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규제는 지금부터다. 셧다운제는 시작에 불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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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방위로 좁혀들어오는 게임에 대한 규제망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저는 이 숨막히는 포위망에서, 문득 90년대의 한국 만화가 떠올랐습니다. 여러분 잘 아실겁니다. 이른바 "청계광장 만화 화형식". YWCA가 만화를 청소년 탈선의 주범으로 지목하면서, 청계광장에서 만화를 쌓아놓고 불태워버린 사건 말입니다. 언론으로부터 주목받고 맞기 시작하다가 절정에 이르러 나타난 사건이었죠.


솔직히 말해서, 지금 바로 그 뒤를 이어 게임패키지를 쌓아놓고 불을 지르거나 폐기하는 퍼포먼스가 나와도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 같습니다. 게임중독, 게임의 폐해, 게임 또다른 마약. 이라는 글귀를 언론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습니다. 사람들의 인식도 그렇게 경화되고 있죠. 심지어 게이머들마저, 자신들이 즐겨하는 게임에 대해 그렇게 큰 의의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오히려 게임에 대해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는 게이머도 종종 찾아 볼 수 있습니다.


도화선에 불을 붙인 것은 셧다운제입니다. '셧다운제 폐기 연대체' 에서 활동하면서, 저는 이 셧다운제가 90년대 한국 만화의 데자뷰가 될 수 있음을 주목했습니다. 90년대 한국 만화가 그랬듯이, 청소년과 문화예술을 일타쌍피로 호구화하는 규제라는 것이지요. 어느 법이나 그러듯이 규제가 정착되고 불만이 사그라들기 시작하면, 그 때부터는 더 이상 거칠 것이 없습니다. 이제 대상은 호구가 됩니다. 셧다운제같은 경우에는 청소년과 게임을 호구로 만드는 규제죠. 자, 이제 시작입니다. 이제 맘에 안들면 싹 밟으면 그만입니다.


역시나, 바로 그 근거를 최근에 나온 또다른 게임규제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아동 성범죄를 일으킬 우려가 있는" "아동성애를 자극 하는" 게임을 규제한다는 내용의 법률이 만들어졌죠? 이 조항에 포함되는 게임이 많을 수도 있겠지만, 이 법률이 타겟으로 삼은 것은 바로, "미연시" 입니다.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마니악한 게임이지만, 한국에서도 꽤 큰 시장을 자랑하는 미연시를 완전히 차단 하겠다는 것이지요. 판매, 구입 뿐만 아니라 소지하고 있을 경우에도 불법이라고 하더군요.


비약일지도 모르겠으나, 저 추상적인 법률의 조항을 잘 만 이용하면, "프린세스 메이커" 같은 게임도, 어쩌면 압수폐기의 대상이 될 수도 있을 지도 모릅니다.


제가 말하려는 것은, 그렇습니다. 아직까지도 이제 시작이라는 것이지요.

게임 규제는 지금부터라는 것입니다.


여기에 대응할 수 있는 방침은 하나 뿐입니다.


"인식" 을 바꾸는 것.


저는 게임을 21세기를 대표하는 새로운 종합문화예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게이머들과 게임업계들도 이렇게 생각하고, 자부심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제 글이 요구하고 바라는 것은 그것 뿐입니다.


게이머는 단순히 시간을 죽이는 비생산적인 행위를 하고 있는 사람이 아니라, 인류 실존의 근거인 "놀이"와 "문화예술"을 즐기고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인식하고, 게이머는 게이머가 즐기고 있는 게임에 대해 좀 더 자부심을 가지고, 연구하고, 그리고 더 즐겁게 놀이 했으면 하는 바람. 그것이 전부입니다. 나아가, 그런 게임에 대해 규제의 칼날을 들이대는 것에 대해 어떤 생리적인 거부감을 느꼈으면 하는 바람인 것입니다.


게임이 또다른 만국공통어로 확실히 자리 잡을 때,

한국만이 그 만국공통어를 못알아듣는 불상사가 없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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