 관점에서는 그러한 소통을 별로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다. 보통 원화가는 누구보다 그림을 잘 그리는 것, 그리고 나의 취향적 로망에 가까우면서 자신의 포트폴리오로써 가치있을만한 작업 등을 자신의 자존감과 행복의 원천이자 자신의 살길로 여기긴다. 그래서 그들 대부분은 스스로와의 대화를 통한 작업 결과를 중시한다.

 

 

그림을 요청한 상대방은 자신의 요청이 고려되지 않고 작업자 위주로 그려낸 결과물을 보고 마음에 들어할 리가 없다. 그래서 열정 넘치는 보통의 원화가는 여기서 현실과의 타협할 것인지, 개인의 이상을 추구할 것인지 그것도 아니면 둘 다 선택할 것인지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된다.

 

그 선택에 대한 고민은 매우 높은 가치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게임 원화가를 위한 그림 소통법’ 강연에서의 선택지는 단 하나다. ‘게임 원화가로서 현실과 타협을 한 당신. 타인의 기쁨에서 원화가로서의 가치와 행복감을 찾아내라’

 

타인의 관점과 의사를 고려해 그림을 그린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고, 컨셉 원화가가 업무에서 고려해야 할 사항들은 변수가 많지만 당신은 전문가다. 여러 제약과 요구사항 등을 고려했을 때 본인 스스로의 판단 결과보다 좋지 않을 확률이 높지만 그것도 처음일 때의 이야기다.

 

 

결정권자는 꾸준한 소통의 시도를 작업물을 통해 서서히 느끼게 되고, 분명히 점점 당신의 작업물을 마음에 들어 할 것이다. 여러번의 소통이 꾸준히 반복되면 결정권자는 나중에 당신에게 이렇게 말할 것이다. 

 

‘알아서 해주세요’

 

예전에는 반대에 부딫혔을 작업에도 이제 당신이 알아서 한다. 당신은 이제 작은 톱니가 아니다. 이제 당신이 없으면 안 된다. 여기까지 성장한 당신은 이제 일이 지루할 수준으로 쉬워진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당신은 이제서야 고난을 겪을 모든 준비가 끝난 것에 불과하다. 그 끝에는 여태껏 만나보지 못한 집단 지성으로 이뤄진 거대하고 매우 강력한 존재(유저)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건투를 빈다.

 

 

 

■ 번외

 

다음은 김범 강연자가 알려주는 실전 그림을 통한 소통의 예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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