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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직 게임 디자이너입니다. 디아블로3 얘기좀 해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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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커뮤니티에 공개적으로 글을 써본지가 오래되었는데, 디아블로는 역시 디아블로입니다.

입이 간질간질 하게 만드네요.

 

나름 원투쓰리 할만큼 해보았다고 말씀드리고 시작할까요.

시리즈 별로 순위를 따진다면 저는 1 > 3 > 2 순이라고 정하고 싶습니다.

액션 RPG 장르를 확립하고 고정 컨셉트와  자유 성장을 양립한 캐릭터 시스템. 그리고 배틀넷

거기에 컨텐츠 재활용, 중독성 및 플레이 지속성 강화를 유도했던 던전 시스템 또한 좋았죠.

디아블로 1은 그냥 전설입니다.

접근성이라는 문제는, 지금에 와서는 필수 트렌드에 가깝습니다만 그러한 개념 자체가 게임 기획에 있어서 그 시절에는 중요한 요소가 아니었습니다. 접근성이라는 개념이 게임 기획에 있어서 최중요 요소가 된 것은 게임이 굉장히 보편화된 취미생활로 인정받기 시작하면서부터 입니다. 몇년 안되었죠. 그러니 넘어갈까요?

 

일단 제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디아블로 3. 기획적 측면에서 한번 접근해 보죠.

 

제 입장에서, 이번 디아블로 3는 수작이라고 단언할 수 있습니다. 무엇때문에 그럴까요?

첫 째로, 디아블로 시리즈가 대대로 가지고 있던 최중요 재미요소, 즉 아이템 수집이라는 컨텐츠를 위해 이번 시리즈에서는 게임 시스템을 통채로 한방향을 바라보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쉽게 말해서,  게임 내에서 플레이어가 일반적으로 하게 되는 모든 액션은 대부분 아이템이라는 컨텐츠와 연결이 됩니다.

캐릭터를 성장시키고 스토리를 진행하는 것 조차 2회차(악몽) 플레이부터는 더 좋은 아이템 수집이라는 목적성이 부각되고, 경매장이라던가 캐릭터 스킬 조합이라는 시리즈내 새로운 시스템 또한 더 나은 아이템 수집을 위한 방법 혹은 목적성 부여라는 기능을 가지고 있습니다.

유저는 단순하게 즐길 수 있습니다. 좋은 아이템을 얻기 위해 게임을 한다는 목적의식만 가지고도 즐겁게 할 수 있는 게임이라는 거죠. 애초에 모든 시스템이 그것을 위해 준비되어 있으니까요.

 

그렇다면 단순한 노가다 게임이 아니냐라고 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그 것은 플레이어 개개인이 받아들이기 나름인 부분입니다. 결국 플레이어 자신의 자기 만족과 플러스 마이너스의 문제라는 뜻입니다. 재미가 없으면 없는 만큼 그것이 실제 데이터로 나타나는게 요새 게임 시장이니까요 :)

 

두 번째로, 이번 시리즈는 전작들과 다르게 시장의 변화가 가져온 새로운 트렌드, 즉 접근성이라는 새로운 개념을 성공적으로 장착했다는 점입니다. 서두 부분에서도 잠시 언급했었지만, 게임을 취미 생활로 즐기는 인구가 근 10여년 동안 몇십배로 증가했습니다. 그만큼 시장은 변화했고, 당연히 그에따라 게임은 변화하였습니다. 하지만 디아블로3의 전작은 12년 전 게임이죠.

 

그래서 노말 난이도는 정말 쉽습니다. 물론 전작의 난이도를 아는 플레이어에게는요.

현재 20살이면 그 때 당시 10살도 안되었을 때입니다. 디아블로2를 해보지 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여성 유저들이 게임이라는 취미생활에 어느정도 비중을 차지하기 시작한 것은 얼마 되지 않습니다. 디아블로2를 해보지 못했을 확률이 큽니다

그래서 노말 난이도는 참 쉽습니다. 근데 저는 마법사로 노말디아 솔플하기 좀 힘들더군요. 파티로 깼습니다. 악몽난이도가 어렵게 다가오지만, 이미 제 캐릭터는 30레벨이 넘었고, 며칠 동안 스토리도 보며 재미있게 플레이 했고, 악몽 난이도에서 나올 아이템들이 내심 기대가 됩니다.

