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사촌집에 가서 보드게임 한 이야기 잡담
어제 어머니 모시고 고모댁에 다녀왔습니다.
저희 사촌누나는 저를 늘 어린아이마냥 취급해요. 제가 상당히 순진한줄만 압니다. 실제로도 순진합니다만
여튼 문전을 들어서자마자 거실이 좁게 느껴질만큼 사촌식구들도 아닌 사람들이 8명씩이나 모여있더랍니다.
사촌의 친구들(아는 사람)과 그들의 (달밤군과는 면식이 없는) 남친들이 둥그렇게 모여앉아 무슨 카드게임을 하더군요.
집주인인 사촌은 그 사이에 혼자 껴묻어 있더랍니다.
우연찮게, 저도 솔로, 사촌도 솔로ㅠ 고백받아본적은 있습니다
사촌에게 떠밀려 무슨 카드게임인지도 모르고 게임을 같이하게 되었습니다
게임의 제목은 "Cards against Humanity" (인간성에 반하는 카드)
심상치 않은 제목... 저는 저 카드의 이름을 봤을때 도망쳐야 했는지도 모릅니다.
그 게임의 룰은 이러합니다.
흰색카드는 단어나 문장으로 된 카드로 플레이어 각자에게 일정한 수 (7개)로 주어지는 검정카드의 빈칸에 맞출수 있는 카드입니다
검정카드는 질문이나 빈칸이 있는 문장으로 된 주제카드로 검정카드를 한 턴에 한 명씩 모든 플레이어 앞에서 공개적으로 읽습니다.
그 주제를 듣고 나머지 플레이어들은 제시된 문장의 빈칸을 채울 흰색의 단어카드를 뒷면으로 제시합니다
주제카드를 든 술래는 제시문장과 흰색카드를 맞춰서 모든 플레이어 앞에서 소리내어 읽고
검정카드의 제시문장안에 가장 재미있거나 잘 어울리는 흰색카드를 뽑아서 그 카드의 주인에게 주제카드를 1점의 표시로 넘깁니다
턴을 돌아가며 이것을 반복합니다. 목표점수(7점)를 가장 먼저 달성한 사람이 이기게 됩니다.
룰만 보면 아무런 문제될게 없는 게임이죠.
그런데 일부 흰색 카드들에는 노골적인 성행위를 묘사하는 단어들이 적혀있는게 눈에 들어왔습니다
어느정도냐 하면...
사촌누나가 저의 순진한 이미지에 어울리지 않는것같다 했지만 사촌의 친구들은 그 점이 당치도 않다면서 놀리기를 좋아합니다.
하지만 저에게 그런 걱정을 할 여유따위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게임은 시작되고, 게임룰도 제대로 모르면서 가끔씩 어려운 단어가 나오면 사전을 뒤지기 바쁜 달밤군은
다른 플레이어들이 앞서나가는 것을 보며 게임 페이스를 맞추기에 급급했던것입니다
그와중에 무슨뜻인지도 모르는 흰색카드들을 내며 운좋게 승점에 얻어걸리기도 했습니다.
이 이야기에서 정말 우스운 점은,
이 게임의 최종 승자는
달밤군이었다는 것입니다....
오프라인에서는 어쩌다 할까말까한 섹드립을 승부욕에 눈이 멀어 사촌누나 앞에서 아낌없이 발휘했..
(그래봤자 7번중에 2번이었지마는)
사촌 친구들의 반응도 많이 바뀌었습니다.
원래 미국에서는 사귀지않는 이성 친구들 사이에서도 친한 사이는 허그를 가끔하는 편입니다.
(미국 온지 3개월도 안됬을적에 처음한 우정허그는 그야말로 문화충격 ㄷㄷ;;)
사촌의 친구들과도 가끔 하곤 했어요.
그런데... 그 카드게임이후로 저에게 가까이 다가오지를 않습니다.
아니 그뿐이면 괜찮은데 눈도 안 마주쳐요 ㄷㄷㄷㄷㄷ
여튼 아무 생각없이 사촌 집에 놀러갔다가 쓸데없이 늑대이미지만 키우고 온 달밤군의 이야기였습니다
TIG 여러분은 저의 순수함을 잘 아시니까 이렇게 얘기드리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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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러 BEST 11.12.19 10:39 삭제 공감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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