어차피 파티를 일일이 만들 필요도 없으니 혼자 하기 힘들면 공개방에 들어가야 겠습니다. 어차피 자동으로 단계를 맞춰주니까요. 접근성 얘기 한겁니다. :D

 

디아블로3는 듀얼코어 초기발매 CPU에 칠천대 그래픽카드로도 최하옵이면 지장없이 플레이가 가능합니다(제 친구). 물론 사양을 낮췄기 때문에 접근성 문제가 해결되었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플레이어의 니즈를 자연스럽게 아이템 컨텐츠로 유도해 놓고, 그 외적인 부분을 다 심플하게 정리해냈기 때문에 이만큼의 저사양 개발이 가능하다는 뜻입니다.

 

캐릭터 외형 선택따위는 없습니다. 아이템으로 다 가려지니까요.

캐릭터 크기 또한 작습니다. 맵 위치별 고정 시점인데 캐릭터 크기가 커지면 볼 수 있는 정보의 양이 너무 줄어듭니다. 그렇다고 고정 시점 풀어버리면 가뜩이나 반복형 사냥 스타일인데 플레이어가 빨리 지치게 됩니다. 지속적인 사냥과 정 반대되는 의도가 생겨버립니다.

위의 것들 넣을려면 넣을 수 있습니다. 천하의 블리자드인데 못넣겠습니까. 대신, 발매가 몇달 느려질 뿐입니다. 그리고 최소사양이 50% 높아지면, 기대 유저 수도 50% 감소 하겠군요.

 

대신에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사냥 패턴을 위해 랜덤한 능력을 가진 챔피언 시스템을 넣었고, 액션성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렸습니다. 아이템 보상심리를 위해 염색시스템도 넣었구요.

심지어 캐릭터 조차, 레벨업을 해도 고작 스탯이 1~3 오르고 맙니다. 아이템 하나 바꾸면 천단위, 만단위까지 바뀌는데 말이죠! 캐릭터가 중요한게 아니라고 시스템이 말하고 있는겁니다.

대신 이런 저런 문제점 방지를 위해 레벨제한이라는 시스템을 가지고 있죠.

 

결국, 기.획.적.으로는 굉장히 수작이라는 얘기입니다. 뚜렷한 목적성을 가진 시스템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되어 최중요 컨텐츠에 대한 방향성을 잘 제시하고 있다는 뜻입니다. 거기에 접근성이라는 디아블로 시리즈에 생소한 개념을 넣으면서도, 전작보다 디아블로 시리즈의 분위기를 한층 살렸다는 평을 듣고 있죠. 55000원이 절대 아깝지 않은 퀄리티인건 확실합니다.(전 99000원 -_-;)

 

하지만 당연하게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여러분들도 잘아시는 서버 문제부터 시작해서, 밸런스 문제라던가, 버그성 플레이로 인한 골드 인플레이션 상태라던지 이 것은 명백히 블리자드쪽의 실수 혹은 실력 부족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지금까지 기획적 완성도가 부족한 기대작들을 많이 겪어보고 실망해 봤습니다.

뭐 말안해도 머리속에 떠오르는 게임들 있으시죠? 뭐 최소한 디아블로3는 그런 애들과는 다르다! 라는 것만을 말해보고자 이렇게 글은 쓴 것 같습니다.

따..딱히 블리자드에 취직하고 싶어서 실드치는 건 아..아니야! 흐흥!

 

긴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기획자 입장에서의 글이다 보니 전혀 공감되지 않으실 수도 있습니다. 어차피 저 또한 플레이어 입장에서는 또 전혀 시야가 다르니까요.

수도사 상향좀 ㅜ_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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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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